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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9-02 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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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30 08: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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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30 08: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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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24 09: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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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24 09: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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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24 08: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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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17 1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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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작고 동그란 기적
- 슬프지만 동구는 우리나라에서 입양 가기 힘든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믹스견에 나이가 있는 편이고, 아픈 곳이 많았으며 공격성도 심한 강아지를 반겨주는 곳은 우리나라엔 잘 없기 때문이다. 운명은 아닐지라도 동구는 반 누더기 같은 모습으로 길 한복판에서 노끈에 묶인 채 발견됐다. 사람을 무척이나 경계했던 동구는 안락사 전날 극적으로 임시 보호 대상이 되어 보호소를 빠져나왔지만,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안락사 없는 사설 보호소로 가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동구는 꽤 오랫동안 경기도에서 경상남도까지 여러 보호소를 전전해야만 했다. 보호소에서 처음 만난 동구는 안아주면 금방이라도 울 듯한 두 눈으로 조용히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너도 많이 힘들구나’. 운명적인 만남보다 연민 가득한 만남이었기 에 입양을 결정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을 경계하고 곁을 내주지 않는, 마음이 닫힌 강아지와 가까워지는 건 쉽지 않기에. 동글동글 살아보자 입양하기로 마음을 정한 뒤, 나는 트라우마 있는 강아지와 친해지는 방법을 공부하고 돈을 모았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내가 동구를 데려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양을 준비하면서도 ‘나보다 훨씬 좋은 가족이 나타났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입양자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여름에 처음 만난 우리는 겨울 초입에 다다랐을 무렵 가족이 되었다. 5월에 구조돼 ‘오군이’로 불렸던 아이에게 나는 ‘동그랗게 살아보자’라는 뜻을 담아 새이름도 지어주었다. 바로 ‘동구’였다. “너 어디 한 번 해보자. 이래도 넘어오지 않을 거야?” 오기로 만든 온기 물론 상처투성이인 아이의 마음을 여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유기견이라는 편견, 공격성이 있는 강아지는 가정집에서 사랑받으며 지낼 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라도 나는 동구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내겐 포기하고 싶은 마음보다도 동구의 마음을 열고 말겠다는 오기가 더 커졌다. 목줄을 하고 산책하는 것도, 처음 보는 강아지와 인사하는 것도, 대중교통을 타는 것도 모두 동구에게는 처음이었다. 나는 평소엔 사랑으로, 하지만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동구에게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었다. 6개월 뒤, 다행히 그런 내 훈련 방식이 꽤나 먹혔던 건지 동구는 서서히 마음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일곱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오랜 시간 사람을 거부했던 아이에게 일어난 기적같은 변화였다. 네가 누려야 할 세상 사실 전부터 동구와 함께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여태까지 짧은 목줄로 반경 몇 미터, 혹은 보호소의 작은 방이 세상 전부였을 테니까. 다행히 동구가 대중교통이나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덕분에 우리는 자주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너무 들뜬 나머지 어쩔 줄 모르는 동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항상 동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너를 아프게 했던 것들은 세상의 수많은 일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였을 뿐이라고. 바다와 산 그리고 처음 와보는 도시의 냄새, 그 모든 게 처음이었을 네게 앞으로도 더 많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선물해주겠다고.편견없이 사랑해주세요 나는 훈련사도, 수의사도 아니다. 동구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육으로 점차 믿음을 주었다. 동구가 어떤 상황, 몸짓, 어조를 싫어하는지 관찰하고 내 행동을 돌아보며 동구가 나를 안전한 사람으로 인식하게끔 하면서 말이다. ‘유기견’. 이 세 글자로 판단해서 섣불리 입양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강아지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은 버리고 학대한 사람의 잘못이지, 버림받은 아이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네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세월의 흔적이 때때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그래도 우리, 좋은 추억도 참 많이 쌓았지?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최선을 다해 사랑해 줄게. 지금처럼만 예쁘게, 가끔 아픈 티도 내고 말썽도 부리면서 동구답게 누나랑 잘 살아 보자.글·사진 박주연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9-02 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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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 어느 주말 아침, 눈을 떠보면 아이들은 내게 기댄 채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다. 일상 속 소소한 행복. 하지만 이 작은 온기가 전해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품 안의 작은 온기 현미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낸다. 잠을 잘 때는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라, 자기 하우스나 작은방의 가장 구석진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마치 그 방을 아주 큰 하우스 정도로 생각하는 듯하다. 문이 닫혀 있으면 문 앞에 코를 박고 열어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반면 클로이는 보통 우리의 곁에 머무르는데, 옆에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편안하게 고개를 떨구는 법이 없다. 푹신한 침대, 포근한 담요를 좋아하고 밤에는 침대 위 우리의 발밑에서 잠을 잔다. 현미와 클로이의 잠자리 영역을 따로 정해둔 건 아니다.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고 싶어 하면 언제든 환영해 주고, 반면 내가 품 안에 꼭 껴안고 자고 싶어도 아이들이 원치 않으면 꾹 참는다. 어쩌다 아이들이 내 품에 안겨 잠을 자는 날이면, 남편은 그 모습을 되도록이면 사진으로 남겨주려 한다. 이 별것 아닌 일상이 내게는 꽤 소중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기분 좋은 시너지 현미는 입이 짧은 아이였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강아지들이 먹는 사료만큼도 먹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자율 급식도, 제한 급식도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사흘 나흘이 지나도, 공복 토를 하고도 잘 먹지 않아 우리 부부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 식습관은 조금 나중에 가족이 된 클로이도 마찬가지였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도 사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 서로의 사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요즘은 이미 한 그릇을 뚝딱한 현미가 클로이의 밥그릇으로 주저 없이 돌진해 두 그릇을 해치우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번 제 밥을 빼앗긴 클로이. 덕분인지 사료도 제법 잘 먹기 시작했다. 서로의 빈 그릇과 먹은 자리를 재차 확인하는 모습, 먼저 다 먹고 뒤에서 남은 사료가 있나 없나 기다리는 모습은 내가 참 좋아하는 일상 속 풍경이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 가족 산책 스타일도 현미와 클로이는 서로 다르다. 한 데 멈춰 냄새를 맡기보다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즐기며 빠른 보폭으로 걷는 현미, 그리고 구석구석 모든 냄새를 궁금해하는 호기심 많은 클로이. 그러다 보니 현미는 속도를 맞출 수 있는 아빠가 리드하고, 클로이는 비교적 천천히 걷는 엄마가 리드하며 산책한다. 생김새부터 생활 습관, 걷는 속도,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다른 남편과 나 그리고 현미와 클로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속도와 성향을 존중하며 행복한 반려 가족으로 쭉 살아가려 한다. 글·사진 김한지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30 08: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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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너의 모든 날이 빛나도록
- 누구에게나 처음은 특별한 법.로지를 처음 사진으로 만났을 때, 나는 그 작은 갈색 털북숭이의 파란 눈동자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나의 작은 꽃 로지 베들링턴테리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 뒤 온갖 공부를 하며 준비하기를 꼬박 일 년 하고도 반. 드디어 우리의 작은 꽃, 로지를 만날 수 있었다. 견주라면 으레 그렇듯 나 역시 로지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로지와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주변 강아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소위 ‘잇 템(it item)’으로 소문난 것이라면 다소 비싸더라도 망설임 없이 구매하곤 했었다. 로지가 3살이 되던 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잘 뛰어놀던 로지인데 열이 오르더니 구토 증세를 보이며 아파하기 시작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로지를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요새 유행하는 장염이나 감기인가 싶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내가 상상조차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염증 증세가 있네요. 그건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져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어요. 아이의 신장이 보통과 조금 다른 듯합니다. 정밀 검사를 해 보시죠.” 마침 건강검진을 한 번 받아보려고 생각하던 참이라, 로지의 컨디션이 회복되자마자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니 예쁜 콩팥에 동그랗게 종양이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드문 케이스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는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My Little Rozy NO DAY BUT TODAY 큰 수술이었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됐고, 회복도 빨랐다. 지금도 우리는 달마다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추적 검사를 통해 로지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다들 막연하게 헤어짐을 상상한다. 우리 또한 그랬다. 한 20년 정도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은 그날, 나와 남편의 가치관은 완전히 달라졌다. 좋은 옷, 좋은 소품, 좋은 간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보다는 좋은 재료로 손수 만든 간식을 먹이고, 행복해하는 로지의 얼굴을 보며 마주 웃고, 지금 이 시간 행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다짐을 더 했다. 금세 흘러가 버리는 ‘현재’를 사진으로 남기자고. 참 신기한 일이다. 로지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들도 슈퍼 파워가 생긴 것처럼 해낼 수 있게 되고, 새로운 곳,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니 보물 같은 추억들이 방울방울 쌓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 추억들을 머릿속에만 담기가 아까워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앨범을 뒤적거리다 로지와 우리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을 발견할 때면 그저 행복할 뿐이다. 나의 예쁘고 작은 꽃, 로지야.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해 줄게. 우리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가득하도록, 너의 모든 날이 빛나도록. 글 백재은사진 위드정우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30 08: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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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꿀빵이는 못말려
- 우주 대스타 막둥이 김꿀빵 꿀빵이가 오기 전, 우리 가족은 시츄 세 마리를 길렀었다. ‘피추’라는 이름의 모견과 두 딸, ‘배추’와 ‘상추’였다. 그리고 재작년 배추를 마지막으로 세 아이 모두 먼 소풍을 떠났다. 적막감이 감도는 집엔 차가운 바람마저 부는 듯했고, 가족 간의 대화도 현저히 줄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파 울다 잠드는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본가에 놀러 온 언니가 가족들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뗐다. 우리 한번 다시 잘 키워보는 게 어떠냐고. 한번 준 정 다시 떼기가 무서워 지인의 반려견을 잠시 봐주는 것조차 거절했던 엄마, 피추만한 강아지가 없다고, 피추 말고는 다 싫다던 아빠. 그랬던 부모님인데 이제 슬쩍 언니의 말에 긍정적인 마음을 내비친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맞이한 우리 집 막내, 바로바로 김꿀빵 되시겠다! 물론 지금은 나보다 우리 부모님이 더 꿀빵이에게 안달 난 편(특히나 아빠). 그럼 그렇지, 이렇게 귀여운데 안 예뻐하고 배기냐구요! 부캐1) 키우기: 나는야 꿀빵맘 꿀빵이가 우리 가족이 된 후 지인들의 안부 인사도 바뀌었다. “꿀빵맘~ 잘 지내?”, “나도 꿀빵이 보고 싶어”, “꿀빵이도 데리고 나와~” 등등.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예 ‘꿀빵맘’이라 불릴 정도로 나의 꿀빵맘 부캐 활동(?)은 요즘 아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꿀빵이 사진을 혼자만 보기 아까워 별도로 SNS 계정도 만들었는데, 꿀빵이의 매력을 알아주시는 분이 많아 감사한 요즘이다. 반면 내 SNS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가 마지막이더라. 이런 게 바로 개엄마의 삶인가. (씁쓸) 1)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 사용하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副) 캐릭터를 이르는 말. 꿀빵이 당기는 계절 함께여서 좋은 점이야 많고 많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덕분에 사계절을 골고루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봄에는 예쁜 벚나무가 양옆으로 늘어선 길을 누가 꽃인지 모를 정도로 귀여운 꿀빵이와 함께 걷고, 여름에는 풀 내음 가득한 공원을 따라 산책하며 새삼 그늘이 주는 고마움을 느낀다. 또 가을엔 청명하고 높다란 가을 하늘 아래 바삭바삭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를 함께 들을 수도 있다. 특히 나는 꿀빵이랑 함께하는 겨울이 가장 좋다. 군고구마 하나면 온갖 애교와 충성을 다하는 꿀빵이를 볼 수 있으니까. 또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자연스레 내 품을 파고들며 잠을 청하는 꿀빵이를 쓰다듬으며 잘 수 있으니까. 아무리 지치고 피곤해도 그때만큼은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달까?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내 옆에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쿨쿨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으윽, 심장어택. 정말이지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럴 땐 최소 뽀뽀 백만 번은 날려 줘야 조금이나마 충격이 풀린다. 꿀빵이가 누운 이부자리에서 폴폴 풍기는 꼬순내는 덤! 고슴도치 개 엄마의 하루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을 나왔다. “야, 넌 어쩜 매일이 화보냐?”, “꿀빵아, 그렇게 귀여우면 우주 대스타밖에 못 해!” 온갖 주접 멘트가 난무하는 산책. 아마 모든 견주들이 공감할 거다. 사실 원래 나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처음 보는 사람과 말을 섞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런데 꿀빵이의 사회화 교육을 위해 날마다 산책하러 나가다 보니 내 성격까지도 참 많이 달라졌다. 마주치는 털북숭이 강아지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도 건네보고, “귀여워~” 하며 너스레도 떨어본다. 그렇게 견주들과도 한두 마디씩 나누다 보면 물 흐르듯 대화가 이어진다.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아니, 대체 누굴 위한 사회화 교육인가?’ 이젠 제법 나도 산책이 익숙해졌는지 오며 가며 꿀빵이 자랑도 은근히 늘어놓곤 한다. 이렇게 오늘도 내 핸드폰 사진첩엔 꿀빵이 사진들이 알차게 한 장 두 장 차곡차곡 적립된다. 이러다간 얼마 안 가 저장 공간이 꽉 차버릴 것이 분명하지만 어쩔 수 없다. 찍지 않고선 배길 수가 없는걸. 에휴, 나 고슴도치 개 엄마 다 됐다! 글·사진 김한지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24 09: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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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WELCOME HOME, SWEETY
- 매일 아침이 기다려지는 기분 좋은 태동, 침대 머리맡에서 들리는 쿤이의 골골 송. 거실에서 들려오는 아직도 한창 꿈나라에 있는 듯한 구찌의 드르렁드르렁 코골이 소리. 결혼한 지 6년, 드디어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가 생겼다. 둥지 본능 ‘둥지 본능’, 새로 태어날 새끼를 위해 집을 단장하고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출산 준비 과정에서 강아지들은 새끼를 눕힐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고양이들은 부드러운 천 조각을 모은다는 말이있다. 나 역시 예정일에 가까워지면서 집안을 열심히 비우고 채우고 또 쓸고 닦으며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집안 살림뿐만 아니라 구찌와 쿤이가 안 쓰는 용품마저도 전부. 얼마나 열심이었냐면, 하루는 남편이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여보, 이러다가 나까지 버리는 거 아니야?” 물론 집 청소뿐만 아니라 아이들 케어에도 평소보다 더욱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아기가 집에 오면 털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당분간은 아이들 미용을 시켜 주기로 했다. 또 혹시라도 나중에 내가 육아에 집중한 나머지, 아이들의 건강 이상을 눈치채지 못할까 봐 종합 건강검진까지도 마쳤다. 훗날 태어날 아기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구찌 쿤이와 함께 자라게 된다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아한 클래식이나 동화책보다도 구찌와 산책하고 쿤이와 교감하는 것이 내게는 최고의 태교였다. 엄마 다녀올게! 어느덧 임신한 지 35주, 혈압이 오르고 온몸이 점점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36주 6일째가 되어 정기검진을 받던 날,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통보를 받고 말았다. 짐은 남편에게 가져와 달라고 해도 되니, 지금 당장이라도 입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 안 돼요, 선생님. 내일 입원하면 안 될까요?” 간절한 나의 부탁에 입원은 결국 다음 날로 미뤄졌다. 급하게 집으로 와 짐을 챙기면서도, 앞으로 3주 동안 구찌와 쿤이를 못 본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9년을 함께 하면서 이렇게 오래 떨어져 본 적이 없었기에 벌써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했다. 일주일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어 죽겠는데 3주라니…. 앞으로 혼자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남편을 위해 메모를 적어 냉장고에 빼곡히 붙여놓았다. 사료부터 간식과 영양제 급여 방법부터 배변과 청소, 그리고 산책 방법,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얘들아, 밥 잘 먹고 있어. 엄마 다녀올게!”라는 인사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3주 전 집을 떠났던 그날처럼. 첫 육아의 서막이 오르다 드디어, 10개월 동안 내 뱃속에 있던 아이를 품에 안았다.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나는 구찌, 쿤이에게 아기를 어떻게 소개해주면 좋을지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검색도 해본 결과,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다. 아이를 싸고 있던 속싸개를 미리 반려동물에게 주고 냄새를 맡게 하거나, 안전을 위해 처음부터 격리하는 방법 등등. 3주가 지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아기와 구찌, 쿤이의 첫 만남은 어떨까? 반가워할까, 아니면 무관심할까?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버선발로 달려 나와 반겨주 었다. 언니 왔어! 나보다 10달은 더 기다린 것 같은 구찌는 예상대로 포대기 속 아기를 보자마자 정신없이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데도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드디어 구찌 언니, 나의 첫 육아가 시작되었다.글·사진 전소영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24 09: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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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연(緣), 마음 한편을 내어주세요
- 고양이들을 구해주세요 지난 6월 말 강원도 화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온 연락. 몇 달 전부터 학교 뒷산에 고양이 세 마리가 나타나 학생들이 돌봐주고 있었다고. 어쩌면, 유기된 고양이들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학생들의 추측이었다. 그들 중 대다수였던 3학년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에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강원도, 그것도 굳이 학교에까지 찾아가서 고양이를 버리고 갔다 생각하니 화가 났다. 실제로 고양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화천군에 방문했다. 전화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보게 된 개체 수는 네 마리. 통화했던 학생은 처음에 분명 고양이가 총 세 마리라고 했다. 개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아 아마 본디 학교 근처 마을에살고 있던 고 양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는 길고양이라고만 하지만, 사실 모든 길고양이가 유기묘인 것은 아니다. 영미권에서는 보통 길고양이를 ‘stray cat’과 ‘feral cat’으로 구분한다. stray는 사람 손을 탄 고양이를 말하고 feral은 야생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양이를 말한다. 처음 전화를 받고 약 3~4개월 정도 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 마리 였던 고양이가 여섯 마리가 된 점, 최근 코로나로 인해 해당 지역엔 국내 여행객조차 줄어든 점과 한눈에 보기에도 어린 친구라는 점 등을 생각해 보니 원래 그 부근에서 사는 고양이들 같다는 생각을 굳혔다. 지키고자 하는 사람, 해하고자 하는 사람 유기된 고양이인지, 원래부터 그곳에 살고 있던 고양이인지 여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첫째로, 프로젝트의 범위를 결정한다. 마을에 살던 개체일 경우 더 많은 고양이가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밥을 계속 주는 이상 개체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안타깝게도 몇 마리의 중성화와 접종,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캠페인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둘째로, 입양이 적합한지 생각해볼 수 있다. 사람 손을 잘 타지 않는 친구의 경우 입양을 함부로 보내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학생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사람을 경계하거나 공격하지는 않았다. 곧 이어진 학생들과의 이야기 시간. 학생들은 자신들이 졸업했을 때, 이 친구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었다. 실제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주말이면 마을에서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물어뜯는 고양이들이 있고, 그 친구들을 해하려고 약을 타 놓는 마을 어르신들도 있다고 했다. 학생들보다 고양이와 공존한 시간이 오래되셨을 텐데, 눈앞이 아득해졌다. 다행히 문제점을 알고 고양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급하게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함께, 다 같이, 더불어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건 5천 년도 훌쩍 넘었단다. 초기 농경사회이던 때, 당시 고양이 뼈를 분석해보면 고양이들은 쥐뿐만 아니라 사람이 주는 곡물도 먹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우연히 고양이가 사람에게 온 게 아니라, 사람이 야생 고양이를 길들여가며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증거겠다. 5천 년 전에도 고양이는 항아리를 깨고, 식탁 위로 올라와 생선을 훔쳐먹었을 터다. 먼저 손 내민 인간과 그런 인간에게 길든 고양이. 그리고 지금, 손 내미는 고양이와 해치고자 하는 사람. 아이러니하다. 2020년 9월 중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인천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고양이 뼈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항간에는 일부러 살점이 붙은 뼈를 두고 가 근처 고양이들이 먹게끔 유도했다는 소문도 있다. 뉴스에 나온 것이 처음이지, 이런 일은 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물론 나라고 해서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길을 걷다 비둘기가 다가올 때면 반사적으로 피하게 되고, 쓰레기나 토사물을 헤집는 모습을 볼 때면 거북한 감정도 든다. 그래서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의 감정 자체를 부정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비둘기에게 돌을 던진 적도 없고,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단연코 더욱 없다. 누군가는 현 사회가 ‘반려동물 세상’이라는데, 지금도 이 땅 어딘가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죄 없이 버림받고 죽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오천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어쩌면 우린 다른 생명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제는 여섯 마리가 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참 빨리도 늘어간다.글 박찬우사진 박흥배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24 08: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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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마음을 보듬는 그루밍
- 올여름 남편이 일주일간 시댁인 파리로 홀로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싶다고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을 때 나는 기꺼이 잘 다녀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남편이 집에 없다는 뜻은 곧 일주일 동안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노아와 폼폼과 함께 잠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소소한 일탈 잠귀가 밝고 예민한 남편은 작은 소리에도 잠을 설치기 때문에 우리는 노아와 폼폼을 입양한 이후로 안방 문을 닫고 자야 했다. 호기심 많은 노아는 초반에는 온종일 열려 있던 안방 문이 밤에는 왜 굳게 닫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듯, 방문을 긁으며 열어달라고 울어대서 내 마음을 참 아프게 했다. 함께 잠들고 싶은 마음에 여러 번 안방 문을 열고 시도는 해 봤지만, 고양이들의 작은 기척에도 남편은 잠을 설치곤 했다. 결국 제대로 잠을 못 자 수척해진 남편의 얼굴을 보며 안타깝지만 우리는 방문을 닫기로 결정하였다. 천방지축 캣초딩 시절을 지나니 노아도 곧 적응하여 밤에는 폼폼과 함께 거실에 있는 캣타워 침대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노아가 같이 자고 싶어서 문을 긁고 야옹거리던 모습은 늘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집을 비울 때면 무조건 방문을 활짝 열고 노아와 함께 잠드는 기쁨을 만끽하곤 한다. 밀려드는 외로움 스위스에서의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나는 남편이 집을 비우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집에 홀로 있는 경우도 많았고, 대학, 직장에 다니면서는 독립도 했기 때문에 나는 집에 혼자 있는 것에 원래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달랐다. 친구들도 가족도 없는 스위스에서 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은 오직 남편 한 명뿐이었다. 스위스에서 맞은 첫 번째 크리스마스. 남편은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프랑스에 가고, 사정이 있어 일주일가량 혼자 집을 지켰던 적이 있었다. 연휴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텅 빈 집에 홀로 있는 기분은 상당히 외로웠다. 평소에는 쾌적하다고 느꼈던 넓은 집이건만 어쩐지 황량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말도 안 통하는 낯선 외국에서 나는 혼자 뭘 하고 있는 거지. 우울한 마음은 끝도 없이 깊어졌다. 그 이후로 나는 가급적 남편 없이 스위스 집에 혼자 남아있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고양이가 불러주는 자장가 그때를 생각해보면 요즘 나는 참 많이 달라졌다. 남편의 등을 떠밀어 기꺼이 프랑스로 보낼 줄 알게 되다니, 이렇게나 사람이 바뀔 수가 있나? 이 모든 것은 역시 나의 두 고양이 덕분이리라. 노아와 폼폼이 우리 집에 온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집에서 혼자인 것이 두렵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 챙겨주고, 화장실 청소해 주고, 틈틈이 놀아주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이들은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와 지켜봐 주고, 때로는 쓰다듬어 달라며 야옹거리며 울었다. 마치 빈 집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밥때가 되면 칼같이 내게 와서 머리 박치기를 하는 폼폼 특유의 애교는 매번 나를 웃음 짓게 했다. 노아는 오랜만에 밤에도 활짝 열려 있는 안방 문을 놓치지 않았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있으면 어느새 노아가 슬쩍 내 이불 위에 올라왔다. 이마와 턱을 살살 긁어주면 노아가 불러주는 골골송을 자장가 삼아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겁이 많은 폼폼은 밤에는 침대 위에 올라와 함께 잠을 청하지는 않았지만, 아침에는 어김없이 침대 한 편에서 내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덕분에 매일 아침 기분 좋게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매일 함께 잠들고 일어나는 일상. 흔치 않은 일이다 보니 더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쭉, 서로의 곁을 지키며 혼자 있는 것이 싫고 외롭다고 느꼈던 나. 하지만 남편의 부재에도 힘들기는커녕 아이들과 즐거웠던 일주일을 보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고양이들처럼 나를 직접 핥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노아와 폼폼의 존재 자체가 나의 외로운 마음을 따뜻하게 그루밍해 주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남편이 집을 비운다고 하면 기꺼이 환영할 것이다. 내 곁을 든든히 지켜줄 노아와 폼폼이 있으니까.글·사진 이지혜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17 10: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