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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20 16: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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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19 11: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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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18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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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18 11: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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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12 12: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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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12 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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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11 10: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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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도시남자와 함께한 티타임
- 잠시만 안녕차가운 도시남자와함께한 티타임 어떻게 이름이 돈이야? 강아지 이름이 머니라니... 충격과 공포였다. 다른 이름을 지어 불렀지만 이미 노령견인 나이에 내게 온 머니는 다른 이름에는 절대 반응해주지 않았다. 그래 너 돈해라. 포기하니 편했다. 병원이라도 한 번 갈라 치면 모든 이들이 머니의 이름을 듣고 웃었다. 머니는 타향에서 만났다. 어쩌다 보니 미국에 취업을 하고 바쁘게 살았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낯선 나라에서의 적응이 먼저였다. 그런데 이방인인 내게도 들려온 소문. 지인의 지인이 키우는 강아지를 학대하고 방치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바로 머니를 데려왔다. 속았다, 상관없다 머니는 파피용과 치와와 믹스로 태어났다. 데려와 보니 장모 치와와처럼 털이 길고 파피용처럼 귀가 쫑긋해서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나이가 불분명했다. 전 주인이라는 사람은 6살이라고 했지만, 병원에서는 훨씬 나이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노령견이라는 소리였다. 전 주인이라는 사람은 학대도 모자라 새로운 주인이 될 나에게 머니의 나이까지 속였다. 하지만 그 이야길 듣고 머니가 달리 보인 것은 아니다. 괘씸한 것은 사람이지 머니가 아니니까. 그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은 것이 많이 아쉬웠을 뿐. 하루하루 반짝이는 날들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차도남이 개로 태어나면 사랑스러운 외모와 달리 머니는 차가운 도시남자였다. 예민하고, 소수의 친밀한 것들에게만 애정을 표현했다. 일례로 겟잇이라 불리는 빨간색 인형은 머니가 강아지 때부터 가지고 논 장난감이었다. 머니는 그 장난감이 없어지면 세상이 두 동강 난 것처럼 시무룩해졌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학대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준 사람으로 여기는지, 머니는 내게만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이런 것이 바로 차도남의 매력...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차도남이 그렇듯, 머니는 여행을 좋아했다. 우리는 모든 여행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번은 차로 쉬지 않고 10시간을 달려 애리조나로 로드트립을 떠났다. 머니는 아마 그때 견생 처음 눈을 보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놀라더니 금방 신기해하며 눈밭 곳곳을 뛰었다. 샌프란시스코도, 말리부도 함께였다. 셀 수 없는 추억을 함께 쌓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3년을 3개월처럼 보냈다. 머니 덕분에 산책도 매일 하고, 여행도 더 자주 다녔다. 무심코 일상이 지속되리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머니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빨은 부러진 상태였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돌아왔다. 집에 오고 2시간쯤 흘렀을까. 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대로 응급실에 달려갔다. 6시간여에 흐르는 진료를 받고, 의사도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보호자는 집에 가도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병실 앞에서 서성거리는데, 갑자기 급하게 나를 불렀다. 머니가 위급하다고. 머니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세상과 이별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여러 번의 질문과, 수많은 통화 끝에 머니에게는 피가 잘 멎지 않는 유전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티타임을 마치고 돌아간 나의 개 머니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외로워하던 시기, 머니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생은 찰나와 같아서 더 아름답다. 특히 머니와 함께한 시간은 더 그렇다. 학대받던 나이 든 개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기쁜 일이다. 머니야. 너와 함께한 3년은 근사한 티타임 같았어. 향긋하고 따스했단다. 함께 좋은 것을 바라보고, 행복을 공유해주어서 정말 고마워. 티타임이 영원할 순 없겠지. 나는 홍차향기처럼 남은 너의 여운으로 살아갈게. 내 티타임이 끝나면, 다시 만나줄래? 영원한 나만의 차도남. CREDIT글 사진 어윤미 그림 지오니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2-20 16: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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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춥다고 산책을 거를 순 없잖아요?
- CASE BY CASE 춥다고 산책을 거를 순 없잖아요? Q. 겨울철이 되면 날씨가 추워져서 산책을 나가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꼭 나가야 할까요? 개도 싫어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개의 건강이나 운동 등 다른 계절과 달리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있나요? A. 일부의 개들은 추위를 잘 견디지만 대부분의 개들에게는 겨우내 안전하고 따뜻하게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혹독하게 추운 날씨에 개를 오랫동안 바깥에 두면 절대 안 됩니다. 겨울철 반려견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립니다. #CASE_1 운동량이 많이 필요한 강아지라면 동네 산책로에서 쉽게 인사할 수 있던 털뭉치들이 겨울만 되면 어딘가로 싹 사라집니다. 이걸 보면 겨울철 추운 날씨가 산책을 가로막는 큰 장애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큰 눈이 오거나 바닥이 얼고 혹은 눈이 녹아 질퍽해 질 땐, 길에서 개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개에게 요구되는 운동량은 일 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량이 부족하게 되면 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개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운동량을 충족하지 못 하면 씹기나 어지럽히기 등 에너지를 방출하는 다른 방법을 찾습니다. 게다가 겨울 동안 실내에 고립된 개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짖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추위가 심하다고 하여 산책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운동량에 따른 개의 반응을 세심히 관찰하여 걷는 양을 조절하고, 햇빛이 있는 시간에 산책을 나가며, 추운 날씨에도 산책이 문제없는 적절한 옷과 장비를 구비하는 등 보다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CASE_2 벌벌 떨며 추위를 많이 탄다면 많은 분들이 자신의 반려견에게 옷을 입히지만, 대부분 기능과 관계없이 사람의 시각에서 예쁘고 귀여운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반려견의 추위를 막아주는 의미와는 크게 연관성이 없습니다. 오로지 우리 인간의 눈에만 귀엽게 보일 뿐 오히려 실상은 반려견에게 불편하거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려견에게 옷을 입힐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겨울철 추위에 노출된 개가 격렬히 떠는 것을 보고서도 반려견에게 옷을 입히는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겠지요. 모든 개는 털이라는 자체 방한복을 입고 있지만, 어떤 개는 털이 가벼워 충분히 추위를 막을 수 없거나 일부 개는 유전적으로 추위에 약합니다. 그리고 개는 사람보다 지면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얼어붙은 땅에서 올라오는 추위를 더 빠르게 느낍니다. 소형견들은 중대형견에 비해 추위를 더 쉽게 느끼게 됩니다. 이것에 유의하고 따뜻한 스웨터나 기능성 의류를 입히는 것은 추위로부터 반려견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양모(wool) 재질을 추천하며, 옷이 땅에 끌리거나 반려견이 쉽게 벗을 수 있는 사이즈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꼭 조이는 크기의 옷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CASE_3 건조한 환경에 취약하다면 건조하고 추운 날씨는 반려견의 피부에 이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음식에 피부와 코트 보충제를 추가하고 건조하고 각질이 생기는 피부를 예방해야 합니다. 코코넛 오일은 반려견의 피부와 코트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발, 귀 또는 꼬리가 건조하거나 갈라지는 것을 발견했을 때 코코넛 오일을 국소적으로 바르면 좋습니다. 우리가 겨울에 피부가 건조해 지는 것처럼 개들은 금이 간 패드로 고통 받을 수 있습니다. 발바닥에 털이 많은 개라면 패드 사이에 얼음이 끼는 것을 막기 위해 털을 다듬어야 합니다. 그리고 도시의 길에 뿌려진 제설제는 강아지의 패드를 태울 수 있으며 독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개가 핥을 수 없도록 산책 후 발을 닦아서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반려견이 쉬는 곳의 바닥이 타일이나 대리석 혹은 콘크리트처럼 차가운 재질인지 확인해보세요. 겨울철 개에게는 따뜻하고 아늑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올바른 침구를 선택하여 개가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고 유연한 관절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CREDIT글 알렉스 그림 지오니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 STORY | 2017-12-19 11: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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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없는 마을 지킴이들의 또다시, 겨…
- ON SITE이름 없는 마을 지킴이들의 또다시, 겨울 시골 길 위의 초라한 강아지들에게 깨끗한 물 한 번 제공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소개하는 이 부부는 이름 모르는 시골 개들을 위해 믿기 힘든 정성을 쏟았다. 10월호에 이어 부부가 남긴 기록을 정리했다. ? 지난 이야기시골 개 콩이는 모진 한파를 견디며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무성한 털을 정리해주고 이따금 콩이가 있는 곳에 들러 음식과 담요를 제공했다. 추위에 자식들을 잃은 순이는 유일하게 남은 새끼 한 마리와 허기진 상태로 발견됐다. 다행히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겨울의 고비는 넘겼으나, 돌봄이 부족한 상태로 방치된 아이들은 모든 계절 이겨내야 할 것들이 있다. ? ?2017년 봄 늦게까지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심었더니 몸살이 단단히 났다. 그래도 비가 내린 후 밭에는 노란 꽃창포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나는 빽빽한 상추를 솎아내 콩이 할머니도 드리고 마을 사람들도 주려고 봉지 몇 개를 채웠다. 이현동에 도착하니 콩이와 금동이(순이의 새끼)가 알아보고 짖어댄다. 이 둘은 어느덧 친구가 됐다. 앙상하게 말랐던 순이도 털이 복슬복슬 자라고 살이 조금 올랐다. 그래도 비온 뒤 흙투성이가 된 순이의 물그릇을 보면 여전히 한숨이 나온다. 다행히 오늘은 밥그릇에 사료가 조금 담겨 있다. 콩이 할머니 집에 가니 동네의 황구 주인이 마실 와 있었다. 대뜸 주인 왈, 나는 내 몸뚱이한테도 그렇게 잘 하지는 못 허는디 어떻게 그렇게 개가 좋댜? 농담과 힐난이 섞인 듯한 말씀을 나는 별 대꾸 없이 듣고 있었다. 문득 콩이의 눈망울이 떠올랐다. 그 시선은 언제나 애처로이 나를 향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어떤 도움이 필요한 거야? 그 뜻을 알 수 없기에, 짓궂게 말씀하시는 할머니들이 야속했다. 콩이야, 우리 조금만 기다리자. 분명 좋은 날이 올거야. 시골 밖은 요새 떠들썩하다. 나라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부디 모든 강아지들이 사람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초여름이 딱 한 발짝 남은 듯한 뜨끈한 봄날. 콩이의 목욕을 단행했다. 콩이에겐 거의 5년 만의 목욕이다. 밭에 지하수가 있어 그 물을 큰 통에 받고 미지근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콩이 뒷다리에 뭉친 털들을 밀어내기로 했다. 그런데 콩이가 세차게 거부했다. 콩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가지고 달래 보았지만, 남편 손을 깨물기까지 하며 싫어했다. 콩이는 여러 번 만났지만 가끔씩 우릴 예민하게 대하곤 한다. 길 위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가 깊은 탓이리라. 콩이는 할머니의 콩밭에서 4년이라는 세월 동안 허수아비 노릇을 하던 개다. 그러기 위해 태어났을 리 만무하나, 콩이는 정적이 흐르는 조용한 밭을 밤낮으로 지켰다. 콩이 할머니 집에 오기 전에도 밭을 지켰던 강아지라고 한다. 처음 만났던 지난겨울엔 이목구비를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털이 나 있어 정말 허수아비처럼 새는 잘 쫓았겠다 싶더라. 경계하는 콩이를 달래며 조금씩 털을 밀자, 털 아래 외형이 조금씩 드러났다. 긴장하던 콩이는 목욕을 시작하자 개운함을 느꼈는지 가만히 있어 줬다. 목욕을 마치니 고약했던 냄새가 사라지고 향기가 폴폴 났다. 안타깝게도, 강아지들은 사람의 마음과 손이 있어야 예쁘게 다듬어진다. ? 2017년 여름 콩이는 콩밭을 지키는 일에서 잠시 벗어난 상태다. 그런데 콩이 힘껏 여무는 시기, 고라니들이 콩잎을 털어 먹고 가 속상하다는 얘기를 콩이 할머니로부터 들었다. 할머니는 보초를 위해 다른 집 개인 순이를 빌리러 가기도 했다. 콩이가 다시 밭으로 갈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콩이가 잘 짖어 콩밭 지키는 데는 최고라고 추켜세웠던 적이 있다. 우리 부부는 상의 후 콩이 할머니께 말씀드려 콩이를 우리 집으로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콩이와 오래 교감을 하고,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예전부터 염두에 뒀던 일이었다. 할머니는 흔쾌히 허락해 줬다. 콩이를 데리고 가는 날. 콩이 할머니께 그동안 콩이를 길러 주셔서 감사하고, 예쁘게 잘 키우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섭섭해하실까봐 소정의 사례도 했다.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셨지만 콩이를 키우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으셨을 테니 응당 드리는 게 마땅하다 생각했다. 맛있는 거 사 잡수시라고 당부하며 손에 쥐어 드렸다. 차에 오른 콩이가 불안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콩이야, 그동안 콩밭 지키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땡볕 아래에서 밭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짠 밥과 더러운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될 거야. 비가 억수처럼 내려 콩이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눈앞에 아른거렸다. 여전히 작은 생명들이 시골의 불편한 흙바닥 위에서 허기지고 고달프게 생존하고 있다. 비가 그쳐 잠시 차 밖으로 나왔다. 물기 머금은 접시꽃이 싱그럽게 피어 있었다. 콩이는 냄새를 맡으며 한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다시 차에 올랐다. 첫 날 밤, 콩이는 마치 오랫동안 이 집에서 살았던 것처럼 짖지도 않고 코를 골며 깊은 잠을 잤다. 집에 온 지 한 달이 흘렀다. 콩이는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오전엔 동물병원에서 심장사상충 주사를 맞고 온 후 집안을 빙빙 돌아다니며 안절부절못한다. 콩이는 심장사상충 2기였다. 밭을 지키며 야생동물과 대적했던 콩이의 원동력은 잔밥과 오염된 물이었다. 시골 개의 적은 비슷한 덩치의 동물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벌레나 음식 속의 균이다. 콩이가 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후유증을 앓는 콩이가 가여워 주책없이 자꾸 눈물이 흐른다. 며칠 뒤 병원을 찾았다. 콩이의 코피가 멈추질 않았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폐출혈은 아니었고, 사상충 치료를 위해 복용한 혈전 용해제 때문이었다. 지혈이 잘 안 됐는데 섣불리 지혈제를 쓰면 안 된다고 했다. 원장 선생님이 시킨 대로 얼음 수건으로 문대니 차차 상태가 좋아졌다. 콩이는 질병이 있긴 하지만 식성이 좋아 우리 집 다른 강아지인 똘이 밥도 곧잘 빼앗아 먹고, 밖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실내 여러 물건에 호기심도 왕성하게 보인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가슴 덜컹 내려앉는 일이 생겨 버린다. 남편도 직장에서 허겁지겁 달려와 동물 병원을 찾았다. 괜찮아지다가도 이내 숨을 너무 헐떡거려 겁이 나 죽겠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텨 줘, 콩이야. 평범한 개로 돌아가기 위한 관문이 이렇게 험난하다. ? 2017년 가을 며칠 전부터 콩이가 목구멍에 달라붙은 걸 뱉어내려는 듯 켁켁거리더니 어젯밤엔 잠도 못자고 기침을 해댔다. 검진 결과 원장님은 숨 쉬기 버거워하는 콩이에게 산소 호흡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폐 주위가 많이 손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콩이는 앞으로, 어쩌면 평생 심장 약을 먹어야 될지도 모른다. 다른 강아지들은 심장 사상충 치료를 받으며 힘들어하다가도 차차 적응한다고 하는데,콩이는 약 기운에 무력하게 휘청거린다. 호흡기 대신 좀 더 강한 약을 조제해 받기로 하고 병원을 나왔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긴 했지만 자연은 자연이었던가. 아파트가 답답한지 콩이는 거실에 있다가도 베란다로 나가곤 한다. 거기에선 좀 숨이 트이는 모양이다. 콩이가 사상충 치료를 시작한 지 세 달이 되었다. 살도 오르고 산책도 즐기며 건강을 회복하나 싶다가도 다시 나빠지기 일쑤다. 대소변을 잘 보지 않고 배엔 복수가 차 수박처럼 탱탱하게 부풀어 올랐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하고 복수 빼는 약을 시간을 정확히 지켜 먹이는 데도 배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병원에서 주사기로 복수를 빼냈는데 거의 1L의 물이 배출됐다. 복수 역시 사상충 치료의 후유증으로, 심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 긴 치료 시간을 버티고 집에 와서 새근새근 잠든 콩이를 보며 나는 작은 후회에 휩싸였다. 올 여름 콩밭에 다시 끌려갈지 모르는 콩이를 급히 데려온 것이 어쩌면 이 아이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준 건 아닐까? 운명처럼 예견된 질병이라면, 아직 남아 있는 순이와 많은 시골 개들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질병의 위험을 시한폭탄처럼 껴안고 사는 것이다. 콩이는 이렇게 치료라도 받고 있지만……. 잠든 콩이의 얼굴 위에 다른 개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더 괜찮은 삶일까. 2년 동안 이현동을 오가며 아이들을 만났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할 그 마지막 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커튼 밖에서 들어온 밤바람이 차다. 시골을 벗어난 콩이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는 순이와 친구들에게도, 거르지도 않고 매겨울은 고비다. 바람님의 이현동 시골 개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Naverblog / bluemount337) CREDIT글·사진 바람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2-18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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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하라, 노견이여
- 명랑 노견 생활기찬란하라, 노견이여 수의사 양반, 내 개가 노령견이라니요 16살, 내 개 이뿌니의 대외적인 나이가 그렇다. 써놓고도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뿌니는 같은 견종에게서 많이 보이는 그 흔한 피부병이나 귓병, 습진으로 고생한 기억이 한 손에 꼽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특별히 관리를 잘해준 것도 아니다. 타고난 체질이 한 몫 한다. 여느 때처럼 미용을 하러 동물병원에 갔다가 예정에 없던 이뿌니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평온한 마음으로 수의사 선생님의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합니다’라는 문장을 기다렸는데, 내 귀에 들려온 것은 아주 낯선 단어들이었다. “보기보다 노화가 많이 진행됐네요. 백내장 초기, 디스크 소견도 있습니다” 그날부터 이뿌니는 갑작스럽게 노령견이 되었다. ? ? 이상형에 가까워진 내 늙은 개 노령견 진단을 받고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은 없었다. 약을 좀 먹이고 동물병원을 자주 가게 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오히려 좋은 점도 생겼다. 옛날 외국 영화에서 보았던 한 장면, 벽난로 앞에 누워 포근하게 자는 느림보 털복숭이 개 코스프레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때 이뿌니는 정말이지 인근에서 알아주는 강아지였다. 악마견 2위라는 코커스파니엘과 살면서 지난 10년간 참 많이 싸우고 어르고 달래왔다. 개가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더 많이 친밀해졌다. 세상 둘도 없이 당차고 독립적이던 이뿌니가 내 손길을 요구한다. 사람으로 치면 어르신이 되어서인지 전보다 미묘하게 상냥하고 친절해졌다. 천둥벌거숭이가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었담.? ? ?나이 들어도 놓지 못하는 것, 식탐몇 년 전부터 이뿌니 사진을 무척 열심히 찍고 있다. 확실히 전보다 발랄함은 줄었지만 기쁘게도 식탐은 여전하다. 개가 나이가 드니 식탐 많은 것도 기쁘다. 이뿌니는 어떤 음식을 줘도 최선을 다해 먹는다. 먹방 장학생의 면모, 깨방정을 떨며 장난감을 물고 노는 모습, 아저씨처럼 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순간까지 모두가 포토제닉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다들 사진작가가 된다더니 나도 마찬가지다. 함께 산책을 나가 계절의 변화를 보고, 느끼며 찍는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가을엔 단풍잎 사이로 달리는 이뿌니의 모습에 그저 찬탄한다. 모색이 브라운인 까닭에 가을풍경이 ‘찰떡’처럼 잘 어울린다. 그런가 하면 겨울엔 그 자그마한 발로 폭신폭신 새하얀 눈을 밟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가다. 겨울엔 눈이 와 있을까 아침마다 창문 너머로 날씨를 확인한다. 이뿌니는 눈을 무척 좋아하니 올 겨울 눈밭도 함께 걸어주겠지. 팔팔해도 노견은 노견이라 퇴행성 관절염과 디스크는 이뿌니의 친구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가벼운 산책으로도 충분히 계절감을 맛본다. 내 개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민감하게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강아지 덕에 밖에도 나오고 건강한 볕을 쐬며 신선한 공기를 흡입한다. 오늘도 누가 흘린 먹거리는 없나 코로 바닥을 쓸고 다니는 우리 바보개. 나와 이뿌니는 서툴고 삐걱거리던 초반을 지나 지금은 누구보다 죽이 잘 맞는 15년 지기가 되었다. ?명랑 노견 생활기 그렇게 어느날 갑자기 '오늘부터 노령견'이란 명찰을 달고 산지만 3년째, 감사하게도 이뿌니는 여전히 내 옆에서 대체로 잘 지내고 있다. 담담하게 말 하지만 사실 동물병원에서 노견이라는 진단을 받은 날에는 무척 겁이 났다. 그 후로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평온하다. 언젠가 이뿌니의 차례도 올 것이다. 하지만 입버릇처럼 나는 말한다. “늙은 개는 쉽게 죽지 않아!” 그리고 속으로 말한다. ‘늙은 개와 사는 반려인도 쉽게 포기하지 않아!’ 인정하니 오히려 편하다. 이뿌니는 노령견이고, 주변 아이들이 많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지레 겁먹지 않기로 했다. 노화는 일어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장 죽음으로 내달리는 것은 아니라고 믿기로 했다. 어느 순간 이름이 불리는 때가 오겠지만,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기엔 현재가 너무 찬란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함께 라는 사실이다. 이뿌니와 나는 장난과 산책을 좋아한다. 어제도 좋아했고 내일도 좋아할 것이다. 우리는 명랑하다.?CREDIT글·사진 한진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2-18 11: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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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도 놓지 않는 끈에 대한 단상
- MORI IN NEW YORK누구도 놓지 않는 끈에 대한 단상 얼마 전 한 연예인의 개에 물린 사람이 죽은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다. 아직 종결되지 않은 그 혼란에 무게를 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로 개가 목줄을 했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뉴욕의 목줄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우리는 반려동물의 목줄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르는 날이다.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는 수없이 많은 반려동물들 중 목줄을 하지 않은 동물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들다. 이처럼 모든 반려인들이 목줄을 이용하는 이유는 뉴욕시에서 정해놓은 규칙 때문인데, 이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산책시킬 때에는 목줄을 필수적으로 하되 그 길이가 6피트(약 180cm)가 넘지 않아야 한다.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곳 경찰이 갖고 있는 힘이 크고 시민들의 준법 정신이 강해 이런 사소한 규칙도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이곳에서 규칙을 무시한 채 목줄 없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닌다면 경찰에게 바로 발각되어 그에 맞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거리에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면 범칙금을 내듯이, 일반적이고 합리적으로 말이다. 법이라도 사람들의 인식이 받쳐주지 않으면 잡음을 내기 마련이다. 이 번거로운 규칙을 불평 없이 잘 따르는 시민 의식은 우리가 한 번쯤 눈여겨 볼 가치가 분명하다. ? ? 이번 사건을 통해 목줄 문화뿐 아니라 불도그라는 견종 또한 때 아닌 논쟁에 휩싸였다. 불도그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나는 그 종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엔 자격미달이지만, 이곳의 불도그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소개할 수는 있다. 뉴욕에 살다 보면 여기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개들이 사는지 그 다양함에 놀라움을 느낄 때가 많다. 어제 세 마리의 말티즈를봣고 오늘 두 마리의 레트리버를 만났다면 내일은 네 마리의 비글과 마주칠 것이다. 이외에도 품종을 아리기 어려운 다양한 종류의 개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된다. 그 중 유난히 자주 보는 품종이 있는데, 바로 불도그다.? ??? 뉴욕 사람들의 불도그 사랑은 아직 내겐 신기한 문화 중 하나인데, “불도그가 왜 그렇게 많아요?”라고 묻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솔직히 답은 나도 모른다. 아마도 독특하고 개성이 뚜렷한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반려동물 사진 작가이기 앞서 이곳 거리를 매일 걷는 행인으로서 고백하자면 솔직히 나는 불도그가 조금 무섭다. 종종 킥보드를 타고 길거리를 지날 때면 불도그들만이 괜한 경계심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을 맘 편히 촬영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반려인들의 배려가 투철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개가 사납다면 조금 더 줄을 짧게 잡아 산책하고, 개가 다른 사람에게 경계심을 보인다면 개를 달램과 동시에 사람에겐 재차 미안하다 사과한다. 복잡한 도시지만 평온한 공존이 가능한 이유다. ?? 어린 시절 말티즈 한 마리를 키웠는데, 목줄 없이도 날 졸졸 쫓아다니게끔 훈련시키려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목줄 없이 주인을 따르는 것을 훈련이랍시고 나는 얼마나 많은 행인에게 불편과 불안을 안겨줬는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거리에서 자유로운 강아지들을 만나 난처함을 겪어봤을 것이다. 이 ‘위험한’ 문화를 이제는 고쳐야 할 때다. 어린 시절의 나의 과거를 반성한다. 그러나 혹시 나와 같은 경험이 있는 독자 분들이라면 괜한 죄책감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려동물 문화가 잘 자리 잡기 위해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 중 하나이니, 확실히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목줄은 반려동물을 묶어놓는 답답하고 귀찮은 끈이 아니라 반려인들의 책임이자 타인에 대한 배려임을 깨닫고, 모두의 안전이 그 가는 끈 한 줄에 달려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뉴욕 거리 위 강아지와 시민들의 화목은 채 2미터가 되지 않는 그 짧은 줄에서 시작된다. 실천의 효과는 법과 정신보다 강하다. CREDIT글·사진 박모리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2-12 12: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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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개를 만드는 저녁
- HANDMADE작은 개를 만드는 저녁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을 깊이 이해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만든다. 반짝이는 눈부터 털의 결까지 완벽히 내 개를 닮은 양모 니들펠트 강아지를. ? ? 솜사탕 같은 양모 사이로 스산한 바람을 뒤로하고 녹색 문을 열었다. 노란 불빛에 낮게 음악이 흐르는, 아늑한 공간이 나타난다. 하얀 벽과 밝은 색의 원목 사이로 솜사탕 같은 양모가 눈에 띈다. 산뜻한 얼굴로 커피를 권하는 ‘마이펫돌’ 미즈성 대표 어깨 뒤로 타닥타닥 발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돌려보니 강아지 두 마리가 널찍한 공방 안을 거닐고 있다. 촉촉한 갈색 눈에 실크 같은 털을 지닌 쏘세(9), 누나와 커플 옷을 입고 온 패셔너블한 리찌(4)는 수강생들의 반려견이자 오늘 클래스의 모델이다. 공방은 언제든 반려동물에게 열려 있다. 실제로 강아지의 얼굴을 보면서 창작하면 결과물도 더욱 근사하다. 사정상 반려동물을 데려 오지 못한다면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사진을 보며 작업을 진행한다. ? ? 보고 듣고 만드는 것 모두 너 먼저 양모를 고르고 넓게 편다. 무엇이든 기초 작업이 중요하다. 구름 같은 양모 위로 설렘과 가벼운 흥분이 떠다닌다. 눈앞의 강아지를 본떠 만드는 몽글몽글하고 작은 미니어처를 만드는 날이다. 춥고 침침한 날씨에 가라앉았던 기분도 사뿐 떠오른다. 누나가 만든 옷을 입고 차분하게 앉아있는 리찌도, 당차게 엄마를 지켜주는 쏘세도 몇 시간 뒤면 자신과 꼭 닮은 조그만 인형을 갖게 된다. 개 닮은 인형을 만들면서 개 이야기를 하고, 개 사진을 본다. 애정이란 그런 것이다. 일생 도무지 지겨워지지가 않는 것. 매일 이야기와 추억을 구름처럼 쌓아가는 것. 오늘의 화제는 리찌의 슬개골 탈구 수술이었다. 이들은 바지런하게 손을 놀리며, 입으로는 수술 정보를 공유했다. 걱정 어린 눈길이 리찌에게 오간다. 금방 나을 것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는다. 눈과 코를 붙이니 어느덧 폭신한 털 뭉치가 강아지 얼굴 모양이 되어간다. ? ? 다정한 접점 얼굴 윤곽이 히고 이제 눈두덩이와 이마 같은 디테일을 잡을 차례다. 니들펠트는 바늘로 양모를 찔러가며 모양을 잡는 공예다. 바늘에 돌기가 있어 별도의 접착제 없이 많이 찌를수록 깔끔하게 고정된다. 관계도, 공예도 품을 들일수록 공고해지는 법. 열중한 얼굴들 위로 오른 홍조가 해당화처럼 곱다. 어느새 노을도 몸을 감추고 어둠이 짙다. 리찌 언니가 부스스 몸을 일으킨다. 리찌에게 한 입, 쏘세 한 입 간식을 준다. 물도 잊지 않는다. 공방 안에서는 내 개, 네 개가 없다. 우리가 돌보는 개만 있다. 반려견이 이들의 다정한 접점이 되어주었다. 간식을 보는 둥 마는 둥 리찌 뒤를 쫓는 쏘세를 보며 사람들이 웃는다. 굳은 어깨도, 바늘에 찔린 손도 아이들을 보면 풀린다. ?? ? 밀도 높은 시간의 결과물 니들펠트는 색 조합도 중요하다. 슈나우저는 흰색과 회색, 검은색 양모를 그라데이션처럼 잘 배합해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견종이 가진 특징이 드러난다. 따로 니들로 모양을 잡아둔 귀를 콕콕 잘 찔러서 고정시켜주면 완성이 성큼 다가온다. 믹스견인 쏘세는 특징을 잡기 어려워 엄마가 애를 먹는다. 고전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다. 말티즈 리찌의 누나는 마무리에 박차를 가한다. 양갈래 헤어스타일까지 똑같이 만들겠다며 손이 분주하다. 밀도 높은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들쭉날쭉한 터럭을 가위로 정리하고 나니 금방이라도 짖을 것 같이 생생한 강아지의 얼굴이다. 다들 흡족한 얼굴로 작품과 강아지를 번갈아 쳐다본다. 모델보다 창작자들이 신난 모습이다. 여기저기 웃음이 흩어진다. 친밀한 겨울 밤이 흘러간다.? ? ? CREDIT에디터 이은혜 사진 레이나?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2-12 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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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무위의 시간
- ESSAY하루, 무위의 시간 어렵게 얻게 된 소박한 휴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의 회로를 멈추고 가만히 누워 있자니 작년엔 없던 조그만 존재들이 시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주려 달려온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도 올 한 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니 우리 함께, 쉬어 보자. 아톰,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온 걸까. 침대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내 얼굴을 열심히 핥는다. 아침이니 일어나라는 모닝 콜이다. 침대 아래엔 펄쩍 뛰며 자기도 침대 위로 올려달라는 단추가 있다. 단추를 침대로 올리고 기지개를 켰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아톰과 단추가 깨워주는 아침. 계획보다 일찍 일어났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이들이 있는 한 휴일의 아침이라고 막연히 게으를 수 없다. 나는 쉬는 날에도 눈 뜨자마자 밥은 꼭 먹어야 한다. 먹을 것을 한 아름 챙겨 TV 앞에 앉아 아침을 때우는데 아톰이 옆에 꼭 붙어 한 입 안 줄까 청승맞은 눈빛을 발사한다. 저 멀리서 소심하게 지켜보는 단추도 목적은 똑같다. 어머니는 그 모습이 귀여우셨는지 깔깔 웃으셨다. 이제 내 배는 채웠으니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려 일어난다. 주방 구석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눈치 빠른 녀석들은 어느새 자기 식기 앞에 앉아서 기다린다. 음식 앞에서만큼은 세계 제일 천재견이다. 간만에 맞은 휴일. 벼르고 있던 취미 중 오늘은 비디오게임을 하기로 했다.(오래 참았다.) 자리를 잡고 시작하려는데 아톰과 단추는 찹쌀떡마냥 달라붙어 집중을 막는다. 휴일의 호사를 방해받고 싶지 않지만 평일에 잘 놀아주지도, 챙겨 주지도 못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두기로 했다. 아이들은 잠깐 비비적거리다 이불의 포근함에 못 이겨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이때다 싶어 열심히 비디오 게임에 매진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노곤하 게 잠든 아이들을 보고 이 순간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카메라를 집어 아이들을 향했다. 뷰파인더를 통하여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눈에 띄게 자란 게 느껴졌다. 둘 다 크기가 손바닥만 할 때 데려왔는데 벌써 한 해를 넘겨 이렇게 몸집이 커진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문득 지인이 해준 말이 생각났다. 어릴 때는 잠깐이라고, 사진 많이 찍어두라던 말이. 사진작가로 살면서 정작 내 가족들은 찍어두지 않은 내가 한심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을 찍다 보니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아톰, 단추는 펫숍에서 데려왔다. 아톰은 또래에 비해 큰 덩치와 짧은 다리를 가졌고, 그 외형처럼 활발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었다. 난 무엇보다 그 짧은 다리에 반해버렸다. 그런데 아톰을 데려온 후 한 달 동안 지내보니 아톰 혼자 집 보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어린 것을 혼자 두고 나오는 것이 마음이 아파 동생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래서 만난 단추의 첫 모습은 지저분한 털에 한쪽 귀만 삐쭉 서 있고, 눈은 자그만 게 단추 구멍 같았다. 그래서 이름이 단추다. 그 요다 같이 생긴 얼굴이 귀여워 첫 만남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둘은 한배에서 나온 아이들처럼 잘 지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큰 집을 둘이 꼭 붙어서 지키고, 귀가하는 나를 맞아 줄 땐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햇살이 창문을 비켜날 때까지 사진을 찍고, 다시 비디오게임 컨트롤러를 잡았다. 주방에서 나오던 엄마는 어느새 잠에서 깨 구경하는 아톰과 나를 유심히 보더니 그 모습이 나랑 너무 닮았다고 하셨다. 아톰이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많이 들은 이야기다. 내 가슴둘레는 유난히 큰데, 아톰도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관심사도 비슷해 내가 무언가에 집중하면 옆으로 달려와 뭐라도 배우려는 것처럼 열심히 탐구한다. 단추는 그런 아톰을 짝사랑처럼 좋아한다. 아톰이 하는 행동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따라한다. 앉아있는 자세, 쉬야 하는 자세, 자는 자세까지 몇 개월 차이 나지 않는 오빠를 졸졸 쫓아다니며 배우고 있다.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뒹굴 생각이었는데, 밤이 되고 돌이켜 보니 제대로 쉬지 못했다. 혹시 휴식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잠깐이라도 행동과 생각을 멈추는 건, 바쁨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관성을 거부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다. 나는 아침부터 TV를 보고, 음식을 먹고, 게임을 하며, 사진기까지 들고 말았다. 그런데 아톰과 단추는 주말에만 나타나는 못난 반려인을 넉넉한 베개 삼아, 배를 보이며 온종일을 보냈다. 집 안에 의지하는 사람이 있는 휴일이면 아이들은 이렇게 세상 편히 휴식할 줄 안다. 쉬는 것은 이런 것이라,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CREDIT글·사진 엄기태(사진작가, @git_go)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2-11 10:2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