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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11 09: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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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4-23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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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4-21 10: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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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너와 나, 함께 그려보는 내일
- 극성 언니와 무한 체력 우량아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오던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한없이 작고 소중한 셔틀랜드 쉽독 아가 셋이 태어났어요. 첫째 메리, 둘째 크리스, 셋째 마스까지. 저는 그중 크리스에게 한눈에 반했고, 3개월 되던 때 제 품으로 데려왔답니다. 그리고 크리스는 ‘마로’라는 새 이름을 얻었어요. 유독 몸집이 작았던 마로가 해맑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에 새벽에도 알람을 맞춰가며 장어 즙과 발효 참치 등 몸에 좋다는 건 전부 챙겨주었죠. 끼니마다 꼬박꼬박 언니의 사랑을 듬뿍 먹고 자란 마로. 1년이 지났을 때, 마로 언니인 저는 ‘극성 언니’라는 별명을, 마로는 ‘무한 체력 우량아’라는 별명을 얻었답니다. 하나 되는 어질리티 어화둥둥 사랑 먹고 자란 마로는 기운도 호기심도 넘쳐나는 깨발랄 아가씨로 성장했어요. 우리 마로가 조금 더 사람과 깊이 교감하며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독 스포츠(Dog Sports)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로는 ‘어질리티(Agility)’라는 독 스포츠를 통해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고집쟁이였던 마로는 이제 저와 눈을 가만히 마주칠 줄도 알고, 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게 되었지요. 이제 마로는 함께 달리며 저의 몸짓과 음성신호에 맞춰 호흡하며 교감해요. 7살이 된 지금, 마로에게는 어질리티가 가장 신나고 즐거운 놀이예요. 함께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고 점프해서 허들을 넘을 때면 마로도 얼마나 의기양양해 하는지 저까지 다 행복하답니다. 부디 많은 반려 가족분도 어질리티를 강제성이 동반되는 훈련이 아니라 보호자와 깊이 교감할 수 있는, 함께하는 놀이로써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너와 나 우리 언니랑 노는 것이 최고인 마로이지만 특별히 더 소중한 친구가 있어요. 바로 ‘서아’라는 16개월 꼬마 천사인데요, 둘 사이가 어찌나 각별한지 늘 꼭 붙어 놀곤 해요. 서아는 늘 마로에게 사료와 간식을 챙겨줍니다. 또 자기 간식도 나눠주고요. 서아와 마로는 같이 숨바꼭질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며 즐거운 일상을 보냅니다. 서로 지켜야 할 약속에 대해, 사랑을 주는 법, 그리고 받는 법에 대해, 그렇게 하나씩 찬찬히 세상을 배워가고 있지요. 바람이 하나 있다면 마로와 서아가 지금처럼 쭉 함께 지내며 배려, 나눔,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고 배워갔으면 하는 거랍니다. 누가 뭐래도 둘은,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서로의 소중한 친구니까요.글.사진 신혜원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11 09: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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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초롱이의 마을 나들이
- “초롱아 언니 갔다 올게. 엄마랑 사과 먹고 있으면 언니 금방 올게!” 사과 공주 초롱이는 언니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눈을 반짝거린다. 꼭 ‘사과’라는 단어가 기분 좋다는 듯이. 초롱이의 보호자는 ‘아마 분명 저 눈빛을 못 견디고 오늘도 엄마가 사과를 깎아주겠지. 저 눈빛을 누가 이겨~’라는 생각에 웃으며 기분 좋게 출근을 한단다.초롱초롱 초롱이 학교 선생님인 초롱이의 언니. 학생들이 하교한 후에는 온종일 ‘혹시 우리 초롱이가 심심하진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한다. ‘빨리 일을 마무리해야 초롱이와 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서두른다는 그녀. 언니의 그런 마음을 알아서인지, 아니면 가족 중 가장 많은 함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함께하는 새 서로를 닮아간 것인지 초롱이도 가족 중에 언니를 가장 좋아한단다. “초롱이는 사실 아빠 직장 동료분의 강아지였어요. 그 집에서 10년을 같이 산 다른 강아지가 강아지 별로 떠나자, 그 슬픔으로 더 이상 다른 강아지들을 직접 키우지 못하겠다고 하셨고, 그렇게 초롱이는 우리 집에 오게 되었어요. 마침 제가 쉬고 있을 때라 초롱이와 온종일 꼭 붙어있었죠. 저도 처음으로 집 안에서 강아지를 키우게 돼서 그랬는지, 모든 시간과 돈을 다 들여서 애지중지 돌봤던 것 같아요.” 초롱이는 조금 늦게 만난 강아지였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초롱이의 언니. 초롱이도 늦게 만난 언니를 가장 좋아하는 건 아마 둘의 마음이 통해서인가 보다.골목대장 최초롱 초롱이와 언니, 그리고 가족들은 작은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초롱이도 동네 길은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지,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라도 한 듯 동네 마실을 나간다고. 그런 초롱이의 뒤를 따라나선 언니가 “최초롱~” 하고 부르면 마을 입구에서부터 뛰어와 언니의 차에 쏙 들어온 뒤 예쁜 웃음을 보여준단다. 아마 초롱이는 혼자 마을 산책을 하며 새로운 풀들은 잘 자라고 있는지, 다른 강아지들이 왔다가 갔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이렇듯 초롱이는 이 작은 마을을 사랑하는 진정한 1등 주민이다. 또, 동네 사람들에게 예쁨 받는 것도 좋아한단다. “마을에서 가장 예쁜 강아지는 무조건 나, 최초롱이야!”라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는 초롱이. 가끔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을 마주칠 때면, 자신을 예뻐해 줄 때까지 졸졸 따라가기도 했다고. 워낙 눈망울이 예쁘고 순한 강아지라 대부분 귀여워해 주시지만,뒤따르는 민망함은 언니의 몫이다. 반면 다른 강아지들은 싫어한단다. 사랑을 나누어 받는 데 있어서는 세상 둘도 없는 질투쟁이라는 초롱이. 그래서 뒷집 10살 요크셔테리어 ‘아리’가 왕왕 짖을 때면 초롱이도 소리 높여 짖는다고. 둘이 누가 이기는지 내기하는 건 동네 사람들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다들 귀여워해 주셔서 초롱이 언니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란다. 오구오구 우리 초롱이 초롱이의 하늘 높은 자신감의 원천은 어디일까. 아마도 타고난 성격에 가족의 사랑이 더해진 결과물일 것이다. 초롱이에게 수명의 반절도 나눠줄 수 있다는 가족들. 언니는 초롱이가 살아가면서 자신을 ‘안전기지’로 삼았으면 좋겠단다. “초롱이한테 ‘권위주의적인 보호자’가 아니라 ‘권위적인 보호자’가 되고 싶어요. 권위적인 훈육자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잖아요. 초롱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경험하게 해주면서, 적당한 선과 예절을 지킬 수 있도록, 초롱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보호자 말이에요.” 모처럼 진지하게 다짐을 얘기하는 언니. 그것도 잠깐, 바로 “우리 초롱이 엉덩이에 하얀색 하트가 있는데, 털이 적당히 길면 되게 예쁜데, 지금 털을 밀어서 너무 못생겨 보이면 어떡하지? 아, 그리고 초롱이 옆얼굴이 진짜 예쁜데, 이거 사진을 좀 더 많이 찍어둘걸. 아효, 괜히 미용했나?”라며 안절부절 안타까워하는 그녀 모습은 그저 고슴도치 엄마였다. 초롱아, 넌 좋겠다! 작은 마을에서 온 동네 사람들의 예쁨을 받고, 또 가족들도 초롱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니까 말야. 앞으로도 새침하고 당차게, 가끔은 동네 순찰도 하면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거야. 알았지?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5-03 10: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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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우리집에는 시간여행자가 산다
- 크리스는 두 살 때 우리 집에 왔다. 그때 우리 딸은 여섯 살이었다. 어린 딸이 있다는 이유로 크리스를 입양할 때 남들보다 더 많은 확인을 거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아이와 개를 함께 기르는 데엔 생각지 못한 여러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니까 나는 어쩌면, 남들보다 조금은 어려운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성장과 변화 크리스와 딸, 둘 다 정말 어렸다. 어느덧 크리스는 여섯 살이 되었고, 딸 아이는 무려 10살이 되어 10대 청소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생을 통틀어 서로 함께했던 시간이 그렇지 않았던 시간보다 훨씬 긴 셈이다. 그래서인지 둘의 사이는 정말로 각별하다. 나 역시 ‘아들딸이 하나씩 있다’고 주위에 말하고 다닐 만큼, 크리스는 이제 정말 우리 가족의 일원이다. 어린아이 둘의 육아를 동시에 하고 있다 보니, 나는 자연스레 둘의 성장 속도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딸은 혼자서 머리를 감을 수 있게 되었고, 자전거를 탈 수도 있게 되었다. 또 최근엔 온라인 수업을 혼자서 들을 수 있을 만큼 컴퓨터도 잘 다루게 되었다. 코로나 덕분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즈음 딸과 함께 옛날 영화를 자주 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시간여행자의 아내」라는 영화를 봤다. 시간여행자의 운명을 지닌 남자 ‘헨리’가 평범한 여자인 ‘클레어’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였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불규칙하게 넘나들며 사는 헨리는 문득 자신이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알게 된다. 하지만 클레어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헨리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결혼도 하고 딸도 낳아 기르는, 시간과 운명을 거스르는 감동적인 사랑에 대한 영화였다. 자신보다 먼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남자를 계속 사랑하는 클레어. 뜬금없이 크리스가 떠올랐다. 딸이 이런 심오한 내용의 영화를 함께 볼 수 있을 만큼 자라는 동안, 크리스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왔을까? 한 발자국도 디디기 어려워했던 크리스는 이제 산책을 꽤나 좋아하게 됐고,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다른 개들을 무서워하는 모습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런 건 성격의 변화였을 뿐이고 크리스가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바쁠 때면 가끔은 크리스 스스로 산책을 다녀오거나, 목욕을 혼자 한다거나, 아니면 “이제는 미용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병원 예약 좀 잡아줘.” 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식의 성장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상상인 것이다.후회없이 사랑하기 위해 크리스는 독립할 수 없다. 나는 크리스의 평생 동안 끼니마다 밥과 물을 챙겨줘야 할 테고, 제때 산책과 목욕, 그리고 미용까지 시켜줘야 할 것이다. 심지어 크리스의 건강까지도 내가 항상 걱정하며 챙겨야 한다. 크리스가 노견이 되어갈수록 나의 몫은 점점 더 늘어갈 것이다. 이것은 개를 입양하려고 마음 먹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내가 크리스를 입양하려고 했을 때, 이미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던 지인이 이런 충고를 해줬다. “개 키우는 거, 약간 애기 키우는 거랑 비슷해.” 한창 육아 때문에 피눈물 나게 힘들던 시절이었는데도 솔직히 그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나는 딸을 사랑하지만, 언젠가 딸은 내게서 독립할 것이다. 그렇기에 흔히들 자식은 ‘키워 떠나보내는 존재’라고 한다. 하지만 개는 다르다. 크리스는 딸처럼 ‘키워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내 품에서 지켜줘야 하는 존재다. 하나는 점점 자라고, 하나는 오히려 작아진다. 요즘은 길에서 유모차에 노견을 태워 바람을 쐬어주는 반려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린아이 육아를 이미 끝낸 나도 크리스로 인해, 미래에는 다시 유모차를 끌게 될 것이다. 내 사랑을 포기하기에는 다시 「시간여행자의 아내」로 돌아와 보자. 극 중에서 클레어가 헨리와 결혼을 결심했을 때, 그녀의 지인들은 고생길이 훤하다며 결혼을 말린다. 딸이 5살이 될 무렵 남편이 죽음을 맞이하는 충격적인 미래. 하지만 그때 클레어는 이렇게 말한다. “내 사랑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반려견을 잃은 많은 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다시는 강아지 안 키운다’는 말이다. 그 짧은 문장에 담긴 슬픔이 얼마나 클지를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 또한 나 역시도 언젠가 그 슬픔을 마주해야만 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으로 전전긍긍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기에는, 그리고 크리스를 입양한 것을 후회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함께 하는 행복이,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반려인들이 시간여행자의 가족이 될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먼 훗날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 후회 없이 사랑하자.글.사진 최소희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30 10: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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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질풍노도의 시기
Sturm und Drang질풍노도의 시기를 의미하는 독일어다.
우리 가족의 숙제 유행 바이러스로 인한 독일의 상황은 최근에서야 조금 나아졌지만, 릴케는 여전히 강아지 학교와 링 트레이닝 수업에 못 나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계속 집에만 있어야 하는 릴케를 위해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중이다. 우리는 매일 두 시간 이상 산책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강에 간다. 루르강에 갈 때면 나는 몇 시간이고 하염없이 릴케가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한다. 즐거워하는 릴케를 바라보는 것뿐이지만 나까지 더불어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릴케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웃음으로 가득했던 건 아니었다. 우리에게도 눈앞이 아찔해지는 순간이 당연히 있었다. 릴케가 어렸을 때, 우리 부부는 매일 아침 릴케를 집 정원에 데려갔다. 눈곱도 안 떼고 한 일은 다름 아닌 릴케의 배변 훈련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 부부가 아침 식전이나 식후에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릴케가 나가서 스스로 볼일을 본 뒤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은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릴케의 산책 겸 볼일 해결을 위해 집 주변 공원에 데리고 나가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 부부의 아침 시간은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큰일은 거의 지나간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배변 훈련보다 더 큰 과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릴케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었다.책임감의 무게 동물병원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집 주변 공원을 지나가고 있던 와중에 릴케가 갑자기 혼자 달려나가 버렸다. 하네스 줄을 잡고 있던 나는 힘없이 넘어졌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젊은 학생 커플이 재빨리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나는 왼팔을 움직일 때마다 불편함을 겪고 있다. 물론 릴케는 우리 부부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릴케가 우리 부부를 속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아픔 또한 가족이기에 인내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숲에서 여름 나기 독일의 여름은 그야말로 초록색 식물이 무성한 계절이다. 남부 지역에는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라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울창한 숲이 있다. 독일어로 슈바르츠(Schwarz)는 ‘검은’, 발트(Wald)는 ‘숲’을 뜻하는데, 나무들이 지나치게 많은 나머지 언뜻 보면 숲이 검게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실 릴케에게 숲은 더없이 반가운 산책 장소지만, 진드기 천국이기도 하다. 참고로 필자가 사는 동네에는 슈바르츠발트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않게 큰 숲이 있다. 그래서 숲 산책을 다녀오는 날이면 나는 릴케를 꼭 붙잡고, 털 속에 숨어있는 진드기를 골라내야 한다. 심지어 심한 날에는 열다섯 마리의 진드기를 한꺼번에 골라낸 적도 있었다. 나의 지인들은 대부분 반려견에게 진드기 퇴치용 약을 먹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아직 릴케에게 약 대신 진드기 퇴치에 유용한 코코넛 기름을 발라주거나, 음식에 소량의 코코넛 기름을 넣어서 먹이는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다.한창 가출할 나이 중성화를 아직 하지 않은 릴케는 무려 세 번이나 집을 나간 적이 있다. 릴케가 처음 집을 나갔을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도 우리 동네에 ‘쿠이커혼제’라는 견종은 릴케와 피고밖에 없었고, 덕분에 릴케는 지인의 눈에 띄어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두 번이나 릴케의 가출을 직접 목격했는데, 당시 나는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릴케가 그렇게 돌연 뛰쳐나간 이유가 다름 아닌 암컷의 냄새였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평소에 내가 문을 열어 놓아도 릴케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본능 앞에서 속수무책인 동물을 내가 어떻게 하랴. 사실 같은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중성화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아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릴케를 중성화시키지 않기로 했다. 여러모로 힘든 시기이지만 릴케가 그저 지금 시기를 우리와 함께 잘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글.사진 이영남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4-29 10: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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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자연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소양강 백패킹
- 코로나로 집 밖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건강한 삶을 찾아 자연 속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인 중 한 명도 그중 하나에 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마음을 안 것인지 그로부터 연락이 왔다. 백패킹을 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오케이!’를 외쳤다.
소양강 둘레길 제2코스 인제군의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으로 선정돼 만든 길로, 원시림과 강변 사이로 길이 나 있어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코스다. 총 3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우리는 2코스 둘레길을 선택했다. 2코스 전체는 약 9km이지만, 임도가 완만하고 3km 남짓인 거리에 경사도가 거의 없어 비박이 가능한 전망대를 목적지로 하여 걸어가 보았다.주소 : 강원도 인제군 남면 관대리 산40-5
금요일 퇴근 후 야간 산행 일반 여행과 달리 백패킹은 짐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준비물은 비교적 간단하다. 텐트, 침낭, 물, 먹을 것 이게 전부다. 목적지까지 산행해야 하기 때문에 짐은 최대한 가볍게 해야 한다. 산은 해가 지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여벌의 옷을 챙겨야 하지만 오늘 목적지인 소양강 둘레길 전망대는 해발이 낮아 별도로 챙길 것은 없었다. 댕댕이들 먹을 물과 사료까지 챙기니 이제 준비 끝! 서울에서 1시간 반을 달려 소양강 둘레길 주차장 도착 후 일행을 기다렸다. 인원이 모두 모이고 야간 산행 준비를 마지막으로 체크한 뒤 드디어 산행을 시작했다. 시간은 밤 10시. 목적지까진 3k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예상 소요 시간은 2시간. 짙은 어둠이 깔린 산은 평소에 보던 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중간쯤 올라가니 반딧불이 우리를 반겨준다. 처음 보는 반딧불이 너무 신기했다. 반딧불을 따라 완만한 임도를 올라갔다.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야생 동물이 녀석들에겐 보이는가 보다. 둘째 탱탱이가 계속 털을 세우고 어둠 속을 응시한다. 달래가며 올라가는 길, 야간 산행 시 이런 것을 주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첫째, 잠을 자는 야생동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큰 소리로 떠들거나 음악을 틀지 않을 것. 둘째, 밝은 빛을 산속으로 비추지 말 것. 셋째, 야생동물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강아지 동반 시 오프리쉬는 자제! 자연이라 해서 모두의 자연은 아니다. 이방인인 우리가 산에 사는 동물을 위해 매너를 지켜줘야 할 것이다.산속에서의 1박 목적지인 전망대 데크에 도착하니 이미 4동의 텐트가 있었다. 이내 텐트들이 세워지고 함께 앉아서 먹을 쉘터가 하나 더 세워졌다. 각자 준비해 간 음식들을 꺼내니 푸짐한 저녁이 차려졌다. 백패킹은 가방 무게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오토캠핑과 다르게 경량의 장비들이 많다. 음식도 마찬가지로 가능한 최소한으로 가져오고 가져온 음식은 남김없이 모두 먹어 쓰레기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난 이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뭐든지 과유불급!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부드러운 바람이 좋다. 준비한 음식을 다 먹어갈 때쯤 비가 후드득 떨어진다. 자리를 정리하고 취침에 들어갔다. 새벽까지 내린 비로 텐트 안이 후덥지근해지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아이들과 아침 산책을 하러 텐트를 나오니 야간엔 보지 못했던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이 맛에 힘들어도 백패킹을 오는구나, 싶었다. 산에서의 시간은 도심 속 시간과 다르게 흘러가는 듯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하산을 준비했다. 온도가높아지니 댕댕이들의 하산이 걱정돼서였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 후 그냥 가기 아쉬워 아이들 물놀이를 시켜주려 내린천으로 향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땡볕 속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니 이곳이 무릉도원이다.백패킹을 마치며 코로나는 우리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하지만 언제나 나쁜 측면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공장은 작동을 멈추었고, 그 덕분에 자연은 숨 쉬게 되었다. 건강을 챙기고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소박한 여행은 일상의 활력을 채워주는 영양제와도 같다. 간단한 산보라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만나러 가는 것을 추천한다.여행 시 주의할 점✓ 해충 예방 이상 기후로 인해 진드기 개체 수가 무척 많아졌다. 강아지와 함께 산행을 준비한다면 반드시 진드기 예방약을 먹이거나 바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모기가 많기 때문에 심장사상충 약은 반드시 먹이고 갈 것!✓ 안전을 위한 준비물 사람도 체력이 모두 다르듯 강아지들도 체력이 모두 다르다. 더운 여름 산행을 하다 체력이 소진되면 퍼질 수 있기 때문에 강아지 어부바 가방은 꼭 챙겨가길 바란다.
글.사진 신채민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26 1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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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여름의 한가운데
- 애들아, 우리 여행 갈까? 여느 때와 같은 산책길. 한참을 걷다 이름을 부르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나를 돌아본다. 산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밤바 요다의 발걸음은 조금씩 느려지고, 입에서는 헥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름. 어느새 그런 계절이 와버렸다. 낮 동안엔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에 혹시나 발바닥이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돼 우리는 해가 뉘엿뉘엿한 늦은 오후에 산책을 나가게 됐고, 그러다 보니 해가 떠 있는 한낮엔 집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허무한 표정으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반려견들이 우리 눈에는 무척이나 안타까워 보였다. 사실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 겨울이어서 그런가? 얼굴에 더운 바람이 닿으면 어쩐지 숨 쉬는 게 어렵고, 시야가 파랗게 물들어 머리가 핑 돌기도 하다. 그래서 여름엔 시원한 에어컨 앞에 앉아 푹 쉬는 걸 좋아하는데, 뜨거운 여름의 열기도 밤바 요다를 막을 수는 없나 보다. 뜨거운 태양이 쨍쨍 내리쬐고 있어도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도심의 아스팔트 열기는 내가 못 버티고 아이들 발바닥에도 안 좋으니 대신 합의를 하기로 했다. 도심을 벗어나 보기로.우리, 바다로 가 보자! 여름 하면 생각나는 계곡, 그리고 바다! 어딜 가볼까 고민하며 우선 여행 갈 준비를 했다. 텐트를 챙기고, 먹을 것을 챙겼다. 한두 번 가 본 여행이 아니라서 그런지 밤바 요다는 분주한 우리의 손놀림에 집 안 이리저리를 헤집으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지금 시기에 계곡이나 산 쪽으로 가면 벌레가 많으니까, 바다로 가자!” 바다이든 산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이미 텐트를 꺼내 든 순간 밤바 요다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했으니까. 그렇게 흥겨운 표정으로 아이들은 차에 올라탔고, 우리는 시원한 바다를 찾아 떠났다.조금씩 조금씩 내비게이션에는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장호항을 입력하고 떠났지만, 그곳은 유명한 만큼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 푸르른 물을 보고 흥분한 밤바와 요다가 관광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나 불쾌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해안가를 천천히 달리며 근처 한가한 해변을 찾아보기로 했다. 근처에는 작은 해변이 많았고, 다행히도 그중 캠핑하기에도 괜찮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한가한 바다에서 우리는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뜨거운 해가 떠 있는 낮에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시원함을 한껏 즐겼다. 도심에서는 마냥 싫기만 하던 여름이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레 높이 뻗은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얼마나 고마운지, 나뭇잎 새로 살랑거리는 바람은 또 어찌나 시원한지를 알게 됐다. 또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너희와 함께 바라볼 수 있어서, 이렇게 온몸으로 바다를 느낄 수 있어서 이제 조금씩 여름이라는 계절이 맘에 들려 한다.글.사진 최소희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23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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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롤남매와 함께 걸어요! <제주 성산읍 광치기 해변>
- 웰시코기 롤남매와 함께 제주로 내려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제주도는 크게 동, 서, 남, 북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저희 숙소는 북동쪽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동쪽 위주로 산책을 다녔답니다. 사실 짧은 기간 동안 제주도에서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려면 여유롭게 즐길 틈이 없잖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한적하고 운치 있는 산책 코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검은 모래가 매력적인 광치기 해변 오늘 저희가 향할 ‘광치기 해변’은 제주도 올레길 2코스에도 포함 되는 곳이에요. 성산포JC공원으로 불리는 광치기 해변은 넓은 들판을 조용히 거닐며 성산 일출봉을 한눈에 담기 좋은 산책길이죠. 특히 이곳의 모래는 거무스름한 색깔을 띠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풍화된 현무암이 모래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저희가 도착했을 때 해변은 이미 관광객들로 가득했어요. 오늘의 산책 메이트는 에코! 에코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다견가정이라서 항상 두 마리와 함께 다니다 보니, 에코와는 단둘이 시간을 보낸 적이 많지 않았죠.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코르키 에코가 각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마리씩 번갈아가며 저와 함께 제주도 구석구석을 다니기로 했답니다.체력왕 에코는 지치지 않아! 에코와 저는 왼편에 펼쳐지는 성산 일출봉을 보며 계속 걸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좁은 산책로가 아닌 넓은 들판이 펼쳐지는 게 아니겠어요? 에코는 체력왕답게 이미 두 시간이나 걷고 있었는데도, 해변을 보자마자 사방팔방 뛰어다니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한쪽엔 광활한 제주의 동쪽 바다를, 다른 한쪽엔 방목된 말들이 풀을 뜯어먹는 풍경 사이에서 걸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했어요. 무엇보다 광치기 해변 산책길의 가장 좋은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잔디밭 길이기 때문에, 다른 견주분들 또한 아이들 컨디션이나 시간적 여유에 맞춰서 부담없이 산책할 수 있을 거예요. 길의 중간 지점에는 오션뷰를 볼 수 있는 카페도 있었는데요! 야외 테라스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반려견 동반은 안 되는 것 같았어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조금 더 걸었더니 얼마 안 가 언덕 위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올레길 2코스가 총 17km인 것에 비하면, 저희는 대략 3km 정도밖에 걷지 않은 셈이죠! 에코도 힘들지 않게 올라왔으니 누구에게나 쉬운 산책 코스가 되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도 행복했어.에코야, 그렇지?
바다 수영으로 마무리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에코가 슬금슬금 해변 쪽으로 내려가더니 갑자기 바다로 첨벙 뛰어들었어요. 사실 에코는 수영을 참 좋아해요. 펄펄 끓던 용암이 바다와 만나 굳어지며 형성된 해변답게, 바닷속에 바위가 많았는데도 에코는 짧은 다리로 요리조리 잘 피해 가며 수영하더라고요. 잔뜩 신이 난 에코는 다이빙까지 해가며 오랜만의 수영을 제대로 즐겼답니다. “오늘은 신나게 수영하고 목욕하지 뭐~” 여유로웠던 광치기 해변에서의 산책은 소소했지만 즐거웠어요. 글.사진 한민혜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4-21 10: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