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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17 09: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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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17 08: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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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10 09: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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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10 08: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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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03 09: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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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30 0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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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30 08: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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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HEARTWARMING
- 자고 일어난 직후의 그루밍은 ‘잘잤다옹~’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에서의 그루밍은 ‘뽀송뽀송해져라옹~’ 맛있는 간식을 먹고 난 후에는 ‘맛있게 잘 먹었다옹~’ 그리고 남 집사가 막 쓰다듬은 곳을 향한 재빠른 그루밍은 ‘내 스타일 망쳤다옹! 다시 다듬어야 한다옹!’ 그루밍의 소중함 나는 그루밍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머나 먼 고양이 별로 떠난 나의 작은 천사 모찌. 모찌는 아프기 시작 한 날부터는 단 한 번도 스스로 그루밍을 한 적이 없다. 아픈 와중에 몸을 단장하는 것 자체가 무척 힘에 부쳤는지, 나의 작은 천사의 윤기 흐르던 털은 날이 갈수록 푸석해지며 뭉쳐갔다. 깔끔쟁이였던 모찌가 분비물과 함께 잔뜩 엉켜버린 자신의 털을 보며 얼마나 속상해할까 하는 마음에 물티슈로 닦아주고 빗으로 빗겨주었지만, 모찌의 꼼꼼한 그루밍 솜씨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처음엔 모찌가 스스로 그루밍만 시작한다면, 어쩌면 모든 것이 다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나는 끝내 그루밍하는 모찌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다. 엄마, 우리가 있다옹 모찌의 죽음은 나를 아주 오랜 시간 슬픔에 잠겨 있게 했다.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정지된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 살았던 것 같다. 멍하니 누워만 지내던 그때, 내 곁으로 와서 까칠까칠한 혓바닥으로 정성껏 그루밍해주던 나의 다른 고양이들. 그때의 그 까칠하던 감촉은 나에게 호흡이자, 오늘 하루의 안녕이자, 희망이며 위로였다. 아마 그때 그루밍의 의미는 ‘엄마 힘내. 우리가 있다옹!’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따뜻한 창가 아래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그루밍을 하고 있는 나의 고양이들을 보며 안도와 행복을 느낀다. 길에서 만난 묘연 뚠뚠이 재작년쯤이었나, 퇴근길에 우연히 한 아파트 단지 안 정자에 들렀다. 그곳에서 나는 나무 팻말 하나를 발견했다. 그 팻말에는 ‘뚠뚠이네’라고 써 있었고, 귀여운 고양이 그림도 함께 그려져 있었다. 팻말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치즈 태비의 뚱뚱한, 아니 ‘뚱뚱’까지는 아닌 ‘뚠뚠’한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가방 속 사료를 뚠뚠이에게 주니 뚠뚠이는 내 두 번째 손가락에 코 인사를 해줬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매일 퇴근길에 뚠뚠이를 찾아갔고 뚠뚠이는 기꺼이 내게 아는 척을 해 줬다. 그렇게 우리는 꽃이 피는 봄부터 무더운 여름, 단풍이 물드는 가을,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을 모두 함께했다. 그러다 나의 임신, 출산 휴직으로 인해 뚠뚠이와 오랜 시간 만날 수 없게 됐다. 뚠뚠이가 출몰(?) 하던 정자는 우리 동네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었던 터라, 갓난아기와 함께 그곳까지 뚠뚠이를 만나러 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며칠 전 갑작스럽게 회사에 가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나는 우리가 만나던 시간대에 뚠뚠이가 있던 정자로 달려가 “뚠뚠아~” 하고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상처 하나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뚠뚠이는 내 앞에 나타났다. 날 보며 야옹 야옹 말을 거는 뚠뚠이. 감격스러웠다. 내가 뚠뚠이를 잊지 않았듯이 나의 길 친구 뚠뚠이도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다시 매일 만날 수 있는 날까지, 조금은 위험하고 조금은 냉혹한 길 위에서 뚠뚠이의 삶이 무탈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글·사진 황류리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17 09: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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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기억 속 희미한 방울 소리처럼
- 우리 마을은 열 가구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곳에 터전을 잡은 어르신들이죠. 이 아늑한 마을에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가구는 우리 집을 포함해 딱 세 가구뿐인데, 오늘은 그중 한 가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이름이 많은 고양이 수십 년간 알고 지냈지만 아직 성함조차 모르는 건, 정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식구처럼 더 친숙하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할머니 한 분, 할아버지 한 분이 동네에 이사를 오셨습니다. 당시 누군가가 이사를 오는 현장을 처음 목격한 저는 이삿짐 사이에서 낑낑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고 두 분을 ‘개 좋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두 분은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셨는데, 녀석은 아마 세상에서 이름이 가장 많은 고양이 중 하나였을 겁니다. 할머니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방울이, 야옹이, 가끔은 이놈, 하고 녀석을 부르시곤 했습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해 주겠지 많은 이름만큼 특별했던, 그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할머니는 적적하셨나 봅니다. 몇 해 전부터 고등어 무늬의 고양이 한 마리를 다시 키우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번에도 이름이 없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할머니는 녀석에게 딸랑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딸랑이와 함께 수년을 지낸 할머니는 어느덧 80세를 넘기셨고 지금은 왜소해진 체구만큼 생각도 마음도 어린아이처럼 변하셨지요.“딸랑이 주인이 누구예요?” 저와 마주칠 때마다 할머니는 재차 묻습니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도 딸랑이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매번 마음을 빼앗기시는 게 아닌지. “할머니가 키우시는 고양이가 딸랑이예요” 하고 알려드리면 잠시 기억이 나신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 음 날 여전히 딸랑이의 주인을 찾으시는 할머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건, 할머니가 딸랑이를 못 알아보더라도 딸랑이는 늘 할머니 곁으로 쪼르르 달려와 볼을 비벼댄다는 겁니다. 그런 딸랑이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 내가 세상을 잊어가도 아이들만은 날 기억해 주겠지,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낡은 기억을 다시금 색칠하는 게 전부인데 말이지요. 작가로서 2020년의 마지막 원고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조용할 날이 없었던 한 해도 이렇게 끝나가네요. 2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매거진 C를 작업하면서 변한 게 있다면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작가의 관점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습관이 생긴 것입니다. 사료를 먹는 모습, 물을 마시는 모습, 영역 다툼을 하는 모습, 어디선가 나타난 새끼 고양이가 밥을 먹는 모습 등 흔하고 사소하지만, 그 작은 이야기들이 뭉쳐 큰 이야기보따리가 되도록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보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독자로서 어쩌면 저는 고양이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한 명의 독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이름 모를 고양이들의 삶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제 나름대로 느낀 고양이들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옮겨 독자분께 전하는 것이지요.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잡지에 이야기를 보내주시는 많은 작가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아파트 단지의 길고양이, 시골 돌담을 거니는 시골 고양이, 가정에서 집사님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집고양이.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고양이들의 삶을 읽는 독자가 되고, 그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어 마침내 매거진을 읽는 독자분께 가닿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어쩌면 영영 몰랐을 한 고양이의 삶을 이렇게 종이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 새삼 참 행복하고 또 고마운 일입니다. 글·사진 안진환에디터 신동혁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17 08: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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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울보 고양이, 그리고 안녕
- 보통 때와 다름없던 따사로운 가을날, 집에 새로운 ‘냄새’가 들어왔다. 그 낯선 냄새는 너무 시끄러웠는데도 엄만 그저 그 냄새를 안아 주기 바빴다. 분명 내가 배가 고프다고, 심심하다고 울었는데 말이다. 시끄럽고 이상한 냄새 ‘내 울음이 들리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나는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 나는 이미 잘 준비를 끝마쳤는데, 왜 아직 아무도 자리에 눕지 않는 거지? 매일 밤이면 조용히 엄마의 향기를 맡으며 잠들곤 했는데 오늘은 그저 시끄러운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그 소리가 너무 크고 정신이 없어 나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도, 냄새를 맡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빠는 해님이 고개를 내밀면 나에게 와, 배가 고프냐고 묻고 내가 좋아하는 간식과 사료를 엄마 몰래 주고는 했다. 음, 지금은 이미 해가 중천인 거 같은데. 아빠는 나에게 오기는커녕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인다. 100일 된 사이 자몽이에게 동생이 생겼다. 그리고 동생이 집에 온 지 어느덧 100일이 다 되어간다. 아기를 집에 들이기 전부터 주변 사람들은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신생아를 고양이랑 어떻게 같이 키울 수가 있냐고, 아기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다른 곳에 맡기라며 무책임한 소리를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자몽이가 더 걱정이었다. 자몽이는 호기심이 많고 활발한 편이다. 그런 자몽이에게 아기의 존재가 큰 스트레스가 되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처음에는 아기와 자몽이 둘 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혹 서로에게 자극이 될까, 또 한편으론 꿈에서 바라던 귀여운 아기와 귀여운 고양이의 조합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집사’에 이어 ‘부모’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서일까? 우리의 눈길은 어느새 조금씩 아기에게 쏠리고 있었다. 엄마 아빠를 애타게 찾는 자몽이에게 예전만큼 사랑을 주고 싶었지만, 우리의 체력은 생각보다 금방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육아=육묘 나와 남편은 그동안 자몽이의 울음소리와 발걸음에 담긴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은 달랐다. 서로 마음이 통한다고 느꼈던 것은 어쩌면 그땐 우리의 하루가 자몽이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에는 자몽이가 울어도 달려가지 못하고, 매달려도 안아주지 못한다. 이미 품에는 아기가 안겨 있기 때문이다. 자몽이는 ‘자몽아 미안해’라며 연신 사과만 하는 엄마가 안쓰러운 건지 아니면 기대가 없어진 건지, 이제 아빠가 집에만 돌아오면 울곤 한다. 눈치 빠른 남편은 나 대신 자몽이를 더 많이 안아주기로 했다. 자몽이도 이제는 그걸 잘 아는지, 내 앞에선 잘 울지 않는다. 대신 아빠만 보면 온종일 운다. 설령 방금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갔다 오고 신나게 논 직후여도 말이다. 자몽이의 아양을 받아줄 사람이 이 집안에 아빠뿐이란 걸 아는 걸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자몽이의 양보로 또 나의 미안함으로, 그렇게 우리의 육아와 육묘는 한 단어가 되어가는 중이다. 다시, 새로운 시작 연재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덕분에 자몽이와 우리에게는 활자로 새겨진 선명한 추억이 생겼다. 신기하게도 잡지를 보고 자몽이와 우리를 알아봐 준 지인도 있었다. 그걸 보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신중히 글을 썼다. 창작의 고통이란 게 이런 걸까? 잡지 속 자몽이 사진이 예쁘게 나와 행복했던 기쁨도 있었고, 보낸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쉬웠던 기억도 있었다. 짧지 않은, 하지만 그렇게 길지도 않던 자몽이 가족의 이야기는 여기서 잠깐 멈추려 한다. 집사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아직 미숙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더 나은 부모, 더 훌륭한 집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다듬어주신 에디터님, 자몽이의 안부를 물어주던 지인분들 그리고 매거진 C의 작가를 자청하신 모든 집사님, 그리고 독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양한 고양이 이야기로 가득한 매거진 C 덕분에 자몽이네 책장에는 행복한 추억이 가득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사진 김성은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10 09: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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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우리 집 고양이, '강아지'
- “아지를 만난 지 벌써 4년이 지났어요.” 아지의 집사가 운을 뗐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근데 꼭 엊그제 같다고, 너무 생생하다고. 우리 아지 앞으로 오래오래 예쁘게 기억할 수 있게 인터뷰 잘 부탁한다고. 서로를 선택한 사이 2016년 9월 26일. 집사는 그날따라 날씨가 좋아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서 집에 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홀린 듯 다가갔다고. 단지 입구에 다다르니 애처롭게 울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집사의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두 달 전쯤 나타난 녀석인데, 사람 손을 잘 타고 샴푸 향이 나는 게 어쩐지 주인이 있는 고양이 같아서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없다고 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데 걱정이 된다는 말에 집사의 마음속 한구석에서 용기가 샘솟았다. 그렇게 집사는 곧장 동물병원으로 달려가 건강검진을 받고, 집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집사는 아지와 만났다. 내가 아지를 선택한 게 아니라 아지가 나를 선택한 거라며, 집사는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강아지인데요? “아지라는 이름이 참 예쁜 것 같아요. 따뜻한 느낌이랄까? 근데 혹시 성이 강은 아니죠?”라는 질문에 호탕하게 웃는 집사. “맞아요! 제가 강 씨거든요. 아지는 제 가족이니까, 제 성을 따라야죠! (웃음)” 아지는 털 빗는 것도 뱃살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아한다며, 이 정도면 강아지보다 순한 거 아니냐고 자랑스러워하는 집사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고양이는 고양이인지라, 집사의 말을 귀찮아하며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정말 예의 있는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입맛이 꽤나 까다로워졌어요. 예전에는 사 오는 건 모두 다 잘 먹어서 기특하고 행복했는데, 요즘은…. 고르고 골라서 사 온 간식들도 매몰차게 무시하곤 한다니까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사실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만난 가족이었기에 처음부터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아지는 치주염이 있었고, 귀지가 심했으며, 눈병까지 앓고 있었다. 다행히도 귓병과 눈병은 치료를 받고 나았지만 치주염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워져 결국 발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집사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처럼 느껴져 괴로웠단다. 학생 시절에 더 좋은 치료를 충분히 해주지 못했던 탓이라고 말이다. 수소문 끝에 아지에게 꼭 알맞은 병원을 찾았고, 수술도 무사히 잘 끝나 지금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참 다행이라고 집사는 덧붙였다. 집사는 힘들었던 시간을 겪으며 새삼 ‘가장의 책임감’을 배웠다고 한다. 아무리 아프고 힘든 순간이 닥쳐오더라도, 마지막까지 꼭 곁을 지키겠다는 책임감 말이다.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꽉 찬 4년이 정말 하루아침에 지나간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의 시간도 그렇지 않을까요. 아지와의 만남을 예상하지 못했듯이, 아지와의 이별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올 수 있겠죠. 그때 아지가 ‘너랑 있어서 꽤나 재미있었다, 집사!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라고 웃으며 말해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듣기 위해서라도 날마다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사랑해 주고, 놀아주려고 해요. 그러면 아지도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요. 우리는 눈빛만으로도 통하니까요.” 창가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쬐며 등 하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여유를 아는 고양이 ‘강아지’. 아지의 창문 너머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그리고 그 일들을 집사에게 종알종알 이야기하며 따스하고 포근한 겨울을 맞이하기를 바라본다.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10 08: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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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좁은 이부자리에서 꾸는 꿈
- 한 달 살이에서 평생 살이로 모카와 두부와 함께 산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탁묘로 시작해서 한 가족이 되기까지,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함께 하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원래 오빠네(당시 남자친구이자 현재 남편)가 키웠던 아이들이라, 처음 왔을 때부터 이름을 짓고 자라오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울 상황이 되지 않았던 그때, 작고 앙증맞은 고양이 모카와 두부를 보러 가는 건 내 삶의 큰 기쁨 중 하나였다. 오빠네 가족이 며칠씩 집을 비우게 되면 기꺼이 아이들을 돌보러 오빠 집으로 향하곤 했다. 고백하건대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오빠 집으로 향한 적도 꽤 많았을 정도.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이따금씩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행복했다. 고양이들은 가끔 한 달씩 우리 집에 ‘한 달 살이’를 하러 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그렇게 고양이가 예쁘면 한 마리 키우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결코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될 문제였다. 일의 특성상 자주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고, 예쁘다는 이유만으 로 생명을 들이는 건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집사가 처음이라 처음엔 한 달, 그다음엔 두 달, 그리고 이젠 아예 우리 집에 살게 된 모카와 두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린 서로에게 점차 익숙해졌다. 고양이들이 온 뒤부터는 일 때문에 외부에 따로 얻었던 내 작업실도 정리하고, 집 안에 작업실 공간을 만들어 두기로 했다. 거실 한 켠에는 캣타워나 스크래쳐 같은 고양이 용품들이 하나둘씩 늘어났고, 부엌 찬장에는 고양이 간식과 사료, 모래 등을 넉넉히 쟁여 놓았다. 아이들이 찾으면 언제라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또 베란다엔 고양이들이 일광욕을 하며 밖을 내다볼 수 있게 커다랗고 안락한 의자도 준비해두었다. 원래는 내가 책을 볼 때 썼던 의자였지만, 고양이들을 위해 기꺼이 양보한 것. 아니, 양보라기보다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어주었다고 해야 할까. 외출할 때면 집에 있는 모카와 두부 생각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하룻밤이라도 자고 올라치면 다음 날 아침에 당연한 듯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연스레 집순이, 집돌이가 되어버리곤 하는 것. 심지어 잘 때조차 모카와 두부를 위해 침대 한 켠을 그냥 내어주면서, 정작 우리 부부는 끄트머리에서 잘 때도 있었다. 그치만 발 한쪽이라도 우리 곁에 두려고 옹기종기 모여드는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바라보면 내 한 몸 좁게 자면 어떠리- 한없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익숙해진다는 것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도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야 하고, 고양이도 우리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조금씩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가듯 우린 가족이 되었다. 아침이면 원두를 직접 갈아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곤 한다. 그런데 드르르륵 전동 핸드밀의 소리가 고양이들에겐 무섭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처음엔 소스라치게 놀라던 아이들도 이젠 익숙한 듯 원두 향을 맡으러 옆으로 온다. 알람보다도 빨리 깨워주는 고양이 덕분에 아침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하고, 내 식사보다 고양이들의 사료를 먼저 챙기는 일과. 조용하던 일상이 고양이 두 마리로 인해 조금은 소란하고 분주해졌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은 더 깊고 너그러워졌다. 오래오래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기를.글 이수현사진 최상원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03 09: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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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가족의 의미
- 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계획했던 일들을 잠시 미루어야만 했다. 그게 계기였을까? 올해 초, 우리는 뽀글뽀글 파마 코트를 입은 조단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 뾰족한 귀 끝에서부터 허리에 이르는 까만 털 부분이 꼭 다크 히어로 ‘배트맨’을 떠오르게 해 ‘배트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꼬불꼬불 배트냥 조단이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적응 기간조차 없이 온 집안을 누비며 개냥이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 후, 조단이는 스튜디오에 방문하는 분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인기 스타가 됐다. 하지만 창문 밖을 바라보는 조단이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졌다. 혹시 조단이에게 친구가 필요한 건 아닐까? 우리 부부만의 생각일 수도 있기에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 달 뒤, 조단이 동생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 드디어 둘째를 입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집에 도착한 조니는 우렁찬 목소리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같은 고양이지만 성격도, 취향도 이렇게나 다르구나 싶었다. 조단이는 첫째답게 의젓하고 듬직한 성격으로 장난감도 동생에게 양보하는 편이고, 둘째 조니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는 응석받이다. 또 애교도 많고 대범하다. 하지만 조단이에겐 약간의 식탐이 있는지라, 조니가 남긴 사료까지도 싹 해치우는 대식가의 면모를 보이며 날이 갈수록 점점 거묘(!)가 되어가고 있다. 바라만 봐도 좋은 날마다 꼭 붙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된 조단이와 조니. 설거지할 때면 꼭 옆에 와서 훈수 두는 듯 우두커니 지켜보고, 화장실을 갈 때면 문 앞에서 항상 기다려 주는 너희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너희들의 그릉그릉 소리를 듣고 있으면 수면제도 필요 없이 잠이 솔솔 온다. 너희에게는 우리가 필요하고, 우리에게는 너희가 필요한 그런 묘한 관계. 새벽에 머리를 콩 들이밀며 내 팔 밑을 파고들고 간식을 흔들면 고양이로서의 자존심도 버린 채 손도 잘 내어준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잠든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곁으로 와 꾹꾹이를 해주고 골골송을 불러주고 내 얼굴을 정성껏 핥아줄 때면 조단이와 조니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지금은 그런 편견이 많이 사라졌지만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선 동물인 듯하다. 우리 부부 역시 처음에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란 어떨지 쉽사리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조단과 조니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첫 합사, 친해져 가는 둘, 밥을 먹고 장난을 치는 소소한 모습까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하다. 지금도 우리는 조단이와 조니의 몸짓, 그리고 울음소리에 담긴 의미에 대해 날마다 공부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도 조금씩 ‘민감한’ 집사가 되어가는 중이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두 냥이들 덕분에 날마다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누가 처음 말했는지 모를 유명한 문장 하나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고양이는 사랑이에요!”글·사진 조원석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30 0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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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천고묘비의 계절
- 가을 연례행사 틸다는 365일 중 한여름과 한겨울 약 두어 달을 제외하곤 언제나 털갈이를 한다. 특히 한여름과 한겨울의 털 색은 유독 차이가 크게 난다. 보통 한여름에 새까만 옷을 입고, 한겨울엔 연한 카페라테색 옷을 입는다. 차가운 공기의 냄새가 창문을 타고 들어올 때 쯤, 틸다는 겨울옷을 입기 위해 또다시 무시무시한 털갈이를 시작한다. 언니의 알러지가 유독 심해지고 내가 아침저녁으로 청소기를 돌리는 계절. 바로 가을이다. 틸다의 털갈이는 평생 반복될 것만 같은 우리만의 연례행사다. 파란 우주 눈동자 햇빛이 강하게 느껴지고 하늘이 전보다 높고 푸르러지면 틸다의 눈빛 또한 한층 깊어진다. 어릴 때는 지금보다 훨씬 연한 하늘빛을 띠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색이 좀 더 짙어진 것이다. 고양이의 눈동자는 나이테 같은 걸까. 아무튼 나는 종종 그걸 ‘파란 우주 눈동자’라고 표현하는데, 어떻게 보면 우주 같기도 하고 잔잔하고 넓은 호수 같기도 해서 붙인 이름이다. 틸다의 눈동자는 동공이 커졌다 작아졌다 할 때마다 형태를 달리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혈관과 신경들의 꾸물꾸물 미세한 움직임이 보이는데 마치 우주의 움직임처럼 보인다. 틸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고양이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만큼,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늘은 높고 고양이는 살찐다 어째서일까? 가을이 오면 틸다의 식욕도 함께 늘어난다. 그래, 말도 살이 찌는 계절이라는데 고양이라고 살 안 찌란 법 있나. 다이어터 고양이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하하. 사실, 틸다는 최근 재발한 면역 질환 때문에 일시적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몸 무게와의 힘겨운 사투를 이어가던 중, 드디어 식욕이 잦아드나 했는데 이번엔 또 가을이 온 것 이다. 덕분에 운동량을 이전보다 많이 늘리기로 한 틸다. 그래도 확실히 놀이 시간이 늘어나니, 잠도 푹 잘 자는 것 같고 기분도 좋아 보인다. 우다다 한바탕 달리고 나면 개운해 하는 것 같달까? 나의 올해 목표는 틸다에게 사냥 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아니 중독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사냥이 끝난 후엔 꼭 간식으로 보상을 해주며 먹는 즐거움과 놀이의 즐거움을 함께 가르쳐 주고 있다. 다행히 틸다의 몸매가 점점 날렵해지고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요즘이다. 신상 감별사 틸다는 변화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경계한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려나?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장난감. 희한하게 장난감은 똑같은 것도 포장지에 싸여있는 걸 더 좋아한다. 한 번은 헌 장난 감을 새것처럼 포장해서 까준 적도 있었는데, 어찌나 뛸 듯 이 기뻐하던지 미안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고양이란 보면 볼수록 참 단순하고도 귀여운 생명체다. 최근 나는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통해 틸다의 취향을 알아가는 중인데, 그래서 요즘 내 별명은 틸. 잘. 알.이 되었다. 일명 ‘틸다 잘 알아’. 빈곤 속의 풍요 어느덧 팬데믹 시대에 접어든 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당연했던 것들이 점점 당연하지 않은 것들로 변할 때, 처음에는 나 역시 많이 두렵고 억울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스트레스마저도 익숙해졌다. 앞으로 나아 가는 것만이 정답인 줄 알았던 시대에 살다가 버티고 버티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자니 우울감이 밀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게 있다. 바로 내 곁에 언제나 틸다가 있다는 것. 따뜻하고 포근한 고양이. 눈을 마주치면 골골골 노래를 불러주는 고양이. 별것 아닌 장난감에도 폴짝폴짝 뛰면서 재미있어 하는 고양이. ‘이 시국에 너마저 없었으면 어쩔 뻔했니!’라는 말을 자주 꺼내게 된다. 그렇게 ‘풍요 속의 빈곤’에서 벗어나 ‘빈곤 속의 풍요’를 찾으려 노력하는 요즘이다. 견디기보단 즐기는 것. 아마도 모든 것이 달라질 내년을 기대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글·사진 송지영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30 08:3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