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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4-16 11: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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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4-11 10: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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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4-10 1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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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4-09 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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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4-05 09: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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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4-04 09: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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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4-03 17: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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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기다리다
- 시바네 사진관봄을 기다리다하루 한 번은 산책하러 나가는 편이지만 몸이 움츠러드는 날엔 거르는 일이 많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항상 창밖을 보며 나가자고 보챈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잠깐 잠깐만. 이것만 다 마시고 나가자니까.?| 이렇게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는데 허물어지지 않을 집사 있을까.?| 따듯한 햇살과 봄비를 만나 푸릇한 풀과 꽃이 올랐다. 지난겨울 동안 그리웠던 흙냄새를 맡으며 녀석들은 신나게 뛰어논다. | 겨우내 추운 날씨로 움츠려 있었다면 다가온 봄에는 밖으로 나가자. 봄은 사람이나 반려견이나 설레는 계절임이 틀림없으니.? CREDIT글 사진 임인혁에디터 강한별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4-16 11: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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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의 계절이 왔다
- 명랑 노견 생활기벚꽃의 계절이 왔다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처음 이뿌니와 가족이 되었을 때 나는 개만 좋아했지 코커스패니얼이라는 이 귀엽고도 낯선 견종에 대해 정보가 없었기에 동호회에 가입해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참 이상한 현상이지만 한국 반려견 시장에서는 특정 견종이 시기마다 유행을 타던데, 내가 이뿌니를 가족으로 맞이한 때가 바로 코커스패니얼 붐이 일어났던 시기였다. 그래서 동호회엔 개와 견주들이 넘쳐났고 그곳에서 쿵짝이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나 우리의 개들이 가장 활력 넘치는 그때 가장 신나는 한때를 보냈었다. 바다로 계곡으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터라면 어디든, 열 살 이전의 이뿌니는 누구보다 바쁘게 많은 곳을 누벼왔다. 영역표시한 곳이 실제로 그의 땅이 되는 것이라면 나는 이뿌니 덕에 경기도 일대에서부터 강원도까지 부동산계 재벌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들의 사회생활이라는 건 함께 사는 사람의 인생그래프를 따르는 법이어서 직장 생활, 결혼, 출산 등의 여러 이유로 바빠진 사람들로 인해 개모임은 지속되기 어려웠다. 게다가 개들도 어느덧 노견이 되었기에 우르르 단체로 모여서 놀기보다는 개인플레이를 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소위 말하는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다고 할까. 개들의 반짝이던 청춘은 짧았다. 노년의 개와 함께 한걸음 뒤로 물러나 우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출발지점에 함께 서 있던 그 많은 개들 대부분이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잉글리쉬 코커스패니얼은 예쁘장한 외모에 비해 막상 실내에서 키우기에는 불편하단 이유들로 한국에선 더 이상 보기 힘든 견종이 되었다. 한때는 유행이었다가 또 한때는 불명예스럽게 유기견 1위의 견종이 되었다가 지금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견종. 이뿌니처럼 곱슬거리는 갈색 털을 지닌 그 많은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시작된 두 번째 사회생활씁쓸한 말이지만, 개와 함께 하는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동네의 반려견들 모습에서도 유행의 흐름이 보였다. 만 16년째 산책만 꾸준히 나가봐도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뿌니가 본격적인 노견 생활에 접어들자 마음이 급해진 나는 사라진 친구들을 찾아주고 싶었다. 되도록 많은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 다시 개모임을 시작했다. 이것이 이뿌니의 생애 두 번째 사회생활에 접어들게 된 계기이다. 그곳에서 우리나라에선 거의 멸종되었나 싶을 정도였던 잉글리쉬 코커스패니얼 또래 친구들을 많이 찾았다. 유행하던 코커 붐 시기를 거쳐 온 몇 안남은 소중한 친구들. 풍성한 모량과 진한 갈색 빛을 뽐내던 친구들의 얼굴엔 하얗게 세월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그 모습 또한 어찌나 애잔하고 사랑스러운지.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또래 친구들을 다시 만나니 고향의 소꿉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반가움으로 충만해졌다. 각자 단골 동물병원 한군데씩 끼고 사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 된 노견들이지만 하얘진 털과 뿌옇게 흐려진 눈동자 뒤로도 숨길 수 없는 특유의 똥꼬발랄함. 노견의 삶에도 여전히 명랑함은 그득하다.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아는 법이라고. 우리들은 같은 노견을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개들에게 기꺼이 ‘이모’가 되어주었고, 매일 내 개와 더불어 친구들의 컨디션을 확인했다. “밥은 잘 먹었나요?”, “오늘은 기력이 있나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부지런히 나다녔다. 강아지들과 소풍 갑시다!?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되다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십여 년 전의 그때처럼 노견들 체력 대비 아이돌급 스케줄을 소화하며 소풍 시즌을 즐기고 있다. 막상 개들끼리는 서로 호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폭풍같이 휘몰아치던 청춘을 불태우고 늘그막에 만난 친구들이기에 젊은 시절 했을 법한 실수 같은 건 없는 편이다. 개들에게도 연륜이라는 게 있긴 한가보다. 혈기왕성한 시절엔 간간히 개들끼리 다툼도 일어났었는데 노견들의 모임엔 느릿느릿, 타박타박 차분한 평화로움만이 가득하다. 만나면 반갑다고 힘차게 꼬리를 흔들고 네가 영역표시 한 곳에 내가 새로운 영역표시로 덮어쓰기 같은 놀이나 할뿐, 힘을 많이 쓰는 점프와 전력 질주, 무례한 액션은 없다. 우리는 삐걱거리는 관절을 가지고 뒤뚱뒤뚱 나름대로 최고의 속도를 낸다. 들리지 않는 귀 대신에 코로 잔디밭에 남겨진 친구들의 냄새를 수색하기 좋아하며, 고구마와 배추가 오늘의 메뉴인 도시락 가방 탐색으로 스릴을 맛본다. 활동의 크기와 종류는 뒤떨어졌을지 몰라도 노견들의 식탐은 젊은 개들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이빨 빠졌다고 얕잡아 보지마라. 부서진 치아와 잇몸으로도 재빠르게 간식을 낚아채는 모험을 아직도 즐긴다.? 벚꽃의 계절, 드디어 봄이 왔다이제 싱숭생숭 마음을 간지럽히는 벚꽃의 계절이 왔다. 우리는 흐드러지는 하얀 벚꽃 잎을 보며 아름답다 느끼지만 개들 입장에서 본다면 먹는 게 아닌 이상 4월의 벚꽃에 관심이나 있을까. 저들은 벚꽃에 방심해있는 우리들의 도시락을 호시탐탐 노릴 생각뿐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매해 벚꽃 앞에서 우리 개들의 인증 사진을 찍고야 만다. 움츠려있던 기나긴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올해도 이렇게 벚꽃 앞에 섰구나. 벚꽃에 관심이 있든 없든 겨울을 이겨낸 너희들은 우리의 또 다른 봄이다. 꽃잎 한 방울 두 방울 조용히 피기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구름처럼 빈틈없이 하늘을 꽉 채우는 하얀 꽃잎무리, 몇 번 눈을 깜빡이다보면 순식간에 후두두 떨어지고 없는 찰나와 같은 이 계절. 우리는 개와 함께 나와 있는 이 시간이 마냥 소중하다. 이제 초록풀이 무성해지는 싱그러운 초여름의 계절로 접어들면 우리는 신나게 수영하러 다닐 것이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친구들과 함께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할 것이다. 생명을 가진 새싹들이 성장하기 시작하는 봄의 관문 앞에 제대로 설수 있어야 여름과 가을까지 직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인지, 봄의 문턱 앞에 선 노견들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모든 노견이 건강하길.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마음으로 기도한다. 조마조마하던 겨울을 버텨낸 강인한 노견들에게 드디어 봄이 왔으니까!? CREDIT글 사진 한진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4-11 10: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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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육아 동반자, 까노
- BABY & DOG나의 육아 동반자, 까노아기가 4개월에 접어들었을 때는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에서 따스함이 느껴질 정도로 봄이 부쩍 다가와 있었다. 우리는 처음으로 집 앞으로 산책을 나가보기로 했다.? 나름 패턴이 생긴 육아 생활아기가 신생아일 때에는 혼란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이제 좀 안정이 되었나 싶으면 예상지도 못한 일들이 생겼다. 새로운 식구가 생긴 환경에 까노뿐 아니라 나 역시 적응해가는 시기였다. 두 달쯤 지나자 정신없던 육아 생활에 나름 패턴이 생기게 되었다. 우리의 아침은 아기의 울음소리로 시작된다. 전에는 아기, 아기와 있는 나를 피하던 까노는 이제 수유할 때 내 곁에 앉아서 조용히 기다린다. 의자나 바닥에 앉을 때면 발밑이나 다리 옆에 딱 붙어있다. 내 신체 일부에 붙어있지 않으면 까노는 침대 위에서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있다. 가끔 내가 수유하느라 손을 쓸 수 없을 때 자신도 쓰다듬으라며 낑낑거릴 때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각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아기의 낮잠 시간이 다가오고, 방안에 자장가가 울려 퍼지면 신기하게도 까노는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안에 들어와도 엎드려서 아기가 잠들 때까지 조용히 있었다. 조곤조곤 아기가 잠들 때까지 나와 까노는 무언의 응원을 보냈다.아기가 잠들면 나는 소리 없는 춤을 추며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면 덩달아 기분 좋아진 까노는 거실을 뛰어다녔다.(까노와 나는 오늘도 아기 재우기를 성공했다.) 한번은 아기를 재우고 방에서 나오자마자, 소파에 앉아있던 까노가 나를 보고 마치 ‘이번에도 성공했어?’하는 눈빛을 보내 웃음이 터진 적이 있었다. 아기의 낮잠 시간은 내가 까노에게 집중적으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주요 일과 중 하나다. 나는 까노의 눈곱을 떼어주고, 빗질을 해주면서 눈을 더 많이 맞추려고 노력한다. 장난감을 던져주면 까노의 가라앉은 활기를 금세 찾을 수 있다. 까노는 이 시간을 위해서 아기가 잠들기를 응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기의 낮잠시간은 아기뿐 아니라 까노, 나의 활력을 충전하는 중요한 일과다. 어색함이 조금씩 허물어지다이전보다는 아주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기에 대한 까노의 질투는 여전했다. 거실에서 아기와 놀아주면 까노는 어디선가 자신의 장난감을 물고와 나에게 던지라고 손에 놓아둔다. 까노는 이러한 행동을 나에게만 하지 않았다. 집을 방문한 모든 사람에게 그랬다. 정확히 말하면 아기 앞에 앉아 관심을 쏟고 있는 사람에게. 까노는 장난감을 물어와 그들의 관심을 끌었다. 나는 까노와 아기가 좀 더 가까워지길 바라며 아기의 손에 까노의 간식을 쥐게 한 적도 있었다. 처음에 아기는 어리둥절했고, 까노는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간식의 유혹에 까노는 점점 아기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직 친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해보이지만 그래도 까노는 아기와 나와 함께하는 셋의 시간을 조금씩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까노를 보고 울었던 아기도 웃기 시작했다. 털 촉감이 좋은지 아기는 까노의 몸에 손이 닿는 것을 좋아했고, 만지고 싶어 했다. 요즘 아기의 시선은 까노의 행선을 좇기 바쁘다.? 좀처럼 시선을 거두지 못한 것들까노가 아기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기의 치발기였다. 사온 날부터 관심을 보이던 까노는 그것을 갖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를 재우고 지친 남편과 내가 한 숨 돌리는 틈에 까노가 치발기를 갖고 신나게 놀다 걸렸다. 남편과 내가 한눈팔기를 노렸던 것일까. 뺏는 척을 하니 까노는 그것을 꼭 붙들어 맨 채 소파 밑으로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까노는 치발기를 사수했다. 또 어느 날은 아기를 재우고 샤워하는 중에 자꾸 딸랑이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잘못 들었겠지?’하고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때까지도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까노의 입에는 딸랑이가 물려있었다. 그렇게 까노는 아기의 딸랑이도 사수했다. 나는 까노의 행동이 웃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기랑 같이 있을 때는 까노도 참고 있는 게 많을 테니까 이렇게라도 자기 나름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생각했다. 따스함이 느껴지던 날아기가 4개월에 접어들었을 때는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에서 따스함이 느껴질 정도로 봄이 부쩍 다가와 있었다. 우리는 처음으로 집 앞으로 산책을 나가보기로 했다. 먼저, 아기를 유모차에 태웠다. 평소 남편과 내가 현관 쪽에 있으면 거리를 두고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던 까노는 다 같이 산책 가는 것을 알았는지 격하게 점프했다. 목줄까지 챙기고, 네 가족의 첫 동반 산책을 위한 준비를 끝냈다. 남편은 유모차를, 나는 까노의 목줄을 잡았다. 우리의 첫 산책이어서 그런지 까노 못지않게 흥분한 나는 마구 뛰어다녔다. 고스란히 앉은 햇살은 우리 가족만큼이나 포근했다. 다만,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때 남편과 나는 좀 더 따뜻해지면 본격적으로 우리 가족의 시간을 갖자고, 잔디에서 나뒹굴자고 약속했다. 나의 육아 동반자, 까노한때 나는 육아 생활을 하다 어느 순간 아기에게 모든 애정을 쏟아 까노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선 적이 있었다. 당연히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래도 문득 들었던 생각은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잠시나마 걱정했던 내가 우습게 느껴진다. 내 배로 낳은 아기와 까노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까노.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아기. 이런 아이들이 지금 내 앞에 나란히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육아를 하다보면 복잡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내 위주의 삶을 살다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라는 존재로서 살아가는 것.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지인들이 나에게 “괜찮아, 넌 엄마니까”, “엄마가 된 행복도 큰 거야”, “역시 엄마는 대단해”, “엄마니까”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럴 때면 간혹 거부감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정말 이 상황을 받아들인 것일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엄마이기 전에 온전한 나를 그리워해주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 바로 까노다. 까노는 아기를 보고 있는 나보다 그냥 나 자신을 좋아해준다. 그래서 나는 까노와 눈을 마주할 때면 큰 위로를 받는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까노. 그래서 육아는 나 혼자 하지 않는다. 내 옆에는 육아동반자, 까노가 있다.? CREDIT글 사진 주은희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4-10 1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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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랑살랑 강원도 나들이
- 여행하며 만나다살랑살랑 강원도 나들이내 직업은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는 일이다. 천직이라 생각하지만 반려견 남실이, 윤슬이, 순진이에겐 미안할 때가 많다. 긴 출장을 앞두고 있는 지금처럼 말이다. 두 달간의 이별을 견디기 위해 틈나는 대로 추억 만들기에 바쁘다. 서울과 가까워 당일치기가 가능하고, 자연이 아름다운 강원도가 주요 무대다. 우리만의 추억 앨범을 살짝 공개한다.? | 해발 1200m의 청옥산 전망대. 파란 하늘과 드넓은 고랭지 밭, 이색적인 풍차가 만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한적한 편이라 눈치 보지 않고 반려견과 즐기기 좋다. | 청옥산 아래에는 미니 자작나무 숲이 숨어있다. 반려견 입장이 불가능한 인제 자작나무 숲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춘천 여행에서 남이섬이 빠지면 섭섭하다. 이번에는 윤슬이도 함께 했다. 욘사마와 지우히메 콘셉트로 눈사람 앞에서 찰칵. 뽀뽀를 시켜보려 했으나 두 마리 모두 나만 좇기 바쁘다?.| 순수양떼목장에서 염소와 딱 마주쳤다. 예상치 못한 순간이라 바짝 긴장이 되었다. 한참동안 서로의 냄새를 맡더니 시크하게 헤어졌다.?| 정선 아리랑의 배경지인 아우라지로 가는 길에는 나만 알고 싶은 간이역, 나전역이 있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이곳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사진을 남기고 함께 철길을 걸었다. CREDIT글 사진 박애진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4-09 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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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맞이
- 수의사 S씨의 일일봄맞이 노란 햇살이 들어차는 시간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유기견과의 인연은 나를 수의사로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나고 자란 서울에서 시골까지 내려오게 했다. 지금 나는 시골에서 유기견 7마리와 유기묘 2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됐을까. 아마 생명의 리듬을 담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시골에서의 계절 변화는 자연과 오롯이 마주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혹독한 추위가 가고 찾아오는 보드랍고 따듯한 봄은 유독 가슴을 뛰게 한다. 풀숲에서 우는 작은 벌레 소리에도, 살짝살짝 얼굴을 내비치는 들꽃에서도 계절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봄의 시작은 개들에게도 깨어나는 시기다. 추운 겨울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낸 아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박차고 나가기 때문이다. 개들은 햇빛이 잘 드는 자리를 찾아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겨우내 맘껏 하지 못한 놀이를 하느라 점점 귀가시간이 늦어진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책을 들고 정원으로 나간다. 때론 노트북을 들고 노란 햇살을 받으며 일을 한다. 봄은 그렇게 아이들과 나를 이끌고, 우리는 한껏 봄을 즐긴다. 맑은 공기와 새소리 그리고 따듯한 햇살은 몸 안의 탁한 기운을 빠져 나가게 하고, 싱그러운 활기를 들어차게 한다.오늘도 쉴 틈 없는 하루 봄은 넓은 아량으로 많은 것을 베푼다. 제일 먼저 마중을 나와 주는 것은 쑥이다. 내가 쑥을 캐러 바구니를 들고 나오면 개들은 좋아서 춤을 춘다. 나와 함께 산으로, 들로 쑥을 캐러 다니는 것이 그렇게 좋은가 싶다. 내가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쑥을 뜯을 때, 개들은 그 흔한 장난감 하나 없이 어찌나 잘 노는지… 몰려다니면서 서로 장난치며 노는 것이 그저 예뻐서 웃음이 난다. 애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시간은 솔방울을 주우러 다니는 것이다. 떨어진 솔방울을 깨끗하게 씻어 물속에 넣어두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입을 오므린다. 오므린 솔방울을 집안 곳곳에 두면 아주 천천히 입을 벌리면서 수분을 내뿜는다. 그야말로 친환경 가습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친화적인 삶을 함께 꾸려가며 생활한다. 생각보다 바쁜 시골 생활에 7마리의 개와 2마리의 고양이가 더해진 하루 일과는 거의 쉴 틈이 없다. 왜인지 일은 끊임없이 생기고 일을 다 처리하고 나면 그새 해는 산자락에 걸려있다. 그러면 나는 자연에 맞춰 움직이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불투명한 날, 무조건 밖으로 어떤 날은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모든 것이 불투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날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무조건 밖으로, 자연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쌓인 솔잎 위를 뛰어다니거나 연못을 배경으로 바위에 앉아 풍경을 즐긴다. 그런 모습들을 한 컷의 사진에 담아내면 만족스런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이 들고는 한다. 봄이 오면 해가 점점 빨리 뜨니 나의 기상시간도 덩달아 일러진다. 아이들이 아침 산책을 갈 시간이라고 재촉하는 탓에 아직 잠에서 덜 깬 채로 산책을 나선다. 아침부터 힘이 어디서 솟아나는지 개들은 이리로 뛰어갔다, 저리로 몰려갔다 아주 신이 났다. 개들은 시계가 없던 시절처럼 계절에 맞추어 생활한다. 겨울에는 늦잠을 자고 봄이 오면 일찍 일어난다. 저녁 7-8시면 해가 지는 이곳은 그때부터가 밤이다. 서울로 치면 아직 초저녁이지만, 아이들은 방에 들어가자고 부산을 떤다. 이렇게 나는 개들 덕분에 자연의 시계에 맞춰 생활하게 된다.어떻게 즐기지 않을 수 있을까 봄이 왔지만 아직은 쌀쌀한 아침, 저녁. 벽난로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나무를 모아야 한다. 개들을 이끌고 숲 속으로 들어가서 이곳저곳에 떨어진 나무를 줍는 것은 주요 일과 중 하나다. 하지만 개들은 신나게 놀고 나만 일하니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뭇가지 하나라도 주워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 생각에는 조금도 관심 없는 아이들은 오늘도 무겁게 수레를 끄는 내 옆에서 장난치며 뛰어다니기 바쁘다. 힘들게 만들어 놓은 장작더미가 놀이터인 것 마냥 그 위에 올라가기도 하는 아이들은 나를 보며 만개한 미소를 짓는다. 그저 해맑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다. 개들은 나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알려준다. 나의 손길 하나에 뛸 듯이 기뻐하고, 나의 온기에 안도한다. 산책을 나가면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쉬며 있는 힘껏 달리기도 한다. 이 모든 걸 순리라고 여기며 지금을 즐기는 개들. 아이들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건다. 모든 건 잘 될 거라고. 이렇게 아이들이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어떻게 봄을 즐기지 않을 수가 있을까. CREDIT글 사진 손서영에디터 박고운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4-05 09: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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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털을 남길 때 나는 디지털을 남긴…
- 꽃개 네트워크네가 털을 남길 때나는 디지털을 남긴다 사람을 꽁꽁 묶어놓고 채찍으로 후려치는 듯한 겨울도 지나고 어느덧 봄이다. 겨우내 묻어두었던 마음을 꺼내 햇빛에 말리기 좋은 계절.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꽃을 배경으로 털 날리기 바쁜 친구들의 사진을 남겨보자.? 꽃개, 수상하다 내가 보유한 카메라 업체에서 사진 공모전을 열었다.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고 업체가 요구한 해시태그만 달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응모할만한 사진을 찾는데, 꽃개밖에 없었다. 녀석이 사자처럼 ‘크왕’ 하는 사진을 올리고 반응을 살피니 ‘좋아요’가 10에서 그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누드 사진이라도 올려 팔로워 숫자를 늘릴 걸 그랬……. 워낙 잘 찍은 사람들이 많아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인스타에 메시지가 떴다. 사진 공모전에 당선된 걸 축하한다며 DM(인스타 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남기라는 내용이었다. 1등(단 한 명)은 놓쳤지만 2등 그룹에 포함돼 3만 원 상당의 스트랩(카메라에 연결해 어깨에 메는 끈)을 받게 됐다. 아들은 인형이 자기 것이니 상품엔 자기 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촬영 당시 인형을 던져준 사람이 자기니까 상품의 절반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모델이 되어준 꽃개한테도 스트랩을 물어뜯을 권리가 반 이상은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단지 셔터를 누른 것뿐이란 말인가. 카메라 업체는 이메일로 10장의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스트랩은 떡밥이었던 것이다. 중고 시장에 내놔도 2만 원에 팔릴지 의문인 스트랩 하나 받자고 10장의 사진을 제공해야 하나 자괴감도 들었다. 허나 꽃개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응하기로 했다. 2년 넘게 찍어와 낙엽처럼 수북이 쌓인 사진 파일 앞에 앉아 10장의 사진을 고르는데... 이런, 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없다. 명색이 꽃개인데! 4월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사진 찍는대, 네가 좀 맞자! 날씨가 터프해지면서 봄가을이 부쩍 짧아진 느낌이다. 미세먼지 이슈까지 감안하면 꽃을 배경으로 한 예쁜 사진을 맘 편히 찍을 수 있는 날은 손을 꼽는다. 멋진 사진을 남기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꽃개를 찍겠다며 카메라까지 바꿨지만 게으른 천성은 어쩌지 못해 아파트 단지 인근을 배회하는 데 그쳤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을 골랐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꽃개는 카메라를 싫어한다(개들은, 아니 동물은 대개 그러할 것이다). 시커먼 외눈박이 DSLR이야 말할 것도 없고 스마트폰의 ‘찰칵’ 소리도 싫단다. 애써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찰나 고개를 돌리기 일쑤. 아내가 안지 않으면 원하는 배경에 위치시킬 수도 없다. 그런데 워낙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우리 품에 안기는 것도 싫어한다. 꽃개를 본 훈련사는 어질리티(개의 장애물 경주)를 시키면 잘할 것 같다고 했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해 우울증에 빠질 게 뻔하다. 그에 반해 형제견인 둥이는 포토제닉이다. 촬영에 임하는 자세가 판이하다. “사진을 찍는 중이군요. 얼마든지 찍으세요. 웃어드릴까요?”라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심지어는 꽃개랑 막 개슬링(뒤엉켜 싸우듯이 노는 행동)을 하다가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눈을 맞추며 웃는다. 위 사진을 봐도 꽃개한테 어퍼컷을 날리는 둥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저씨가 사진 찍는다고 하네? 네가 좀 맞자.” 천차만별인 개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건 개를 사랑하는 좋은 출발점이다. 꽃개는 사랑을 싣고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저장되기도 한 이 사진은 아내가 골랐다. 육교에서 하이 앵글로 내려다보면서 찍었다. 좀 더 풍성한 벚꽃 나무를 찾을 수 있다면 그 안에 푹 파묻힌 듯한 연출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숏을 구성할 때는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친구,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불러낼 좋은 명분이다. 당신에게 개가 있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개를 사랑의 메신저로 동원하는 데 주저할 필요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을 물 수도 있으니 광견병 주사는 꼭 맞도록 하자) 나는 아직 인생 샷을 찍지 못헀다 스트랩을 카메라에 연결해 메고 다녀야 할 때가 됐는지 모른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인 녀석을 1초라도 빨리 포착하려면 말이다.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더 노력해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워낙 잘 나와 어깨를 짓누르는 DSLR 카메라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약동하는 흙냄새에 취한 녀석의 겨드랑이를 쿡 찔러 조커처럼 웃게 만든 뒤 ‘찰칵’ 누르면 그것은 영원히 저장될 것이다. 메모리 칩이 파괴되지 않고 전기 공급이 계속되는 한.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프레임 안에서. CREDIT글 사진 BACON에디터 강한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4-04 09: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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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지나간 자리, 모자이크 삼형제가…
- MOSAIC BROTHER겨울이 지나간 자리,모자이크 삼형제가 간다 겨우내 움츠려서 산책하기를 꺼리던 녀석들이, 어느새 현관 앞에서 문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봄이 왔음을. 모자이크 하나, 카사노바 달봉 볕을 쬐고 흙을 밟기까지 꼬박 40일 만이다. 지난 1월 22일, 달봉이가 이틀 연속 혈변을 누고 피를 토했다. 급히 병원에 갔더니 심장사상충 4기란다. 노견이라 수술은 불가능했다. 다행히, 약물치료는 가능성이 있단다. 다만 42일 동안 외출 절대 금지. 그간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주사와 기도발을이 잘 받았나, 산책해도 될 만큼 건강해졌다. 바깥 공기가 그리웠는지 동생 둘은 쳐다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 3년 전, 고물상 밖 세상을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봄볕이 익숙해졌는지, 습관이 나온다. 어느새 하천가로 달려가 죽은 생선을 찾더니 그 위로 몸을 던진다. 새 친구만 보면 발휘하는 수컷 기질도 이미 발동해, 나와 봉이 사이의 목줄은 끊어질 듯 탱탱해졌다. 구르고 내달리며, 친구를 반기는 ‘평범한 달봉이’를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 달봉이는 알까, 삼형제가 나란히 걷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자이크 둘, 초식남 바치 강아지계 초식남이라고 하면 상상이 될까. 1일 2산책으로 동네 모르는 개가 없건만, 바치는 도통 그들에게 무심하다. 햇살과 바람, 풀과 흙에만 시선을 던질 뿐. 그렇다. 바치는 유난히 자연을 사랑한다. 봄에는 돋아나는 잎마다 얼굴을 처박는가 하면, 여름에는 돌다리 위에 엎드려 냇물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한다. 자연을 만끽할 땐 콩이가 장난을 걸어도 냉담하고, 동네 제일 미인견이 엉덩이를 내밀어도 본체만체한다. 자존심 상해 자리를 떠난 개 주인만도 7명이 넘는다. 인기를 즐길 법도 한데, 바치는 암컷 냄새보다 자연 내음이 더 좋은가 보다. 카사노바 달봉이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눈치다. 오늘도 바치는 ‘강아지’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걸음을 재촉한다. 볕 잘 들고 흙내 가득한 저쪽 풀밭으로. 모자이크 셋, 사춘기 콩 사춘기인 걸까, 새 식구 ‘밀키’에게 엄마 관심을 몽땅 빼앗겨 이골이 난 걸까. 공기가 가벼워지고 햇볕이 따뜻해졌음에도, 콩이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다. 형 만나면 장난 걸기 바쁘던 개구쟁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동네 친구에게 먼저 인사하던 신사 모습도 사라졌다. 평소 ‘콩~’하고 부르면 고개를 까딱하며 다가오는 애교가 있는데, 지금은 몇 번을 불러도 들은 척을 안 한다. 달봉이와 바치 형을 뒤따라 걷는 버릇만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유난히 삼형제가 오그랑오그랑 모여 걷는다.‘형아, 밀키가 엄마 사랑을 독차지해버렸어’ 형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려는지, 콩이는 엄마 말고 형들 꽁무니만 졸졸 쫓는다. 모양은 제각각 모자이크 삼형제 산책로는 똑같지만, 산책 모양은 제각각이다. 죽은 생선과 여자 친구에게 온몸 던지는 돌아온 달봉이. 햇살 닿는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 옮기는 바치. 시무룩해도 삼형제 막내 자리를 지키는 콩이. 사이좋게 산책로를 걷는 삼형제를 보니, 4월의 봄도, 다가올 여름도 든든하기만 하다. 이번에도 계속된다. 올바른 동물 문화 캠페인 #말은 바로하자# 분양 말고# 입양 CREDIT글 이미나사진 이미란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4-03 17: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