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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30 08: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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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24 09: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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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8-24 09: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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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09 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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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09 09: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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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06 08: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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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06 08: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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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너의 모든 날이 빛나도록
- 누구에게나 처음은 특별한 법.로지를 처음 사진으로 만났을 때, 나는 그 작은 갈색 털북숭이의 파란 눈동자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나의 작은 꽃 로지 베들링턴테리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 뒤 온갖 공부를 하며 준비하기를 꼬박 일 년 하고도 반. 드디어 우리의 작은 꽃, 로지를 만날 수 있었다. 견주라면 으레 그렇듯 나 역시 로지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로지와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주변 강아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소위 ‘잇 템(it item)’으로 소문난 것이라면 다소 비싸더라도 망설임 없이 구매하곤 했었다. 로지가 3살이 되던 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잘 뛰어놀던 로지인데 열이 오르더니 구토 증세를 보이며 아파하기 시작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로지를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요새 유행하는 장염이나 감기인가 싶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내가 상상조차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염증 증세가 있네요. 그건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져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어요. 아이의 신장이 보통과 조금 다른 듯합니다. 정밀 검사를 해 보시죠.” 마침 건강검진을 한 번 받아보려고 생각하던 참이라, 로지의 컨디션이 회복되자마자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니 예쁜 콩팥에 동그랗게 종양이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드문 케이스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는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My Little Rozy NO DAY BUT TODAY 큰 수술이었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됐고, 회복도 빨랐다. 지금도 우리는 달마다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추적 검사를 통해 로지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다들 막연하게 헤어짐을 상상한다. 우리 또한 그랬다. 한 20년 정도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은 그날, 나와 남편의 가치관은 완전히 달라졌다. 좋은 옷, 좋은 소품, 좋은 간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보다는 좋은 재료로 손수 만든 간식을 먹이고, 행복해하는 로지의 얼굴을 보며 마주 웃고, 지금 이 시간 행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다짐을 더 했다. 금세 흘러가 버리는 ‘현재’를 사진으로 남기자고. 참 신기한 일이다. 로지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들도 슈퍼 파워가 생긴 것처럼 해낼 수 있게 되고, 새로운 곳,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니 보물 같은 추억들이 방울방울 쌓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 추억들을 머릿속에만 담기가 아까워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앨범을 뒤적거리다 로지와 우리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을 발견할 때면 그저 행복할 뿐이다. 나의 예쁘고 작은 꽃, 로지야.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해 줄게. 우리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가득하도록, 너의 모든 날이 빛나도록. 글 백재은사진 위드정우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30 08: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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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꿀빵이는 못말려
- 우주 대스타 막둥이 김꿀빵 꿀빵이가 오기 전, 우리 가족은 시츄 세 마리를 길렀었다. ‘피추’라는 이름의 모견과 두 딸, ‘배추’와 ‘상추’였다. 그리고 재작년 배추를 마지막으로 세 아이 모두 먼 소풍을 떠났다. 적막감이 감도는 집엔 차가운 바람마저 부는 듯했고, 가족 간의 대화도 현저히 줄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파 울다 잠드는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본가에 놀러 온 언니가 가족들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뗐다. 우리 한번 다시 잘 키워보는 게 어떠냐고. 한번 준 정 다시 떼기가 무서워 지인의 반려견을 잠시 봐주는 것조차 거절했던 엄마, 피추만한 강아지가 없다고, 피추 말고는 다 싫다던 아빠. 그랬던 부모님인데 이제 슬쩍 언니의 말에 긍정적인 마음을 내비친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맞이한 우리 집 막내, 바로바로 김꿀빵 되시겠다! 물론 지금은 나보다 우리 부모님이 더 꿀빵이에게 안달 난 편(특히나 아빠). 그럼 그렇지, 이렇게 귀여운데 안 예뻐하고 배기냐구요! 부캐1) 키우기: 나는야 꿀빵맘 꿀빵이가 우리 가족이 된 후 지인들의 안부 인사도 바뀌었다. “꿀빵맘~ 잘 지내?”, “나도 꿀빵이 보고 싶어”, “꿀빵이도 데리고 나와~” 등등.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예 ‘꿀빵맘’이라 불릴 정도로 나의 꿀빵맘 부캐 활동(?)은 요즘 아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꿀빵이 사진을 혼자만 보기 아까워 별도로 SNS 계정도 만들었는데, 꿀빵이의 매력을 알아주시는 분이 많아 감사한 요즘이다. 반면 내 SNS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가 마지막이더라. 이런 게 바로 개엄마의 삶인가. (씁쓸) 1)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 사용하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副) 캐릭터를 이르는 말. 꿀빵이 당기는 계절 함께여서 좋은 점이야 많고 많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덕분에 사계절을 골고루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봄에는 예쁜 벚나무가 양옆으로 늘어선 길을 누가 꽃인지 모를 정도로 귀여운 꿀빵이와 함께 걷고, 여름에는 풀 내음 가득한 공원을 따라 산책하며 새삼 그늘이 주는 고마움을 느낀다. 또 가을엔 청명하고 높다란 가을 하늘 아래 바삭바삭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를 함께 들을 수도 있다. 특히 나는 꿀빵이랑 함께하는 겨울이 가장 좋다. 군고구마 하나면 온갖 애교와 충성을 다하는 꿀빵이를 볼 수 있으니까. 또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자연스레 내 품을 파고들며 잠을 청하는 꿀빵이를 쓰다듬으며 잘 수 있으니까. 아무리 지치고 피곤해도 그때만큼은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달까?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내 옆에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쿨쿨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으윽, 심장어택. 정말이지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럴 땐 최소 뽀뽀 백만 번은 날려 줘야 조금이나마 충격이 풀린다. 꿀빵이가 누운 이부자리에서 폴폴 풍기는 꼬순내는 덤! 고슴도치 개 엄마의 하루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을 나왔다. “야, 넌 어쩜 매일이 화보냐?”, “꿀빵아, 그렇게 귀여우면 우주 대스타밖에 못 해!” 온갖 주접 멘트가 난무하는 산책. 아마 모든 견주들이 공감할 거다. 사실 원래 나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처음 보는 사람과 말을 섞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런데 꿀빵이의 사회화 교육을 위해 날마다 산책하러 나가다 보니 내 성격까지도 참 많이 달라졌다. 마주치는 털북숭이 강아지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도 건네보고, “귀여워~” 하며 너스레도 떨어본다. 그렇게 견주들과도 한두 마디씩 나누다 보면 물 흐르듯 대화가 이어진다.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아니, 대체 누굴 위한 사회화 교육인가?’ 이젠 제법 나도 산책이 익숙해졌는지 오며 가며 꿀빵이 자랑도 은근히 늘어놓곤 한다. 이렇게 오늘도 내 핸드폰 사진첩엔 꿀빵이 사진들이 알차게 한 장 두 장 차곡차곡 적립된다. 이러다간 얼마 안 가 저장 공간이 꽉 차버릴 것이 분명하지만 어쩔 수 없다. 찍지 않고선 배길 수가 없는걸. 에휴, 나 고슴도치 개 엄마 다 됐다! 글·사진 김한지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24 09: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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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WELCOME HOME, SWEETY
- 매일 아침이 기다려지는 기분 좋은 태동, 침대 머리맡에서 들리는 쿤이의 골골 송. 거실에서 들려오는 아직도 한창 꿈나라에 있는 듯한 구찌의 드르렁드르렁 코골이 소리. 결혼한 지 6년, 드디어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가 생겼다. 둥지 본능 ‘둥지 본능’, 새로 태어날 새끼를 위해 집을 단장하고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출산 준비 과정에서 강아지들은 새끼를 눕힐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고양이들은 부드러운 천 조각을 모은다는 말이있다. 나 역시 예정일에 가까워지면서 집안을 열심히 비우고 채우고 또 쓸고 닦으며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집안 살림뿐만 아니라 구찌와 쿤이가 안 쓰는 용품마저도 전부. 얼마나 열심이었냐면, 하루는 남편이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여보, 이러다가 나까지 버리는 거 아니야?” 물론 집 청소뿐만 아니라 아이들 케어에도 평소보다 더욱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아기가 집에 오면 털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당분간은 아이들 미용을 시켜 주기로 했다. 또 혹시라도 나중에 내가 육아에 집중한 나머지, 아이들의 건강 이상을 눈치채지 못할까 봐 종합 건강검진까지도 마쳤다. 훗날 태어날 아기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구찌 쿤이와 함께 자라게 된다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아한 클래식이나 동화책보다도 구찌와 산책하고 쿤이와 교감하는 것이 내게는 최고의 태교였다. 엄마 다녀올게! 어느덧 임신한 지 35주, 혈압이 오르고 온몸이 점점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36주 6일째가 되어 정기검진을 받던 날,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통보를 받고 말았다. 짐은 남편에게 가져와 달라고 해도 되니, 지금 당장이라도 입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 안 돼요, 선생님. 내일 입원하면 안 될까요?” 간절한 나의 부탁에 입원은 결국 다음 날로 미뤄졌다. 급하게 집으로 와 짐을 챙기면서도, 앞으로 3주 동안 구찌와 쿤이를 못 본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9년을 함께 하면서 이렇게 오래 떨어져 본 적이 없었기에 벌써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했다. 일주일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어 죽겠는데 3주라니…. 앞으로 혼자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남편을 위해 메모를 적어 냉장고에 빼곡히 붙여놓았다. 사료부터 간식과 영양제 급여 방법부터 배변과 청소, 그리고 산책 방법,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얘들아, 밥 잘 먹고 있어. 엄마 다녀올게!”라는 인사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3주 전 집을 떠났던 그날처럼. 첫 육아의 서막이 오르다 드디어, 10개월 동안 내 뱃속에 있던 아이를 품에 안았다.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나는 구찌, 쿤이에게 아기를 어떻게 소개해주면 좋을지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검색도 해본 결과,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다. 아이를 싸고 있던 속싸개를 미리 반려동물에게 주고 냄새를 맡게 하거나, 안전을 위해 처음부터 격리하는 방법 등등. 3주가 지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아기와 구찌, 쿤이의 첫 만남은 어떨까? 반가워할까, 아니면 무관심할까?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버선발로 달려 나와 반겨주 었다. 언니 왔어! 나보다 10달은 더 기다린 것 같은 구찌는 예상대로 포대기 속 아기를 보자마자 정신없이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데도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드디어 구찌 언니, 나의 첫 육아가 시작되었다.글·사진 전소영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24 09: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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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맨발로 만나는 산, 대전 황톳길 계족산 백패킹
- 인공 바람 대신 산바람 솔솔 불어오는 산 정상이 그리워지니, 힐링 명소 대전 계족산을 방문해보았다[장소: 대전 대덕구 장동산85]처음 만나본 산속 황톳길 커다란 백패킹 가방을 메고 강아지들과 산에 올라가는 모습이 이색적인지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여유로운 미소로 눈인사하며 늦은 오후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 소양강 백패킹 때 진드기 사건을 겪은 뒤 지인이 보내준 해충 스프레이까지 아이들 몸에 골고루 뿌려주니 발걸음도 가볍다. 5시 무렵 산행을 시작했지만, 산 정상에 갈 때까지 해가 기다려 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조금 올라가니 유명한 황톳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완만한 경사도를 따라 펼쳐진 황톳길은 무려 14.5km나 된다. 특히 하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신발을 손에 들고 황톳길을 걷고 있는 장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길은 소주 회사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이 더 많은 사람과 맨발의 즐거움을 나눠보고자 조성한 곳으로, 전국 최초로 ‘숲 속 맨발 걷기 캠페인’을 시작한 곳이라 한다. 1~2일에 한 번꼴로 물을 뿌리고 흙을 갈아엎으며 관리를 한다는 황톳길은 정말 장관이었다.강아지도 좋아하는 붉은 황톳길 정상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이 있었지만 황톳길을 강아지들에게 더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일부러 둘레길을 선택했다. 라임이가 황톳길로 신나게 걸으며 냄새를 맡는다. 일반 흙길도 있는데 굳이 황톳길만 고수하는 모습을 보니 좋은 건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 아는구나 싶다. 녀석 발이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래, 이 맛에 산에 오는 거지!’낮은 산이라고 무시하면 큰 낭패! 깔딱고개 저 멀리 나무 꼭대기가 보이는 것 같은데 계속 산을 돌고만 있는 느낌이 든다. 산행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시간이 되어가니 해도 저물어간다. 해가 지기 전 정상에 도착하기 위해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어느 길을 선택했다. 달달했던 둘레길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니 끝도 안 보이는 계단이 나온다. 아이들은 잘도 올라가는데 사람만 헉헉거린다. “라임아! 기다려! 천천히 가!”를 연신 외치며 몸을 움직여본다. 계단이 끝나가는 것 같아 ‘정상이 나오려나?’ 하며 하늘을 바라보니, 아이고~ 아직도 멀었다. 완만한 숲길을 걷다가 절벽 같은 숲길을 20여 분 오르니 드디어 돌들로 쌓아 올린 ‘계족 산성’이 보인다. 그렇게 돌길을 따라 걸었더니 드디어 대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트인 장관이 펼쳐졌다. 아! 드디어 다 왔다!산성에서의 1박 미리 도착한 지인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불어오는 산 정상의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혀본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니 1박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어둠이 깔리니 도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이내 멋진 대전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반면 저녁 9시도 안 된 시간이지만 산엔 짙은 어둠이 깔렸다. 저 아래 도시는 잠들려면 아직도 멀었을 텐데… 자연에 있는 이 순간이 새삼 참 좋다. 지친 일상을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이 시간이 달콤하지만, 5시엔 일어나야 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어본다. 지난밤, 비가 온다는 소식을 걱정한 게 무색하게 바람만 불 뿐 비는 오지 않았다. 물론 다행이었지만, 새벽녘 나는 산에서 들려오는 야생동물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인 뒤, 깜빡 졸고 일어나니 어느새 텐트 밖이 밝아져 있다. 새벽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도 하나둘씩 보인다. 1박을 끝낸 우리는 아침 이슬로 젖은 텐트와 침낭을 말리고 빌려 쓰기 전 상태로 만들고 하산을 했다.우리를 위한 힐링 시간 도심은 밤낮없이 늘 바쁘다.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이 모자란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선 마침표와 쉼표가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게 자연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나의 강아지들은 나보다 짧은 시간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이 시간은 훗날 다시 바빠질 내 일상에 보약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글.사진 신채민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09 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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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불변의 법칙
- 어느 날, 산책을 나갔더니 평소와는 다른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사뿐사뿐 푸릇한 풀을 밟는 소리가 아니라, 바스락바스락 마치 과자가 부서지는 듯한 낙엽 밟는 소리였다. 덜어내는 계절 얼마 전까지 우리는 더위와 싸울 준비를 철저히 한 뒤에야 산책하러 나갈 수 있었다. 물에 적신 쿨 티셔츠를 냉동실에 넣고 15분을 기다렸고, 산책 가방에 항상 살짝 얼린 물과 물그릇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철저히 준비하고 밖에 나가도 30분 만에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길바닥에 만연했던 초록색 나뭇잎은 다소 차분한 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머리 위 푸릇푸릇했던 나뭇가지들도 모두 빨갛고 노란 옷을 입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쿨 티셔츠나 얼린 물병 없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계절갈이 반바지와 반팔을 정리하면서 밤바 요다의 옷도 정리를 좀 했다. 여름철 내내 사용한 쿨 티셔츠와 쿨 머플러, 선캡을 여름용 박스에 넣어 장롱 안쪽으로 쭈욱 밀어두었다. 그리고 약간 두께가 있는 긴 팔 티셔츠와 겨울을 대비한 패딩베스트를 미리 꺼내놓았다. 한참을 혼자 옷방에서 정리하고 있던 와중, 밤바 요다가 그런 날 이해 못 하겠다는 듯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쳐다만 보지 말고 너희도 좀 돕든가.” 고개만 갸우뚱거리는 밤바 요다의 모습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내 밤바 요다는 내 곁을 알짱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옷 정리에 돌입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나 대신 지친 기색으로 누워있는 밤바 요다가 눈에 들어왔다. 웃음을 터트리며 둘러본 방 안 곳곳은 어느새 가을 그리고 겨울옷들로 채워져 있었다. 함께한 계절이 이렇게 또 지나가는구나.절대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우리는 언제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사계절을 보내고 또 맞이하듯이. 날씨의 변화에 따라 생활 방식도 바뀌지만, 우리는 너무도 익숙하게 대처한다. 하지만 가끔, 그렇게 쉬지 않고 변하는 일상이 어색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속 편한 얼굴로 ‘왜? 간식 주게?’ 하는 표정의 아이들을 보며, 나는 결코 변하지 않을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린다. ‘세상이 바뀌고 어려운 상황이 와도, 너희를 향한 나의 마음은 바뀌지 않겠구나.' 글.사진 최소희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09 09: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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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원해요
- 코로나바이러스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삶의 양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가 처음 퍼졌을 당시,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한산해진 자연을 동물들이 맘껏 누비는 장면이 담겨있었는데, 힘든 와중에 그나마 다행이라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경우는 좀 다르다. 주로 자신의 보호자와 같이 불편을 겪는 쪽에 서게 되는 것이다.코로나가 크리스에게 미치는 영향 처음 바이러스가 퍼지고 나는 3개월간 두문불출했다. 내 ‘껌딱지’인 크리스도 당연히 거의 집 안에만 머물렀다. 가끔 집 근처나 아파트 앞 화단에 잠깐 나갔다 오는 게 전부였다. 크리스가 활동량이 많지 않은 개라는 사실 이 이때만큼 다행스러웠던 적도 없었다. 코로나가 조금은 잠잠해지고 하나둘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생기던 무렵, 우리 가족은 캠핑 장비를 샀다. 사실 크리스는 차를 타는 것을 무척이나 두려워한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도로에 유기됐던 기억 때문은 아닐까 짐작한다. 입양 직후 차를 타고 데리고 올 때도 격렬하게 짖고 불안해했으며, 이후 시도했던 근교 나들이조차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이동 시간을 늘려가며 노력하고 있던 차였다. 그리고 이번 캠핑이 바로 그 기회라고 생각했다. 크리스를 위한 짐과 걱정을 한 아름 챙긴 채 차에 올랐다. 그런데 크리스 는 뜻밖에 담담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놀러 가는 것임을 크리스도 느낀 걸까? 가끔씩 개들이 사람 말은 못 해도 ‘리스닝’만큼은 분명히 되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곤 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무사히 도착한 캠핑장에서 크리스는 함께 잠도 자고 바닷가 산책도 하고 불멍(장작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혹시라도 밤에 짖으면 어떡하나 했던 걱정이 무 색하게, 크리스는 이틀간 우리보다 더 꿀잠을 잤다.개들은 왜 엄마를 제일 좋아할까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크리스는 우리와 더 자주 붙어있을 수 있게 되었고, 어쩌면 그 덕에 크리스도 사진 속 야생동물들만 큼은 아니더라도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크리스는 나와 함께 있는 걸 그 무엇보다 가장 좋아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는 우리 집에서 나를 제일 좋아한다. 어째서일까? 예전에 ‘개들은 왜 대부분 엄마를 제일 좋아할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크리스를 입양한 후 다른 강아지 육아 일기를 많이 염탐하면서, ‘우리 개는 엄마를 제일 좋아한다’라는 식의 글을 자주 봤었다. 아마도 대부분 가정에서 엄마가 제일 오랜 시간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코로나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 역시도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얻을 수 있었던 작가로서의 많은 기회가 사라졌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편안해 보이는 크리스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 힘든 시기 내 존재만으로도 행복해하는 크리스로 인해, 나 역시 위로받는다.크리스와 함께라면 크리스가 내게 바라는 것 중에(물론 기본적인 의식주를 챙겨주는 데 필요한 수입이 있다는 전제하에) 경제적 성공과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하나도 없다. 크리스가 내게 원하는 건 깊은 포옹, 함께하는 시간, 따뜻한 눈빛, 같은 곳을 보며 걷는 산책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내가 특별한 존재가 아닐지라도, 자랑스러운 직함과 능력이 없어도 얼마든지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는 하다못해 내 이름조차 필요하지 않다. 있는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는 것. 그건 내 오랜 로망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준 적도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무런 조건 없이 그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게 가능하긴 할까? 불가능에 가까운 것임을 알기에 많은 이들은 오늘도 운명적 사랑을 꿈꾸고 예술가들은 수많은 명곡과 영화, 소설을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 내가 오래전부터 좋아해 온 빌리 조엘의 이라는 노래도 이 같은 인간 의 ‘불가능한 로망’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불가능이라 여겼던 이 로망은, 크리스와 함께라면 현실이 된다.I don’t want clever conversation나는 똑똑한 대화를 원하지 않아요I never want to work that hard그렇게 어려운 건 필요하지 않아요I just want someone that I can talk to난 그저 이야기 나눌 상대가 필요해요I want you just the way you are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원해요 글.사진 이영주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06 08: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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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성년으로 향하는 힘겨운 싸움
- 릴케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릴케와 함께하는 시간은 번개처럼 지나가 버린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그동안 한국 방문을 미루어왔지만, 8월 중순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일이 생겼다. 릴케와 떨어져 지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벌써 무거워진다. 가족의 한 구성원이 잠시나마 자리를 비우는 것이 혹시라도 릴케에게 정서적 불안을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릴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해지고, 남은 시간을 릴케와 함께 더욱더 알차게 보내 야만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남편은 보통 일주일에 두 번 릴케를 데리고 출근을 하는데, 그 횟수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였고 필자는 오후 릴케와의 산책 시간을 훨씬 더 늘리기로 했다. 이웃집의 골든 리트리버 친구 ‘자리’와의 산책 시간도 덕분에 늘어나 릴케에게는 마냥 기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무산된 박람회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반려견 박람회가 열려 우리 부부는 한참 챔피언십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독일에서는 축구 경기를 비롯한 모든 박람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고, 릴케의 챔피언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부부는 언젠가 릴케가 아빠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릴케는 독일의 쿠이커혼제 협회로부터 세 차례의 철저한 심사를 거쳐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쁘게도 지난해 릴케는 최연소 챔피언십을 받았지만, 앞으로 두 번의 심사가 더 남아있다. 그런데 박람회가 계속 취소가 되는 바람에 릴케가 아빠가 될 수 있는 시기는 점점 미루어지고 있다. 릴케는 이러한 우리 부부의 계획을 알고 있을까? 중성화 수술, 불편한 진실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수캐를 아무런 이유 없이 중성화시키지 않는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릴케가 참을 수 없는 자신의 본능과 싸우는 모습을 보는 일은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내 주변의 소수의 사람은 이러한 이유로 몹시 어렵게 중성화 수술이라는 선택도 하기도 한다. 릴케와의 즐거운 산책 중에도 힘겨운 시간이 있는 데, 바로 발정기의 암캐가 지나갈 때, 혹은 중성화된 수캐가 지나갈 때 본능과 싸우는 릴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다. 중성화된 수캐에게는 뭔가 특별한 냄새가 있는 모양이다. 반려견의 중성화 수술은 여러가지 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견주의 입장에서라면 사실 중성화 수술이 어느 면 에서는 다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려견 입장에서는 질병 예방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장점도 있을 수 있지만 동물의 자유를 크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사실 행복한 해결책만은 아닌 것 같다. ‘반려’라는 말이 시사하듯 반려견과 견주와의 관계, 삶의 방식 등을 충분히 검토해 본 후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처음으로 개에게 물리다 다행히 릴케는 지금까지 다른 개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는 불행한 일을 당한 적은 없었다. 릴케와 함께 산책하다 보면 목줄을 풀고 놀지 못하는 개들도 더러 있는데 그때마다 견주는 “우리 개가 다른 개에게 물린 적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숲에서 우리 부부는 보통 목줄을 풀고 릴케가 마음껏 뛰놀게 해주곤 하는데, 마주 오는 방향에서 목줄을 한 개가 다가올 경우 빨리 릴케의 목줄을 채운다. 반면 상대편 반려견이 목줄을 풀고 있을 때는 그대로 놔두기도 한다. 어느 주말, 평소 릴케와 자주 산책하던 숲이었다. 약 오십 미터 거리에서 몇 마리의 개들이 놀고 있었고 릴케는 잽싸게 그쪽으로 달려갔다. 아뿔싸, 릴케보다 두 배는 더 큰 대형견 세 마리가 릴케를 바닥에 눕혔고 릴케는 소리를 질렀다. 처음으로 릴케의 신음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철렁했다. 간신히 도망친 릴케가 우리 부부에게로 쏜 살같이 달려왔다. 자세히 보니 한쪽 발을 절뚝이고 있었고, 왼쪽 발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처음으로 다른 개에 게 물린 경험을 한 릴케는 그날 산책 내내 다른 개가 지나가도 달려가지도 않았고 내내 우리 곁에 붙어 있었다. 처음으로 다른 개에게 물린 이 경험이 릴케에게 트라우마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글.사진 이영남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06 08: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