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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1-09 1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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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1-04 10: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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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1-02 09: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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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29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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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28 08: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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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26 08: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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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너희는 나의 별들이란다
-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살고 있어요. 보드라운 베이지색 털과 커다랗고 예쁜 갈색 눈동자를 가진 믹스견 도담이, 그리고 초콜릿색의 뽀글뽀글한 털에 밝은 호박색 눈동자를 가진 푸들 초비랍니다. 우주 최강 겁쟁이와 용감한 수호견 음, 도담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얌전한 천사 애교쟁이랄까요? 하지만 누가 초비를 괴롭히면 무섭게 돌변해 초비 앞에 딱 버티고 서서 보호해 준답니다. 그때 도담이는 그 어떤 강아지보다도 사나워져요. 반면 초비는 정말 우주최강 겁쟁이예요. 처음 집에 왔을 때는 멀리서 택배 상자 뜯는 소리도 무섭다며 자지러지더라고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비닐봉지도, 심지어 간식 통도 무섭다며 몸을 웅크리고는 화장실 변기 뒤에 쏙 숨어 버린다니까요. 그래도 둘이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도담이는 초비를 제 새끼처럼, 초비는 도담이를 엄마처럼 여기고 있거든요. 다둥이네는 ‘아이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게 가장 큰 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웃음) 도담, 서로에게 행운인 사이 도담이는 유기견이었어요. 주인에게 버려져 보호 사이트에 올라와 있었죠. 이젠 별이 된 제 첫 번째 강아지 ‘얼짱이’와 쏙 빼닮은 모습에 저는 그만 두 눈을 빼앗기고 말았고, 꼭 데려와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어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밤 도담이는 그렇게 제 가족이 되었답니다. 도담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고 여렸어요. 더구나 만삭이었고요. 소중히 안아서 조심조심 집에 왔는데, 너무 순하고 착했죠. ‘이 아이가 조금만 늦었어도 뱃속 아기들이랑 안락사를 당할 뻔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만삭의 몸이지만 몸무게는 불과 4킬로그램. 뼈만 앙상한 작은 아이가 부디 우리 집에서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담’1)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담이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을 준 거 있죠? 정말 운명이라는 게 실제로 있는 건지, 10월 4일, 그러니까 제 스물여섯 생일날에 딱 맞춰 새끼들이 태어난 거예요. 원래 출산 예정일은 10월 중순이었는데요. 아가들이 하나같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또 귀하던지, 천사들이 따로 없었다니까요. 도담이는 그동안 제가 알지 못했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줬어요. 우리가 가족이 된 건 제게도 무척 큰 행운이었지요. 초비, 깨발랄 수줍음쟁이 초비의 눈망울에 반했어요. 반짝이는 호박색 두 눈동자. 곰팡이성 피부병으로 얼굴의 털은 죄 빠져 있었고, 몸에서는 각질이 우수수 떨어졌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가족이 되는 데에는요. 손바닥만 한 공간 구석에, 머리를 박고 웅크려 있던 아이. 도담이도 작았는데, 초비는 도담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았어요. 고작 400그램밖에 나가지 않던 새끼 강아지였거든요. 이렇게 어린 강아지는 처음이라 너무 겁이 났었는데, 병원에서 예방주사도 맞고 약도 챙겨 먹이니까 금세 얼굴에 뽀송뽀송하게 새 털이 올라오더라고요. 예쁜 초콜릿색 털을 가진 이 아이는 ‘초비’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어린 초비는 장난감도 갖고 놀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온종일 시간을 보냈어요. 얼짱이도, 도담이도 얌전한 아이였는데, 에너지 넘치는 새끼 강아지가 오니 집안이 금세 시끌벅적해지더라고요. 아, 이게 개 키우는 거구나 싶었지요. “초비야~” 하고 부르면 초비는 제게 쪼르르 달려와 폭 안겨요. 제가 누워 있으면 목에 기대 눕고, 앉아 있으면 등에 몸을 딱 붙이죠. 그 작은 온기가 참 기분이 좋아요. 산책을 나가면 항상 제 옆이나 뒤로 붙어 다니고요. 얼마나 제 껌딱지인지 애정이 많이 가요.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많이 하고 에너지도 넘쳐서 맞춰주기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집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비타민이랍니다. 가장 빛나는 별들 아침에 눈을 뜨면, 도담이와 초비는 항상 제 곁에 누워 있어요. 이름을 부르면, 손을 내밀면 깡총거리며 뛰어오죠. 함께 덮고 잔 이불에서 풍기는 꼬순내, 촉촉한 코, 마주 짓는 행복한 미소. 너무나도 당연한 이 모든 것들에는 끝이 있다는 걸 이젠 알고 있어요. 첫째 얼짱이를 떠나보내며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주어져 있는 한, 저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보게 해 주고 싶어요. 그래서 휴일이면 늘 여기저기 함께 여행을 다니곤 하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강아지 운동장이나 애견 캠핑장에 가서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여름엔 계곡에 가서 함께 물놀이도 하고, 겨울에는 함께 바다를 보며 새로운 다짐도 하고요. 집에 있을 때면 누워서 휴식을 즐기는 도담이와 장난감 물고 놀기 좋아하는 초비. 산책할 땐 냄새 맡고 뛰는 걸 너무 좋아하는 도담이와 엄마 옆에서 총총 걷는 초비. 부디 아이들의 짧은 시간이 매 순간 행복으로만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올 한 해에도 도담이와 초비의 모든 날이 늘 빛나기를.글·사진 최서연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1-09 1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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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DEAR, MY DIARY
- 안녕, 일기장아. 내 소개를 할게. 내 이름은 김꿀빵! 이름은 꿀빵, 성은 김씨야.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처음에 내 이름이 ‘귀여워’인 줄 알았어. 진짜라니까? 나만 보면 다들 “귀여워~ 귀여워~” 하길래 정말 난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라고. 뒷모습이 마치 통영의 명물 ‘꿀빵’같이 오동통하고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꿀빵이라고 지었다나. 멋들어진 이름도 참 많았을 텐데 정말 이게 최선이었나 싶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뭐, 어느새 나도 모르게 “꿀빵~!” 소리에 꼬리를 흔들며 반응하고 있더라. 자존심은 쬐끔 상하지만 주변에서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해줘서 그러려니 하고 살아.나도 고구마 다이어트나 해볼까? 누나가 요즘 다이어트인가 뭔가 한다고 만날 고구마를 한가득 삶아놓고 먹고 있어. 참 노력이 가상하지. 그런데 있지, 문제는 고구마를 그 자리에서 왕 커다란 걸로 다섯 개나 먹어 치운다는 거야. 가끔은 더 먹을 때도 있고. 내가 보기엔 저 인간 이번 생은 글렀어. 쯧쯧. 누나야 정신차려! 난 뚱뚱해도 귀엽지만 누나는 아니야. 그러니까 그 고구마 당장 내 입에 버리라구! 말티즈 여친 구함 오늘도 어김없이 누나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어. 날씨가 좀 춥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움직여야한다구. 누나가 “이불 밖은 위험해!”라면서 꼼짝도 안 하려 하길래 겨우 어르고 달래서 운동 데리고 나온 거야. 하, 이 상쾌한 공기! 간만에 더듬이에 힘 좀 빡 주고 나왔는데, 왜 꼭 이런 날은 예쁜 말티즈 누 나들이 안 보이는거야? 하, 외롭다… 나랑 같이 자연산 우드스틱 씹을 암컷 어디 없나?나는 누나의 애착 강아지 다른 강아지 녀석들, 다들 애착 인형 하나씩 있지? 나도 하나 있어. 그런데 누나에겐 내가 애착 인형 같은 건가 봐. 아주 하루 종일 물고 빨고 그냥… 나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다. 거의 뭐 주인이 분리 불안이랄까? 밤엔 꼭 내 꼬순내를 맡아야 심신이 안정되면서 잠이 솔솔 온다나 뭐라나. 아휴 피곤해.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인간이야. 어이, 주인! 침대 따뜻하게 데워놨어. 얼른 누워 자!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우리 누나도 회사에 다녀. 다른 인간들이랑 비슷하지. 누나는 아침마다 내 견생이 부럽다고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면서 출근을 해. 그럴 땐 좀 섭섭하다? 나도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몸이라고! 꽉 찬 내 하루 일정표 들어볼래? 첫 번째, 나는 그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야 해. 이른 아침 출근하는 엄마를 배웅해 줘야 하거든. 솔직히 말하면 너무 이른 시간이라 가끔 못 일어날 때도 있긴 하지만. 댕댕이가 완벽하면 재미없잖아? 어느 한 군데는 허술해야 그게 또 매력이지. 다음은 아빠 차례야. 먼저 화장실에서 물 트는 소리가 들림과 동 시에 큰 방 침대 위로 재빨리 호다닥 올라가야 해. 잠시 뒤 아빠가 화장실에서 나오시면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세상 아련한 눈빛으로 아빠를 빤히 쳐다봐줘. 그래야 간식 몇 개 얻어 먹을 수 있거든. 일찍 일어난 개가 간식을 먹는다는 옛말도 있잖아. 마지막으로 가장 요란스러운 누나까지 달래서 출근시키면 나의 오전 업무는 비로소 끝이 나지. 이제야 한숨 돌리는가 싶지만 아니야.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이 쪼그만 몸으로 이 큰 집을 혼자 지켜내야 해. 아주 막중한 임무지. 가족들 퇴근 시간도 다 달라서 시간 맞춰 칼같이 현관문 앞에서 호들갑 떨며 반겨줄 준비도 해야 한다고. 하루 종일 귀여운 건 정말 고단하지만, 이 정도는 해줘야 내 간식의 질이 달라지걸랑. 앗, 쓰다 보니 누나 퇴근 시간이 다가왔네.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정말,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글·사진 김한지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1-08 09: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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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부끄는 부끄러워요
- 어떻게 부끄를 만나셨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해요. 음, 남편은 어릴 적에 허스키를 키웠대요. 하지만 끝까지 책임질 수 없어 다른 분께 보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었나 봐요. 그리고 저는 동네 캣맘이었고요. 둘 다 동물을 참 좋아하는데, 문득 생각해 보니 저희가 이미 중년이라 조금 더 미뤘다간 힘 좋은 허스키를 키우지 못할 것 같은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제게 물었어요. “우리, 강아지 키울까?” 그 말에 제가 내건 조건은 하나. “보호소에서 데리고 오면 좋겠다” 였지요.허스키 부끄는 부끄럼쟁이 이곳저곳에서 유기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러다 SNS에서 허스키 한 마리를 봤어요. 마른 체구의 허스키가 구조되어 드림독 쉼터로 가게 되었다고요. 바로 부끄였죠. 보통 보호소 강아지들은 사람을 참 잘 따라요. 그런데 부끄만큼은 예외였어요. 간식을 먹기는커녕 손짓만 해도 피하고 숨고. 그런데도 왜 부끄를 데려왔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아마 부끄의 순하고 맑은 눈빛에 끌린 것 같아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일주일 뒤, 저희 부부는 부끄를 집에 데리고 왔답니다. 부끄럼쟁이 허스키니까, 이제부터 네 이름은 부끄야!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줄래? 부끄가 마음의 문을 여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저랑 남편이 잠자리에 들어야만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참 미안하고 초조하더라고요. 입양 당시 부끄는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었고, 탈장에 곰팡이 피부염, 그리고 자궁축농증까지… 앞니도 다 갈려 있었고요. 사상충을 치료할 때는 몸 안의 벌레를 죽이는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쇼크사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하루 입원을 시켰는데, 글쎄 데리러 간 날 부끄의 태도가 완전히 바뀐 거예요. 그전까지는 사실 ‘뭐 엄마 아빤가 보다~’ 심드렁했던 부끄였는데, 그 날은 꼬릴 흔들고 얼굴에 온통 뽀뽀를 하고 정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요. 아마 부끄도 그때부터 저랑 남편을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때 알았어요. 재촉할 필요가 없다는 걸,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부끄를 기다려주면 된다는 걸요. 조금은 느리지만, 부끄 역시 부끄만의 속도로 우리 부부에게 마음 문을 열고 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자기 이름도 모르고 주눅 들어 있던 작고 마른 허스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끄야~”하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다가오고요. 그때의 감동이란, 이건 정말 유기견을 입양해 보지 않은 분이라면 공감하기 어려운 감정일지도 모르겠네요. (웃음)부끄의 트라우마 부끄가 번식견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어요. 그래서일까, 부끄에게는 몇 가지 큰 트라우마가 있어요. 무엇인가 타는 냄새, 그리고 검은색 모자를 쓴 중년 남자를 극도로 무서워해요. 심지어는 장작불에 고기가 타는 냄새에도 공포심을 느끼죠. 사실 이건 번식장에서 구조된 많은 개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트라우마라고 해요. 아마도 검은색 모자를 쓴 남자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몹쓸 짓을 한 것은 아닌가… 그렇게 저와 남편은 추측하고 있어요. 저희는 산책할 때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무조건 멀리 돌아서 가요. 부끄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힘들어하거든요. 다른 건 정말 많이 좋아졌는데 이것만은 잘 극복이 안 되네요. 보통의 개들이라면 고기 굽는 냄새를 무지 좋아할 텐데, 마음이 참 아프고 슬퍼요.엄마 아빠 좋아, 산책 좋아! 다른 강아지들은 좋아하는 게 참 많죠? 특별히 좋아하는 간식도 있고, 장난감도 있고, 다른 강아지 친구들도 있고요. 하지만 부끄에게는 엄마, 아빠, 산책뿐이에요. 아마 새끼 시절 사회화가 잘 안되어서 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역시나 좀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부끄는 참 밝고 순한 아이예요. 특히 산책을 참 좋아해요. 마치 그동안 돌아다니지 못했던 게 아쉽기라도 한 것처럼요. 처음에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저 무섭고 낯설어 피하기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 산책의 맛을 알았는지 “산책 가자!”는 소리만 들리면 신나 해요. 사람 손을 탄 적이 없어 처음에는 한 발 내딛는 것도 어려워했지만 금세 적응하더라고요. 이제는 산책을 빼고선 부끄를 논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언제나 부끄의 편이 될 거야 강아지의 시간은 참 짧고도 빨라요. 가끔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사랑해 줄 수 있는 만큼 부끄를 더 사랑해 주려고요. 2년 동안 번식장에서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 그동안 못 누렸던 것들도 다 누리게 해주고 싶어요. 끝까지 변하지 않는 부끄의 편이 되어주고 싶어요. 쉼터 소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부끄를 비롯한 번식장 아이들이 구조가 되지 않았다면, 식용견으로 팔려나갈 뻔했다고요. 식용견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너무나 맑은 눈을 가진 그 아이는 지금 제 곁에서 이렇게 예쁘게 지내고 있네요. “무조건 유기견을 키우세요” “유기견을 입양하세요”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한 번쯤은 부디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부끄처럼 다 큰 개들도 충분히 새로운 가족 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요. 여전히 많은 아이가 버려지고 있어요. 강아지들도 생명이랍니다. 다 느끼고, 행복해하고, 슬퍼해요. 부디 이 땅의 모든 보호자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반려견과 함께하시길 바랄게요. 아, 그리고, 만약 이 글을 읽는 누 군가가 새로운 가족을 고민하신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긁지 않은 복권들이 많아요. 부끄처럼요!” (웃음)글·사진 신호정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1-04 10: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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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육아, 혼자가 아니기에
- 속싸개 속 동생의 냄새를 적극적으로 맡던 구찌. 3주간 엄마 없이 지내서일까? 구찌와 쿤이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둘 다 눈곱이 잔뜩 끼고 털은 덥수룩해졌다. 어딘가 모르게 굉장히 꼬질꼬질한 것이 엄마 없이 지낸 게 어찌나 티가 나던지, 꼭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다.역시 엄마가 있어야 한다니깐 그 모습을 보니 미안하면서도 ‘역시 엄마가 집에 있어야지?’라는 생각에 계속 웃음이 나왔다. 분명히 예쁘게 미용하고 목욕까지 싹 시키고 떠났는데, 밥은 그새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살이 포동포동 오르고 털은 한껏 자라 여기저기 엉켜 있었다. “우리 아가들 잘 있었어? 근데 여보! 구찌랑 쿤이가 왜 이렇게 커진 것 같지?” 요녀석들, 아빠가 밥도 간식도 많이 주니 엄마 생각은 하나도 안 났나 보다. 분리 불안은 나만 있었던 거야? 육아 시작! 우연인가? 책으로는 많이 읽었지만 실전은 다르겠지? 나 혼자 육아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밤을 홀딱 새 버렸다. 아기가 뒤척이기만 해도 바로 눈이 떠졌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시작된 새벽 수유. 구찌랑 쿤이가 외롭지 않게 내 옆에 있어 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거 참,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구찌가 워낙 듬직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듬직해도 너무 듬직하다. 이틀 뒤, 육아가 서툰 초보 엄마는 결국 아기를 울리고 말았다. ‘배가 고파요, 응애응애!’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구찌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급하게 방에 들어온 구찌는 내 침대와 아기 침대 사이 비좁은 공간에 얼굴을 들이밀더니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아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엄마, 엄마가 아기 울렸어요?’라는 듯 말이다. 구찌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며 “응? 구찌야, 엄마가 울린 거 아니야!” 하고 말하니 구찌는 아기를 한 번 더 쓱 살피고 나서 다시 거실로 나갔다. 뭐지? 우연인가? 구찌 언니의 육아일기 으아앙! 아기가 또 울기 시작했다. 응애응애 소리가 나면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구찌는 한달음에 달려온다.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는데, 그 후로도 계속 구찌는 아기가 울면 자다가도 뛰어와 침대 사이에 머리를 넣고 꼭 아기를 확인하고 나갔다. 귀여우면서도 신기하고 대견했다. 하루는 친정엄마가 3일간 휴가를 내고 아기를 돌봐주러 오셨던 적이 있다. 엄마와 거실에서 자려고 이불을 펴고 아기 침대를 거실로 꺼내왔는데, 구찌가 다가와 이불과 침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더니 벌러덩 누워 버렸다. 그리고 불편하지도 않은지 그 대로 잠이 들었다. 구찌의 일상도 아기가 태어나고 조금은 바뀐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 배고파 우는 아이를 살피는 게, 분유를 기다리며 울고 있는 아기를 달래주듯 발을 핥아주는 게 일상이 되었다. 제 시선이 닿는 공간에 아기를 뉘면 어김없이 따라와 냄새를 맡고 옆에 눕는다. 목욕 시간에는 깨끗이 씻기고 있는지 욕조에 턱을 괴고 감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구찌에게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찌어머니’! 구찌와 시어머니의 합성어다.기다림 끝에 얻은 보석 우리 부부는 어렵게 아이를 가졌다. 이전에 받은 수술로 자연임신이 어려워 여러 번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고, 3년 만에 드디어 아기가 찾아왔다. 내 상황을 모르는 주변 어른들은 내가 동물들을 너무 예뻐해서 아기를 주지 않는 것이라 했다. 아기에게 줄 사랑을 전부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주고 있으니 아기가 들어올 틈이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시험관 시술은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가장 힘든 시술이다. 기다림의 연속이고 그 기다림이 실패로 끝나버릴 때 찾아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우울증 또는 공황장애로 시술이 중단되기도 한다. “포기하면 성공한다더라”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된다더라”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하지만 내 옆에는 늘 구찌와 쿤이, 그리고 지금은 고양이 별로 소풍 간 랭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늘 한결같이 나만 바라봐 주고, 나는 그 아이들을 챙겨주어야만 한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하루가 짧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나는 다음 시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6번 만에 시술은 성공했고 출산 까지 했다.나의 버팀목 임신 후에는 애 하나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개, 고양이를 같이 키울 거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육아? 힘들다. 너무너무 힘들다.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화장실도 마음 놓고 갈 수 없다. 샤워 한 번 하려면 아기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독박 육아에 코로나19로 가벼운 산책조차 어려워진 이 상황은 더욱더 나를 힘들고 답답하게만 한다. 하지만 나와 아기 곁에는 언제나 구찌와 쿤이가 있다. 구찌와 쿤이를 보며 로늬는 오늘도 까르르 웃는다. 구찌와 쿤이는 앞으로도 로늬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친구이자 부모가 되어 주겠지. 맘속으로 작은 미소를 지으며, 오늘도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글·사진 전소영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1-02 09: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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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내 시간은 전부 너였단다
- 올해로 10살이 된 호두는 사실 길에서 구조된 일명 ‘스트릿(street)’ 출신의 고양이입니다. 다들 지금의 호두를 보면 묘생 역전을 했구나 하시는데요. 사실 반대예요. 인생 역전을 한 건 바로 저와 남편이랍니다.두 B형의 만남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진짜 어른이 된다고들 하던데, 저희는 호두를 반려하면서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당시 학생이던 우리 부부는 연애하는 내내 참 열심히 싸우고 심지어는 몇 번 헤어진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호두를 만나고부터 참을성과 책임감을 배울 수 있었죠. 저와 남편은 동물을 반려해본 경험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했던 남편의 호기심 덕분에 우리의 묘연은 시작되었거든요. 돈이 없던 학생 시절 우리 부부는 뭐든 열정으로 대체해야 했습니다. 박스를 주워다 하나하나 잘라 스크래쳐를 만드는가 하면, 전공 서적을 쌓아 캣타워를 만들어 준 적도 있었네요.(웃음)그리고 더 까칠한 고양이 너무 서툴고 무지했던 탓이었을까? 그 자그마했던 새끼 고양이는 저희가 쌓아 올린 전공서적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게 됩니다. 당시 호두는 마취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아이였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네요. 어쩔 수 없이 호두는 그대로 치료를 받아야 했고,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 남자분이셨다는 이유로 남자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지게 되었습니다. 저와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길은 모두 거부하는 상태. 우리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했죠. 하지만 호두의 경계심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대신 우리가 더 큰 사랑과 관심을 호두에게 쏟기로 했답니다. 맘이 열리네요 우리가 들어가죠 길에서 태어나 엄마를 잃고 비닐봉지 옆에서 발견된 호두는 지금도 비닐봉투만 보면 그렇게 열심히 핥아요. 비닐봉지가 호두의 어릴 적 추억인 걸까요? 저희가 보여준 사랑에 화답하듯 시크한 호두는 나름대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제가 아플 때는 ‘냥냥 난로’를 가동해 곁을 지켜주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보다 절 많이 의지하는 편입니다. 여행을 간다거나 집을 오랫동안 비우게 될 때는 가족들에게 호두를 부탁하는데 아무리 맛있는걸 챙겨주더라도 이틀 정도는 먹지 않고 기다린대요. 그럴 땐 맘이 참 쓰여요. 걱정 마. 널 두고 어디 안 갈 거야, 호두야.바쁜 집사를 위해 호두가 도와줄게! 사랑하는 집사를 위해 호두가 날마다 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아침 알람이 울리기 전 깨워주기! 일정한 패턴으로 사는 집사가 혹시라도 늦잠 잘까 싶어 알람 시계 역할을 도맡아 하죠. 또 제가 바빠서 밥그릇을 채우는 걸 잊었을 때면 제 귀에 대고 ‘야옹’, 솜방망이 같은 손으로 제 다리를 툭툭 쳐 알려주곤 하죠. 바쁜 집사를 배려하는 호두, 철든 고양이 맞죠? 온통 너로 가득하단다 돌이켜보면, 알게 모르게 저와 남편을 향한 호두의 다정한 몸짓과 눈빛이 우리를 더 큰 어른으로 만들어 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쭉 우리 부부도 호두의 묘생을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주려고요. 만약 당신이 반려동물을 맞이하고 싶다면, 부디 깊이깊이 생각해주시길 바라요. 호두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그 작고 빛나는 눈동자 속에는 저와 남편의 실루엣으로 온통 아른거려요. 그만큼 반려동물들에게 우리는 그야말로 ‘전부’랍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호두야, 널 만난 건 우리 인생 최고의 행복이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글·사진 호담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29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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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THE POWER OF CAT
- 스위스에 살고 있다 보니 부모님을 비롯해 많은 친구가 겸사겸사 우리 집에 방문하곤 한다. 하지만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인 여동생은 일이 바빠 유럽에 올 만한 장기 휴가를 낼 수가 없었다.사이버 고양이를 직접 두 눈으로 다행히 코로나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2주가량의 휴가를 받은 덕분에 동생은 처음으로 스위스에 놀러 올 수 있었다. 노아와 폼폼을 입양했을 때, 나는 온 가족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여동생에게 아이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만질 수는 없는, 왠지 ‘사이버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니 귀엽긴 한데 실제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현실감 없는 존재랄까. 무엇보다 그녀는 원래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강아지파’였다. 함께 스위스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동생은 ‘노아와 폼폼과 친해지고 싶은데 애들이 날 싫어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절대로 귀엽다고 큰 소리를 내거나 무작정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모른척하며 네게 익숙해질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지만 동생은 무척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예쁜 고양이임이 분명해 드디어 스위스에 도착해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전형적인 경계심 많은 고양이 노아와 폼폼은 낯선 인간의 출현에 일단 멀찍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동생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동생 또한 최대한 아이들을 모르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집에 스며들려 노력했다. 노아는 호기심이 많고 폼폼에 비해 사교적인 편이라 동생과 금방 친해질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민하고 겁 많은 폼폼은 어떨까? 과연 짧은 시간 내에 마음을 열어줄까?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첫날부터 폼폼은 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 킁킁 냄새를 맡더니 조금 뒤에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평소처럼 집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보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던 폼폼 특유의 머리 박치기 애교까지 동생에게 해 주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아이들을 동영상, 혹은 사진으로만 접했던 동생은 실제 노아와 폼폼의 매력에 단단히 빠져버렸다. 언니가 보내준 사진이나 영상은 아이들의 실제 매력을 절반도 담지 못했다며 단언하건대 노아와 폼폼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들임이 틀림없다고 했다. 물론 고슴도치 집사인 나는 주관성을 잃은 지 오래이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을 이제 깨달은 것이냐”고 타박했지만. 이제는 강아지파 아닌 고양이파 고양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혹여 발톱으로 할큄을 당할까 싶어 껴안는 것은 무서워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새 장난감으로 아이들과 놀아주며 동생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폼폼이 해주는 머리 박치기 애교에 홀랑 넘어가 버린 듯했다. 오늘은 손을 내밀면 다가오지만 내일은 안 그러면 어떡하냐며, 매일매일 손을 내밀어보고 폼폼이 여전히 애교를 부린 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기뻐했다. 우린 스위스에 머무르며 짧게 프랑스 파리에도 다녀왔는데, 동생은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어서 스위스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될성부른 극성 집사의 기질을 보이기도 했다. 2주가량 노아와 폼폼과 함께 지낸 이후로 그녀는 열광적인 ‘랜선 이모’가 되어버렸다.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내 얼굴은 필요 없으니 어서 아이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매일 한 장 이상씩 아이들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라고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본인 반려묘도 아니면서 맘에 드는 노아와 폼폼의 사진을 본인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으로 쓰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이제 자기는 강아지파보다 고양이파라며, 온종일 고양이 관련 유튜브를 본다고 한다. 확고한 강아지파였던 동생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고양이는 사람을 바꾼다 지금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때문에 언제 다시 스위스에 놀러 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지만, 동생은 극성 이모답게 그때는 장난감을 한 아름 사 가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또한 언젠가는 본인도 꼭 반려묘를 입양하겠다는 다짐까지. 노아와 폼폼은 반려동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극성 집사로 바꾸어 놓더니, 이제는 여동생조차 그 매력에 퐁당 빠져 허우적거리게 만들어버리고야 말았다. 자기들이 많은 사람의 생각을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까? 고양이에겐 사람을 바꾸는 묘한 힘이 있다고, 나는 100% 확신한다글·사진 이지혜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28 08: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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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다행이야 네가 있어서
- 고양이들의 대책 회의 이전엔 외출하면 고양이들이 떠올라 서둘러 집에 돌아갔다. 명절이나 휴가가 주어져도 외박을 할 수가 없어 당일 돌아오거나, 지인에게 집에 들러 고양이를 한 번 살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고양이들이 혹시나 배를 곯진 않을지, 빼꼼 열린 서랍의 틈새나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 한편이 늘 불편했다. 어느 순간 외출이 즐겁지 않게 느껴졌고, 약속이 생기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졌다. 고양이가 아닌 나에게 분리 불안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작은 인간이 태어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아기와 온종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몸도 마음도 금세 지쳤다. 시계는 어찌나 느리게 움직이는지, 하루가 길어도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집순이 그 자체였던 나는 종종 집 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돌아가던 시곗바늘도 집 밖에서는 다시 제 속도를 찾은 것 같았다. 위기감을 느낀 고양이들이 나를 집에 머무르게 하려고 자기들끼리 대책 회의라도 한 것일까? 나의 외출 빈도가 늘어나자, 고양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육아 도우미를 자처했다. 새로운 육아 도우미 찡가와 찡콩 아기 집사가 울면 우리 집 첫째와 둘째인 찡가와 찡콩이는 울음소리가 들린 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간다. 그리곤 곁에 앉아 아기를 바라보거나, 나에게 ‘아이가 울고 있어요!’ 하고 알려주듯 함께 야옹 야옹 소리를 내준다. 또 아기가 서툰 몸놀림으로 비적비적 집 안을 돌아다니면, 높은 곳에 올라가 상황을 지켜보며 안전을 챙겨주기도 한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기가 배밀이를 막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로봇 청소기가 아기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드르륵드르륵 움직이고 있었다. 위험을 감지한 찡콩이는 그 앞을 막아서더니 단호한 앞발로 청소기를 밀어내 아기를 지켜줬다. (정말이다!) 돌보는 눈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아기가 우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심지어 내가 집안일을 할 때면 고양이에게 아기를 맡기기까지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자 집 밖보다 아기를 함께 돌봐주는 보호자가 많은 집이 더 편해졌고, 자연스럽게 내 외출 빈도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나를 집에 머물게 하려는 고양이들의 작전은 성공! 고양이 아빠가 생기다 아기 집사가 태어난 지 어느덧 10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아기 집사와 고양이의 관계 또한 돈독해졌다. 물론 7마리의 고양이들이 다 아기와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같은 고양이들끼리도 더 친하고 덜 친한 사이가 있듯이, 여전히 소리지르며 집안을 돌아다니는 작은 인간을 보면 도망가는 쫄보가 있는가 하면, 그러거나 말거나 무관심한 아이도, 호시탐탐 아기 집사의 물건을 탐내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나의 육아 도우미를 맡고 있는 찡가와 찡콩이는 아기 집사와 나름의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찡콩이는 때론 단짝 친구처럼, 때론 아빠처럼 아기 집사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아기 집사는 이제 막 서툰 발음으로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했는데, 아기 집사는 자신을 돌봐준 찡콩이에게서 아빠와 같은 따뜻함과 든든함을 느꼈는가 보다. 종종 찡콩이를 보며 “아빠빠바!”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아직 뭘 모르는 아기의 입에 나온 ‘아빠’란 말은 나의 찡콩이가 얼마나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준 건지 가슴 깊이 느끼게 해줬다. 고양이라는 행운 제아무리 집순이라 해도, 내 의지로 집 안에 머무르는 것과 나갈 수 없어 집에 머물러야만 하는 건 차이가 무척 크다. 코로나로 인한 답답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맘대로 나갈 수도 없는데, 육아도 나 홀로 감당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찡콩이 뿐 아니라 아기 집사를 피해 도망가는 모카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웃음이 터지고, 늘 아기 집사의 물건을 자신이 똑같이 따라 쓰는 모모를 보면서도, 그리고 순간순간 다른 고양이들의 엉뚱한 행동을 보면서 하루에 몇 번이고 웃음이 터진다. 누구에게나 버거운 육아임에도 건강한 에너지와 웃음을 주는 고양이들의 존재가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나에게 고양이가 있다는 건, 무엇보다 커다란 행운이다.글·사진 황류리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26 08:5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