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STORY | 2021-10-08 09:52:15
-
[STORY]
STORY | 2021-10-01 14:32:03
-
[STORY]
STORY | 2021-10-01 14:21:06
-
[STORY]
STORY | 2021-09-28 09:59:09
-
[STORY]
STORY | 2021-09-27 09:07:20
-
[STORY]
STORY | 2021-09-23 16:46:23
-
[STORY]
STORY | 2021-09-23 09:06:41
-
- MAGAZINE C. A WARM GAZE
- 레옹이와 함께한 뒤 가장 달라진 건 바로 우리의 ‘시선’이었다. 다른 길고양이들을 향한 시선. 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가도, 시동 꺼진 자동차 밑이나 골목에서 고양이들을 만나면 자동으로 걸음이 멈췄다. 잠깐만, 어디 가면 안 돼! 요즘 나는 가방에 간식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 그러다 하필 간식 챙기는 걸 까먹은 날,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은 다급해진다. “잠시만 기다려, 어디 가지 마!” 하고 말한 뒤 근처 편의점으로 후다닥 뛰어가 캔이나 간식을 사서 다시 돌아온다. 고양이가 캔을 먹기 시작하면 그게 얼마나 기쁘고 고맙던지. 반면 고양이가 사라지면 아쉬운 마음에 나는 그 자릴 뜨지 못하고 한참 동안 두리번거린다. 변한 건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야심한 시각, 동네 산책을 즐겨 하시는 아빠는 내게 종종 전화를 걸어 “집에 사료 좀 있나?” 하고 말씀하신다. 동네 고양이들을 만났으니 사료와 간식, 물을 챙겨서 내려와 달라는 신호이다. 나는 곧 사료와 간식, 물, 그리고 깨끗한 플라스틱 용기를 챙겨서 내려간 뒤 정자 밑으로 사료와 물을 가득 담아 넣어준다. 그리고 우리는 멀찍이 떨어져 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다. “흰둥이가 오려다가 다시 도망갔어. 흰둥이도 와서 밥 좀 먹어야 할 텐데.” 아빠는 이미 이미 동네 고양이들과 친구가 되신 듯했다.아주 조금만 너그럽게 집 근처에 내가 자주 가는 조그만 치킨 가게가 있는데, 사장님 두 분께서는 그 주변 고양이들을 돌봐주고 계신다. 스크래쳐도 준비해 주시고, 추운 날엔 작은 난로까지 틀어주신다. 나도 작은 도움이 되고자 출퇴근할 때마다 가끔씩 간식이랑 사료를 가져다드리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치킨집에 자주 오는 치즈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한 번은 포장하러 오신 손님이 문밖에 앉아있는 그 고양이를 발로 차려고 했다는 것이다. 깜짝 놀란 사장님은 일부러 고양이에게 말하는 척하면서 그 손님 들으라고 이렇게 소리치셨다고 한다. “네가 여기 있으니까 사람들이 자꾸 발로 차려고 하잖아!” 그러자 그 손님은 당황하면서 조용히 치킨을 받아 갔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얌전히 앉아 있는 아이에게 되레 내가 미안해졌다. 그 뒤로 사장님은 고양이 집 앞에 커 다랗게 ‘고양이 물고 할퀴어요’라고 써 놓으셨다. 요즘엔 그 말이 사람이 아닌 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써 놓으신 거란 생각이 든다. 모두가 길고양이를 좋아할 순 없다는 건 잘 안다. 각자가 처한 상황도, 경험도, 생각도 모두 다 다를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얌전히 앉아 있는 고양이를 발로 차거나 괴롭히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늘어나는 고양이 개체 수가 걱정된다면 시청에 TNR 신청을 할 수도 있고, 쓰레기봉투를 헤집는 것이 문제라면 고양이의 발톱이 뚫을 수 없는 튼튼한 쓰레기 수거통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렇게 아주 조금만, 정말 조금만 너그러운 시선으로 길 위의 고양이들을 바라봐준다면, 아마 많은 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시선을 바꾸는 일 올해로 레옹이와 함께한 지 꽉 채운 4년째다. 레옹이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공기도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밖에 있어도 레옹이가 식빵 굽는 모습을 상상하면 무엇보다 레옹이는 우리 가족의 ‘시선’을 바꾸었다.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길 위의 고양이들의 삶에 대해, 그 아이들이 겪을 배고픔과 추위에 대해 상상하게 했다. 앞으로도 레옹이가 내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를, 그래서 다가오는 새로운 해에는 올해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지닐 수 있기를 바란다.글·사진 이예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08 09:52:15
-
- MAGAZINE C. COEXISTENCE
- 길고양이에게 겨울은 정말 가혹하다. 털옷을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매서운 바람은 털과 살을 파고들어 추위를 새기니, 그저 봄이 오길 기다리며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음식을 찾기 힘들어 배를 주려도, 마실 물이 얼어붙거나 잔병에 걸리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버텨야 한다. 어디 아픈거야, 호평아? 2020년 1월, 한동안 안 보이던 호평이가 오랜만에 내 앞에 나타났다. 평소 우리가 만나던 곳이 아닌 집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이름을 부르니, 호평이는 마치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크고 간절한 울음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거의 울지 않던 아이였기에 불안한 예감과 함께 걱정이 밀려왔다. 역시나 가까이 다가온 호평이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호평이는 이제 눈곱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길고양이를 챙겨왔지만 이렇게까지 아픈 모습은 또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평인 애교를 부리며 얼굴을 내 다리에 비벼왔다. 꼭 나를 믿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 나는 이 아이를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돌보아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편히 찾아와주렴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고양이의 눈병에 대해 찾아보던 중, 가장 의심스러운 병명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고양이 감기라고도 불리는 ‘허피스바이러스’였다. 바로 다음 날 동물병원에 찾아가 의사 선생님에게 호평이의 사진을 보여준 뒤 약을 처방해왔다. 신기하게도 호평이는 그날 이후로 열흘간 꾸준히 집 근처로 찾아왔고 나는 매일 호평이에게 약을 섞은 츄르를 주었다. 상태는 하루하루 눈에 띄게 호전되었고, 마침내 호평이의 눈은 완전히 나았다. 그 이후로 호평이는 다시 애교를 부리지도, 굳이 집 근처로 찾아오지도 않았다. 자신이 아프다는 걸 알고, 살기 위해 나를 찾아왔던 걸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호평이처럼 다른 고양이들도 나를 편히 찾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네 고양이들을 챙겨주고 있다. 온기를 나누며 고양이의 털을 보면 겨울이 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도 추우면 패딩을 꺼내 입듯이 길고양이는 길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두꺼운 털옷을 준비한다. 작은 변화지만 길고양이 역시 나름대로 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빈집이나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창고에서 지내거나 주차된 차 밑 엔진룸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추위를 피하려 노력하지만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겨울에 병을 얻는다. 코가 막혀있거나 눈에 피눈물이 흐르고 수시로 기침하는 모습은 겨울철 길고양이들에게 예삿일이다. 얼마 전부터 삼 남매 고양이들을 챙겨주고 있는데, 요즘 내가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하는 일은 눈물과 콧물을 일일이 닦아주는 것이다. 그럼 눈곱 때문에 눈꺼풀이 붙거나 콧물이 굳어 코를 막는 경우를 막을 수 있어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다. 삼 남매 중에서도 베베는 제일 덩치가 작고 말라서 유난히 감기에 잘 걸린다. 게다가 기침도 심하고, 콧물은 볼 때마다 줄줄 흘리고 있다. 다른 형제들보다 추위를 훨씬 많이 타는지 나만 보면 항상 무릎 위로 점프할 기회를 노린다. 그렇게 무릎 위에 올라오면 베베는 내 다리에 쥐가 나기 전까지는 먼저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추워서 무릎 위로 올라오는 베베와 페페를 보면 안쓰럽지만, 몸을 동그랗게 말고 골골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배척하기보단 공존을 길고양이를 돌보며 인상 깊었던 일이나 안타까웠던 부분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무거운 분위기의 글이 되어버렸는데, 몇 가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있다. 먼저, 길고양이라고 다 불행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길생활에 적응하여 나름대로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햇볕이 예쁘게 내려올 때 일광욕을 한다거나 친구 고양이와 뛰어노는 등의 즐거움 말이다. 모든 길고양이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길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한다. 그저 길에서 태어났기에 길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에겐 경멸의 눈초리보단 사료와 물을, 날카롭고 큰 울음소리를 내는 고양이에겐 TNR 신청을, 추운 겨울 골목 한구석에 놓인 밥그릇을 엎어버리기보다는 따뜻한 이해의 눈빛을 보내주신다면, 고양이와 사람 모두가 공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글·사진 왕보경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01 14:32:03
-
- MAGAZINE C. 하맹이의 언어
- 아침부터 거실에서 하맹이가 울고 있다. 평소 말수가 적은 하맹이었기에 그 수다스러움이 의아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하맹이에게 갔다. 이름을 몇 번 부르고, 배가 고픈지, 목이 마른지, 외로웠는지를 물었다. 물론 사람의 언어로. 뭐라고 하는 걸까? 하맹이는 벌러덩 누워 간헐적으로 울었다. 그 소리가 보편적으로 고양이 소리로 알고 있는 “야옹”은 아니었고 “뀨구룩”거리는 비둘기 소리에 가까웠다. 왜 이럴까 생각하며 하맹이 머리를 쓰다듬다 우연히 엉덩이 쪽을 봤다. 묽은 변을 봤는지 털들에 대변이 묻어있었다. 오후가 돼서도 나아지지 않아 다음날 하맹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고 약을 먹였다. 며칠간 하맹이 엉덩이만 바라보다 마침내 화장실에서 정상적인 변을 발견했을 때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날 저녁, 같이 사는 친구인 덕우에게 하맹이의 설사가 멎었다는 말을 전했다. 덕우는 다행이라 말하며 문득 이 런 말을 꺼냈다. “하맹이는 고양이 말을 할 줄 알까?” 그 러고 보니 나도 의문이 들었다. 하맹이는 태어난 지 2개 월이 조금 지났을 때 내게로 왔다. 형제들, 그리고 어미 고양이와의 유대가 형성되고 나서 데려왔어야 하는 건 데. 너무 이른 시기에 데려온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말 하자면 나는 아직 엄마의 ‘ㅇ’도 발음하기 전에 생이별을 시킨 과오를 범한 것이다. 제2외국어: 하맹어를 배워보자 덕우 말처럼 하맹이는 고양이 말을 할 줄 모르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실제로 얼마 전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이 새침한 하맹이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유튜브로 고양이 소리를 튼 적이 있었다. 아이 울음소리 같은 그 소리에 나를 비롯한 다른 손님들은 눈살을 찌푸린 것에 반해, 하맹이는 그쪽으론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정황들로 미루어 봤을 때 하맹이는 고양이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대신 하맹이는 자신만의 경험으로 터득한 언어를 만든 것 같았다. 평범한 고양이처럼 “야옹”이라고 울지 않고 비둘기처럼 “꾸르륵”, 포켓몬처럼 “미뇨옹” 하고 운다. 고양이의 언어를 배우지 못하게 한 것이 내 잘못이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맹이를 유심히 관찰해 ‘하맹어’를 배워보기로 했다. 하맹어는 어려워 평소보다 관심을 쏟은 결과 조금이지만 하맹이의 언어를 이해하게 됐다. 우선 하맹이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 “하맹”하고 내가 이 름을 부르면, 하맹이는 귀를 쫑긋거리거나, 꼬리를 흔들거나, 입을 벌려 소리를 낸다. 또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땐 평범한 고양잇과 범주에 들어가는 울음소리인 “야앙, 꺄앙” 소리를 낼 때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문 앞에서 이런 소리를 내면 “문 열어!”, 밥그릇 앞에 서 소리를 내면 “밥 줘!”이다. 반면에 “꾸륵, 미뇨옹, 갸갸각” 같은 미스터리 한 소리는 감정을 나타낸다. 반나절 이상 혼자 집에 있다 내가 현관문을 열면 쏜살같이 달려와 허벅지에 몸을 비빌 때, 간식 서랍을 열었을 때, 자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오랜 시간 쓰다듬거나 품속에 억지로 안으면 심기가 불편해 이런 소리를 낸다. 마지막으로 눈을 깜박여 의사를 전달한다. 주로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눈을 마주쳤을 때 깜박이는데 ‘안녕?’이라던가 ‘뭘 봐?’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눈을 깜빡이며 어젯밤에는 하맹이가 베란다 문 앞에서 “야앙”소리를 내서 문을 열어줬다. 그러자 하맹이는 쏜살같이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구경했다. 아마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 같다.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맞으며 코를 벌렁거리는 모습을 보며 하맹이와 하맹이의 언어로 대화하는 상상을 했다. 우선 너무 어릴 때 데려와 고양이들 간의 유대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 매트리스에 오줌을 쌌을 때 꼬리를 세게 잡았던 것, 설사해서 배가 아플 때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이다. 그러면 하맹이는 아마 나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을 할 테지만 그 소리를 들으면 어쩐지 안도의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날을 반성하며 베란다에 있는 하맹이에게 아직은 서툰 하맹어로 말한다. 눈을 깜박이며 “야앙! 꾸르륵!” 안녕, 나는 너를 좋아한다, 그래서 행복하다.글·사진 양세호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01 14:21:06
-
- MAGAZINE C. 삶, 고양이, 스며들다
- 나와 남편은 패브릭과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양이와 전혀 상관없어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전부 다 고양이와 무척이나 깊게 맞닿아 있는 제품들이다. 작은 식탁에서 시작된 큰 꿈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 나는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곤 잠시 숨을 돌리며 그간 하고 싶었던 일들을 조금씩 시작해보기로 했다. 목공을 배워서 나무 그릇 만들기, 고양이들에게 밥그릇 받침대, 이른바 ‘맞춤 식탁’ 만들어주기 등등. 당시에는 다묘 가정을 위한 식탁이 흔치 않았고, 그마저도 100% 원목이 아닌 가벼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툭하면 엎어지고 ‘우다다’에 휘청거리는 가벼운 식탁뿐. 그래서 나는 ‘언젠가는 꼭 아이들을 위한 식탁을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묵직하고 밀리지 않으며 밥그릇 사이 간격이 넓은 식탁. 그래서 여러 마리가 함께 밥을 먹어도 서로 다닥다닥 붙지 않아도 되는 식탁 말이다. 그 취미생활이 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나는 정말로 즐겁게 그 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개인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고양이 식탁에 이어서 평소 만들고 싶었던 사람용 원목 식기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소하게 나무를 다듬으며 지내다가 가구를 디자인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것. 그리고 지금 우리는 결혼 후 각자의 브랜드를 합쳐 함께 운영 중이다.사람이 쓰고, 고양이가 쓰고브랜드에는 스툴, 테이블, 월 유닛, 여름 침구, 겨울 침구 등 사람 제품이 월등히 많다. 고양이 제품은 식탁 하나뿐이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중 고양이와 개를 반려하는 분들의 비중이 제법 높다. 아마도 ‘고양이가 써도 말짱해요. 강아지가 좋아해요’와 같은 후기가 많아서 그런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분들이 자주 찾아주시는 것 같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들은 모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의 테스트 기간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는 늘 고양이가 개입한다. 제품에 털을 묻히고 정전기를 일으키고 스크래치를 내는 여섯 마리의 직원들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야만 비로소 판매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이로운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말로,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닌데 말이다. 사실 고양이 여섯 마리와 함께 살다 보니 작은 부분이라도 동물들에게 해롭지는 않을지, 제품을 만들 때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나와 남편과 내 고양이들이 함께 부대끼며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제품이 탄생하는 셈. 어쩔 수 없는 고양이 팔불출 제품 사진을 찍을 때도 늘 고양이 직원들이 여기저기 끼어든다. 그래서 우리의 제품 컷에는 늘 고양이들이 묻어있다. 가끔은 제품을 찍는 건지 고양이를 찍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 ‘일할 때는 공과 사를 구별하자!’가 요즘 우리 부부의 모토.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마치 팔불출 부모가 자식 자랑을 하듯이, 제품이 잘 나온 사진보다도 고양이들이 또렷하게 나온 사진을 고르고 있는 나와 남편.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고양이 예쁜 사진이 최고인 것을. 재작년에는 수유 임시 보호를 맡았던 검은색 새끼 고양이(지금은 시가의 둘째 고양이가 되었다) 밤이를 캐릭터화시켜서 패브릭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으로 차용했다. 손님들에게 나눠줄 스티커로도 만들고 말이다. 그리고 올해는 우리 집 막내 삼색이, 박하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패키지로 만들었다. 딱히 고양이 제품은 아니지만. 고양이 팔불출들이 만드는 제품이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런 일련의 작업이 우리 부부에게 소소하지만 큰 즐거움을 전해주기에, 우리 부부는 앞으로도 제품의 여러 부분에 우리의 고양이들을 슬며시 끼워 넣을 계획이다. 요즘에는 쇼룸 창가에 고양이 캐릭터 간판을 세우고 싶다며 나를 설득하는 남편을 말리고는 있는데… 아마 조만간 쇼룸 앞에서 삼색 고양이 간판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여섯 마리 고양이들, 우리 부부의 곁에서 오래오래 지금처럼 성실한 직원으로 남아주기를. 직원 복지만큼은 최고로 제공할 테니 말이다. 글·사진 장경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9-28 09:59:09
-
- MAGAZINE C. 어느 고양이가 사랑을 고백하는 법
- 어느 날 조니가 뚫어져라 데비를 쳐다보는데, 꼭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엄마, 데비는 참 예뻐요.’ 데비를 향한 눈빛 우리 부부는 종종 조니와 데비를 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사랑꾼들이 아닐까?” 그 이유는 첫째로 조니와 데비가 그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존재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아무런 계산 없이 내보이는 사랑의 몸짓들이 지극히 순수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부터 데비는 조니에게, 조니는 데비에게 무척이나 의지했다. 엄마인 내가 채워줄 수 없는 무언가를 서로를 통해 채움으로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이가 됐다. 이 두 아이들은 어딜 가든 항상 붙어 다닌다. 꼬맹이 남매 둘이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것처럼. 서로를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나는 매일 느낄 수 있는데, 잠을 잘 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어느 날은 조니가 데비의 어깨에, 또 어느 날은 데비가 조니의 어깨에 기대어 새근새근 잔다. 내가 불편해도 괜찮아요 얼굴이 짜부라져 불편할지라도 데비가 편한 자세를 찾아 움직일 때면 조니는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킨다. 사실 조니는 데비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곁을 지켜준다. 가장 좋아하는 뜨개 스툴이나, 뜨개 담요가 덮인 해먹에 데비가 머무르길 원하면 기꺼이 자릴 내어준다. 어느 곳에 있든, 무엇을 바라보든 항상 같은 것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 두 아이들의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우리에 게도 전달된다. 꼭 조니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엄마, 데비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엄마 고마워요’. 데비 공주님 내가 너를 지켜줄게 데비는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알디아’기생충에 감염되어 아팠던 적이 있다. 아마 길고양이인 엄마와 돌아다니며 오염된 물을 마셨던 건 아닐까 싶다. 힘이 없어 축 늘어진 데비는 밥도 먹지 않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울며불며 병원을 세 군데나 돌아다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대신 주삿바늘을 꽂느라 아이의 얇은 발목에 핏줄만 터트려 놓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병원에서 원인을 알아냈고, 데비는 3일간 입원을 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우리 가족은 2주 동안 데비 곁을 떠나지 않고 정성껏 돌봤다. 그 덕분일까? 우리 데비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데비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었고 어렵게 복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지금까지도 조니는 살뜰하게 데비를 감싸고 배려한다. 데비는 조니의 소중한 공주님, 조니는 데비의 멋진 왕자님인 것이다. 도담도담 하우스에서 날마다 들려오는 기분 좋은 조니의 사랑 고백. ‘데비야. 나는 네가 참 좋아.’ 글·사진 김보미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9-27 09:07:20
-
- MAGAZINE C. 나의 쉼표
- 오랫동안 고양이를 좋아하다 보니, 어느새 내 주변은 자연스레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시간은 또 흘러 그들은 육아와 육묘를 함께 겪는 나의 소중한 동지가 되었다. 출산 전에는 그들도 나처럼 고양이와 아기를 함께 키우는 데 있어 기대보다는 걱정을 더 했었다. 하지만 출산을 겪은 후, 그들은 “육아 육묘, 직접 해보니 어때요?”라는 나의 질문에 “육아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그런데 고양이가 없었다면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라고 답한다. 신기하다. 내가 느꼈던 감정과 이렇게나 똑같다니. 엄마, 잠깐 쉬어도 괜찮아 육아는 내 상상 속 모습과는 참 거리가 멀었다. 종일 바쁘게 움직이지만 세수조차 못 하고 보내는 도돌 이표 같은 일상에 지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고양이들은 나에게 쉼표가 되어주었다. “나도 예 뻐해 줘, 나도 관심이 필요해”가 아니라 “울 엄마 고생하네, 잠깐이라도 나 쓰다듬으면서 쉬어. 엄마 마음 편해지게 내가 골골송도 불러 줄게”라는 듯 푹신한 엉덩이를 들이밀며 온기를 나눠주었다. 꾹, 꾹, 서비스 안마까지 제공하면서. 발 동동거리며 하나라도 더 챙겨주는 엄마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함께 눈 맞추며 웃어주는 엄마가 더 좋은 엄마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 부족한 나는 자주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때마다 나에게 쉼을 선물해 주는 네 아이- 용복이, 또복이, 행복이, 금복이는 진정한 나의 육아 스승님들이다. 금복이 이리 와바 한참 뛰놀아야 할 나이에 코로나로 어린이집도 못 가고 밖에도 못 나가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곧 잘 버틸 수 있는 건 흔쾌히 아기 집사 때때의 친구가 되어주는 금복이의 덕이 크다. 때때는 자동차가 잔뜩 나오는 ‘타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참 좋아하는데, 그중 타요와 친구들이 우주 해적으로부터 공주를 지키는 장면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상황극을 하며 그 장면을 따라 하는 때때. 자신은 우주 해적, 금복이는 타요와 친구들, 엄마는 공주님으로 역할도 야무지게 정해주었다. 우주 해적 때때가 공주님인 엄마를 괴롭히면 나는 ‘금복아, 도와줘!’를 외치면 된다. 거듭되는 구조 요청에 지친 금복이가 캣폴로 도망가면 ‘굼보이 인니 와봐앙(금복이 이리 와봐)’하며 금복이를 쫓아 캣폴에 올라간다. 막상 때때가 찾지 않으면 금복이가 먼저 다가와 솜방망이를 툭툭 날리며 장난을 걸기도 한다. 우리 셋은 소파에서 한 몸이 되어 뽀로로를 보고, 또 다 같이 누워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서로 장난을 치며 하루를 보낸다. 다정한 오누이는 아니지만 현실 남매 냄새가 폴폴 나는 귀여운 금복이와 때때다. 육아 육묘가 가장 쉬웠어요 육아 육묘의 난이도를 상, 중, 하로 나눈다면 지금은 ‘하’쯤에 해당하는 시기인 것 같다. 이제 때때는 고양이 모래로 장난을 치지도, 고양이 사료를 과자처럼 몰래 훔쳐 먹지도, 손에 잔뜩 묻은 털을 입에 가져가지도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설프지만 밤새 나온 털과 모래를 함께 정리하고, 내가 화장실을 정리하고 있으면 옆에 쪼르르 와서 코를 막고 “똥 냄새나?”라고 물으며 말동무를 해 주기도 한다. 손에 묻은 털은 쿨하게 옷에 쓱쓱 문질러 떼어내고, 시키지 않아도 고양이들에게 먼저 장난감을 흔들어준다. 고양이 형, 누나, 동생 어떠냐는 나의 질문에 때때는 또또 (또복이)형아는 좋고, 행복이 누나는 멋있고, 금복이는 귀엽고, 용복이 형아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꼰대 성향(?)이 다분한 용복이는 고양이에게도 아기 집사에게도 인기가 참 없다. 발바닥을 만지며 ‘딸기 젤리 맛있다 냠냠’ 하며 놀아도 가만히 있어 주는 또또 형아를 좋아하고, 멋있는 행복이 누나 앞에서는 부끄러워 몸이 배배 꼬인다. 금복이만 보면 괜히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때때는 2년 6개월이라는 제 나이만큼의 시간 동안 고양이 형제들의 성향에 맞춰 나름의 규칙과 선을 만든 듯했다. 출산 후 회복되지 않은 몸, 널뛰기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동요만 들어도 눈물이 나던 시기도 지났고, 털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던 기어 다니는 시기도, 걷기 시작하며 종일 사고 치던 시기도 잘 지났다. 때로는 겨우겨우 버티는 게 고작이었건만, 시간은 결국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또 어떤 일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까, 펼쳐질 일상이 더욱 기대된다. 육아 육묘는 시간이 지난 수록 더 좋아요. 추천 꾸욱. 글·사진 강은영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9-23 16:46:23
-
- MAGAZINE P. 느리게 즐기는 하룻밤, 강천섬 캠핑 1박 2일
- 단풍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되니 따뜻한 오후 햇살이 좋아 강아지들과의 실외 활동이 많아졌다. 더 추워지기 전에 단풍 구경도 할 겸, 주말을 맞이해 댕댕이를 키우는 지인들과 함께 강천섬으로 향했다. 이름하여 ‘개친소’(개 친구를 소개해주는) 모임이다. 강아지와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든 환영! [주소 : 경기 여주시 강천면 강천리길 76-14] 강천섬은 어디? 강물이 불어날 때만 섬으로 변했던 이곳은 4대강 사업 이후로 완전한 섬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강천리교와 굴암리교를 건너야만 진입할 수 있다. 3년 전 처음 이곳을 알았을 때만 해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찾은 강천섬은 단풍 시즌이 가까워져서인지 역대 최고의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강천섬은 노지 캠핑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아 주말 백패킹 명소로 유명하다. 강변을 따라 트래킹 코스가 있고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많아 쉬고 싶을 때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쉴 수도 있다. 햇살, 바람, 웃음, 그리고 강아지 삼삼오오 정해둔 장소로 도착한다. 오늘 모일 강아지는 모두 4마리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모두 성격이 너무 달랐고 사회성이 부족했다. 갑자기 한자리에 모이면 겁을 먹거나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모임 사람들과 캠핑 장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산책을 하며 경계심을 풀어주기로 했다 ‘메리’라는 강아지는 가족 구성원 중 유독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두 예뻐해 줘도 엄마가 없으면 얼음이 되고, 있으면 엄마를 지키느라 계속 짖는다고. 그런 메리가 갑자기 다른 강아지와 맞닥뜨리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안으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라임이와 함께 산책하며 서로 탐색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넓은 잔디밭에서 보호자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걸으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하하호호 견주들의 웃는 소리에 강아지들의 경계도 조금씩 풀어지는 듯하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편해졌을 즈음 이미 지나온 길을 되짚으며 걸어간다. 다른 강아지의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30분 정도 반복해주니 메리의 경계가 처음보다 많이 풀렸다. 해가 넘어가는 역광의 햇살이 예뻐 보여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었다. 오랜만에 나오니 강아지들도 표정이 밝다. 카메라로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난다. 아, 좋다. 캠핑의 꽃, 저녁 만찬 해가 떨어지니 슬슬 배도 고파지고 추워진다. 준비해 간 패딩을 한 겹 두 겹 껴입는다.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따뜻하게 몸을 감싸 체온을 유지해주면 오랜 시간 외부에 있어도 버틸 만하다. 강아지들에게도 패딩을 입혀 담요에 돌돌 감싼 후, 핫팩까지 하나씩 붙여 주니 가만히 누워 잠을 잔다. 이제 준비해간 음식들을 꺼내어 저녁 만찬을 즐길 시간이다. 강천섬에서는 화기를 사용할 수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한다. 일정을 늦게 끝낸 사람들도 속속 도착한다. 밤늦도록 추위도 잊은 채 수다가 이어진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빛이 쏟아질 것 같다. 삼각대를 가져와야 했는데…. 뒤늦게 후회가 됐지만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마음에 실컷 담아가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캠핑을 올 땐 내가 꼭 먹을 만큼만 가져와 함께 나눠 먹는다.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을 막기 위해서 식기와 도구들은 가능하면 일회용은 쓰지 않는다. 개인 접시, 개인 수저, 개인 컵은 모두 각자 챙겨야 할 몫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즐기며 나눠 먹는 문화가 백패킹이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 새벽이 될 때까지 강아지 이야기, 여행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눈 뜨자마자 함께하는 주말 다음 날 아침은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따뜻한 모닝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이들 산책을 준비한다. 텐트를 열고 나가면 바로 잔디밭이라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간밤엔 추웠는데 해가 뜨니 따뜻해서 활동하기 좋은 온도가 됐다. 강아지들끼리 간밤에 많이 친해진 듯하다. 내 강아지, 네 강아지 할 것 없이 함께 산책하러 나가기도 하고 뛰어놀기도 하며 오전 나절을 햇빛 아래서 보냈다. 어느 한 사람은 요리를 준비하고, 누구는 다시 낮잠을 자기도 하며 자연 속 한가로운 주말을 보낸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노즈워크 산책 대신 강천섬 한 바퀴를 강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았다. 바람 냄새도 맡고 다른 장소에 가서 탐색도 하는 모습을 보니 잘 데려왔다 싶다. 늘 언제까지나 이렇게 함께 다니자. 캠핑 마무리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함께 먹고 놀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한다. 쓰레기 하나 남은 것 없이 모두 집으로 가져가서 버려야 한다.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고자 단체 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를 한다. 이번 캠핑에 처음으로 함께한 나의 오랜 친구는 헤어지며 ‘게임기만 맨날 보던 아이가 여기 와서 게임기 없이도 잘 노는 모습 보니 너무 좋았어, 고마워’라고 말한다. 친구의 진심이 가득 담긴 말 한마디에 되려 고마운 마음이 든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주말 캠핑이 된 듯하다.글·사진 신채민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9-23 09: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