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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4-19 09: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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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4-16 10: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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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4-14 10: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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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4-12 10: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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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4-09 09: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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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4-07 13: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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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4-05 09: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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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강아지 둘, 토끼 하나
강아지 둘, 토끼 하나와 함께 살고 있어요. 포키, 칸나는 시추, 그리고 까만색 아이라인이 매력적인 요 녀석의 이름은 ‘코털이’랍니다
강아지와 토끼? 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시더라고요. 강아지와 토끼가 잘 지내는지를 많이 궁금해하시고, 또 가끔은 강아지들이 토끼를 해치지 않는지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도 코털이를 데려오기 전에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은 해봤습니다만, 사실 칸나와 포키가 주변에서도 알아줄 만큼 워낙 순하고 착한 아이들이었기에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답니다. 잘 지낼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지요. 예상대로 두 천사 누나들은 어린 토끼 막냇동생을 무척 귀여워해 주었어요. 어찌나 고맙던지. 날마다 이렇게 조용하고 예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또한 칸나와 포키의 착한 천성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강아지의 성격에 따라 결과 또한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지라, 저 역시 무조건 종이 다른 동물을 함께 키우는 게 좋다고는 권하지 않습니다.최강 우애 남매! 포키도 정 많고 따스한 아이지만, 어째서인지 칸나가 코털이와 조금 더 친한데요. 가만히 지켜보면 둘이 꼭 붙어 핥아주면서 노는 날이 많더라고요. 이마와 등을 핥아주기도 하지만, 칸나는 코털이의 긴 귀가 신기하고 코털이는 칸나의 달랑거리는 짧은 귀가 신기한지 마주 보고 앉아 할짝할짝 서로의 귀를 핥아주곤 해요. 가끔은 말없이 같은 공간서 같은 자세로 쉬고 있기도 하고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종이 다른데도 서로를 이미 누나로,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답니다. 그런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으면 칸나는 ‘동생이 너무 좋아요!’ 하는 눈빛으로 한껏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데요, 어쩐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동글동글 작은 귤만 한 크기였던 동생 코털이가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튼실한 가을 무처럼 커다래진 걸 대해 뿌듯해하는 듯하달까요? 어떤 날은 칸나가 코털이의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요. 어떤 날은 코털이가 칸나의 공간에 놀러 오기도 해요. 물론 따로 자기도 하고요. 코털이가 옆으로 누워 자는 모습은 마치 통통한 새우튀김 같아서 앙 깨물어 주고 싶어요. 앞발이 뒷발보다 상당히 짧다 보니 옆으로 잘 때 앞발이 위로 들리는데 이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요. 가끔은 무슨 꿈을 꾸는지 그 짧은 앞발을 붕붕 휘두르곤 하는데, 그럴 때면 엄마 미소를 감출 길이 없답니다.무지무지 소중해!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글쎄 칸나의 목에 걸린 나무 펜던트가 없어져 버린 거예요. 줄은 그대로인데 말이에요. 참 이상하죠? 그러다가 어느 날 코털이의 집을 청소하다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칸나의 이름표를 발견했어요. 칸나가 안방서 쿨쿨 자고 있던 틈을 타 범행을 저지른 거죠. 그래도 코털이가 훔친 펜던트를 꽤나 소중하게 여겼는지 거실에 있는 자기 집에다가 고이 모셔놨더라고요. 결국 칸나에게 금속으로 된 목걸이를 새로 사 줬어요. 코털이가 금속에는 관심이 없으니 아직 펜던트는 흠집 하나 없이 번쩍번쩍 멀쩡합니다. 누가 목걸이를 끊어가도 모를 정도로 세상모르고 쿨쿨 잠들어도 이제는 목걸이가 안전해요! 반대로 요즘은 칸나와 포키가 코털이의 이갈이 장난감이 궁금한지 나뭇가지를 몰래 물고 가서 놀 때도 있어요.산책도 함께, 토끼풀 헌터 요즘은 산책을 함께 다니고 있는데요, 하지만 산책 취향 역시 셋 다 다르답니다. 활발하고 성격 좋은 포키는 다른 강아지 친구들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겁이 많은 칸나는 포키나 코털이 뒤에서 조심조심 주위를 살피며 걸어요. 코털이는 맛있는 풀이 어디 있나 종종걸음으로 찾아다니고요. 특히 코털이는 오랜만에 밖에 나와 풀밭을 보니 기분이 좋았나 봐요. 토끼풀과 입맞춤도 하고요. 행복한 표정으로 냠냠. 슬슬 이제 집에 갈까? 말해주고 코털이를 이동 가방에 넣어둔 채 주변을 정리했어요. 그런데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글쎄 코털이가 뿅 하고 점프해서 탈출하고는 토끼풀을 먹어 치우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 코털이를 붙잡아 다시 넣어두고, 그러면 코털이가 또 뿅 튀어나와서 풀을 먹어 치우고. 인기척이 없어서 눈치를 못 챘는데 행인 분이 덤앤더머 같은 이 광경을 보셨나 봐요. 크게 웃으셔서 조금 부끄러웠던 날이었습니다. 모든 나날들의 기억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참 힘들지만, 떠올려보면 그래도 세 아이들 덕분에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추억이 온통 가득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칸나와 포키 그리고 코털이와 함께라면 매일매일이 폭신하고 말랑한 하루이겠지요?글.사진 김시내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4-19 09: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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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MY NAME IS 통키
- 2005년 10월 10일. 내가 스무 살이던 해, 뽀순이가 태어났다. 고모네 시추가 새끼를 낳았는데, 다른 녀석들은 다 입양을 가고 가장 몸집이 작았던 뽀순이만 남았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함께 산 이후로 떨어져 지낸 적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뽀순이는 분명한 내 동생이었다.세상에서 가장 착했던 강아지 8년 뒤, 뽀순이가 많이 아팠다. 그리고 어느 날, 좋지 않은 예감에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가족들과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다. 뽀순이는 이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고,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숨만 겨우 쉬고 있었다. 의사는 안락사를 말했다. 거절하기에는 괴로워하는 뽀순이에게 해 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우린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뽀순이가 좋아하는 해를 보게 해주겠다며 입원실 문을 연 뒤 “뽀순아~” 하고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그 순간, 뽀순이는 눈을 뜨고 온 힘을 다해 일어나 나에게 안겼다. 기적이었다. 뽀순이는 그렇게 내 품에서 따스한 햇빛과 바깥공기를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뽀순이는 정말 착했다. 어떠한 말로도 표현이 안될 만큼.10년만에 내게 온 너 시간이 흘러 2016년 1월, 남자친구(지금의 남편)가 어디선가 새끼 강아지 한 마리를 덜컥 데려왔다. 하얗고 뽀얀 스피츠,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화가 났다. 어떻게 상의 한 마디 없이 강아지를 입양해 올 수 있느냐며 따졌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남자친구도 나름대로 깊게 고민을 한 뒤 내린 결정 같았다. 뽀순이를 보내고 무척 힘들어하는 오랫동안 지켜보았기에, 곧 결혼도 앞두고 있으니 새로운 가족을 맞아들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여전히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하랴. 이미 데려온 것을. 녀석에게 ‘통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운동량이 많기로 유명한 스피츠답게, 통키는 하루 세 번은 산책을 나가야 겨우 만족할 만큼 활발했다. 새삼 우리 뽀순이가 얼마나 착하고 얌전했는지를 느끼게 됐달까? 그렇게 한 달 뒤, 남자친구로부터 뜻밖의 사실을 들었다. 글쎄 통키의 생일이 10월 10일이라는 게아닌가! 그 순간 어떤 강렬한 느낌이 뒤통수에 팍 꽂히는 것만 같았다. 뽀순이 너 혹시, 정 반대 성격으로 10년 만에 다시 엄마한테 온 거니?특별하게 추억하고 싶어 물론 서로 다른 강아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종종 뽀순이와 통키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산책도 더 자주 나가고, 사진도 찍어주며 통키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또사진을 인화해 벽에 걸어두거나 통키만의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함께한 순간을 조금 더 특별하게 간직할 수 있을까? 고민을 품은 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한 애견 전문 스튜디오의 모델로 우리 통키가 발탁되는 행운이 생겼다. 바로 그때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남들 눈에는 모든 강아지가 비슷해 보이겠지만, 생김새부터 성격, 좋아하는 간식까지 모든 게 다르다. 그리고 그 모든 특징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이해하는 것은 오직 마음을 나눈 반려인만의 특권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특권’을 조금 더 특별하게,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남겨 보자. 사람에게도 이력서, 포트폴리오가 있듯이, 통키에게도 통키만의 프로필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멍로필(멍멍이 + 프로필)’의 시작이었다. 멍로필의 시작 완성된 프로필을 액자에 걸어 놓으니 얼마나 뿌듯하던지. 집 안에서의 통키의 존재감도 더욱 커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통키를 시작으로, 많은 분이 멍로필 제작을 의뢰해 주고 계신다. 이미 떠나 보낸 아이를 추억하고 싶으시다는 분, 아이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으시다는 분 등. 강아지들 생김새만큼이나 성격도 특징도 어찌나 다른지, 소심하고 낯을 가린다는 아이, 언제나 탈출을 꿈꾼다는 아이, 도도하고 새침해서 깍쟁이 같다는 아이 등. 그리고 그 모든 특징에 반려견을 향한 보호자의 애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웃음짓게 된다. 물론 나는 ‘멍로필’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오로지 그것만을 위한 상품은 아니다. 아이들의 특징을 읽고 사진을 편집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집 안 거실에 놓인 멍로필을 볼 때마다 보호자들이 한 번이라도 더 반려동물을 떠올려주기를, 무거운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반려동물의 곁을 단단히 지켜 주기를, 우리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기를, 하고 말이다. 내가 뽀순이를 보냈던 것처럼, 언젠가 우리는 이 아이들과 헤어져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은 반려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추억을 쌓고, 또 간직해야 한다. 다가올 미래에 조금이라도 더 담담히 ‘안녕’을 말하기 위해서라도.글.사진 박지윤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16 10: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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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그냥, 점례
- 이미지 확대보기 코끝을 스치는 달콤 고소한 냄새. 알맞게 구워진 쿠키를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 생일 케이크를 마주했을 때의 두근거림. 이처럼 손수 만든 과자와 케이크에는 언제나 몽글몽글한 기억이 가득하다. 그리고 지금 여기,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는 특별한 상점이 있다. 창문 너머 설렘의 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그냥, 점례」를 소개한다. Q. 반려동물을 위한 수제 간식들은 참 많은데 수제 ‘과자점’이라니, 어쩐지 특별한 느낌이 드는데요. 반려동물을 위한 과자를 굽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반려견 ‘점례’에게 맛있고 건강한 과자를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했던 게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한 번쯤 삶에 위기가 찾아오듯 저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거든요. 점례는 그때 제 곁에 찾아온 선물 같은 아이랍니다. 처음에는 무거운 책임감에 반대하기를 세 차례, 하지만 결국 동생의 보챔에 마지못해 키우기로 했죠. 그런데 막상 같이 살다 보니 오히려 제가 강아지에 미쳐 점례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거 있죠? 가장 건강한 재료로 정성껏 과자와 빵을 만들어 소중한 내 반려견과 함께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컸던지, 어느새 저도 행복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주변의 다른 아픈 강아지들을 위해 건강한 레시피로 빵과 과자를 구워 행복을 전하기도 하고요. Q. 어떤 마음으로 과자와 케이크를 굽고 계시는지요? A. 사실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처음 케이크를 구울 때의 기억은 지금에 와선 조금 멀게 느껴지기는 해요. 하지만 분명히 기억나는 건요, 그땐 하나하나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케이크를 구웠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너무 정성을 들인 나머지 상품이라기보다는 작품에 가까울 정도였으니까요.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감사하게도 「그냥, 점례」의 케이크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음, 그때의 순수했던 초심에 변화가 있다면…. 솔직히 밀린 주문량에 ‘휴우, 언제 이걸 다 만들지?’ 하고 작은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답니다. (웃음) 하지만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완전히 몰입하게 돼버려요. 보내주신 사진 속 반려견 아이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그 사랑스러움에 저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기도하죠. ‘기쁜 날, 내가 그리는 이 작은 케이크로 모두가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길, 오래오래 건강하게 주인과 함께하길’. 그렇게 작업을 마무리하면 얼마나 뿌듯하고 개운한 지 몰라요. 또 신기하게도 케이크에 담긴 제 마음이 주문해 주신 손님들께도 고스란히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그 가치를 알아주시고 함께 좋아해 주시거든요. Q. 「그냥, 점례」를 운영하면서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최근에는 생일이나 기념일처럼 특별하게 기쁜 날에만 과자나 케이크를 만들진 않아요. 먼저하늘나라에 간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내주고 싶다는 보호자님들의 연락도 종종 받습니다. 그런 과자와 케이크를 만들 때는 저도 심적으로 동화되어 만드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조금은 슬퍼져요. 그렇게 정성껏 만든 케이크를 전달하던 날, 애써 눈물을 꾸욱 참고 있었는데, 손님과 눈이 마주쳐버리는 바람에 그만 둘 다 그 자리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가득 쏟았지 뭐예요. 한참 뒤 손님은 케이크와 함께 강아지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준 다른 멍멍이 친구들을 위한 선물도 한 아름 들고 가셨어요. 그 뒷모습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날 이후로 ‘아, 내가 울어선 안 되겠구나’ 하는 다짐을 했어요. 물론 함께 울어드릴 수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성숙한 위로를 건네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그런 주문을 받을 때면 눈물이 핑 도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요? A.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 반려동물 영양학을 소개하는 클래스도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 우리 둘째, 방실이가 많이 아팠던 일이 동기부여가 많이 됐거든요. 단순 원데이클래스가 아닌 심화된 영양학 수업과 레시피로 찾아뵙기 위해 여러모로 준비 중입니다. 또 마지막으로 과자점을 벗어나 점례, 방실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간 상점을 꾸리며 미뤄두었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쓰고 싶습니다. 여행도 가고요. 등산도 바다도, 카페도 모두 다 같이 다닐 거예요. 한 몸처럼. Q. 그 밖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반려동물 과자점 「그냥, 점례」는 처음엔 저의 개인 작업 공간의 이름이었습니다. 그 공간이 큰 사랑을 받아 과자점이 되고, 상점이 되었지요. 추후 다시 작업실이 필요해 둘째 반려견의 이름을 따 강아지 디저트 숍&카페 「그냥, 방실」을 꾸리게 되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편히 맛있는 과자와 빵, 음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냥, 방실」에서는 여러 클래스가 열리고, 반려동물 관련 영화 관람이나 독서 등 취미 모임이 열리곤 해요.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아이가 아파서, 말썽을 부려서 등 화나고 속상하고 마음 아픈 날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정말 나 혼자만의 힘으론 되지 않는 것이 반려생활 같아요. 우리 가족이 운영하는 「그냥, 점례」, 「그냥, 방실」 이 작은 공간들이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일상 속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날마다 건강한 식재료와 레시피, 그리고 정성 어린 마음으로 찾아뵙겠습니다.
Instagram@ just.jumrae, @just.bangsil
에디터 이혜수 조문주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14 10: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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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후회없이 사랑하세요
- 후회 없이 표현하세요 평소 나는 표현에 참 인색한 사람이다. ‘미안해, 좋아해, 사랑해’라는 말을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게 어쩐지 어렵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우리 집 강아지들에게만은 다르다. ‘사랑해’라는 말 이외에 내 마음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있다면 모두 다 끌어모아 쏟아붓고 싶을 정도로 표현이 헤픈 사람이 된다. “퍼디, 치즈 사랑해! 너무 예뻐!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내게 달려들어 얼굴을 핥는 우리 집 사랑둥이들. 그렇게 퍼디, 치즈와 함께 한 지 벌써 삼 년이 지났다. 둘 다 세 살이 넘었고 나는 서른 살을 넘겼다. 어쩐지 개들과 함께 늙어가는 건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사람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은 생을 사는 아이들이라 그런가. 뭐, 그래도 우린 아직 한창이긴 하지만 말이다.후회 없이 기록하세요 ‘후회 없이 기록하기’. 지금의 내 좌우명이다. 글이든 사진이든, 아이들과의 일상을 하루에 꼭 단 한 줄의 문장으로라도, 한 장의 사진으로라도 꼭 남기기. 그 덕에 카메라는 연애를 하던 시절보다 배로 바빠졌다. 128GB의 용량을 자랑하는 내 휴대폰 메모리는 이미 녀석들의 사진으로 빈틈없이 꽉꽉 채워진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 용량이 모자란다는 말을 푸념처럼 내뱉곤 하는데, 그럼 이런 대답이 종종 들려온다. “얘들 사진을 좀 지우면 되지 않아?” 물론 남들이 보기에 그 사진이 그 사진 같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겐 사진마다 담긴 아이들의 눈빛이, 빛에 비친 털의 색과 결이 다르다. 그래서 난 단 한 장의 사진도 허투루 지울 수가 없다. 결국 나는 결국 몇 장 되지도 않는 내 사진을 골라 삭제 버튼을 누른다. 아무리 열심히 사진을 찍고 휴대폰이 터져라 저장한들, 개의 평생은 고작 내 삶의 일부밖에 되지 못한다. 너무 슬프고 화나는 현실이지만,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작은 눈짓, 발짓 전부 놓치지 않고 기록하겠다는 마음으로 매일을 산다.생명의 무게 함께하는 일상을 SNS에 기록하면서 우리를 지켜봐 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어쩐지 멋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남 집 개를 이렇게나 좋아해 주고 진심으로 아껴주다니. 우리 집 개들은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다. 확실히 그렇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고, 퍼디와 치즈도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사진과 영상 속 예쁘고 행복한 모습은 아이들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완벽해 보이는 TV 속 연예인에게도 말 못 할 가정사가 숨겨져 있곤 하듯이, 우리에게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오프 더 레코드들이 존재한다. 그저 개를 키우며 겪는 크고 작은 수고로움 따위를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사실 조금 걱정이 된다. 퍼디와 치즈의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보고 섣불리 반려견 입양을 결정하는 이가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빌려 이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한 단면만 보고 생명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말아 주세요.”글.사진 오슬기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12 10: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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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우리들의 여름
- 섬 제주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여러 해. 아직은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터라 매일이 즐겁고 새롭기는 하지만, 가끔은 가슴이 답답하고 갇힌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이지만요. 예를 들면, 올 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로 인해 제주 밖 다른 도시로 맘 편히 오고 갈 수 없게 되었을 때나 당장 육지에 있는 엄마, 아빠를 만나러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아, 이 곳이 섬이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곤 하죠.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개 딸들은 어느새 벌써 어엿한 숙녀가 되었답니다. 써니는 4살, 레이는 3살 반, 제이는 3살이에요. 사실 전 얼마 전까지 심각하게 슬슬 우리 개 딸들을 시집 보내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 했었는데요, 육지로 짝을 찾으러 보내는 것까지는 어째저째 가능할 지 몰라도, 다시 제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는 것은 불가능하더라구요. 임신한 강아지는 항공사에서 탑승허가를 내 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또 ‘아…이 곳이 참말 섬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지요.some 물론 제주에도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키우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괜히 또 엄마 마음에 아무데나 시집 보내기는 싫고 막 그런 거 있잖아요?(웃음) 한 번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모임에도 가 본적이 있었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셋이서만 오순도순 지내서 그런지 다른 강아지들에게는 특히 예민하게 굴더라구요. 사회성이 부족한 걸까요? 특히나 다른 견종인 친구들을 만나면 세상 사납게 구는 세 개 딸들. 애들아! 너희는 썸 타고 싶지 않니? 괜시리 제주로 이사 와서 개 딸들 창창한 앞길을 막나 싶은 그런 생각도 들고, 아이들 배 아파 낳은 새끼들을 입양 보내야 할 즈음이 되면 또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차라리 시작을 말아야지 싶기도 하고, 매일 견상궁 머리 속은 왔다 갔다 온갖 생각들과 썸을 타고 있네요.sum 써니+제이+레이=? 개 딸들 셋을 합치면 뭐냐구요? 사랑 한도 초과, 아련미 폭발, 텐션 업, 미친 매력, 출구 없는 블랙홀. 말해 무엇 하겠어요?(웃음) 이렇듯 우리의 우연한 만남이 만들어낸 합계의 시너지는 끝이 없는 무한대랍니다. 사실 매일 딱히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늘 산책하고, 밥 먹고, 간식 기다렸다가 또 산책하고, 낮잠 자고, 밥 먹고, 우다다 한 번 했다가 엄마 쓰담쓰담 쟁탈전도 벌이고. 매일이 거의 똑같은 일상이지요. 하지만 개 딸들 입 쩍 벌리고 하품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지고, 세상 모르고 네 발 쭉 뻗고 꿀잠 자는 모습에 엄마 미소가 절로 번지고, 산책로에서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다다 신나게 뜀박질하는 녀석들이 또 신기하고, 그러다가도 곧 지쳐선 헥헥거리는 저질 체력이 우습기도 하고. 8월. 이번 여름에도 제주 견상궁네 하우스에는 사랑이 온통 가득하답니다.글 김윤정사진 이성훈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09 09: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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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따스한 사랑과 응원으로
- '킹 찰스 스패니얼’(King Charles Spaniel). 영국에서 유래되었으며, 17세기 찰스 2세의 이름을 딴 견종이다. 공격성이 낮고, 애교가 많으며, 이해력이 좋아 어린아이와 함께 가정에서 키우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찰스는 '킹 찰스 스패니얼'보다 키는 더 크고, 입은 조금 더 긴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이란 말씀!똥꼬발랄 찰스 왕자님 찰스는 파양된 아이라고 했다. 눈은 사시였고, 발등에는 링거를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 자국이 있었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상처가 있는 아이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과거가 무색하게 찰스의 성격은 아주 밝았고, 사람을 무척이나 잘 따랐다. 어쩐지 나는 찰스가 남은 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찰스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내 마음속 문을 두드렸고, 그렇게 나는 결국 찰스와 만난 지 고작 3일 만에 입양을 결정했다. 사랑스러운 찰스의 모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자 개인 SNS 계정도 만들었다. 이국적이고 빼어난 미모(?) 덕분인지 모델 제안도 꽤나 많이 받고 있다. 또 팬들이 선물도 종종 보내주곤 하신다. 덕분에 찰스는 좋은 간식, 좋은 환경 속에서 천방지축, 눈치 제로의 똥꼬발랄한 견생을 살아가고 있다.임시보호를 시작하다 찰스를 가족으로 맞아들인 뒤, 자연스레 유기견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주말에는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잠시 활동을 쉬고는 있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라도 다시 봉사를 지원할 생각이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있었다. 건대입구역 부근에서 구조된 웰시코기 한 마리의 보호소 안락사 날짜가 다가오고 있어 급히 임시보호처가 필요하다는 소식이었다. 버려진 것도 마음 아픈데 안락사라니… 나는 당장에 전화를 걸었다. 찰스는 사회성이 아주 좋고, 활발한 아이였기에 누가 오든 잘 지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랑이 가득한 가정으로 나는 거실을 모두 찰스와 감자에게 내어 주었다. 감자의 평생을 사랑으로 책임져 줄 좋은 보호자님이 나타날 때까지 감자를 돌봐주기로 다짐했다. 또 함께 보내는 행복한 하루하루의 일상도 찰스의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좋은 사료를 주고, 좋은 옷을 입히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찾아다니다 보니 감자의 의기소침했던 성격은 어느새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약 3개월 동안 네 곳의 가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단짝인 찰스와 감자가 종종 만날 수 있도록 비교적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가정으로 입양을 보냈다. 감자는 그렇게 ‘연두’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연두도 지금은 찰스처럼 SNS 계정도 생겼고 좋은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손을 내밀어 주세요 찰스와 함께하기 전에는 몰랐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이 이렇게나 충만하고 기쁨이 넘치리라는 것을. 보고 또 봐도 찰스는 어찌나 귀엽고 멋지고 예쁜지, 하루하루가 새롭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진실은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어릴 적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에 반해 강아지를 데려왔다가 감정이 식고 나면 귀찮은 애물단지 취급을 한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줘 버리고, 심하면 유기해버리기까지 하는 무책임한 사람들도 세상엔 너무도 많다. ‘파양’, ‘유기견’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종종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 그 시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에겐 어쩐지 과거의 상처가 남아있을 것 같고, 보통 개들보다는 예민할 것 같고, 그래서 섣불리 가족으로 맞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은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찰스는, 감자는 그렇지 않았다. 찰스는 세상 그 어떤 강아지들보다 명랑하고 사랑스러웠고, 처음엔 다소 의기소침했던 감자조차 우리 가족과 찰스의 사랑 덕에 180도 바뀔 수 있었다. 한 번 버림받은 아이들 또한 그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맛있는 간식을 좋아하는, 보통의 강아지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응원과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그 아이들을 바라봐 주시기를,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 주시기를, 하고 말이다.글. 사진 홍지훈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07 13: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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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넌 어느 별에서 왔니? - 두번째 이야기
- Magazine P. 넌 어느 별에서 왔니?[BY 펫찌] 한 번이라도 반려견과의 이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흔히들 말한다. ‘두 번 다시는 강아...m.post.naver.com(1편에 이어) 루시의 2차 접종을 위해 처음으로 동물 병원에 방문했을 때였다. 접종을 마친 뒤 수의사 선생님은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루시를 2시간 동안 맡길 것을 제안하셨다. 이 작은 아이를 떼어놓으려니 불안했지만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을 대비해, 나는 결국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이 작은 생명체는 우주보다 큰 존재감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루시의 부재 혼자 집으로 돌아온 나는 루시가 늘 누워있던 자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때 느꼈던 공허함은 나로서는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심지어 원래 함께 살던 고양이들도 루시를 찾는 것처럼 계속 돌아다녔다. 그렇게 2년보다 길게 느껴졌던 2시간이 지난 뒤, 나는 루시를 데리러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수의사 선생님은 루시에게 별 문제가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작은 꼬맹이는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는 걸 보여주듯이 우릴 보자마자 꼬리펠러를 열심히 팔랑거리며 반겨주었다. 그제야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루시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날 저녁, 갑자기 루시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결국 새벽 내내 루시의 곁을 지켜야 했다. 새벽 세시, 루시의 몸은 뜨거워졌고 끊임없이 설사를 했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루시는 어느새 힘없이 문지방에 엎드린 채로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루시의 처음 보는 모습에 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혹시 다들 무서워하는 파보는 아닐까….’ 나는 곧바로 인터넷에 그 병과 관련된 것들을 검색해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찾으면 찾을수록 안 좋은 생각은 더 심해져만 갔고, 급기야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만난 지 고작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도, 이제 루시가 없는 삶은 1초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깨발랄하게 뛰어다니던 예전의 루시가 미치도록 그리웠다. 해가 뜨자마자 나는 루시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가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도 루시는 스트레스성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혹시 루시는 가족들이 모두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줄 알았던 건 아닐까? 그날 이후로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루시와 우리 가족이 떨어져 지내는 일은 없도록 할거라고.변하지 않는 것 여러 견종을 키워 봤지만 닥스훈트는 처음이었다. 루시는 SNS를 뒤져 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운명 같은 녀석이었다. 모색이 특이하다 보니 부모님은 처음 루시를 보자마자 골든 리트리버 새끼가 아니냐고 물었고, 외출했을 때는 누구나 한 번씩 뒤돌아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특이한 만큼 어딜 가도 루시와 같은 종의 친구들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결국 나는 SNS 계정을 만들어 닥스훈트의 개미지옥 같은 매력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기로 했다. 덤보처럼 펄럭이는 귀나 자랄수록 점점 길어지는 허리를 나만 알기에는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루시는 하루하루 점점 더 사랑스러워졌고, 나는 그런 루시의 변화무쌍한 성장기를 보며 커다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하나의 암초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추운 겨울에도 사회화 교육을 한답시고 매일 루시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어디선가 배운 대로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루시는 여전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웃긴 건, 집에서는 고양이들에게 방구석 여포처럼 굴다가도 밖에만 나가면 다른 개들을 피해 다니거나 벌벌 떠는 것이었다. 그러다 또 길고양이를 만나기라도 하면 반가워하며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뭐야? 네가 고양이인 줄 아는 거야?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첫째와 둘째가 사회화 교육을 했던가? 아니었다. 제니와 별이는 그냥 원래부터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타고난 천성은 교육으로도 쉽게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런 루시에게도 유일한 친구가 있었다, 바로 버디! 버디는 이웃에 사는 블랙탄 닥스훈트인데 우리 루시가 유일하게 친구로 허락한 귀여운 아가씨다. 게다가 버디 견주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만날 때마다 그분 옷에 실례를 범하기도 한다. 루시와 버디가 나란히 걸으며 그 멋진 빗자루 꼬리로 온 동네를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까지도 절로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우리는 오늘도 무한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 중!루시에게 작고 하얀 눈송이 같던 널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 반. 너와 나의 시간이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가능한 일인 걸 알기에, 오늘도 난 너에게서 하루의 소중함을 배우고 또 매일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다짐했던 것처럼 너의 생이 다하는 그 날까지 널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꼭 지켜줄게. 루시야, 넌 우리 가족의 소중한 보물이란다.글. 사진 이희정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05 09:4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