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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2-24 09: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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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2-22 09: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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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2-18 12: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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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2-17 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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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2-15 1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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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2-08 1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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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2-08 10: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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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슬기로운 산책 생활
- 뉴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들에게 끼치는 위험은 다행히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바이러스를 옮는 반려동물의 사례가 반복해 나오면서 우리 아이들도 어쩔 수 없이 나와 함께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이동수단계의 대세, 따릉이 나 때문에 봄을 만끽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산책을 나갔지만 인적이 드문 곳을 위주로 다니다 보니 영 시원치 않게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벚꽃 구경조차 마음대로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결국 뭐라도 찾아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온갖 산책 방식을 물색한 끝에, 우리는 몇 달 만에 들뜬 마음으로 산책을 나설 수 있었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의 사람이 몰리는 대중교통을 피해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서울 기준)나 개인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강아지들과 자전거 여행을 곧잘 다니고 종종 강아지와 킥보드를 타는 나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일은 쉽지 않다. 다치지 않고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견주들은 잘 알 것이다. 이런 고민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바로, 어부바 가방이다. 아이를 내 등에 태운 채로 어디든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 또한 자주 이용한다. 저질 체력을 위한 안성 맞춤형 자전거 아이를 태워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체력이 훅 하고 떨어질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오르막길 구간이다. 이런 지옥의 구간도 쉽게 오르게 해주는 전기 자전거 체험 전시장이 양재동에 있다 하여 주말을 맞이해 아이들과 한 번 방문해 보았다. 내가 방문한 곳은 ‘스위스 전기 자전거 플라이어 상설 전시장’ 이었다. 전화 예약만으로 간편하게 사전 체험을 신청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마침 사무실에 계시던 플라이어 대표님께서 직접 맞이해 주셨다. 전기 자전거의 조작법은 간단했다. 그렇게 설명을 듣고 난 뒤 아이들과 나는 곧장 전기 자전거를 타고 본격적으로 산책하기에 나섰다. 양재시민의 숲과 연결된 전시장 주변에는 이미 우리처럼 반려견과 함께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잔디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오랜만에 맞는 시원한 바람이 좋았는지 아이들은 연신 내 귀 옆에서 ‘킁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답답한 곳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어딜 가든 불어오는 이 바람이너희를 더 넓은 세상으로 밀어주었으면.
함께 하는 라이딩의 맛 아이들은 늘 걷는다. 하지만 늘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는 좀 더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을 만한 방식을 고민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을 등에 업고 무작정 한강으로 향했다. 집 앞에서 벗어나 먼 거리를 산책하는 것이 익숙해졌을 땐 하남까지 라이딩을 갔었다. 라이딩을 하며 한 시간 넘는 거리도 거뜬히 버틸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이제 내가 가방만 들면 눈치를 채고 어서 가자며 보챈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내 귀에 아이들의 킁킁거리는 콧소리가 들릴 때면, 어부바를 하고 한강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재미없게 산책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바람을 느끼며 좀 더 멀리, 색다르게 산책하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이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말이다. 글.사진 신채민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2-24 09: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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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우리 사이에 비밀이란 없다
- 몰래 빵 먹기 대작전 모두가 잠든 시각. 온 집안엔 적막만이 감돌았다. 그 적막을 깬 건 다름 아니라 나의 못된 야식 본능. 분명 이 작은 빵 봉지를 집기 전 재차 확인을 한 터였다. 녀석들은 산책을 다녀온 뒤 지친 나머지 코를 드렁드렁 골며 깊게 잠들어 있었다. 그래도 조심조심 최소한의 동작으로 빵 봉지를 집어 들었는데 이게 웬걸. ‘바스락’ 하는 작은 소리에 녀석들은 졸린 눈을 어렵사리 뜨고는 내 옆에 앉아 코를 벌름거리며 나를 툭툭 쳤다. 그 날 새벽, 그렇게 ‘혼자 비밀스레 빵 먹기 대작전’은 우습게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엄마 혼자 몰래 먹는 건 나빠.” 꼭 밤바 요다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내 딴엔 아이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한 것이지마는 워낙 귀가 밝은 아이들에겐 뻔하디뻔한 행동이었나 보다. 나는 괜히 머쓱하게 웃곤 아이들을 쳐다보며 빵을 입에 물었다.“너희도 가끔 그러잖아.”봄날의 트레킹 얼마 전,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할 때였다. 보통 매년 그맘때쯤이면 모두들 꽃구경을 하러 한 손에는 피크닉 가방, 또 한 손에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하하 호호 길을 떠났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봄에는 다들 맘 편히 그럴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으로 인적이 많은 곳에 나가는 일이 꺼려지는 시기였으나,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봄 냄새에 아이들은 사정도 모르고 내게 왕왕거리며 불만을 토해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나름대로 봄을 한껏 맞이하러 떠나보기로 했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 집 근처 트레킹 코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엔 생각보다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작년부터 꽤나 유행한 모 드라마 촬영지라고 했다. 뜻밖의 인파에 조심스럽긴 했지만 다행히 많은 분이 멀리에서나마 ‘귀엽다~’며 밤바요다를 반겨주셨고, 아이들 역시 그 목소리에 부응하듯 힘차게 걸어나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 앞에 난관이 찾아왔다. 트레킹 코스 도중에 흔들다리가 있었던 것이다. 밑을 내려다보니 높이가 꽤나 아찔했다. 워낙 겁쟁이로 소문난 녀석들이라, 밤바 요다는 다리 앞에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내딛길 주저했다. “강아지야, 파이팅!” 주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관광객들은 힘을 내라며, 저마다 응원의 한마디씩을 보탰다. 그 목소리에 아이들 역시 힘을 얻었는지 조금씩 조금씩 다리 반대편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물론 그 큰 결심은 다리 반도 못 가서 좌절되고야 말았지만, 겁쟁이 둘이 그 높은 다리에 발을 붙이고 서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견하고 또 기특했다. 결국 다리가 완전히 풀린 아이들은 다리 중간쯤에서 우리 품에 꼬옥 안겨서야 무사히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푸드트럭에서 시원하고 맛있는 생과일주스를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아까 다리 입구에서 만난 관광객 몇이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무서웠을 텐데 잘 건너왔다며 칭찬을 해주는 그들에게 시침 뚝 떼고 칭찬을 온몸으로 즐기는 밤바 요다. 피식 웃으며 나는 아이들의 귓가에 조용히 소곤댔다. “무서워했던 건 비밀로 해줄게.” 산책을 가고, 산과 들 그리고 바다로 여행을 가고, 이런 사소한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아이들과 함께 뛰놀 수 있는 시간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글.사진 최소희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2-22 09: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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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같은 시간 속의 우리
-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저희도 한동안 사람들이 많이 모일 법한 장소는 피하며 지냈어요. 한 달에 한 번은 꼭 교외로 나가 코르키 & 에코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아쉬움이 컸죠. 어떻게하면 안전하게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미니멀 차박’을 다녀왔답니다.
매일 너희와 함께 바다에서 마음껏 뛰놀고 별도 보면서그렇게 살고 싶어.
코르키 에코의 생애 첫 차박 날씨가 점점 풀리며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차박’은 텐트 대신 차에서 야영하는 것을 뜻하는 캠핑의 한 방법이랍니다. 보통 차 트렁크에 차박용 텐트나 타프를 연결해서 캠핑 공간을 만드는데, 이번엔 그런 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고 차에서만 편하게 즐기다 왔어요. 제가 챙긴 준비물은 트렁크부터 뒷좌석까지 편안하게 눕도록 평탄화 작업을 해주는 매트, 따뜻하게 덮을 침낭과 이불, 차에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베드 트레이 그리고 분위기를 낼 전구, 이렇게 딱 5가지! 정말 간단하죠? 준비물도 중요하지만, 사실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규칙은 따로 있어요. 바로 캠핑장이 아닌 노지에서의 취사 행위는 불법이라는 사실인데요. 저도 당연히 식사와 음료는 모두 미리 포장해서 갔답니다.노을을 감상하는 자세그렇게 간단하게 짐을 챙겨 코르키 에코와 함께 서해로 떠났어요. 집에서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니 참 감사하죠! 해변 이곳저곳을 한참 동안 물색한 뒤에야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코르키와 에코가 여유롭게 배변하고, 바닷바람 쐬는 시간을 보낼 동안, 저는 열심히 시트를 눕히고 따뜻하고 편안히 누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지요. 힘겨운 차박 공사를 무사히 마친 뒤 숨을 고르며 코르키 에코와 바다를 바라봤을 때, 아름다운 서해가 두 눈 가득 들어왔어요. 오랜만의 여행에 들뜬 코르키 에코는 집에만 갇혀 지냈던 그간의 답답함을 푸는 데 여념이 없었어요. 코르키 에코는 여유롭게 해변을 따라 걷다가도 갈매기 무리가 보이면 무작정 쫓아가거나, 대뜸 모래사장에 드러누워 맘껏 뒹구는 등 어느 때보다도 즐거워했죠. 자유롭게 해변을 활보하는 코르키 에코를 보고 있자니 저도 함께 마음이 벅차올랐어요. 올해로 여섯 살이 되는 코르키. 해변에만 오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리던 코르키가 웬일인지 이번엔 달랐어요. 코르키가 저와 발걸음을 맞추며 천천히 해변을 거닐고, 가만히 앉아서 진지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은 왠지 제 마음을 찡하게 했죠. 오랜만의 캠핑에 들뜬 코르키 에코와 저는 해변을 벗어나서 계속 걸었어요.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른 채로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차에서 멀리 떨어진 소나무길까지 와 있더라고요. 가지가 울창하게 우거진 소나무 사이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잊고 있었던 배고픔이 몰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노을이 지기 전에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차로 서둘러 돌아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계산되지 않은 행복 오늘 우리 집은 오션뷰! 노을이 물든 하늘이 시시각각 변하는 차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간 느끼지 못했던 벅찬 감정이 몰려왔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는지, 코르키와 에코도 노을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렇게까지 생각에 잠긴 듯한 코르키와 에코의 모습은 처음이었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평소와 사뭇 달라 보였으니까요. 저녁 식사를 하고 마지막 배변 산책을 다녀오고 나니, 주변이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어요.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져 내릴 것처럼 반짝거리던 서해 하늘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답니다. 며칠이고 한 곳에 머물며 감상하고 싶은 하늘이었어요. 하지만 날씨가 급격히 추워진 나머지, 다음날 가려 했던 트레킹 일정은 접어야 했어요. 곧장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 여행에 대한 기억이 유난히 머릿속에서 맴돌았어요. 제 옆에서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던 코르키 에코를 떠올리자 언제 이렇게 컸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죠. 지난 6년 동안 제 기억 속의 코르키 에코는 마냥 천방지축 장난꾸러기였는데 말이죠. (웃음)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쉬움은 전혀 없었어요. 미처 예상하지도 못한 일들로 충분히 행복했던 여행이었으니까요.글.사진 한민혜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2-18 12: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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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우리의 추억을 뿌려둘게
- 개를 좋아해 온 시간이 긴 만큼, 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입양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막상 키우면 생각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내 상상 속의 개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중 가장 놀랐던 건 크리스가 생각보다 산책을 안 좋아한다는 거였다. ‘산책 싫어하는 개’, ‘산책 안 좋아하는 개’ 같은 키워드를 얼마나 많이 검색해댔는지 모른다.산책 싫어하는 개 반려인의 기본 상식(?)인 1일 1산책을 실천하기 위해 준비해뒀던 목줄과 배변 봉투를 들고나갔던 산책 첫날, 크리스는 단 한 발도 떼지 못하고 내게 안겨만 있다 돌아왔다. 바닥을 디디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크리스를 안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혹시라도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리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매일 꾸준히 크리스를 데리고 나갔다. 인터넷에서 다른 반려인들에게 도움도 많이 청했다. 산책을 안 좋아하는 개도 의외로 제법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간식을 가지고 나가기, 힘들어할 때는 잠깐 안아주기, 관심을 보이거나 가고 싶어하는 방향은 그냥 지나치지 않기 등 유용한 팁도 많이 얻었다. 그렇게 크리스는 서서히 산책에 적응을 해 나가는 듯했다. 집 앞 공원을 꽤 신나게 달리기도 했다. 나도 크리스와 함께하는 산책에 탄력이 붙어, 점점 나가는 거리와 시간을 늘렸다. 우리의 산책 적응기는 그렇게 단기간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를 달렸던 날, 크리스는 다시 낑낑대며 걷기를 거부했다. 그날 이후 크리스는 다시 산책을 싫어하는 개가 되었다.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어리석음을 탓하는 것도 잠시, 애써 다짐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매일 조금씩 걷는 시간을 늘려나갔고, 걷기 싫어할 때면 안고 걸었다. 그리고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크리스가 갑자기 산책을 다시 거부하기 시작한 이유, 그리고 산책을 아직도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아마 너무 먼 곳까지 산책을 나가면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바로 크리스가 집에서 산책을 출발할 때는 낑낑대며 걷기 싫어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한껏 신이 난 듯 뜀박질도 곧잘 하기 때문이다.‘집에서 멀어지는 건 무섭지만 돌아오는 길이라면 괜찮아. 바람을 맞고 해를 쬐는 건 좋지만 집에서 멀리 가는 건 싫어’라는 크리스의 마음을 이해한 후부터, 우리의 산책길은 조금 달라졌다. 집에서 나올 때는 크리스를 안고 걷는다. 벤치에 앉아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 후 천천히 원하는 속도로 집에서 멀어졌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음껏 달린다. 그리고 이 방법을 크리스도 훨씬 더 즐긴다. 또 가끔 사람이 많지 않은 큰 공원에 갔을 때면 모두 다 잊은 채 뛰어다니는 크리스를 볼 수 있다. 아마 그때가 크리스에겐 가장 행복한 산책일 것이다.크리스야, 걱정하지 마 크리스는 그동안 많이 변했다. 생각해보면 크리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을 거다. 물론 나 역시 나름의 공을 들이긴 했어도, 크리스가 겪은 격변의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라 짐작한다. 무엇보다 입양의 주체는 나였고, 항상 내가 마음먹은 대로, 내 시간표대로 크리스는 따라야 했으니까. ‘산책 소리만 들어도 나가자며 왈왈 좋아하는 발랄한 개’를 상상한 것도 나고, 머나먼 산책 경로를 정했던 것도 나였다. 그래서 내가 멋대로 정한 길에 비록 작은 걸음일지라도 조심조심 한 발자국씩 내디뎌 준 크리스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아릿하다. 익숙한 지점에 도달하면 크리스의 꼬리가 흔들리고 엉덩이가 가볍다. ‘우리’ 집에, ’함께’ 돌아간다는 사실에 저렇게 들뜨는 크리스가 더욱 예쁘고 고맙다. 걱정하지 마, 네가 생각하는 무서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가는 길목 길목마다 과자 부스러기를 뿌려둔 헨젤과 그레텔처럼, 온 동네에 우리의 추억을 잔뜩 뿌려둘게, 크리스.글.사진 이영주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2-17 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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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맹꽁이 대장님
- 반려견을 향한 사랑 대결로는 어디에서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던 내가 처음으로 ‘이 사람 만만찮군!’ 하고 느낀 상대가 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맹꽁이의 보호자!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르고 있는 맹꽁이 누나와 ‘아니, 이 정도쯤 당연한 거 아냐?’ 하는 듯 언제나 당당한 맹꽁이를 소개한다.내가 바로 그 맹꽁이다!사진으로만 보던 맹꽁이를 실제로 만났다. 그리고 난 맹꽁이 누나의 말대로 맹꽁이라는 이름이 녀석과 찰떡처럼 어울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첫 만남, 맹꽁이는 나를 향해 열심히도 짖었다. 맹꽁이 누나 말에 의하면, 집에서는 순한 천사인데 밖에만 나가면 저렇게 꼭 동네 ‘짱’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란다. “원래는 맹꽁이가 아니라 ‘애기야~’ 하고 불렀어.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갑자기 ‘맹꽁이’라고 부르더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앉아서 두 손 모으고 간식을 기다리는 모습이 맹꽁이랑 똑 닮았다나?” 그러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주었다. 어느 날 맹꽁이 누나의 어머니는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밖으로 나가셨는데, 글쎄 그 뒤를 맹꽁이가 졸졸 따라오고 있었던 거다.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어머니는 그대로 현관문을 닫아버렸고, 맹꽁이는 그대로 문밖에 남겨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주 가차없는 맹꽁이지만 집에서는 순딩이 그 자체라, 맹꽁이는 그저 얌전히 엄마가 문을 열어주길 기다렸다고. 나중에 맹꽁이가 집에 없는 것을 안 어머니는 온 집안을 한참 뒤지고 뒤지다가 혹시나 싶어 현관을 열었더니 숑~ 하고 맹꽁이가 들어왔단다. 그때 일 이후로 가족들 모두 나갈 때나 들어올 때 맹꽁이가 집 안에 잘 있는지 꼭 확인하고 문을 닫게 되었다고, 아찔했던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며 맹꽁이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누나한테도 맹꽁이가 짱이야! 맹꽁이를 향한 열렬한 사랑은 맹꽁이를 처음 데리고 온 날에도 똑같았다며, 맹꽁이 누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연은 이랬다. 친구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는데 입양자를 찾는다는 말에 맹꽁이 누나는 냉큼 연락했고, 생후 딱 두 달째 되는 날 부모님과 함께 맹꽁이를 데리러 갔다고. 친구가 담요에 감싼 새끼 강아지를 보물을 품듯 조심스레 안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그 사랑스런 모습에 심장이 쿵쿵 뛰었단다. 그러나 엄마와 떨어진 강아지 맹꽁이는 밤새도록 낑낑 울었고, 애가 하도 우니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부모님 말씀에 이번엔 맹꽁이 누나가 오열을 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결국 맹꽁이를 키우는 것으로 온 가족이 찬성했다고. 하지만 그때 자신은 대학 때문에 자취를 막 시작했던 참이었고, 때문에 강아지는 부모님 댁으로 가야만 했단다. 강아지를 데려와 놓고 자취를 하러 나간 자신을 부모님도 어쩌면 조금 얄미워했을지도 모르겠다며 맹꽁이 누나는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TV를 보고, 주말에는 맹꽁이 콧바람을 쐬어주기 위해 근처로라도 꼭 외출을 하며, 핸드폰은 맹꽁이 사진을 찍느라 손에서 떨어질 날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아버지는 ‘곧 저 녀석, 사람 말을 할지도 몰라’ 라며 맹꽁이의 말문이 트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신다고.너 없인 못 살아, 맹꽁아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맹꽁이는 수제비 같은 귀를 펄럭이며 바닥에 코를 박곤 킁킁 주변 냄새를 맡고 있었다. 내가 ‘맹꽁아~’ 하고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홱 돌리곤 까맣고 조그만 입술로 왕왕왕 짖곤 다시 쫑쫑쫑 바삐 제 길을 갔다. 무안한 마음에 맹꽁이 누나를 쳐다보았지만, 맹꽁이 누나는 이미 맹꽁이를 쫓아간 지 오래였다. “일주일 중에 주말만 본단 말야! 나는 그래서 맹꽁이 나이의 2/7만 본 거야. 그러니까 맹꽁이는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 어릴 적 강아지를 키우던 친구들에게 느끼던 막연한 부러움과는 달리, 새로운 가족에 대한 벅참과 책임감이 너무 크다고. 하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와서 어쩔 줄 모르겠단다. 나한테는 아르르 잘도 짖으면서 제 누나한테 가서 안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누나 바라기 그 자체였다. 정말 ‘두 얼굴의 댕댕이’가 따로 없다 싶었지만, 맹꽁이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맹꽁아. 너네 누나 너 없음 못 산대. 그러니까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누나 곁에 꼭 붙어 있어야 해, 알았지?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2-15 1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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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시간의 속도
일 년 전, 남편의 손바닥만큼 작았던 릴케는이제 내가 들어올리면 버거울 정도로 커버렸다.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릴케를 볼 때면,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을 실감하곤 한다.
NEVER SAY NEVER AGAIN! 남편은 독일 사람으로 어릴 때부터 개들과 함께 성장했지만, 나는 반려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유학 시절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강아지를 더욱 멀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내가 릴케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는 당연히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당시에 나는 ‘다시는 ~하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서 릴케를 키우기 전까지 ‘나는 절대로 반려견을 키우지 않을 거야’라고 습관처럼 말하곤 했다. 하지만 릴케를 키우게 된 뒤로는 어떤 상황에서든 “Never say never again!” 이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릴케의 산책 철학 릴케가 다니던 강아지 학교와 링 트레이닝 수업은 다 문을 닫았다. 대신 우리 부부는 릴케와 함께 주말마다 산책을 나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생활을 많이 바꾸어놓기는 했지만 독일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편이다. 단, 세 사람 이상이 함께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그래서 서로 멀찍이 떨어져 걸어야만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강아지끼리는 인사하고 상대편 개의 엉덩이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그럴 때 릴케는 금방이라도 친해지려고 할 것처럼 다른 강아지의 엉덩이 냄새를 맡는데, 그렇게 냄새를 맡고는 유유히 가던 길을 갈 때가 있다. 마치 그 정도면 자신은 할 일을 다 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부부에게는 살가운 릴케가 막상 다른 강아지에게 무심하게 구는 모습을 볼 때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이유가 왜인지는 몰라도 릴케의 그런 산책 철학은 언제나 우리를 웃게 한다.불청객의 때이른 방문 ‘4월의 날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일의 4월은 변화무쌍하다. 하루에 모든 날씨를 경험할 때도 있다. 해가 났다가 비가 오고, 우박과 눈이 동시에 내릴 때도 있다. 하지만 올해의 날씨는 유난히 해가 자주 비추고 건조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릴케와 함께 산이나 강가로 많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귀찮은 일도 생겼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일찍 나타난 진드기 때문이다. 산책 후에 릴케의 온몸을 살피고 빗질을 하는 것도 필수 일과가 됐다. 불청객의 때 이른 등장으로 정말 오랜만에 선물 받은 진드기 퇴치 기구를 꺼냈다. 이 달에만 벌써 네 번이나 릴케의 몸에서 진드기를 발견했으니 진드기 퇴치 기구의 효과는 톡톡히 본 셈이다.릴케의 ‘델리카테센’ 내가 사는 동네에는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개들의 섬이 있다. 루르강을 끼고 빙 둘러 있는 개들의 섬은 릴케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모든 개가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뛰놀며 강가에서 물놀이도 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보통 섬에 갈 때는 자가용을 타고 가지만 가끔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마지막 정거장에서 내려 섬까지 걸어가곤 한다. 걸어가다 보면 종종 말을 볼 수 있는데 릴케는 바로 그 길에 있는 말똥을 좋아한다. 말똥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릴케의 모습은 마치 독일식 수제 햄인 델리카테센을 좋아하는 독일인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말똥을 릴케의 델리카테센이라고 부른다. 우리 눈엔 여전히 아기 같은 모습의 릴케지만, 사람 나이로는 어엿한 18살이 된다. 이제 말똥보다는 암컷에게 더 관심을 보이는 나이이다. 평소에는 순하고 말 잘 듣던 릴케지만 산책을 하다 암컷 강아지를 만나기라도 하면 부리나케 달아나곤 한다. 우리 부부는 벌써 성견이 된 릴케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든 생명의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유난히 빨리 흐르고, 지루한 일을 붙들고 있을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부부의 삶 한가운데에 나타난 릴케는 우리를 따뜻한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지난 1년 동안의 시간을 떠올리면, 수많은 기억 중에서도 릴케와 함께했던 기억은 훨씬 선명하게 떠오른다. 릴케 또한 우리 부부와 함께하는 시간이 언제나 평화롭고 따스한, 요즘 날씨 같기만을 바란다.글.사진 이영남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2-08 1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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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He'll be loved
2020년 2월, 양재동의 한 축사. 물그릇 하나 없는 개 집 안에는 제대로 먹지 못해 젖이 나오지 않는 어미 개 한 마리, 그리고 생후 일주일 남짓 된 강아지들이웅크리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아주머니가 우연히 현장을 발견하지못했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너를 만나기까지 어느 날, 내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평소 한 반려견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어미 개와 새끼 강아지들을 구조했는데요, 지금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서요…. 혹시 임시 보호가 가능하실까요?”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어미 개가 젖이 나오지 않자 본 주인이던 할아버지는 새끼와 어미를 한꺼번에 묻어버리겠다고 했단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한 아주머니의 우연한 도움으로 아이들은 모두 구조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이전에 약 두 달간 장애견 한 마리를 임시 보호해 본 경험이 있다. 물론 지금 그 아이는 좋은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이별의 순간 아무것도 모른 채 날 올려다보던 아이의 눈빛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다시는 임시보호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꼭 일년이 지난 3월, 다시 한 번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다는 휴대폰 너머의 말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이렇게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아, 안 그래도 슬슬 임시 보호를 준비중이었거든요.” 대체 무슨 기사도 정신이었던 걸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처음과는 달리, 반드시 좋은 가족을 만나게 해줄 것이란 각오를 마음 속에 깊이 새기며 본격적으로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어서와, 임시 보호는 처음이지? 2주 뒤, 어느덧 아이를 만나기로 한 당일이 되었다. 그리고 녀석을 마주한 나는 귀여움으로 완전무장한 그 모습에 어쩔 줄을 몰랐다. 왠지 모르게 졸려 보이는 눈, 흰 바탕에 절묘한 갈색 무늬, 초코 쉬폰 케이크 같은 코,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되었음에도 잃지 않은 야무진 성격까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그 작은 꼬물이를 ‘다찌’라고 부르기로 했다. 발바닥은 어찌나 또 작고 핑크빛인지! 마치 걸을 때마다 ‘뽀짝뽀짝’ 소리라도 날 것 같았다. 식욕도 왕성해 매 시간 우유를 먹일 때마다 온 힘을 다해 젖병을 빨아댔다. 그런 다찌를 보며 생각했다. ‘반드시 널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좋은 주인을 찾아줄게.’ 사실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나는 현재 고양이 세 마리와 동거 중이다. 또한 친한 지인의 강아지 두 마리 역시 자주 놀러 오곤 한다. 고양이 세 마리와 강아지 두 마리라니, 분내 폴폴 나는 새끼 강아지 다찌가 과연 큰 엉아들 사이에서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도 잠시, 다찌는 우리 집에 온 첫날부터 이불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더니 내 팔에 씩씩하게 쭙쭙이를 하며 잠들어버렸다.(웃음) 다찌는 빠르게 우리 집에 적응했다. 고양이들이 옆을 지나갈 때면 먼저 살짝 비켜설 줄도 알고, 자기 밥그릇이 아니면 사료를 먹으려 달려들지도 않았다. 단언컨대 다찌는 내가 만나본 모든 강아지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였다.사랑 받고 있어요 다찌와 함께한 지 한 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제 슬슬 다찌의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어야 할 때다. 사랑스러운 외모 탓일까? 입양글을 올린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입양 문의가 쇄도했다. 이번에 임시 보호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게 하나 있다. 바로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것이다. 다찌를 꼭 입양하고 싶다고 구구절절 사연을 보내놓고선 잠수를 타는 사람, 몇 시간 만에 입양을 취소하는 사람, 다음 날 다른 강아지를 입양했다며 말을 바꾸는 사람 등. 강아지는 물건이 아니건만 입양과 파양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새 가족이고 뭐고 그냥 다 놓아버리고 그냥 이대로 함께 사는 건 어떨까? 싶다가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다찌를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꾹 참고 다시 신청서를 한 장 한 장 더욱 꼼꼼히 확인하는 요즘이다. 이별의 순간은 참 가혹하다. 처음 맞는 이별도 아니건만 가슴이 쓰리다. 아무렴 어떤가! 다찌가 좋은 가정에서 행복하게 남은 견생을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 다만 나는 오늘이 다찌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치의 사랑을 선물해 주고 웃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결정이든 간에 다찌의 행복을 위한 최선의, 최고의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마, 다찌야.글 글월문사진 조문주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2-08 10: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