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2건) [STORY] 아롱이 구조기 ① 신월동 재개발 지역에… STORY | 2017-02-13 10:50:35 [STORY] 아롱이 구조기 ② 구조에서 방사까지 STORY | 2017-02-13 10:33:56 [STORY] 남겨진 사람들 | 철쭉과 함께 잠든 코… STORY | 2017-02-10 11:18:13 [STORY]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① 스핀들 마켓 STORY | 2017-02-09 11:19:02 [STORY]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② 남산 야외식물원 STORY | 2017-02-09 11:11:48 [STORY]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③ 부티크 카페 STORY | 2017-02-09 11:03:58 [STORY] 오늘과 내일을 선물한 도래 이야기 STORY | 2017-02-07 10:14:00 아롱이 구조기 ① 신월동 재개발 지역에… On-Site아롱이 구조기 ①: 신월동 재개발 지역에서 제보가 왔다. 저는 철거지역의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입니다. 오래 끌어 왔던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현재 동네 전체는 건물 잔해와 쓰레기, 유리 파편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제 곧,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면 지하실에 숨어 있던 고양이들이 매몰되기도 한답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죽음으로 내몰릴 고양이들을 불쌍하게 생각해 주셔서 도움의 손길을 베풀어 주세요. 장소는 양천구 신월동의 재개발 지역이었다. 다급한 요청에 일단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눈밭 위 발자국의 주인 뒤늦게 찾아온 동장군은 더 난폭하게 기승을 부렸다. 1월 말 한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 제보를 준 캣맘 이지성 씨(가명)를 신월동 현장에서 만났다. 동네 주민이었다가 재개발이 확정되어 얼마 전 이사를 간 지성 씨는 밥을 주던 아이들이 눈에 밟혀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고 있다. 흠 없이 하얗게 덮인 마을이었지만, 집 가까이 다가가자 작고 앙증맞은 발자국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작은 발자국의 주인들을 찾아 다녔다. 지성 씨는 밥을 주는 포인트에 도착하자 아롱아, 라 외치며 발을 쿵쿵 두드렸다. 아롱이는 그가 이 일대의 길고양이들을 부르는 품 넓은 이름이다. 기척을 느낀 고양이들은 하나둘 얼굴을 내밀거나 야옹 소리로 화답했다. 어느 쪽이든 대번에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은 없었다. 배가 고프고 목도 마를 텐데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이 더 큰 듯 했다. 길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시간이 흐르고 지성 씨의 부름이 이어지자 신월동의 아롱이들은 주춤주춤 먹이 근처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몇 군데의 포인트를 돌았다. 어떻게든, 얘네만큼은 그러다 만난, 지성 씨가 ‘얘네만큼은’이라 힘주어 말한 턱시도 아롱이 다섯 형제. 추위 탓에 코가 벌겋고 짜게 먹어서인지 몸이 다소 부어 있었다. 사실 본지에는 별도의 구조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다만 홍보 채널과 복지 단체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 황급히 채비를 하고 나오게 된 것이다. 일단 상황을 담을 사진과 영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씩 꽁무니를 내뺐다. 긴장과 경계를 풀지 않은 채 곧 무너질 2층 집 곳곳을 누비며 앵글과 포커스를 피해 다녔다. ? ? 골목 맞은편에서 고함이 들렸다. 짧고 저급한 말들이 이어졌다. 철거 업체 측 용역 직원들이었다. 카메라와 캠코더에 민감한 반응이었다. 거침없이 달려오는 그들을 지성 씨의 팔이 막아섰다. 지성 씨는 사정을 말했다. 고양이 구조를 위해 나온 분들이라고. 당신들도 추위에 떠는 고양이들 불쌍한 마음 없냐고. 이 지역 주민이었고 오랫동안 캣맘으로 활동해 온 지성 씨는 이미 업체 직원들과 안면이 있는 상태였다. 직원들은 재개발-철거 과정을 취재하러 온 사람들로 오인했다며 외려 멋쩍어했다. 고양이들이 다른 곳으로 어서 자리를 옮기길 바란다는 말까지 전했다. 길고양이를 구조할 때 캣맘들의 협조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황망한 구조의 기록 현장 상황을 파악한 후 사무실로 들어와 일정을 점검했다. 아무래도 구조는 필수인 듯 했다. 여력을 모아 턱시도 형제들만큼은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반려인을 찾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두니, 협조가 필요한 구조 과정은 세 부분이었다. 포획, 검진, 그리고 임시보호. 손을 내미니 다행히 잡아주는 곳이 있었다. 일단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맺어온 애니동물병원이 기본 검진과 아이들 일부의 임시보호를 맡기로 했다. 매거진 취재로 연을 맺은 팅커벨프로젝트 측은 포획을 위한 통덫을 지원해 줬다. 인터넷에 올라온, 고양이를 쉽게 포획할 수 있는 팁들까지 숙지한 후 다시 지성 씨와 현장으로 향했다. 지성 씨는 도움이 될까 토끼장 하나를 들고 왔다. 턱시도 형제들은 여전히 그 곳에 있었다. 일단 토끼장부터 쓰기로 했다. 폐가 앞에 토끼장을 열고 그 안에 캔을 까 두었다. 고양이가 들어오면 지성 씨가 재빨리 문을 닫는 계획이었다. 취재진은 외부인을 경계하는 고양이들의 시야에서 잠시 벗어나 있기로 했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니 고양이들은 철장 쪽으로는 쉬이 다가왔지만 철장에 들어가지 않고 그 사이로 손을 넣어 캔을 찍어 먹어댔다. 저 나름의 지혜인지 구조 기술의 미흡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혼란한 사이 식탐 많은 고양이 한 마리가 철장 안으로 몸을 넣었지만 지성 씨가 한 발자국 움직이자 토끼장에서 멀찌감치 달아나 버렸다. 다음은 통덫이었다. 통덫을 설치한 후 안쪽 깊숙이 캔 하나를 밀어 넣고 차로 돌아와 창문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꽤 시간이 흐르고 고양이 한 마리가 우물쭈물 통덫 내로 들어가더니 탁,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다. 차에서 내려 골목으로 들어가자 형제가 잡힌 걸 알았는지 긴장하는 고양이들이 주위를 서성거렸다. 통덫 안에는 호박색 눈이 영롱한, 토실토실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구조 도중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아 사람과 사는 데 지장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머지않아 이 생각은 오산으로 밝혀진다. CREDIT글 김기웅, 김나연사진 엄기태구조협조 애니동물병원, 팅커벨프로젝트? 아롱이 구조기② 구조에서 방사까지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02-13 10:50:35 아롱이 구조기 ② 구조에서 방사까지 On-Site아롱이 구조기 ②: 구조에서 방사까지 ? ? 기운을 잃어가는 아롱이 고양이는 애니동물병원 목동점으로 이송됐다. 김명섭 원장님은 통덫에 손을 집어넣어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목덜미에 애드보킷을 발랐다. 그 속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고양이 옆으로 동물병원의 고양이 케이가 다가왔다. 원장님이 냄새를 킁킁 맡는 케이에게 “저리 가”라고 말하는 순간, 통덫 속의 고양이가 삽시간에 뛰어나왔다. 그리고 병원은 아수라장이 됐다. 고양이는 진료대 위의 소독 솜을 다 엎지르고 진료실을 가로질러 유리문에 몸을 날렸다. 문 닫아요! 원장님이 소리를 질렀다. 문을 닫으면서도 천장으로 점프를 하는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병원을 한 차례 들었다 놓은 고양이를 간신히 붙잡아 동물병원 내 케이지 안에 집어넣었다. 갸아아앙! 고양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철수한 취재진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고양이가 사료나 물을 제대로 먹지 않고 구석에서 힘없이 누워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경계가 풀릴 시간이 지났을 법한데 고양이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주거지에서 구조됐지만 야생 고양이에 가까운 성격이었고, 아주 어린 고양이가 아닌 이상 이런 경우 아무리 살가운 임시보호자나 반려인을 만나도 교화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든 사람에게 익숙해지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직 구조하지 않은 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겹쳐지고 깊어졌다. 그러다 재개발 지역의 고양이 구조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동물보호단체 카라 측을 취재할 기회가 생겼고, 오래된 노하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 아롱이를 돌려보내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고양이를 다시, 제자리에 방사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날이 추워도, 집이 무너질 예정이어도 이미 성묘가 된 야생의 고양이를 인간의 품에 맡기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였다. 철거가 시작되어 진동과 소음이 심해지면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알아서 다른 거처를 찾아 이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처에 그들이 정처로 삼을 만한 적당한 곳이 있어야 하며, 미리 그 곳을 영역화한 고양이들과 다툼을 벌여야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철거 지역에 높은 펜스가 드리울 테니 업체 측이 펜스 아래 ‘고양이 대피 구멍’을 뚫어주는 업계의 선례를 잊지 않고 따라주기도 바라야 한다. 확신 없는 바람의 연속이다. 그래도 이게 고양이들과, 고통을 감내하며 그들을 품어야할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판단이라는 것이 카라 측의 조언이었다. 고민 끝에 그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턱시도 아롱이는 구조되고 일주일이 지나 다시 형제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동시에 여전히 춥고 배고픈 현실로 말이다. 형제들은 신월동 2층 폐가에서 잠시 여행을 다녀온 아롱이를 맞아주었다. 머지않아 고양이들의 하늘이 무너진다.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들의 하늘이 무너지는 건 분명 자연의 법칙은 아닐 것이다. ‘알아서’ 제 하늘에 구멍을 내어 살아가기를, 진짜 하늘에 빌어야 하는 역설. 헛심으로 끝나고 만 이 구조기의 쓸쓸한 결말이다. CREDIT글 김기웅, 김나연사진 엄기태구조협조 애니동물병원, 팅커벨프로젝트? 아롱이 구조기① 신월동 재개발 지역에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02-13 10:33:56 남겨진 사람들 | 철쭉과 함께 잠든 코… PETLOSS : 남겨진 사람들철쭉과 함께 잠든 코코 삶과 죽음의 개수는 같습니다. 생명의 불꽃은 반드시 꺼집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계시다면 여러분도 언젠가 맞게 될 시간입니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아프고 슬프기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회자되지 않고 있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에서는 이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보려 합니다. 이미 떠나보낸 이들에겐 위로와 격려가, 그 시간을 앞둔 이들에겐 마음다짐의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저는 세 마리 냥이의 집사였습니다. 코코는 생후 8개월 차에 떠났습니다. 입이 짧고 엄청 얌전한 아이였어요. 모두 예쁘고 소중하지만 그중에 제일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애교가 제일 많았거든요. 퇴근 후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면 어느새 문 앞에 와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고, 만져주면 바로 골골송을 부르고, 잘 때면 언제나 슬쩍 어깨 옆으로 와 같이 잠을 청했는데… 2016년 12월 10일- 식욕 부진 및 조금 묽은 변. 평소 입도 짧고 잘 안 먹는 아이라 바로 병원 내방. 일 때문에 토요일에 움직이기 쉽지 않지만 왠지 오늘 안 가면 안 될 것 같다. - 증상을 이야기하니 고양이가 아프면 이것만으론 어떤 질병이라 확답하기는 힘들단다. 현재 코코는 3차 접종까지 다 끝낸 상태로 내 맘 편하고자 범백, 에이즈 등 검사 실시. 다 음성 반응이 나와 안도했다. 2016년 12월 24일 -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불빛 축제에 갔다 왔더니 코코의 눈이 이상하다. 순막이 사라지지 않는다. 다행히 집 10분 거리에 24시 응급병원이 있어 피검사를 받았는데 큰 문제없다. 증상은 건식 복막염 같으니 시간이 좀 지나 재검사를 하거나,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한다. 2016년 12월 28일- 코코가 바닥에서 침대까지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수의사 선생님께 동영상, 사진을 보내고 문의를 하자 데리고 와보라신다. 설마 진짜 복막염인 건가. 그럴 리가… - 재차 피검사를 했다. 건식 복막염 확률이 85프로 이상이라고 했다. 펑펑 울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코코가 이렇게 아픈 거지… 2016년 12월 30일 - 코코의 몸무게가 2.8kg에서 2.1kg까지 빠졌다. 왠지 앞을 못 보는 거 같아 선생님께 묻자 시력을 90% 잃었다고 한다. 뒷다리는 이제 전혀 못 쓴다. 눕거나 앉을 수 있는 코코를 보게 되다니… 선생님께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 집에 오는 길에 코코가 좋아하는 챠오 탈탈 털어 15만원치 샀다. 이걸 다 먹을 때까지만 코코가 버텨 주었으면 좋겠다. 2017년 1월 1일- 종소리 들으면서 기도했다. 코코랑 1월만 같이 보내게 해 달라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해달라고… 하지만 기도는 무의미했다. 아침부터 코코는 가슴 부분까지 마비가 왔고 온몸이 굳었다가 풀리는 증상이 하루에 2번 정도 일어났다. 서거나 앉지 못해 그 자리에 배변 실수를 했다. 이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 아프다고 울지도 못한다. 2017년 1월 5일 - 밤 11시, 갑자기 코코가 발작을 했다. 4분 정도 온몸을 떨며 침을 많이 흘렸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고 코코야, 코코야 불러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했다.2017년 1월 6일 - 오전 11시 쯤 또 경련을 했고, 그 후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경련으로 흐른 침이 얼굴을 다 적셨고 몸은 미세하게 떨렸다. 오후 3시쯤엔 아무 소리도 못 내던 코코가 계속 이상한 소리를 냈다. 병원에 전화해서 선생님께 오늘 코코를 보내줘야 할 거 같다고 했다. - 코코에겐 “조금만 참자”라고 이야기했는데 4시 30분부터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며 입을 벌리며 숨을 색색거렸다. 50분쯤엔 눈과 입을 벌리고 숨을 더 이상 쉬지 않았다. 울면서 인공호흡과 심장마사지를 했다. 다시 잠깐 숨을 쉬었지만 결국 눈을 감았다. - 코코는 집 1층에 있는 화단에 묻어 주었다. 미리 맞춰둔 수의를 입히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는 철쭉도 같이 묻었다. 사랑하는 코코야. 코코보다는 ‘블랙’, ‘야!’ 이렇게 더 자주 불렀는데 예쁜 이름 많이 못 불러 줘서 미안해. 이제 나한테 머리를 들이밀면서 긁어달라고 하는 녀석도 없고, 내 옆에서 같이 잠드는 아이도 없어.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 미칠 거 같아서 불도 못 끄겠더라. 너 먹이려고 산 챠오도 저렇게 많이 남아있는데… 안락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조금만 일찍 널 보내줄 걸. 이 후회가 가장 크다. 마지막 날 고통스러웠던 네 모습을 잊을 수가 없거든. 내가 널 고통 속에 가둔 거 같아 정말 미안해. 거기서는 제발 아프지 말고 잘 먹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 요즘은 안 울어! 그래도 하루에 열 번은 더 네 생각하는 거 같아. 회사에 아직 네 패드랑 기저귀가 있고 집에 가면 빨래 건조대에 네가 입던 옷, 좋아하던 장난감이 남아 있어. 보고 싶어서 땅을 파서 너를 꺼내고 싶을 때도 많아. 코코야, 거기서는 네 발로 잘 뛰어다니고! 다른 고양이들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 기회가 된다면 꼭, 꼭 다시 만나고 싶다. * 광주 서구의 박현구 씨 사연입니다. *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한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edit@petzzi.com로 보내 주세요. ? CREDIT글 박현구그림 우서진편집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02-10 11:18:13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① 스핀들 마켓 HOLIDAY이태원 경리단길에서① 스핀들 마켓 올 겨울은 따뜻했는데, 모처럼 외출을 하려니 찬바람이 칼 같이 불었다. 그래도 옷깃을 여미고 목도리를 두르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다행스럽게도 미세먼지는 없고, 하늘은 깨끗한 쪽색으로 구름 한 점 없이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한 살 된 허스키 어린이 ‘봉남이’와 이태원 데이트에 나서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으로 넘어가는 방향, 경리단길의 높은 언덕에서는 이태원의 주거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주거지 너머로 굽이굽이 펼쳐진 서울의 남산은 푸르다. 그 위로 남산타워가 멀뚱히 솟아난 모양새로 있다. 봉남이와 함께 스핀들마켓에 앉아 보고 있자니, 빽빽한 빌딩 대신 뻥 뚫린 하늘 아래 전경이 몹시 새삼스럽다. 스핀들마켓은 루프톱(Rooftop)이 있는 푸드코트다. 핫플레이스라고 소문난 음식집들이 스핀들마켓에 입점해 있어서 니키타 버거나 소이연남등의 맛집을 한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다. 빈티지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콜라 한 캔을 사서 자리를 잡아도 눈치 볼 일 없이 테이블에 몸을 뉘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반려견을 데리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 ‘SPINDLE MARKET LOVES ANIMAL’이라 적힌 종이가 기둥마다 붙여져 있었는데, 그 종이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가게 점원들이 봉남이를 보고 화색을 띄었다. “쓰다듬어도 되나요?” 생글생글 웃는 카페 알바생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테이블 위로 쏟아진 봉남이의 은빛 털이 새삼 민망해 서둘러 훌훌 털어냈다. 곧 스핀들마켓에 반려견을 위한 가게가 들어선단다. 나중을 기약하며 봉남이의 목줄을 잡아끌었다. 스핀들마켓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66 경리단길을 더 걷고 싶다면 ② 남산 야외식물원③ 부티크 카페 CREDIT글 김나연사진 엄기태모델견 봉남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02-09 11:19:02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② 남산 야외식물원 HOLIDAY이태원 경리단길에서② 남산 야외식물원 스핀들마켓에서 도보 10분 거리. 남산야외식물원은 다양한 길을 가지고 있다. 길 자체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길을 둘러싼 나무들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 봉남이는 돌담길에 엉겨 자라난 덩굴에 코를 박고 킁킁댔다. 봉남이가 냄새를 맡고 있는 동안에도 겨울바람은 계속 불어왔고, 바람이 불 때마다 봉남이의 털이 잔잔하게 섞여 날아갔다. 허스키의 털은 빗질을 하면 뚝뚝 끊겨서 이렇게 바람으로 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죽은 털을 솎아내게 되어 시원한 건지, 추운 땅에서 건너온 견종이라 그냥 찬바람이 좋은 건지, 그냥 겨울의 숲이 마음에 드는 건지- 봉남이의 꼬리는 쉴 틈이 없었다. 식물원에는 산책을 나온 강아지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봉남이는 저보다 작은 몸집의 강아지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지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이고 풀, 나무 데크, 자갈, 키 작은 나무들의 향을 쫓았다. 어느 이름 모를 풀이 마음에 들었는지 뚝뚝 뽑아내 잘근잘근 먹기도 했다. 봉남이가 선택하는 대로 따라가는 갈래길 너머 서울의 풍경이 보였다. 봉남이는 발로 걷어찬 솔방울을 쫓으며 풀쩍풀쩍 뛰었다. 그런 봉남이가 너무 행복해 보여 마치 식물원이 봉남이를 위해 준비된 마법의 숲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산 야외식물원서울 용산구 소월로 323Tel. 02-798-3771? 경리단길을 더 걷고 싶다면① 스핀들 마켓?③ 부티크 카페 CREDIT글 김나연사진 엄기태?모델견 봉남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2-09 11:11:48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③ 부티크 카페 HOLIDAY이태원 경리단길에서③ 부티크 카페 다시 경리단길로 돌아왔다. 언 몸을 녹이러 어디를 갈까 하다가 ‘반려동물 입장가능’이라 쓰인 반가운 입간판을 발견했다. 묵직한 가게 문을 잡아끌자 강아지를 위한 안전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반려견이 튀어나갈 것을 염려한 세심한 배려와 가게 안의 온기에 몸과 마음이 스르륵 풀렸다. 목줄을 놓자 봉남이가 카운터 옆으로 달려가 비치된 물그릇에 코를 박았다. 봉남이는 신속하게 물을 다 마시고 부티크의 직원을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나에게 물을 주다니, 상냥해!’ 같은 얼굴. 부티크의 운영자인 승원 씨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독창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티크의 소품과 분위기는 꽤 인상 깊다. 잔잔하게 쏟아져 내리는 햇살, 검은 인테리어에 푸르게 자라난 식물, 맥주병에 꽂혀있는 양초, 벽에 전시되어 있는 강아지들 사진. 그 풍경 위로 프랑스 가정식과 커피, 맥주, 칵테일, 강아지를 위한 메뉴가 준비된다.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반려인의 맞은편에 반려견을 위한 접시를 놓는 건 카페 부티크에서 익숙한 장면이다. 봉남이는 여기저기 얼쩡거리다가 이내 얌전히 옆으로 돌아와 테이블에 턱을 괸다. 다정함과 평화로움이 봉남이의 은색 털과 함께 조곤조곤 빛났다. 부티크카페서울 용산구 회나무로26길 24Tel. 02-790-4313 경리단길을 더 걷고 싶다면① 스핀들 마켓??② 남산 야외식물원 CREDIT글 김나연사진 엄기태?모델견 봉남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02-09 11:03:58 오늘과 내일을 선물한 도래 이야기 TRAVEL여행하며 만나다 : 오늘과 내일을 선물한도래 이야기 도래를 만나기 전 세상은 암흑이었다. 과거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점점 늪으로 빠져들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이제 그만 아프라고, 행복해지라고 천사가 내려왔다. 도래는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고 살아갈 희망을 주었다. 2017년 정유년을 행복으로 물들일 해피 바이러스 도래를 만나러 제천으로 향했다. 이제는 행복해질 시간 저수지를 따라 솔숲과 잔디가 어우러져 있어 반려견과 산책하기 최고인 제천 의림지. 저 멀리 신나게 달려오는 도래와 리드줄에 끌려 날다시피 오는 수민 씨가 보였다. 뭐 그리 끌려 다니냐는 내 핀잔에 조용히 줄을 건넨다. 잡는 순간 도래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몸이 ‘C’자로 휘어지면서 관성의 법칙을 거스르는 경험을 했다. 수민 씨는 대형견 클래스에 놀란 나를 보고 깔깔댔다. 24살 청춘 특유의 생기 넘치는 웃음이다. 지금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수민 씨는 2년 전까지 웃지 못했다. 여러 번 자살 기도를 할 만큼 우울증이 심각했다. 손목 위 상처가 아물기도 전 또 다시 생채기를 냈다. 거듭된 봉합으로 흉터가 뒤틀리고 더 이상 당겨서 꿰맬 살도 없었다. 반려동물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말을 듣고 동생이 도래를 데리고 왔다. 생후 8주 젖 냄새 폴폴 나는 꼬물이였다. “처음 보자마자 저한테 착 안기는 거예요. 앞발로 제 팔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어요. 그 동안 돌봐준 동생 친구는 아예 돌아보지도 않더라고요. 사는 방법을 안 걸까요?(웃음) 오래 살라는 뜻으로 도래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하얗고 푹신하니 애기 북극곰 같았는데 정말 이만큼 커질 줄 상상도 못했어요.” 빛으로 이끌어준 무한한 애정 도래는 생후 4주 만에 어미 개와 떨어진 탓에 애정결핍과 분리불안이 심했다. 혼자 있으면 가족의 체취가 남아있는 신발을 물어뜯었다. 특히 애착이 강한 수민 씨의 신발은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대형견일수록 서열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고 믿는 가족들이 혼낼 때마다 도래의 편에서 히어로가 되어 주었다. 도래 역시 그런 수민 씨를 가장 따랐다. 수민 씨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도래는 엄마 찾는 새끼 늑대처럼 하울링을 했다. 자신만 졸졸 따라다니는 사고뭉치를 돌보다 보니 심경과 태도에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이따금씩 불쑥불쑥 솟구쳐 쓰나미처럼 덮쳐오는 우울감은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도래의 울부짖음이 또렷하게 들렸다. “엄마가 자꾸 이러면 도래 데리고 온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어요. 내가 한 선택인데 사람들이 도래 탓을 해버릴까 봐, 천덕꾸러기가 되버릴까봐 무서웠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으려고 양 손목 흉터 위에 타투를 새겼어요. 가린다고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될 순 없겠지만 옅어는 지겠죠? 그렇게 마음먹자 오늘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내 우주는 도래를 중심으로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자신을 억지로 끌어내 도래와 산책을 다니고 애견 카페도 갔다. 만만치 않은 사료 값과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자신만의 공간을 얻어 독립도 했다. 물론 도래도 함께.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끈질기게 괴롭히던 과거에서 드디어 벗어난 것이다. 지금은 대형견을 위한 옷 쇼핑몰을 오픈하고 싶다는 꿈까지 생겼다는 수민 씨. “도래에게 맞는 옷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소형견 옷만큼 예쁘지도 않고.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강아지 옷 만드는 기술을 배워서 직접 만들고 싶어요. 도래를 모델로 해서 촬영 다니면서 추억도 많이 만들 거예요. 돈도 많이 벌어서 부족함 없이 다 해주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 일도 즐겁고 살아갈 힘이 나요.” 도래가 없었다면 지금의 조수민은 없었을 거라 말하며 도래를 쳐다보는 눈에는 꿀이 떨어졌다. 말 그대로 진득하고 달콤한 사랑이 뚝 뚝. CREDIT글·사진 박애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02-07 10:14:00 아롱이 구조기 ① 신월동 재개발 지역에… 아롱이 구조기 ② 구조에서 방사까지 남겨진 사람들 | 철쭉과 함께 잠든 코…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① 스핀들 마켓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② 남산 야외식물원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③ 부티크 카페 오늘과 내일을 선물한 도래 이야기 351 352 353 354 355 356 357 358 359 36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