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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1-09 1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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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1-08 09: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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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1-04 10: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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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1-02 09: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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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9-23 09: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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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9-23 08: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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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9-17 09: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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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너희는 나의 별들이란다
-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살고 있어요. 보드라운 베이지색 털과 커다랗고 예쁜 갈색 눈동자를 가진 믹스견 도담이, 그리고 초콜릿색의 뽀글뽀글한 털에 밝은 호박색 눈동자를 가진 푸들 초비랍니다. 우주 최강 겁쟁이와 용감한 수호견 음, 도담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얌전한 천사 애교쟁이랄까요? 하지만 누가 초비를 괴롭히면 무섭게 돌변해 초비 앞에 딱 버티고 서서 보호해 준답니다. 그때 도담이는 그 어떤 강아지보다도 사나워져요. 반면 초비는 정말 우주최강 겁쟁이예요. 처음 집에 왔을 때는 멀리서 택배 상자 뜯는 소리도 무섭다며 자지러지더라고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비닐봉지도, 심지어 간식 통도 무섭다며 몸을 웅크리고는 화장실 변기 뒤에 쏙 숨어 버린다니까요. 그래도 둘이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도담이는 초비를 제 새끼처럼, 초비는 도담이를 엄마처럼 여기고 있거든요. 다둥이네는 ‘아이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게 가장 큰 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웃음) 도담, 서로에게 행운인 사이 도담이는 유기견이었어요. 주인에게 버려져 보호 사이트에 올라와 있었죠. 이젠 별이 된 제 첫 번째 강아지 ‘얼짱이’와 쏙 빼닮은 모습에 저는 그만 두 눈을 빼앗기고 말았고, 꼭 데려와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어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밤 도담이는 그렇게 제 가족이 되었답니다. 도담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고 여렸어요. 더구나 만삭이었고요. 소중히 안아서 조심조심 집에 왔는데, 너무 순하고 착했죠. ‘이 아이가 조금만 늦었어도 뱃속 아기들이랑 안락사를 당할 뻔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만삭의 몸이지만 몸무게는 불과 4킬로그램. 뼈만 앙상한 작은 아이가 부디 우리 집에서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담’1)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담이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을 준 거 있죠? 정말 운명이라는 게 실제로 있는 건지, 10월 4일, 그러니까 제 스물여섯 생일날에 딱 맞춰 새끼들이 태어난 거예요. 원래 출산 예정일은 10월 중순이었는데요. 아가들이 하나같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또 귀하던지, 천사들이 따로 없었다니까요. 도담이는 그동안 제가 알지 못했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줬어요. 우리가 가족이 된 건 제게도 무척 큰 행운이었지요. 초비, 깨발랄 수줍음쟁이 초비의 눈망울에 반했어요. 반짝이는 호박색 두 눈동자. 곰팡이성 피부병으로 얼굴의 털은 죄 빠져 있었고, 몸에서는 각질이 우수수 떨어졌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가족이 되는 데에는요. 손바닥만 한 공간 구석에, 머리를 박고 웅크려 있던 아이. 도담이도 작았는데, 초비는 도담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았어요. 고작 400그램밖에 나가지 않던 새끼 강아지였거든요. 이렇게 어린 강아지는 처음이라 너무 겁이 났었는데, 병원에서 예방주사도 맞고 약도 챙겨 먹이니까 금세 얼굴에 뽀송뽀송하게 새 털이 올라오더라고요. 예쁜 초콜릿색 털을 가진 이 아이는 ‘초비’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어린 초비는 장난감도 갖고 놀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온종일 시간을 보냈어요. 얼짱이도, 도담이도 얌전한 아이였는데, 에너지 넘치는 새끼 강아지가 오니 집안이 금세 시끌벅적해지더라고요. 아, 이게 개 키우는 거구나 싶었지요. “초비야~” 하고 부르면 초비는 제게 쪼르르 달려와 폭 안겨요. 제가 누워 있으면 목에 기대 눕고, 앉아 있으면 등에 몸을 딱 붙이죠. 그 작은 온기가 참 기분이 좋아요. 산책을 나가면 항상 제 옆이나 뒤로 붙어 다니고요. 얼마나 제 껌딱지인지 애정이 많이 가요.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많이 하고 에너지도 넘쳐서 맞춰주기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집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비타민이랍니다. 가장 빛나는 별들 아침에 눈을 뜨면, 도담이와 초비는 항상 제 곁에 누워 있어요. 이름을 부르면, 손을 내밀면 깡총거리며 뛰어오죠. 함께 덮고 잔 이불에서 풍기는 꼬순내, 촉촉한 코, 마주 짓는 행복한 미소. 너무나도 당연한 이 모든 것들에는 끝이 있다는 걸 이젠 알고 있어요. 첫째 얼짱이를 떠나보내며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주어져 있는 한, 저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보게 해 주고 싶어요. 그래서 휴일이면 늘 여기저기 함께 여행을 다니곤 하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강아지 운동장이나 애견 캠핑장에 가서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여름엔 계곡에 가서 함께 물놀이도 하고, 겨울에는 함께 바다를 보며 새로운 다짐도 하고요. 집에 있을 때면 누워서 휴식을 즐기는 도담이와 장난감 물고 놀기 좋아하는 초비. 산책할 땐 냄새 맡고 뛰는 걸 너무 좋아하는 도담이와 엄마 옆에서 총총 걷는 초비. 부디 아이들의 짧은 시간이 매 순간 행복으로만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올 한 해에도 도담이와 초비의 모든 날이 늘 빛나기를.글·사진 최서연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1-09 1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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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DEAR, MY DIARY
- 안녕, 일기장아. 내 소개를 할게. 내 이름은 김꿀빵! 이름은 꿀빵, 성은 김씨야.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처음에 내 이름이 ‘귀여워’인 줄 알았어. 진짜라니까? 나만 보면 다들 “귀여워~ 귀여워~” 하길래 정말 난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라고. 뒷모습이 마치 통영의 명물 ‘꿀빵’같이 오동통하고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꿀빵이라고 지었다나. 멋들어진 이름도 참 많았을 텐데 정말 이게 최선이었나 싶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뭐, 어느새 나도 모르게 “꿀빵~!” 소리에 꼬리를 흔들며 반응하고 있더라. 자존심은 쬐끔 상하지만 주변에서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해줘서 그러려니 하고 살아.나도 고구마 다이어트나 해볼까? 누나가 요즘 다이어트인가 뭔가 한다고 만날 고구마를 한가득 삶아놓고 먹고 있어. 참 노력이 가상하지. 그런데 있지, 문제는 고구마를 그 자리에서 왕 커다란 걸로 다섯 개나 먹어 치운다는 거야. 가끔은 더 먹을 때도 있고. 내가 보기엔 저 인간 이번 생은 글렀어. 쯧쯧. 누나야 정신차려! 난 뚱뚱해도 귀엽지만 누나는 아니야. 그러니까 그 고구마 당장 내 입에 버리라구! 말티즈 여친 구함 오늘도 어김없이 누나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어. 날씨가 좀 춥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움직여야한다구. 누나가 “이불 밖은 위험해!”라면서 꼼짝도 안 하려 하길래 겨우 어르고 달래서 운동 데리고 나온 거야. 하, 이 상쾌한 공기! 간만에 더듬이에 힘 좀 빡 주고 나왔는데, 왜 꼭 이런 날은 예쁜 말티즈 누 나들이 안 보이는거야? 하, 외롭다… 나랑 같이 자연산 우드스틱 씹을 암컷 어디 없나?나는 누나의 애착 강아지 다른 강아지 녀석들, 다들 애착 인형 하나씩 있지? 나도 하나 있어. 그런데 누나에겐 내가 애착 인형 같은 건가 봐. 아주 하루 종일 물고 빨고 그냥… 나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다. 거의 뭐 주인이 분리 불안이랄까? 밤엔 꼭 내 꼬순내를 맡아야 심신이 안정되면서 잠이 솔솔 온다나 뭐라나. 아휴 피곤해.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인간이야. 어이, 주인! 침대 따뜻하게 데워놨어. 얼른 누워 자!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우리 누나도 회사에 다녀. 다른 인간들이랑 비슷하지. 누나는 아침마다 내 견생이 부럽다고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면서 출근을 해. 그럴 땐 좀 섭섭하다? 나도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몸이라고! 꽉 찬 내 하루 일정표 들어볼래? 첫 번째, 나는 그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야 해. 이른 아침 출근하는 엄마를 배웅해 줘야 하거든. 솔직히 말하면 너무 이른 시간이라 가끔 못 일어날 때도 있긴 하지만. 댕댕이가 완벽하면 재미없잖아? 어느 한 군데는 허술해야 그게 또 매력이지. 다음은 아빠 차례야. 먼저 화장실에서 물 트는 소리가 들림과 동 시에 큰 방 침대 위로 재빨리 호다닥 올라가야 해. 잠시 뒤 아빠가 화장실에서 나오시면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세상 아련한 눈빛으로 아빠를 빤히 쳐다봐줘. 그래야 간식 몇 개 얻어 먹을 수 있거든. 일찍 일어난 개가 간식을 먹는다는 옛말도 있잖아. 마지막으로 가장 요란스러운 누나까지 달래서 출근시키면 나의 오전 업무는 비로소 끝이 나지. 이제야 한숨 돌리는가 싶지만 아니야.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이 쪼그만 몸으로 이 큰 집을 혼자 지켜내야 해. 아주 막중한 임무지. 가족들 퇴근 시간도 다 달라서 시간 맞춰 칼같이 현관문 앞에서 호들갑 떨며 반겨줄 준비도 해야 한다고. 하루 종일 귀여운 건 정말 고단하지만, 이 정도는 해줘야 내 간식의 질이 달라지걸랑. 앗, 쓰다 보니 누나 퇴근 시간이 다가왔네.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정말,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글·사진 김한지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1-08 09: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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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부끄는 부끄러워요
- 어떻게 부끄를 만나셨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해요. 음, 남편은 어릴 적에 허스키를 키웠대요. 하지만 끝까지 책임질 수 없어 다른 분께 보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었나 봐요. 그리고 저는 동네 캣맘이었고요. 둘 다 동물을 참 좋아하는데, 문득 생각해 보니 저희가 이미 중년이라 조금 더 미뤘다간 힘 좋은 허스키를 키우지 못할 것 같은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제게 물었어요. “우리, 강아지 키울까?” 그 말에 제가 내건 조건은 하나. “보호소에서 데리고 오면 좋겠다” 였지요.허스키 부끄는 부끄럼쟁이 이곳저곳에서 유기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러다 SNS에서 허스키 한 마리를 봤어요. 마른 체구의 허스키가 구조되어 드림독 쉼터로 가게 되었다고요. 바로 부끄였죠. 보통 보호소 강아지들은 사람을 참 잘 따라요. 그런데 부끄만큼은 예외였어요. 간식을 먹기는커녕 손짓만 해도 피하고 숨고. 그런데도 왜 부끄를 데려왔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아마 부끄의 순하고 맑은 눈빛에 끌린 것 같아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일주일 뒤, 저희 부부는 부끄를 집에 데리고 왔답니다. 부끄럼쟁이 허스키니까, 이제부터 네 이름은 부끄야!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줄래? 부끄가 마음의 문을 여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저랑 남편이 잠자리에 들어야만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참 미안하고 초조하더라고요. 입양 당시 부끄는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었고, 탈장에 곰팡이 피부염, 그리고 자궁축농증까지… 앞니도 다 갈려 있었고요. 사상충을 치료할 때는 몸 안의 벌레를 죽이는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쇼크사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하루 입원을 시켰는데, 글쎄 데리러 간 날 부끄의 태도가 완전히 바뀐 거예요. 그전까지는 사실 ‘뭐 엄마 아빤가 보다~’ 심드렁했던 부끄였는데, 그 날은 꼬릴 흔들고 얼굴에 온통 뽀뽀를 하고 정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요. 아마 부끄도 그때부터 저랑 남편을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때 알았어요. 재촉할 필요가 없다는 걸,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부끄를 기다려주면 된다는 걸요. 조금은 느리지만, 부끄 역시 부끄만의 속도로 우리 부부에게 마음 문을 열고 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자기 이름도 모르고 주눅 들어 있던 작고 마른 허스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끄야~”하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다가오고요. 그때의 감동이란, 이건 정말 유기견을 입양해 보지 않은 분이라면 공감하기 어려운 감정일지도 모르겠네요. (웃음)부끄의 트라우마 부끄가 번식견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어요. 그래서일까, 부끄에게는 몇 가지 큰 트라우마가 있어요. 무엇인가 타는 냄새, 그리고 검은색 모자를 쓴 중년 남자를 극도로 무서워해요. 심지어는 장작불에 고기가 타는 냄새에도 공포심을 느끼죠. 사실 이건 번식장에서 구조된 많은 개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트라우마라고 해요. 아마도 검은색 모자를 쓴 남자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몹쓸 짓을 한 것은 아닌가… 그렇게 저와 남편은 추측하고 있어요. 저희는 산책할 때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무조건 멀리 돌아서 가요. 부끄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힘들어하거든요. 다른 건 정말 많이 좋아졌는데 이것만은 잘 극복이 안 되네요. 보통의 개들이라면 고기 굽는 냄새를 무지 좋아할 텐데, 마음이 참 아프고 슬퍼요.엄마 아빠 좋아, 산책 좋아! 다른 강아지들은 좋아하는 게 참 많죠? 특별히 좋아하는 간식도 있고, 장난감도 있고, 다른 강아지 친구들도 있고요. 하지만 부끄에게는 엄마, 아빠, 산책뿐이에요. 아마 새끼 시절 사회화가 잘 안되어서 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역시나 좀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부끄는 참 밝고 순한 아이예요. 특히 산책을 참 좋아해요. 마치 그동안 돌아다니지 못했던 게 아쉽기라도 한 것처럼요. 처음에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저 무섭고 낯설어 피하기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 산책의 맛을 알았는지 “산책 가자!”는 소리만 들리면 신나 해요. 사람 손을 탄 적이 없어 처음에는 한 발 내딛는 것도 어려워했지만 금세 적응하더라고요. 이제는 산책을 빼고선 부끄를 논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언제나 부끄의 편이 될 거야 강아지의 시간은 참 짧고도 빨라요. 가끔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사랑해 줄 수 있는 만큼 부끄를 더 사랑해 주려고요. 2년 동안 번식장에서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 그동안 못 누렸던 것들도 다 누리게 해주고 싶어요. 끝까지 변하지 않는 부끄의 편이 되어주고 싶어요. 쉼터 소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부끄를 비롯한 번식장 아이들이 구조가 되지 않았다면, 식용견으로 팔려나갈 뻔했다고요. 식용견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너무나 맑은 눈을 가진 그 아이는 지금 제 곁에서 이렇게 예쁘게 지내고 있네요. “무조건 유기견을 키우세요” “유기견을 입양하세요”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한 번쯤은 부디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부끄처럼 다 큰 개들도 충분히 새로운 가족 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요. 여전히 많은 아이가 버려지고 있어요. 강아지들도 생명이랍니다. 다 느끼고, 행복해하고, 슬퍼해요. 부디 이 땅의 모든 보호자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반려견과 함께하시길 바랄게요. 아, 그리고, 만약 이 글을 읽는 누 군가가 새로운 가족을 고민하신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긁지 않은 복권들이 많아요. 부끄처럼요!” (웃음)글·사진 신호정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1-04 10: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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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육아, 혼자가 아니기에
- 속싸개 속 동생의 냄새를 적극적으로 맡던 구찌. 3주간 엄마 없이 지내서일까? 구찌와 쿤이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둘 다 눈곱이 잔뜩 끼고 털은 덥수룩해졌다. 어딘가 모르게 굉장히 꼬질꼬질한 것이 엄마 없이 지낸 게 어찌나 티가 나던지, 꼭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다.역시 엄마가 있어야 한다니깐 그 모습을 보니 미안하면서도 ‘역시 엄마가 집에 있어야지?’라는 생각에 계속 웃음이 나왔다. 분명히 예쁘게 미용하고 목욕까지 싹 시키고 떠났는데, 밥은 그새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살이 포동포동 오르고 털은 한껏 자라 여기저기 엉켜 있었다. “우리 아가들 잘 있었어? 근데 여보! 구찌랑 쿤이가 왜 이렇게 커진 것 같지?” 요녀석들, 아빠가 밥도 간식도 많이 주니 엄마 생각은 하나도 안 났나 보다. 분리 불안은 나만 있었던 거야? 육아 시작! 우연인가? 책으로는 많이 읽었지만 실전은 다르겠지? 나 혼자 육아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밤을 홀딱 새 버렸다. 아기가 뒤척이기만 해도 바로 눈이 떠졌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시작된 새벽 수유. 구찌랑 쿤이가 외롭지 않게 내 옆에 있어 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거 참,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구찌가 워낙 듬직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듬직해도 너무 듬직하다. 이틀 뒤, 육아가 서툰 초보 엄마는 결국 아기를 울리고 말았다. ‘배가 고파요, 응애응애!’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구찌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급하게 방에 들어온 구찌는 내 침대와 아기 침대 사이 비좁은 공간에 얼굴을 들이밀더니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아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엄마, 엄마가 아기 울렸어요?’라는 듯 말이다. 구찌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며 “응? 구찌야, 엄마가 울린 거 아니야!” 하고 말하니 구찌는 아기를 한 번 더 쓱 살피고 나서 다시 거실로 나갔다. 뭐지? 우연인가? 구찌 언니의 육아일기 으아앙! 아기가 또 울기 시작했다. 응애응애 소리가 나면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구찌는 한달음에 달려온다.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는데, 그 후로도 계속 구찌는 아기가 울면 자다가도 뛰어와 침대 사이에 머리를 넣고 꼭 아기를 확인하고 나갔다. 귀여우면서도 신기하고 대견했다. 하루는 친정엄마가 3일간 휴가를 내고 아기를 돌봐주러 오셨던 적이 있다. 엄마와 거실에서 자려고 이불을 펴고 아기 침대를 거실로 꺼내왔는데, 구찌가 다가와 이불과 침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더니 벌러덩 누워 버렸다. 그리고 불편하지도 않은지 그 대로 잠이 들었다. 구찌의 일상도 아기가 태어나고 조금은 바뀐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 배고파 우는 아이를 살피는 게, 분유를 기다리며 울고 있는 아기를 달래주듯 발을 핥아주는 게 일상이 되었다. 제 시선이 닿는 공간에 아기를 뉘면 어김없이 따라와 냄새를 맡고 옆에 눕는다. 목욕 시간에는 깨끗이 씻기고 있는지 욕조에 턱을 괴고 감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구찌에게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찌어머니’! 구찌와 시어머니의 합성어다.기다림 끝에 얻은 보석 우리 부부는 어렵게 아이를 가졌다. 이전에 받은 수술로 자연임신이 어려워 여러 번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고, 3년 만에 드디어 아기가 찾아왔다. 내 상황을 모르는 주변 어른들은 내가 동물들을 너무 예뻐해서 아기를 주지 않는 것이라 했다. 아기에게 줄 사랑을 전부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주고 있으니 아기가 들어올 틈이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시험관 시술은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가장 힘든 시술이다. 기다림의 연속이고 그 기다림이 실패로 끝나버릴 때 찾아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우울증 또는 공황장애로 시술이 중단되기도 한다. “포기하면 성공한다더라”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된다더라”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하지만 내 옆에는 늘 구찌와 쿤이, 그리고 지금은 고양이 별로 소풍 간 랭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늘 한결같이 나만 바라봐 주고, 나는 그 아이들을 챙겨주어야만 한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하루가 짧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나는 다음 시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6번 만에 시술은 성공했고 출산 까지 했다.나의 버팀목 임신 후에는 애 하나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개, 고양이를 같이 키울 거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육아? 힘들다. 너무너무 힘들다.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화장실도 마음 놓고 갈 수 없다. 샤워 한 번 하려면 아기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독박 육아에 코로나19로 가벼운 산책조차 어려워진 이 상황은 더욱더 나를 힘들고 답답하게만 한다. 하지만 나와 아기 곁에는 언제나 구찌와 쿤이가 있다. 구찌와 쿤이를 보며 로늬는 오늘도 까르르 웃는다. 구찌와 쿤이는 앞으로도 로늬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친구이자 부모가 되어 주겠지. 맘속으로 작은 미소를 지으며, 오늘도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글·사진 전소영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1-02 09: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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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느리게 즐기는 하룻밤, 강천섬 캠핑 1박 2일
- 단풍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되니 따뜻한 오후 햇살이 좋아 강아지들과의 실외 활동이 많아졌다. 더 추워지기 전에 단풍 구경도 할 겸, 주말을 맞이해 댕댕이를 키우는 지인들과 함께 강천섬으로 향했다. 이름하여 ‘개친소’(개 친구를 소개해주는) 모임이다. 강아지와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든 환영! [주소 : 경기 여주시 강천면 강천리길 76-14] 강천섬은 어디? 강물이 불어날 때만 섬으로 변했던 이곳은 4대강 사업 이후로 완전한 섬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강천리교와 굴암리교를 건너야만 진입할 수 있다. 3년 전 처음 이곳을 알았을 때만 해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찾은 강천섬은 단풍 시즌이 가까워져서인지 역대 최고의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강천섬은 노지 캠핑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아 주말 백패킹 명소로 유명하다. 강변을 따라 트래킹 코스가 있고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많아 쉬고 싶을 때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쉴 수도 있다. 햇살, 바람, 웃음, 그리고 강아지 삼삼오오 정해둔 장소로 도착한다. 오늘 모일 강아지는 모두 4마리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모두 성격이 너무 달랐고 사회성이 부족했다. 갑자기 한자리에 모이면 겁을 먹거나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모임 사람들과 캠핑 장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산책을 하며 경계심을 풀어주기로 했다 ‘메리’라는 강아지는 가족 구성원 중 유독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두 예뻐해 줘도 엄마가 없으면 얼음이 되고, 있으면 엄마를 지키느라 계속 짖는다고. 그런 메리가 갑자기 다른 강아지와 맞닥뜨리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안으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라임이와 함께 산책하며 서로 탐색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넓은 잔디밭에서 보호자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걸으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하하호호 견주들의 웃는 소리에 강아지들의 경계도 조금씩 풀어지는 듯하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편해졌을 즈음 이미 지나온 길을 되짚으며 걸어간다. 다른 강아지의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30분 정도 반복해주니 메리의 경계가 처음보다 많이 풀렸다. 해가 넘어가는 역광의 햇살이 예뻐 보여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었다. 오랜만에 나오니 강아지들도 표정이 밝다. 카메라로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난다. 아, 좋다. 캠핑의 꽃, 저녁 만찬 해가 떨어지니 슬슬 배도 고파지고 추워진다. 준비해 간 패딩을 한 겹 두 겹 껴입는다.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따뜻하게 몸을 감싸 체온을 유지해주면 오랜 시간 외부에 있어도 버틸 만하다. 강아지들에게도 패딩을 입혀 담요에 돌돌 감싼 후, 핫팩까지 하나씩 붙여 주니 가만히 누워 잠을 잔다. 이제 준비해간 음식들을 꺼내어 저녁 만찬을 즐길 시간이다. 강천섬에서는 화기를 사용할 수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한다. 일정을 늦게 끝낸 사람들도 속속 도착한다. 밤늦도록 추위도 잊은 채 수다가 이어진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빛이 쏟아질 것 같다. 삼각대를 가져와야 했는데…. 뒤늦게 후회가 됐지만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마음에 실컷 담아가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캠핑을 올 땐 내가 꼭 먹을 만큼만 가져와 함께 나눠 먹는다.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을 막기 위해서 식기와 도구들은 가능하면 일회용은 쓰지 않는다. 개인 접시, 개인 수저, 개인 컵은 모두 각자 챙겨야 할 몫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즐기며 나눠 먹는 문화가 백패킹이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 새벽이 될 때까지 강아지 이야기, 여행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눈 뜨자마자 함께하는 주말 다음 날 아침은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따뜻한 모닝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이들 산책을 준비한다. 텐트를 열고 나가면 바로 잔디밭이라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간밤엔 추웠는데 해가 뜨니 따뜻해서 활동하기 좋은 온도가 됐다. 강아지들끼리 간밤에 많이 친해진 듯하다. 내 강아지, 네 강아지 할 것 없이 함께 산책하러 나가기도 하고 뛰어놀기도 하며 오전 나절을 햇빛 아래서 보냈다. 어느 한 사람은 요리를 준비하고, 누구는 다시 낮잠을 자기도 하며 자연 속 한가로운 주말을 보낸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노즈워크 산책 대신 강천섬 한 바퀴를 강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았다. 바람 냄새도 맡고 다른 장소에 가서 탐색도 하는 모습을 보니 잘 데려왔다 싶다. 늘 언제까지나 이렇게 함께 다니자. 캠핑 마무리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함께 먹고 놀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한다. 쓰레기 하나 남은 것 없이 모두 집으로 가져가서 버려야 한다.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고자 단체 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를 한다. 이번 캠핑에 처음으로 함께한 나의 오랜 친구는 헤어지며 ‘게임기만 맨날 보던 아이가 여기 와서 게임기 없이도 잘 노는 모습 보니 너무 좋았어, 고마워’라고 말한다. 친구의 진심이 가득 담긴 말 한마디에 되려 고마운 마음이 든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주말 캠핑이 된 듯하다.글·사진 신채민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9-23 09: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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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반려견과 함께, 첫 미술관 나들이
- 요즘 산책은 더 이상 단순한 의미의 ‘산책’이 아니게 됐다. 동네 골목길이나 공원을 찾아 돌아다니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거의 데이트 같은 느낌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책하다 출출해지면 강아지와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는 식당도 있고, 가끔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커피숍도 있다. 반려동물 문화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펫 프렌들리(Pet friendly) 공간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어,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치열한 예약 전쟁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멀티플렉스(multiplex) 공간이나 국립 공원. 밤바와 요다를 키우던 초반에 차마 갈 엄두도 내지 못했고 갈 생각도 못 했던 곳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뉴스 보도가 내 관심을 끌었다.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반려견과 함께 관람이 가능한 전시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예술 공간이 문을 닫고 있던 참이었고, 내가 점 찍어뒀던 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조금 완화되면서 전시가 재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검색해 보니 반려견과 함께 관람 가능한 전시는 소수 인원으로 진행되며, 온라인 예약과 현장 안내에 따라 예약을 받는다고 되어 있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특별한 전시라는 설명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온라인 예약 오픈 당일 컴퓨터 앞에서 대기했다. 신청이 시작되자 주말 날짜 예약은 순식간에 마감되기 시작했다. 휴, 침착하자. 떨리는 손으로 차근차근 요일을 선택한 후에 예약 완료 버튼을 눌렀다. 결과는 다행히도 성공! DRESS CODE? 「반려견 동반 전시회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핸드폰으로 도착하고 나서야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원하는 날짜, 원하는 시간에 예약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반려견과 함께 미술 전시회에 간다니! 기대감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아직 날짜가 많이 남아 있었지만 ‘밤바, 요다에게 무슨 옷을 입히지? 드레스 코드는 뭘로 정하지?’ 하며 행복한 고민도 하고 전시 내용도 미리 예습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예약한 당일이 됐다. 반려견과 함께 산이고 바다고 뛰어다니며 여행 다니는 걸 즐기는 나와 남편. 평소의 편한 옷차림에서 벗어나 멀끔히 차려입은 우리 부부, 그리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장난꾸러기 같은 차림새의 밤바와 요다를 보니 마음이 흐뭇해져 웃음이 나왔다. 온몸으로 느끼는 전시 신나는 마음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미술관으로 향했다.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국립 현대 미술관은 주말이어서인지 꽤나 북적거렸다.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안내하시던 분이 우리가 반려견과 함께인 걸 보시곤 친절하게 주차 구역을 설명해 주셨다. 사실 반려견 동반 전시는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도 처음이라고 들어 행여 직원의 안내가 부족하지는 않을지, 덩치 큰 아이들이라고 퉁명스러운 대우를 받지는 않을지 걱정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괜한 생각이었나 보다. 우리 부부와 밤바, 요다는 친절한 안내에 감동을 하며 전시관에 입장했다. 야외와 실내, 두 부분으로 이뤄진 전시는 사물의 높이, 소재, 색채, 형태 등 많은 면에서 반려견을 배려하여 구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반려견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 위주라, 전시회가 처음인 밤바, 요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는 “그냥 강아지랑 같이 미술관에 입장한 것뿐이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형견과 대형견이 아무런 차별 없이 보호자와 함께 의젓하게 미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부부에겐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부디 이 작은 전시를 시작으로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의 범위도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글·사진 최소희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9-23 08: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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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HAPPY BIRTHDAY, CHRIS
- 크리스, 생일 축하해. 네가 태어난 정확한 날짜를 알 수는 없지만 너를 처음 만난 날 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어. 너는 크리스마스를 4일 앞두고 우리와 만났어. 기억나? 너의 두 살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잖아. 이름대로 이뤄졌네요 쉬운 일은 아니었어. 너를 찾기 위해 수십 장의 사진을 보고, 많은 상담을 하고, 자기소개서를 네 장이나 써야 했다니까. 참 많이 설렜어. 기대도 컸고 말이야. 너의 모든 걸 알고 싶었고, 앞으로 최고로 행복하게 해주고만 싶었어. 너를 데리러 가기 전날 밤이 선명히 기억나. 봉사 센터 홈페이지에서 봉사자들이 올린 글을 샅샅이 뒤져봤었지. 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 봉사자들이 찾아가면 안아달라고 달려 나오는 개들과 달리 너는 텐트에만 콕 박혀있다면서, 너를 ‘텐트 사랑 크리스’라고 부르더라고. 그때 생각했었어.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아이겠구나. 그리고 그 짐작은 맞아떨어졌지. 때마침 우리 집도 당시 여섯 살이었던 딸아이를 위해 비슷한 텐트를 하나 준비해놓았던 참이어서, 너를 맞이할 준비를 한답시고 텐트를 펼쳤다가 접었다가 했던 밤 이 아직 생생해. 처음으로 함께 찍은 첫 가족사진을 받아본 센터의 봉사자분은 “크리스가 가족들과 잘 어울린다”라는 칭찬과 함께 ‘크리스’라는 네 이름의 뜻에 대해 설명해 줬어. 크리스마스 전에는 평생 함께할 가족을 만나서 꼭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라는 뜻이라면서, “이름대로 이루어졌네요” 하고 덧붙이면서 말이야. 너는 내 꿈의 조각 어느덧 5번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네. 그동안 우리는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지. 이제 우리 가족은 외출 후 돌아와 문을 여는 순간, 반가워하며 달려드는 너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됐어. 가끔 네가 미용을 하러 병원에 가 있거나 할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마저 든다니까. 그리고 생각해. 널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사실 내 어릴 적 꿈은 유기견 보호 센터를 짓는 거였어. 돈을 아주 많이 번 다음 유기견 센터를 지어서 수백 마리의 유기견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책임지는 보호 센터 소장이 되고 싶었지. 그런데 현실은 쉽지 않더라. 내 한 몸 사람 구실하기도 버거운데 보호 센터라니. 그런 비슷한 꿈도 꿀 수가 없구나 싶었어. 그런데 어린 딸아이를 몇 년째 돌보면서 자신감도 활력도 잃어가던 어느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꼭 100마리, 200마리여야 할까? 한 마리라도 행복하게 해주면, 백 분의 일, 이백 분의 일만큼의 꿈은 나도 이룰 수 있는 게 아닐까?’ 다행히 가족들은 모두 내 계획에 찬성해 줬고, 그렇게 나는 너를 만나 내 꿈의 작은 조각을 이뤘던 거야. 그뿐만이 아냐. 너를 만난 후 나는 작가가 되겠다던 꿈도 이룰 수 있었어. 너를 자랑하고 싶어서 썼던 글 몇 편이 시작이 되어 이렇게 잡지에 글을 연재할 수 있게 됐고, 그러다 자신감이 붙어 꾸준히 글을 쓰다가 올해는 책도 펴냈거든. 앞으로 쓰고 싶은 글들이 참 많은데 그 시작이 바로 너였다는 걸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거야. 행복해지고 싶어 너의 꿈은 뭘까? 말 못 하는 너를 두고 함부로 추측하는 건 아주 별로인 것 같지만 하나는 내 마음대로 생각해도 맞지 않을까 싶어. 바로 ‘행복해지고 싶어’라고 말이야. 처음 우리 집에 오고 나서 근처 공원을 산책할 때, 어떤 할머니가 강아지가 몇 살이냐고 묻고선 “왜 이렇게 늙어 보여?”라고 툭 내뱉었던 때가 기억나. 그때 나는 너무 속상하고 분했었는데, 점점 너도 살이 붙고 눈물 자국 역시 사라지면서 밖에 나가기만 하면 예쁘다는 칭찬을 듣게 됐잖아. 사람이나 개나 외모가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네가 우리 집에 온 뒤로 엄청나게 예뻐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야. 조금씩 산책의 즐거움을 알아가던 네 모습도 생생해. 며칠 전에는 처음으로 거리에서 만난 다른 개 친구의 냄새를 맡기도 했지.나는야 연예견 크리스 처음으로 차 타고 드라이브했던 것. 처음으로 같이 한강에 가서 텐트를 쳤던 것. 사실 나도 그때 다 처음으로 해봤던 거야. 평생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 한강에서 텐트 치고 놀 생각은 한 번도 못 했는데, 아마도 너랑 함께여서 가능했던 게 아니었나 싶어. 네 덕분인지, 아니면 우리 집에 한창 크고 있는 아이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참 자연을 많이 즐겼어. 저번 초가을 캠핑 때도 그래. 그땐 생각보다 너무 추웠잖아? 해가 떨어진 후에는 같이 별을 보고, 너무너무 추워서 그때 꼭 껴안고 잤었지. 아 맞다, 너는 이제 잡지에도 나오는 개야. 우리끼리 얘기지만 사실 가끔 너를 ‘연예견’이라고 부르기도 하잖니. 네겐 발표되지 않은 주제곡도 있잖아. 노래 가사를 처음으로 공개해보면 이래. 「가족들이 모두 외출을 하고 나면 나는 거울을 본다네. 거울 속 내 몸은 온몸이 꿈틀꿈틀. 몸통은 좀 길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아. 왜냐면 난 유럽의 인기 견종 말티푸, 말티푸, 말티푸.」크리스. 앞으로는 더 많은 걸 함께 즐기자. 같이 여행도 많이 가고, 수영장도 함께 가자. 별 보러 캠핑장도 또 가고, 성대한 생일 파티도 열어줄게. 커다란 추억들을 만들 면서 우리, 무엇보다 평범한 서로의 하루하루에 늘 함께하자. 그리고 그게 무엇 보다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걸 언제나 기억하자. 너의 여섯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글·사진 이영주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9-17 09:3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