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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6-12-30 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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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6-12-30 10: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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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6-12-28 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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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6-12-27 10: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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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6-12-27 09: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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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6-12-26 10: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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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NEWS | 2016-12-23 1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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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을 싣고 | ① 그대 바라던 시간,…
- SPECIAL①그대, 바라던 시간신년 용암사에서 새해를 맞아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짐이나 계획 따위의 약속을 하는 행위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는 개인적인 소망부터 회사 내 승진을 기원하는 원대한 포부까지. 때로 자신과 한 약속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매거진C>를 꾸려가는 에디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 아름다운 사진. 그리고 오롯한 마음가짐. 그들이 새해를 맞아 먼 여행길에 오른 이유다. 고요함도 깊어져용암사(聳巖寺)는 전남 화순의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름 그대로 마치 용암이 솟아오른 듯한 거친 능선을 자랑하는 용암산 기슭 아래 위치하여 등산객들이 오고 가며 자주 찾는다. 1890년 조정기가 창건하여 임진왜란으로 폐사가 된 금오사(金鰲寺) 자리에 세워진 사찰이라는 설이 있지만 정확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침 안개가 유독 아름다운 곳으로, 잠시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소박한 멋스러움을 만끽하기에 조금의 부족함이 없다. 에디터들이 용암사를 방문한 것은 한창 신년호 준비를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여느 때처럼 기사를 검색하다 신간 소식에 눈길이 갔다. 길고양이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용암사 주지 중현 스님이 깨달은 크고 작은 이치들을 묶어낸 불교서적 <길고양이의 법문>을 소개하는 글이었다.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방법을 길고양이에게서 배우셨다는 스님의 이야기에 그만 마음이 동하고 말았다. 마침 정유년을 맞이하여 지난 일 년을 돌아보고 새롭게 잡지를 점검하는 데 짧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불현듯 찾아온 인연용암사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가 넘어서였다. 그때까지 중현 스님은 저녁을 드시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짐을 채 풀기도 전에 부엌으로 우리를 안내한 스님은 콩나물 무침, 버섯조림, 동치미, 김치찌개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가득 담아 주시며 몇 번이나 많이 먹으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첫 만남이 서먹할 법도 한데 밥상을 앞에 두고 앉은 덕분일까. 어색함은 허기와 함께 금방 사라졌다. 식사 후에는 맑은 차를 마시며 본격적인 고양이 토크가 시작되었다. 지난겨울 카오스 무늬의 고양이 한 마리가 다섯 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용암사에 들어선 것이 스님과 길고양이의 인연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한 눈에 보아도 삐쩍 마르고 허옇게 일은 털에 윤기도 없는 것이 제대로 밥을 챙겨먹지 못 한 티가 났다. 새끼들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우짤꼬. 스님은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람을 경계하여 누가 쳐다보기라도 하면 부리나케 도망가기 바쁘던 고양이는 매일같이 밥그릇을 채워놓는 스님의 마음을 알았는지 눈치를 보면서도 슬금슬금 제 몫을 챙겨먹기 시작했다. 혹독한 추위 속에 오랫동안 고생한 새끼들 중 결국 두 마리 밖에 살아남지 못했지만, 이 교류를 계기로 용암사에는 길고양이가 자주 출몰하게 되었다. 기묘한 동거의 시작대화 내내 카오스 무늬 고양이를 자꾸 ‘애 엄마’라 부르시기에 슬쩍 고양이의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고양이 이름이 바로 '애엄마'란다. 올해 2월 또 새끼를 낳았기 때문이라는데, 이번에는 용암사에 드나드는 다른 길고양이 ‘덩치’가 아비로 추정된다고 했다. 덩치의 털색을 닮은 새끼가 세 마리, 애엄마의 털 무늬를 물려받은 새끼가 두 마리. 이를 빌미로 애엄마는 아주 용암사에 눌러 앉았다. 방 아랫목에 떡하니 배를 보이고 누워서 태연히 새끼 고양이들에게 젖을 물리는 애엄마의 능청에 스님은 그만 어이가 없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안전한 곳이라고 판단을 했는지 도무지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애엄마를 추운 산길로 내칠 수도 없고 해서 그렇게 함께 좁은 방에서 겨울을 났다.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님은 애엄마를 조금 특별하게 여기게 되었다. 방 안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문득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면 애엄마는 늘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세상의 것에 마음을 두지 않고 언제든지 이곳을 훌쩍 떠날 수 있다는 무심한 표정으로. 스님은 그 모양새가 마치 수행에 정진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나 나나 똑같구나. 지천에서 자라나는 풀을 보고도 깨닫는 게 있고, 불어오는 바람에도 느끼는 것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길고양이에 착안하여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다. ? 모두가 애틋한 중생불교에는 따로 반려동물에 대한 교리는 없지만 중생(衆生)이라는 개념에서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기본 가치를 배울 수 있다. 중생이란 태어나 성장하고 다시 죽음에 이르는 생명을 뜻하는 유정(有情)과 바위, 산, 하늘, 달 같은 무생물인 무정(無情)을 함께 내포하는 말로, 인간과 동물을 나누지 않고 모든 존재를 똑같이 평등하고 의미 있게 여기는 불교 사상을 잘 보여주는 용어다. 중현 스님은 한겨울에 새끼들이 딸린 몸으로 고생하는 애엄마를 방 안으로 불러들이고 따뜻한 이불까지 덮어주며 잠재웠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혹한 현실에 마주하는 것은 비단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길고양이들이 보내는 하루하루는 우리네보다 더 혹독할지언정 결코 만만하지 않다. 중생의 주어가 인간뿐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과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덕이 부족한 마음은 동물을 상처 입힌다. 애엄마는 스님이 불러도 가까이에 와 애교를 부리지 않는다. 배가 고플 때만 다가와 아는 척을 한다. 한때 고마움을 모르는 듯한 애엄마가 괘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이제 스님은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하루 종일 뒹굴뒹굴 구르며 햇볕을 쬐는가 싶다가도 홀연히 사라져 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애엄마를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어떤 기대도 바람도 없는 순수한 베풂이 바로 사랑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방 저 안쪽에서 애엄마가 몇 번 기다랗게 울었다. 마치 스님의 말씀에 그렇다, 그렇다 맞장구를 치듯이. ? 근하신년 바람을 싣고아직 어둠이 내린 시간. 에디터들은 새벽 예불에 참여하느라 일찍 잠을 털고 일어났다. 점퍼 속을 파고드는 산 공기가 찼지만 기분 좋은 상쾌함이었다. 길고 어려운 불경을 노래처럼 읊으시는 스님들을 따라 함께 절을 하며 지난 밤 늦게까지 나누었던 대화를 곱씹었다. 이미 깨달음은 길고양이처럼 사뿐히 각자의 마음속에 들어서 있었다. 이제 이곳을 떠날 시간. 아쉽게도 어젯밤 외출하여 돌아오지 않은 애엄마는 만나볼 수 없었지만 대신 중현스님이 에디터들이 탄 차가 사라질 때까지 오래도록 손을 흔들어 주었다. 2017년 정유년을 맞이하면서 바라건대, 모두가 행복한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길고양이가 배불리 먹고, 매서운 바람에 오들오들 떨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들이 당연했으면 좋겠다. 그 과정 속에 <매거진C>가 이정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신년, 에디터들은 그런 약속과 결심을 품었다. 문득 지금 애엄마는 뜨끈한 방 안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을까, 아니면 툇마루에 앉아 스님께 그 동그란 뒤통수를 자랑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 INFO용암사전라남도 화순군 한천면 용암길 149 CREDIT글 장수연사진 손한솔 자료협조 중현 스님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6-12-30 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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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을 싣고 | ② 집사는 행복했어요,…
- SPECIAL②?집사는 행복했어요고양이에게 쓰는 연하장 당신의 반려묘를 위해 아끼는 펜을 꺼내자. 예쁜 편지지, 깨끗한 종이 혹은 낡은 노트도 함께 하자. 그 어느 곳에든 애틋한 마음을 손글씨로 빗대어 옮기다보면 반려묘에 대한 사랑도 새삼 퐁퐁 솟아날 터. 그렇게 올해에도 힘내서 사랑하기 위한 준비, 네 반려인이 시작했다. #1 중년의 동생에게 건네는 마음 (from 김지선 님) 지금 이 시간, 굳이 내 침대 시트 아래에 파고들어가 잠을 자고 있는 내 동생 망고에게. 이 누나는 네가 없어진 줄 알고 놀라서 한참을 찾다가 불룩 튀어나온 침대 시트를 보고 겨우 한숨을 돌린 채 이 편지를 쓰는 중이야. 분명히 집 안 어딘가에 있을 걸 알면서도 네가 안 보이는 그 순간에는 왜 그리도 심장이 덜컹하는지 모르겠어. 들추어낸 시트 아래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서 ‘뭐? 왜?’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네가 얄미우면서도 왜 이리 귀엽던지. 네가 올해 여덟 살이라는 얘기를 하면 누나 친구들이 얼마나 놀라는지 아니? 그 손바닥만 한 아가가 너희 집에 처음 찾아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여덟 살이나 됐냐고, 정말이냐고, 반복해서 물어보더라. 네가 태어난 연도를 말해주니까 곧장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더라고. 그만큼 그 친구들의 8년도, 나의 8년도 순식간에 흐른 거겠지. 널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던 열여섯 중학생이었는데, 어느새 대학교 졸업을 앞둔 나이가 되었으니 말이야. 2009년생인 네가 만약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났더라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텐데 ― 이렇게 생각해보면 너랑 나랑 꽤나 오랫동안 함께 지냈구나, 싶어서 괜히 자고 있는 너의 등을 한 번 더 쓰다듬어주게 돼. 여전히 부드럽지만 8년 전에 비하면 상당히 억세진 너의 털을. 2017년 새해가 밝았어. 너와 내가 함께 보내는 아홉 번째 해야. 최근 들어 너의 몸 곳곳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월의 흔적이 자주 발견되곤 하는데, 내색은 안 하지만 사실 걱정이 많이 돼. 내 검은 옷을 네 털로 뒤덮어도 좋고, 침대 한가운데를 차지하며 잠을 자도 좋으니 내 동생아, 앞으로도 오랫동안 누나랑 같이 살아 주지 않을래?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건강하고, 조금 더 활발하고, 먹성 좋고 건강한 고양이로 그렇게, 오래오래 함께하자. ♥ #2 그렇게 부모가 된다 (from 김소영?김용삼 님) 사랑하는 우리 김산에게 산아~ 너를 데려 오기 전 엄마 아빠는 고양이에 대해서는 참 무지한 초보 집사였단다.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처음에는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었지만 맞벌이 부부인 우리 생활패턴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 고양이였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기적인 우리였다고 돌아보게 되는구나. 산이 너를 만나고 입양한 첫날, 이제 막 2개월이 된 너를 안아들고 우리 부부는 작은 생명에 대한 사랑스러움에 어쩔 줄 몰랐단다. 마냥 좋기만 했지~ 우리 착한 산이가 기특하게도 집에 오자마자 집을 탐색하고 화장실도 성공하고 무릎 위에서 골골송을 부르고. 고양이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얼마나 네가 기특하고 고마운지 모른단다. 첫 예방 접종 날, 네 울음소리에 같이 울고, 엄마 심장 약을 삼킨 줄 알고 널 응급실로 안고 뛰었던 그날 “이제 정말 산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우리 부부는 이야기했어. 서로 두 손 맞잡고 너에게 아무 일 없기만을 기도했지. 네가 중성화 수술 받는 날도 기억난다. 수술을 맡기고 마음 졸이다 기다리다 널 데리러 갔을 때 힘없이 고개 들며 아빠 손을 핥는 너를 보며 또 한 번 울컥하고, 그렇게 우리는 너의 부모가 된 것 같다. 산아, 우리가 네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냥 지금처럼 엄마 아빠 옆에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엄마, 아빠의 아들로 우리 곁에 와줘서 너무 고맙다. 산아! 사랑하고 축복한다. #3 위로가 되는 내 사랑, 내 아들 (from 손희경 님) 사랑하는 내 아들 봄이에게 1986년 4월 30일 태어난 엄마와 2016년 4월 30일에 태어난 우리 봄이. 사람들이 말하던 묘연 이라는 게, 너에게 진짜 있었던 것 같아. 엄마에게 진짜 아기같이, 아들같이 있어주며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 아직 어리디 어린 네가 엄마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13년을 내 동생으로 살다 별이 된 앙이가 떠났던 날… 8시간을 내내 통곡하며 울기만 하는 엄마 옆에서 너는 고사리 같은 앞발 하나만 엄마의 무릎에 놓고 가만히 있었지. 네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마음을 겨우 추스를 수 있었어. 네가 하루하루 커 가는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엄마는 너무 행복하단다. 너로 인해 다른 고양이들의 삶을 생각하게 됐고, 주변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얻었고, 보드라운 털과 따뜻한 체온을 알게 됐고…. 2017년은 우리 아들이 첫 번째로 맞는 생일도 있고, 봄이랑 엄마가 함께 맞이하는 첫 봄과 여름도 있어. 접종도 꼼꼼히 다 맞고 있으니까 내년에는 더 씩씩하고 당당해지자. 엄마는 새해엔 더 많이 교감할 수 있는 집사가 될게. 사랑하고, 또 사랑해. 주인 봄봄의 집사 엄마가. #4 세 번의 겨울을 보내며 (from 윤지선 님) 나비 3호. 만남 3년이 넘었다. 네가 오기 전 가게에 머물던 나비 2호가 고양이별로 갈 때 내가 너무 울었기에, 다시는 고양이를 못 키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우리 가게 앞, 좁고 지저분한 구석에서 새끼들을 키우던 비쩍 마른 너를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동네 고양이 너는 길냥이, 그러면서 가게냥이. 사람들은 별 소리를 다 했다. 고양이는 주인 모르지 않냐, 무섭지 않냐, 그런 걸 왜 키우냐. 그러나 너는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눈을 맞춰주고, 친해진 사람은 집까지 찾아가면서 동네의 고양이가 되었다. 이제는 가게에 온 사람들이 너부터 찾고, 너에게 인사를 건넨다. 잘린 귀 TNR을 시킨 것을 여태 후회한다. 큰 돈을 주고 수술하기에는 정이 덜 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이의 손에 맡긴 나를 자책한다. 너는 정말 많이 무서웠을 텐데, 아팠을 텐데. 가족 엄마는 네가 가게에도 못 들어오게 했다. 내가 몰래 네 자리를 만들고 조금씩 가게 안에 들였다. 너는 엄마에게 애교를 부렸다. 그러다 어느새 엄마는 네게 먼저 말을 건네고, 밥을 챙기고 매번 물그릇을 씻어가며 깨끗한 물을 챙겨주고 있다. 너를 챙기는 나에게 아빠는 유난을 떤다고 한다. 그러면서 은근히 너의 병원비와 사료값을 찔러주고는 한다. 2017 우리 가게의 난로 앞에 네 자리를 마련한지도 세 번째 겨울. 지금의 겨울도, 내년도, 내 후년에도, 네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할 것 없이 함께 맞도록 하자. 새로운 해, 새로운 날들. CREDIT사진 장수연편집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6-12-30 10: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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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육묘 중 | 1화 오냐가 오다
- ?아빠는 육묘 중1화 오냐가 오다? 7년 전 어느 날이었다. 회사 근처 중국집에서 동료들과 짜장면을 먹고 있는데 중국집 사장님이 갑자기 손님들에게 “저희 가게 고양이가 새끼들을 낳았는데 혹시 새끼고양이 입양해 가실 분 계세요?”라고 큰소리로 물었다.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손을 번쩍 들었다. 불면증엔 고양이가 묘약 당시 나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마침 여자 친구가 고양이를 키워 보라고 권유해 며칠째 고민을 거듭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워 본 경험이 없거니와 어떤 고양이를 어디서 어떻게 입양하는지도 몰라 막막했기에 적극적으로 입양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밥 먹으러 들른 중국집에서 운명적으로 고양이를 만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중국집의 6마리 새끼들 중 첫눈에 반한 초콜릿 색 줄무늬를 가진 아기고양이를 데려오게 되었다.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궁리하다 오냐오냐 키우겠다고 ‘오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나를 괴롭히던 불면증은 거짓말 같이 없어졌다. 오냐와 아이들의 첫 만남 그 다음 해 나는 결혼을 했고, 다시 이듬해에 우리는 첫째 딸 제인이를 가졌다. 오냐와 함께 살면 서 나는 동물에 대해 남다른 시각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고, 엄마 뱃속의 제인이 역시 앞으로 오냐와 깊은 교감을 나누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오냐가 어렸을 적 병원에 입원하여 두 번의 큰 수술을 치르면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경계심이 많고, 사람이든 다른 동물이든 낯선 존재에 대해 굉장히 적대적이라서 과연 엄마아빠의 사람 아기와 잘 지낼 수 있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제인이가 태어났고 오냐와 대망의 첫 만남을 가졌다. 왜 우리 애를 울리고 그래요? 오냐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제인이가 엄마와 아빠의 아기라는 것을, 오냐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 흔한 하악질조차 단 한 번을 하지 않았고 제인이가 누워있는 곳은 슬금슬금 피해 다니며, 오히려 엄마 아빠보다 더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레 제인이를 대했다. 한 번씩 집안을 우다다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에도 제인이 근처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오냐의 반응은 둘째 아들 해일이가 태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냐는 아이들이 기어 다닐 정도로 성장하니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며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연약한 아기라서 내가 꼭 지켜줘야 해’라는 듯 옆을 가만히 지켰다. 아이들이 울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그리고는 ‘도대체 왜 애를 울려요?’라고 꾸짖는 것처럼 우리를 향해 오냐도 같이 울었다. 어쩌면 오냐는 자기 자신 역시 (당연히) 사람이고, 엄마 아빠의 친자식이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맏이가 가지게 되는 특별한 형제애가 오냐의 마음 속에 생겨 엄마 아빠로의 사랑을 뺏어간, 어찌 보면 경쟁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제인이와 해일이를 친동생처럼 대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오냐가 정말 한없이 고맙고 기특하다. CREDIT글·사진 우지욱 | 사진 작가 (@janehayl)편집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6-12-28 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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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 고양이도 따뜻할게요, 대전 안…
- FOLLOW지나가는 고양이도 따뜻할게요대전 안도르 코코는 카페 ‘안도르’의 마당에 들러 밥을 먹는 할머니 고양이의 새끼다. 할머니 고양이는 코코와 그 형제를 안도르에 맡겼는데, 형제는 독립해서 카페를 떠났고 코코만 카페 고양이로 살고 있다. 손님들이 건드려도 발톱 한 번 내밀지 않는다는 순한 코코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마당에도 카페 내에도 고양이가 있는 걸 보고 되레 나가버리는 손님들도 있다고.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리게도 한다지만, ‘들어온 생명인데 내보낼 수 없어서’ 함께 지내고 있다는 코코는 따뜻한 난로 앞에 정말 따끈히 누워 있었다. 닿을수록 살아나는 것들안도르는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 지붕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에 위치했다. 카페가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되지 않는 동네이기에, 안도르의 입구에 서 있자면 마치 마법의 공간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구나 카페는 새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부윤 관사로 쓰이던 것을 개조한 건물이라 더 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 “건물이 한 20년 정도 비어 있었어요. 건물 안이고 마당이고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쓰레기 때문에 대문 문을 못 열 정도였어요. 그래도 건물이랑 구조물을 보니 참 괜찮은 데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사를 시작했죠.” 쓰레기를 치우고 건물 내부를 보수하는 데만 몇 개월이 걸렸다. 오래된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도 벽이나 문을 모두 허물고 하나의 통일된 공간을 만들고, 훼손된 벽을 가리기 위해 자재 하나하나 신경 써서 구해오는 것. 건물은 그런 정성을 타면서 점차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품으며 되살아났다. 젊음은 벽에, 고양이는 발치에“저는 늘 ‘안’이라는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처음 만났던 설치미술 작가 안도현 씨의 활동명이 ‘안도르’였거든요. 그 이름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그 청년의 모습, 그 열렬하고 활동적인 모습이 대전의 모습을 닮기도 했고요. 그런 모습을 닮으라는 뜻에서 카페 이름을 안도르라고 지었어요. 도현 씨께 말씀드리니 기뻐하셨고요.” 안도르의 2층은 청년들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사무실로 쓰이고 있고, 카페로 사용하는 1층 실내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혹여나 작품이 인테리어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일정 기간 동안 벽을 비우는 시간은 꼭 갖는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이 전시되면 안도르가 가지고 있는 손님들의 전화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노란 전구 빛을 닮은 마음으로 쓴 초대장을 받는 마음은 어떨까. 누군가가 그 메시지를 핑계 삼아 사랑하고픈 이에게 함께 가자고 말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살그머니 고개를 들 때 발치에 녹아있던 고양이 코코가 비몽사몽 고개를 들었다. 데이트 신청의 또 다른 핑계거리,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서의 전시회라니! 겨울날 이것보다 더 풋풋하고 따뜻한 데이트 신청이 있을 리 없을 테다. 안녕한 삶은 고양이와 함께길냥이들이 마당을 찾고 코코가 잘 지내고 있어서일까. 이따금 “우리 고양이인데, 안도르 마당에서 지내게 하면 안 되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말없이 고양이를 유기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키울 거면 제대로 키웠으면 좋겠어요. 함께 살면 재밌고, 애들이 예쁘기도 하지만 그 뒷면도 알았으면 해요. 키운다는 책임감이요. TV 프로그램 같은 데서는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주잖아요. 애들은 애완용이 아니라 생명체라서 정말 많은 책임감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안도르의 마당에 들어온 고양이들이 모두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적응을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고, 죽는 일도 더러 있다. 죽은 고양이를 묻는 마음은 참혹하다. 안타깝고 슬프지만, 길고양이를 위해 사료를 싣고 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런 따뜻함이 모여서 안도르의 마당에서는 길고양이들이 오늘도 마음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일 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모쪼록 앞으로 안도르의 마당에도 그 외의 땅 위에도 버려지는 생명이 없기를 바라게 되는 것은, 같은 생명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마음일 테고. INFO고양이가 있는 카페 '안도르'대전광역시 중구 선화로 148TEL. 042-222-3101 CREDIT글 김나연사진 손한솔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6-12-27 10: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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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 올레길 미나미시마바라의 골목대장
- WONDERLAND규슈 올레길 미나미시마바라의 골목대장 ?| 제주 올레에서 관광 브랜드로는 처음 수출한 규슈 올레길. 이곳의 17번째 코스인 미나미시마바라의 올레길을 걷다 고양이들은 만나게 되었다. 미나미시마바라는 일본 나가사키 현의 남동쪽 시마바라 반도의 바다 마을로, 풍경이 제주와 닮은 따스하고 정겨운 곳이다. ? | 제주의 바닷가를 걷는 기분으로 길을 걷다 한 마을로 들어서게 되었다. | 미나미시마바라에서 만난 첫 고양이. 외부인을 본 건 처음인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 올레길을 따라 걷는 마을 곳곳에 고양이들이 숨어 있었다. | 턱시도 고양이도 발견. 모두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 그리고 마을 길 한 가운데를 점령하고 있는(!) 하얀 아기 고양이 | 골목대장이 될 자질을 가졌는지 사람이 지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 한 가운데를 점령하고 있다. | ?쌀쌀해진 날씨에 장갑 대신 꼬리로 손을 덮고 있는 얼룩 고양이??까지. 규슈의 올레길 미나미시마바라는 아름다운 풍경도 즐기고 길고양이들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여행지였다. CREDIT 글·사진 박용준? | 사진 작가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6-12-27 09: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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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 고양이 호더 사건 그 후의 이야기
- ?BE COMPANIONS아산 고양이 호더 사건그 후의 이야기“개인 사정으로 인해 집을 비웠어요. 집 상태도 안 좋고 고양이들도 있고 한데 고양이 부탁 좀 할게요. 고양이들 땜에 악취도 심하고 여하튼 죄송합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던 2016년의 여름, 그 한복판인 8월 15일에 한 무더기의 고양이가 이 메시지와 함께 버려졌다. 그리고 지난한 구조 작업이 시작되었다. ?구조 당일?뜨거운 여름, 7평 좁은 공간에 갇힌 40마리집주인이 문제의 집을 찾은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대기업을 다니며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던 세입자의 집은 문 앞에서부터 악취가 느껴졌다. 불안과 걱정을 안고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눈과 코를 찌르는 듯한 암모니아가 그를 덮쳤다. 이윽고 바닥 가득 흩어져 있는 쓰레기더미와 오물이 눈에 들어왔다. 귀가 쟁쟁 하도록 울부짖는 고양이의 수는 언뜻 봐도 십수 마리. 정상적으로 키우거나 관리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 사건은 이내 아산시 관련 부서에 전해졌고, 동물 유기 방치 건으로 시 보호소 입소가 결정되었다. 이튿날, 이른 시간부터 아산시 보호소 직원과 <아산 동물 보호 연대>의 봉사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문을 열고 눈 앞에 펼쳐진 참상에 굳은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도 선뜻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맞은 것은 고양이들의 울부짖음이었다. 일단 보이는 고양이부터 철장과 이동장에 옮기고 거대한 쓰레기통 같은 집 안을 수색해나갔다. 물 한 방울 사료 한 조각 없이 먼지와 오물만 쌓인 그릇, 마른 배설물로 가득한 화장실,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상자더미, 먼지와 뒤섞여 굴러다니는 고양이털, 바닥에 말라붙어 있는 뭔지 모를 액체, 여기저기 적재된 쓰레기봉지, 찢어진 벽지와 긁힌 자국이 가득한 문까지, 현장은 참혹했다. 싱크대 하부장을 열자 안쪽 모서리 끝에 그릇처럼 몸을 포개고 숨어 있는 고양이들이 발견되었다. 싱크대 아래쪽 공간, 베란다의 세탁기 뒤 좁은 공간, 캣타워와 벽의 작은 틈 사이, 상자 더미에서도 고양이가 나왔다. 구석구석 살폈지만, 고양이는 다음 날과 그 다음 날까지 추가 발견되었다. 그렇게 드러난 전체 호더 피해 고양이의 수는 총 40마리. 그것이 한 무책임한 인간이 굶어 죽든 목말라죽든 신경 쓰지 않고 문 안에 가둬버린 생명의 수였다. ?뜨거운 열기로 들끓었던 사건 보호소로 옮겨진 고양이들은 대부분 허기와 갈증으로 비쩍 마른 상태였으며, 자신을 돌보지 못해 눈곱과 눈물 자국, 귀지, 몸에 붙은 분변과 먼지로 엉망이었다.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는 본연의 습성을 잊을 정도로 끔찍한 환경과 상황이었다는 뜻일 터였다. 낯선 환경에 내몰렸지만, 이들은 공포나 불안에 떨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오랜만에 주어진 물과 사료를 먹고 또 먹는 데 집중했다.호더를 동물 학대로 보는 것은 그 행위가 동물에게 가혹할 정도로 잔인하고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산 호더 사건 역시 그랬다. 구조된 호더 피해 고양이 중 10마리가 보호소나 보호처에서 갑자기 죽었다. 발견 당시 임신 중이었던 암컷 고양이 역시 대부분 보호소나 보호처에서 사산하거나 유산했다. 사람들은 최소한 일주일은 지속되었을 방치와 그로 인해 밥과 물을 섭취하지 못해 있었을 간과 신장 손상, 갑작스러운 버림과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그 이유일 것으로 추측했다. 보호소에서 허기와 갈증을 면한 후, 호더 피해 고양이들은 철장 속에 가능한 한 작게 몸을 웅크린 채 불안과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봤다.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람에게 마음을 열거나 애정을 표하지 못했다. 그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환경, 사람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 보호소는 그런 것을 제공해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구조에 참여했던 봉사자들이 올린 사진과 글은 빠르게 세상으로 퍼져나갔고, 다양한 단체와 지역에서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렇게 약 20마리가 가을이 오기 전에 새로운 가정으로 떠났다. 뜨겁게 끓어올랐던 관심은 9월 초순을 넘어서면서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듯, 사람의 이목도 새로운 사건으로 옮겨갔다. 임시 보호나 입양 문의도 뜸해졌다. 초기의 역동성과 드라마를 다 소진한 이쯤에서 호더 사건은 끝이 난다. 보통 사람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그 끝은 사실 아주 길고 답답한 구조 작업의 시작이기도 했다. ??더 크고 힘든 일이 남다예민한 개체 중에 순한 편이었던 가지와 호박이, 순해지지도 않고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도 못했던 양파, 하악질과 발길질을 해대다 성질이 조금 가라앉은 생강이, 보호소에서 사산하고 직원에게만 마음을 연 타리, 성격 좋고 애교도 많지만 갈 곳을 못 찾은 감자, 순하고 사람 손을 그리워하는 송이, 조용하고 소심한 완두, 낯선 사람에게도 만져 달라고 얼굴을 내밀게 된 당근이, 겁은 많지만 순한 편인 배추, 겁 많고 순한 콜리, 덩치가 큰 편이지만 순한 오드 아이 상추, 조금 마음을 연 듯 순해진 피망이까지 총 13마리가 보호소에 남았다. 그런 와중에 구조 당시 가장 먼저 입양 갔던 천동이가 파양되었다. 사람의 무책임함으로 뼈만 남은 듯 말라 있었지만, 현장에 들어섰을 때 먼저 달려나와 사람의 체온과 손길을 갈구했던 아이였다. 입양 간 집에서 잘 살길 바랐지만, 그곳에서 천동이는 아프기 시작했다. 병세는 위중했다. 3킬로그램 남짓한 몸으로 신부전?빈혈?지방간?췌장염?산증까지 앓으며 생사의 갈림길을 수차례 오갔다. 그런 천동이의 입원실 밖에서는 차곡차곡 병원비가 쌓여갔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와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 천동이의 병세. 입양자는 포기를 선언했다. 그렇게 병원비와 천동이의 생명에 대한 책임은 임시보호자를 자처한 한 봉사자에게 남겨졌다. 돌아온 고양이는 또 있었다. 예민하고 친화력은 없었지만, 하얗고 긴 털을 가진 우아한 라온이였다. 그 모습에 끌린 한 사람이 라온이의 새 가족을 자처했다. 그리고 한 달. 혼자 산다던 그 사람은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다며 파양하겠다고 했다. 잦은 환경 변화에 대한 걱정과 혹시라도 보호소에서 병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임시보호처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데리고 있어줄 수 있느냐 물었지만, 알아서 결정하겠다고 대답한 뒤 보호소로 돌려보냈다. 철장으로 돌아온 라온이에게 입양처나 임시보호처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라온이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을까? 봉사자나 직원과 눈이 마주칠 때면 라온이는 그저 깊은 호박색 눈동자로 가만히 사람을 응시해오곤 했다. ?우리를 잊으셨나요? 시간은 흘렀고, 희망과 절망이 오갔다. 겁 많고 순했던 콜리에게 가족이 생겨 기뻐하는 사이, 마음을 조금 연 것 같았던 피망이가 죽었다. 슬픔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려 할 때, 사람의 체온을 갈구했던 당근이에게 임시보호처가 나타났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제 갈 곳을 찾지 못한 호더 피해 고양이의 수는 그대로인 채 보호소의 일상이 흘러갔다. 유기동물이 입소하고, 누군가 입양을 가고, 또 새로 동물이 입소하는 무정한 사이클이 돌아갔다. 뜨거운 여름에 시 보호소를 찾았던 호더 피해 고양이 중 일부가 보호소에서 시린 초겨울을 맞았다. 그리고 몇몇 아이가 이 세상에서의 고된 여행을 끝냈다. 사람을 좋아했고 살고 싶어 했던 천동이도 그 중 하나였다. 천동이는 고된 병원 치료에도 삶의 의지를 가지고 병을 이겨냈다. 4기까지 이르렀던 신부전 역시 치료 후, 임시보호처로 옮겨 관리했다. 그렇게 두 달을 평범한 고양이로 발랄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했던 천동이는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보호소로 돌아온 뒤 생기를 잃고 시름시름 앓던 라온이 역시 사경을 헤매며 고통스러워하다 숨을 거두었다. 마음을 열지 못하고 철장 속에서 웅크린 채 도사리고 있던 양파도 보호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생강이 역시 그 뒤를 이었다. ?가지가 낳은 새끼 고양이이것이 구조일까? 다른 좋은 방법이 있지는 않았을까? 자책과 의구심이 봉사자와 구조자의 마음을 좀먹어갔다. 겨울의 추위에 남은 고양이들이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 무렵, 임시로라도 맡아주겠다는 가정이 나타났고 그래도 남은 아이는 결국 봉사자가 안아 들었다. 그렇게 감자와 송이, 타리와 완두, 지독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뱃속에서 새끼를 지켜냈고 하얀 새끼고양이를 낳았던 가지까지 보호소를 떠났다. 하지만 이들이 있는 장소는 ‘임시’이다. 2016년 8월 22일 발견된 40마리의 고양이 중 가지, 감자, 당근, 송이, 완두, 타리가 임시보호처에서, 화이와 산이가 대전의 거울쉼터에서, 또 다른 고양이 하나가 수원의 고양이 카페 ‘달 타는 고양이(달타냥)’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아산시는 이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를 유기죄로 신고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아마도 죽은 고양이 없이 현장에서 전원 구조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관계자는 추측했다. 40마리의 고양이가 염천의 문 닫힌 7평 작은 집에 물이나 밥도 없이 버려졌고, 구조 후 10여 마리가 돌연사하거나 병에 걸려 죽었으며, 여전히 9마리가 임시로 마련된 보호처에 있다. 아산 호더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realbarn@naver.com으로 문의해 주세요.CREDIT?글 김바다|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사진 손한솔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6-12-26 10: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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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선택,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출간
- 나의 작은 선택이 전 세계 동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찬찬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동물전문 1인 출판사인 '책공장더불어'의 서른두 번째 책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가 그 주인공이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는 사향고양이의 비인간적인 루왁커피 체취방법부터 맹수를 가둬서 사냥하는 통조림 사냥, 명품 패션의 소모품이 되어 버린 파충류, 지느러미가 잘린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상어 등 현대사회의 동물학대를 고발하는 24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동물학대 산업 이야기를 통해 문제점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우리 안의 동물학대 산업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동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선택이란 무엇인가, 나의 삶은 다른 동물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오직 나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것이다. 저자인 이형주씨는 2010년부터 동물보호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물자유연대에서 정책국장으로 동물관련 법률과 동물복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 현재는 <오마이뉴스>, <허핑턴포스트>, <한국일보>등 국내외 매체에 동물에 관한 글을 쓰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은 작은 불편을 감수하고, 재미있고 신기하고 예쁘고 맛있는 것에 대한 욕구를 조금 줄이면 어떻게 지구 반대편 생명이 살게 되는지 알려준다. 나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위한 선택을 하도록 도울 것"이라 기대했다. 자료제공=책공장더불어온라인뉴스팀 eidt@petzzi.com?
- NEWS | 2016-12-23 1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