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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20 09: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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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19 10: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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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13 10: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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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13 10: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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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12 16: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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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12 15: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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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지역에 버려진 푸들들의 비밀
- BE COMPANIONS재개발지역에 버려진푸들들의 비밀 몸집 작은 푸들 녀석의, 몇 번째 출산이었는지 모를 출산이었다. 일곱 마리 새끼 중 여섯 마리가 죽은 채 세상에 나왔다. 어미는 살아남은 한 마리에게 젖을 물리지 못했다. 새끼는 얼마 전 출산한 다른 푸들의 젖을 물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살아남은 새끼 한 마리는 형제들의 곁으로 떠났다. 황량한 재개발지역 허허벌판에 서있던 푸들 일곱 마리 새끼를 차례로 떠나보낸 푸들, 한라는 황량한 재개발지역 허허벌판에서 왔다. 중장비가 위험하게 오가던 땅이었다. 한라는 그곳에서 다른 푸들들과 함께 버려져 있었다. 최초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버려진 푸들들은 20여 마리에 달했다. 개들을 본 주민들은 근처 사설보호소 소장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소장님이 갔을 때는 여덟 마리의 푸들들만 남아 있었다.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진 모양이었다. 소장님은 버려진 푸들들을 데리고 와, 카라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오셨다. 개들의 첫인상은 끔찍했다. 아이들은 앞다퉈 온 몸을 긁고 있었다. 고통이 짐작도 되지 않았다. 가장 상태가 심한 녀석, 후에 소리라 이름 붙인 개는 푸들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푸들의 상징 중 하나인 곱슬 털은 벗겨지거나 뭉치거나, 각질이 끼어있었다. 피부병과 함께 눈이 가는 것은 개들의 늘어진 뱃가죽이었다. 퉁퉁 불어 뒤틀린 젖꼭지와 함께 개들의 거듭된 출산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여덟 마리 푸들 중 두 마리의 배는 빵빵하게 불러 있었다. 병원에서는 개들의 피부를 엉망으로 만든 원인으로 옴 진드기를 진단했다. 치료하기 힘든 진드기다. 배가 부른 두 푸들은 임신 중이었다. 여덟 마리 중 일곱 마리는 암컷이고 한 마리는 수컷인데, 모두 중성화 수술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단서들은 개들이 재개발지역에 버려지기 전에 어디서 왔는지 알려준다. 바로 번식장이다. 다만 뜬장에서 번식을 하는 개들은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기 마련인데 우리가 구조한 개들의 발바닥에는 흙먼지만 좀 묻었을 뿐 다른 상처는 없었다. 그래도 평지에서 살았을 것이 그나마의 위안이었다. 푸른 산과 흐르는 강처럼, 더 자유롭게 살기를 푸들들은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과 강에서 딴 이름도 붙여졌다. 영산이, 소백이, 한라, 가야, 마니, 오서, 소리, 사라… 우리는 여덟 마리의 푸들이 항상 굳건하게 자리한 산처럼 상처받지 않는 삶을 살길,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처럼 힘차고 아름다운 삶을 살길 희망한다. 개들은 치료가 완료되는 대로 평생 가족을 찾아 입양을 갈 것이다. 임신 중이었던 소백이는 출산한 아기들이 충분히 클 때까지 카라가 보호하고 있을 예정이지만. 네 마리를 임신한 소백이의 출산은 카라 활동가들의 축복 속에 이루어졌다. 때문에 한라의 조산과 일곱 마리 새끼의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라가 번식장이 아닌 좋은 가정에서 임신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한라는 이것으로 몇 마리째의 새끼를 보낸 걸까. 수많은 물음표가 머리 속에 떠올랐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새끼들은 떠났고 한라는 또다시 남았다는 사실뿐이다. 우리는 번식장을 안다. 소수의 수컷과 다수의 암컷으로 구성된 번식장에서 개들은 타의에 의해 교미를 하게 된다. 그 행위는 인간에 의한 강간에 가깝다. 암컷들은 예쁜 품종견을 생산하는 번식 기계로만 존재한다. 새끼들은 제대로 된 영양 공급도 못 받고, 사회화 시기도 놓친 채 펫샵에 진열되어 인형처럼 팔린다. 출산능력이 저하된, 혹은 옴 진드기 등으로 인해 피부병을 겪는 번식장의 푸들들은 유기되거나 폐기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번식장의 끔찍하고 처참한 현실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들의 염원을 담아 ‘동물 생산’에 대한 규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생산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다.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인식도 더 넓게 퍼졌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과제를 맞이했다. 체계의 변화로 인해 번식업자가 더 감당 못하고 떼로 버릴 번식장의 개들을 마주하는 것이다. 개들이 생명으로서의 권리를 오롯이 누리도록 연대하는 것이다. 그 어려운 여정 너머에서는 상품처럼 취급되거나 버려지는 생명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 CREDIT글·사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20 09: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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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한 개' 주…
- FOCUS강아지 ‘한 개’ 주세요 Based On True Story 오늘도 A 씨는 펫샵으로 출근한다. 잠긴 문을 열고 조명 스위치를 켠다. 통유리로 된 매장은 커튼으로 가려진 채다. 출근한 A 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는 유리장을 청소하는 일. 마스크를 하고, 하얀 장갑을 양손에 낀다. 한 손에는 락스, 다른 한 손에는 하얀 수건을 들고, A 씨는 유리장 안을 닦는다. 락스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코를 찌른다. 매일 A 씨는 수십 개의 유리장을 닦아낸다. 오늘은 아이들을 샤워시키는 날이다. 삼일에 한번 하는 샤워날이 돌아온 것이다. 샤워가 끝나면 A 씨는 아이들의 눈과 귀를 청소하고, 뭉친 털이 없을 때까지 빗질을 한다. 강아지들은 아직도 이 일이 익숙하지 않은 듯 낑낑거린다. 뒤에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A 씨는 빗질까지 마친 강아지를 신상정보가 적힌 유리장 안에 옮겨놓는다. 문이 닫히자 강아지는 유리장을 기어 올라가려 안간힘을 쓰다 이내 미끄러져 바닥에 곤두박질친다. 한편, 2개월 동안 분양되지 않은 강아지들은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져 A 씨의 걱정을 산다. 그만큼 유리관의 공간도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몇몇 아이들은 한 공간에서 식사와 배변을 같이하면서 자신의 변을 먹는 ‘식분증’을 갖게 되었다. 오늘은 분양되길 바라며 A 씨는 오전 일과를 되뇌어본다. A 씨는 매장을 한번 훑어본 뒤, 창문을 가렸던 커튼을 서서히 걷어 올린다. 펫샵의 하루가 시작됐다.(실제 펫샵 근무자의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 된 이야기) 마음껏 뛰어본 적 없는 유리장 속 삶 인파가 많은 도로가에 예쁘게 꾸민 펫샵이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귀여운 강아지들. 노곤하게 잠을 자거나 창을 오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한 발자국 다가가 강아지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른 세계가 보인다. 과거와 현재, 펫샵의 외관은 눈부시게 달라졌다. 하지만 고급 카페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를 한겹 벗기면 어두운 이면이 드러난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번듯할 뿐, 정작 강아지를 위한 시설은 열악한 곳이 흔하다. 강아지들을 잠시 풀어놓을 공간조차 없는 펫샵도 존재한다. 그곳의 아이는 분양이 될 때까지 좁은 유리장 안에서 생활해야 한다. 한편, 유리장 속에서 사회화 시기(생후 3~13주)를 보내게 되면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는 훗날 문제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유리장에서 생활해야 하는 강아지의 생은 태어나기 전부터 절망스럽다. 실제 출생지가 강아지 공장인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청원을 통해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시행되고는 있지만, 강아지 공장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강아지 공장보다 먼저 되새겨보아야 하는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지지를 받고 제재가 조금 더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철저히 상품으로 취급되는 생명들 펫샵의 유리장 안에서 진열되어있는 강아지들은 보통 경매를 통해 들여온다. 물론 전문 견사처럼 좋은 곳도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강아지 공장을 통해 생후 30일~35일 되는 아이들이 경매장으로 옮겨진다. 경매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보통 도매업자들이다. 출입구에서부터 철저히 신상 검사를 받은 후 출입해야 하는 그곳에서 강아지들은 순전히 상품으로 거래된다. 동물 판매업으로 취급되는 경매는 버튼 하나로 강아지들이 거래되는 하나의 장이다. 몰티즈와 푸들, 요크셔테리어 등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품종의 개들은 보통 10만 원~15만 원에 낙찰된다. 도매업자 손에 쥐어진 아이들은 그들과 거래하는 소매업자 즉, 펫샵으로 보내진다. 한편, 콧물을 흘리는 등 허약해 보이는 강아지들은 경매에서 탈락된다.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강아지들은 한 곳에 모아진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몇 마리에 10만 원’하는 식의‘떨이’ 상품으로써 거래된다. 이렇게 팔린 허약한 아이들은 주로 인터넷 상에서 개인이 분양하는 것처럼 팔려나가게 된다. 죽을 때까지 달라붙는 검은손 펫샵으로 옮겨진 강아지의 음울한 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보통 2개월 안에 분양되지 않아 덩치가 커진 아이들은 암컷과 수컷, 수컷 중에서도 잘생기고 못생긴 부류로 나뉘어 생을 달리 한다. 분양되지 않은 암컷과 잘생긴 수컷은 번식장(공장)으로 보내져 종견으로 쓰이게 되고, 못생긴 수컷은 개소주 집으로 보내진다. 강아지가 판매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누구일까? 도매업자일까, 소매업자일까? 아니면 생산을 부추기는 소비자일까? 평생 함께할 가족을 찾지 못해 버려지고, 죽어나가는 아이들은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작지만 큰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사람들의 눈길을 끈 청원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펫샵 분양 금지’ 청원에 서명을 하고 나섰다. 다음의 글은 청와대 청원 란에 게재된 실제 글이다. 「펫샵을 통해 팔려나가는 강아지 분양을 금지시켜주세요! 한국의 동물 시보호소에서는 넘치는 아이들 수용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한 달에 한 번 한 곳에서만 몇십 마리씩 안락사됩니다. 일 년에 근 십만 마리가 버려지고 반 이상이 죽어나간다는 통계는 그 조사에 집계된 아이들 말고도 더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길에서 죽어간다는 걸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 모든 수치스럽고 비참하고 절망스러운 시스템을 양산시키는 펫샵 분양을 제발 금지시켜주세요. (그리고 기존의 분양 샵들이 유기견 입양에 나설 수 있도록, 시보호소랑 연계해서 버려진 아이들 입양시킬 경우 기존의 안락사에 사용되던 비용을 유기동물입양지원금으로 돌려서 사용해 주신다면, 분양 샵이 변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아지 공장으로 시작되어 도매업자들이 참여하는 경매, 도매업자가 소비업자에게 넘겨주는 강아지들 그리고 펫샵에서 작고 예쁜 강아지를 찾는 소비자. 이 일련의 과정은 반려동물 1000만 가구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이 문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해당 청원은 2만1560명의 동참과 함께 종료됐다. 이 청원은 끝이 아닌 펫샵 분양에 경종을 울리는 시작이다. 진정 공존을 원한다면 이 오래된 문제를 피하지 말고, 두렵더라도 똑똑히 직시하자. 우리는 이미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 CREDIT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9 10: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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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한 주말, 앞발을 아빠 앞으로
- DAILY LIFE무료한 주말,앞발을 아빠 앞으로? ? 햇살이 이렇게 좋으니 좀이 쑤신다. 집안을 한 바퀴 휙 돌아도 그다지 재미가 없다. 엄마, 아빠는 소파에 앉아 TV만 보고 있다. 이대로 주말을 보낼 수야 없지. 이럴 땐 비장의 무기를 써야 한다. 앞발로 아빠 손을 한 번 툭 치고 창문을 바라보며 아련한 눈빛을 장전했다. 나, 조보리. 엄마와 아빠가 내 아련한 눈빛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 쯤 예전에 마스터했다. 야호, 엄마가 겉옷 입는 소리가 난다! | 오늘은 어떤 친구들이랑 놀지 물색해봐야겠다.(심각) | 뽀글뽀글하고 하얀 친구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썩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젠틀하게 인사를 받아준다. 난 잘생겼으니까 | 궁금한 친구가 생기면 최대한 정중하게 엉덩이에 코를 대고 빙글거리면서 인사한다. 개들 세계의 명함 교환이랄까? 이 블랙 시바 친구랑은 정중함이 지나쳐 빙글빙글 10번을 했다. 엄마 얼른 나 잡아줘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대외용 미소 장착도 잊지 않는다. 안녕하개? | 내가 이 큰 다리를 건너면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나를 예쁘다고 해 주겠지? | 이것은 쉬가 아니다. 흔적을 남기는 것 뿐. 남자라면 한 다리로 마킹이지. | 슬슬 집에 돌아가려는 모양이다. 아쉽지만 어쩌겠어. 엄마랑 아빠가 나를 두고 가기 전에 오늘은 이쯤에서 발걸음을 옮겨야겠다. “엄마, 아빠 다음에 또 오자”? CREDIT글 사진 구현회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9 09: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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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픔을 안기에는 더없이 여린 포근이와 …
- 견생 2막아픔을 안기에는더없이 여린 포근이와 햇살이 한 박자 쉬고 들어가는 센터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팅커벨 프로젝트의 출입구에는 ‘강아지들이 놀랄 수 있으니 전화를 해달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전화를 걸자 곧 문이 열렸다. 취재진을 맞이한 이들은 황동열 대표와 두 간사, 그리고 격하게 반기는 15마리의 강아지들과 고양이였다. 센터에 있는 강아지들은 외부인인 취재진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와 냄새를 맡고 손을 핥으며 애정을 퍼부었다. 짧은 인사 이후 이동한 방에는 전날 구조해온 새끼 길고양이와 시야가 불편한 노령견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에도 두 아이는 전혀 우는 법이 없었다. 고양이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새삼 신기한 듯 사람들을 번갈아 보고, 노령견은 연신 목이 타는지 물을 홀짝였다. 저마다의 아픈 사연으로 센터에 들어온 녀석들이지만, 하나같이 천진난만했다. 그곳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취재진은 강아지들을 대하는 황 대표와 간사들의 태도를 보고 아이들의 친근함과 다정다감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센터에도 유독 ‘아픈 손가락’두 녀석이 존재한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노란 햇빛처럼, 온기를 안겨주는 포근이와 햇살이 이야기다. 시린 바람을 맞았던 날들황 대표가 포근이와 햇살이를 만난 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언 날, 팅커벨 프로젝트에 도움을 요청한 이가 있었다. 긴 실직생활을 마치고 이제 막 운송업계 뛰어든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며칠 동안 서울의 수색동과 서오릉이 이어지는 야산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추위에 벌벌 떨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제보를 받고 곧장 찾아간 그곳은 가시덤불로 가득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강아지들에게는 더없이 위험한 환경이었다. 가시덤불 한쪽에서 떨고 있는 포근이와 햇살이를 발견했다. 하얀 털을 갖고 있어야 할 몰티즈는 누더기를 입은 듯 새까만 털로 뒤덮인 처참한 모습이었다. 두 눈을 가린 무거운 털은 시린 바람을 맞고 젖은 흙바닥을 오갔던 수많은 아픈 날들을 짐작하게 했다. 강아지들을 구출할 당시에는 마땅한 포획장비가 없었다. 이동장 하나만 있었다. 하지만 가시덤불로 가득한 위험지대에 아이들을 놓고 올 수가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을 구출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날은 날씨가 무섭게 추웠다. 하루빨리 강아지들을 그곳에서 구출해내야겠다는 일념으로 황 대표와 중년 남성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햇살이는 금방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포근이는 가시덤불을 밟는 고통을 무릅쓰고 도망가 버렸다. 두 사람은 강아지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시야에 철조망과 구덩이 사이의 좁은 공간에 우두커니 서있는 포근이가 들어왔다. 지금 놓치면 영영 포근이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직감을 느낀 황 대표는 입고 있던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포근이를 덮쳤다. 변수 안의 변수 팅커벨 프로젝트의 회원들이 애정을 담아 지어준 이름, 포근이와 햇살이. 두 아이의 시련은 외진 야산에서의 피폐한 생활이 끝이 아니었다. 임시보호 중이던 시기에 포근이와 햇살이는 홍역을 앓았다. 식욕이 감퇴하고 기운이 다 빠진 상태였다. 특히 포근이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그 증상이 심각했다. 아이들의 옆을 내내 지키던 황 대표는 포근이의 눈을 보며 “포근아, 일어나야지. 포근아, 밥 먹자. 포근아, 힘내”라는 말을 백 번이고 해주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좀처럼 기운을 내지 못했던 포근이의 눈동자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건네는 음식을 조금씩 받아먹었다. 2014년 5월경, 포근이와 햇살이는 두 사내아이가 있는 한 가정에 입양됐다. 이제 아이들의 행복한 나날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는 황대표. 하지만 한 달 뒤, 포근이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홍역 후유증으로 뒷다리가 마비되었기 때문이었다. 포근이는 서울 서초동을 오가며 한방 치료를 받았다. 신경과 관련해서 과학적인 의료보다는 한방 치료가 더 적합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두 달 동안 꾸준히 한방치료를 받은 포근이는 다행히도 후유증을 잘 견뎌내었다. 건강을 회복한 포근이는 다시 입양가정으로 돌아가 햇살이와 재회할 수 있었다. 따뜻하고 반짝일 나날들 2017년 6월, 포근이와 햇살이는 팅커벨 프로젝트 입양 센터에 재입소했다. 아이들을 입양한 가정에서 파양을 결정한 것이다. 한때 가족이었던 이는 두 아들 중 하나가 뇌염에 걸렸는데, 주치의가 뇌염의 여러 가지 원인을 나열하면서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소견을 내어놓았다고 전했다. 주눅 들었을 거라 예상했던 포근이와 햇살이는 신기하게도 몇 년만에 만난 황 대표를 보고는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아이들은 몇 년전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센터에 다시 들어온 그날부터 포근이와 햇살이는 줄곧 낯가림 없이 넘치는 애교로 모두를 기쁘게 해주고 있다.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상암동에 있는 공원에는 센터의 주최로 행사가 열린다. 포근이와 햇살이는 이 행사에 꼭 참석한다. 모두에게 무척이나 인기가 좋은 두 친구는 많은 사람들과 신나게 뛰어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신나게 잔디 위를 뛰어노는 포근이와햇살이는 그 많은 아픔을 안기에는 버거운, 마냥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사연 없는 유기견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유독 아픈 손가락도 있기 마련이다. 황 대표는 두 아이가 꼭 한 가정에 같이 입양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포근한 햇살 같은 두 녀석은 이미 운명공동체이기에.? CREDIT사진 엄기태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3 10: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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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방년 17세
- 명랑 노견 생활기드디어, 방년 17세 뜨거운 힙합 스웨그를 지닌 나의 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혹시 이뿌니와 함께 보낼 마지막 여름 일지 몰라, 마지막 가을 일지 몰라 이뿌니와의 계절 놀이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거기에 노년을 함께 하는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긴 덕에 지난가을, 전에 없이 바쁜 ‘소풍 성수기’를 보냈다. 그리고 찾아온 겨울, 뛰어나가 놀기에는 바람이 너무 차다. 산책하고픈 이뿌니를 위해 중무장을 하고 나가지만 그래도 인간인 나는 많이 춥다. 하지만 이제는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타협할 줄 아는 16년 지기 우리가 아니던가. 다행히 산책 비수기에도 실망치 않고 지루할 틈 없는 실내 생활을 만들어가는 우리 이뿌니. 사람으로 따지자면 증조 할아버지 격인 나이지만 영혼만은 아직도 뜨거운 힙합 스웨그를 지닌 나의 늙은 개는 오늘도 장난감을 입에 물고 온 집 안을 쌩쌩 달린다. 아, 물론 실제로는 ‘쌩쌩’보다는 조금 느린 달리기지만 말이다. 할아버지, 관절 삐그덕거려요. 좀 더 살살 뛰시라고요! 나이만큼 콩고물 획득 연륜도 겨울의 산책은 호기롭게 나갔다가 칼바람 맞고 혼쭐나서 돌아오는 일이 대부분이다. 늙은 개들은 특히나 추위에 관절과 근육이 위축될 수 있어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산책을 안 나가면 다른 집 노견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잠만 잔다는데 이뿌니는 아직 집안에서도 활력이 넘치는 편이다. 노곤한 잠에 빠져있다가도 내 기척을 금방 알아차리고 참견하겠다고 졸졸졸. 이뿌니가 좋아하는 배추나 무를 다듬고 있으면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겠노라 싱크대 아래 얌전히 자리 잡는다. 젊을 때는 앞발을 일으켜 싱크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스스로 사냥을 시도해보곤 했으나 관절이 약해진 다음부터는 직립보행 자세가 불편한지 먹이를 줄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을 택했다. 딱히 훈련시킨 적은 없는데 인간과 함께 산 16년의 세월이 스스로를 생각할 줄 아는 개로 만든 셈이다. 이럴 땐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한입 얻어먹을 확률이 높은지 경험치 대비 매 순간 탁월한 판단력을 발휘한다. 물론 뛰어난 연기력도 겸비하고 있지만 그 정도는 모른 척 눈감아주자. 이뿌니는 순간순간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살고 있으니. 장난감을 사주면 볼 수 있는 최고의 세레머니 노견 이뿌니에게 최고의 액티비티는 장난감 물기가 되었다. 제법 큰 에너지를 요하는 점프나 전력 질주 같은 활동적인 움직임은 관절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제 딴에는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열량만큼을 소모하는 놀이를 찾은 모양이다. 물론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좋아하긴 했지만 나이가 든 뒤로는 마치 하루의 일과표를 정해둔 것처럼 규칙적으로 일정량의 시간 동안 늘 장난감을 입에 물고 있다. 한창때는 고무로 된 장난감을 물고 삑삑 소리 내길 좋아했는데 이빨이 많이 빠진 뒤론 취향이 달라졌다. 솜으로 속을 채워 입에 물기 폭신폭신한 봉제인형으로 완전히 마음을 돌린 것이다. 새로운 봉제인형이 집에 들어오면 이뿌니는 대번에 자기를 위한 것임을 알아차리고 잽싸게 달려와 입에 문다. 의기양양하게 새 인형을 물고 거실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침실로, 그리고 다시 거실로 이어지는 기쁨의 코스를 서너 차례 반복해서 완주한 뒤에야 끝이 나는 인형 전달식. 열이면 열 매번 같은 코스를 도는 세레머니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어쩐지 새 인형 값을 그런 식으로 이뿌니에게서 받는 느낌이다. 손님, 장난감 값보다 귀여움을 좀 더 많이 내신 것 같은뎁쇼. 하지만 그 귀여운 얼굴로 인형의 귀나 눈알, 다리를 잘근잘근 깨물어 씹어먹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개봉 며칠 뒤 성치 않은 상태로 발견되는 인형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다 미안해진다. 인형의 플라스틱 눈알은 대체 왜 빼먹는 걸까. 16년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개 한 마리 키우는 데 드는 품이란 코커스패니얼은 사람에게 무척 친화적인 개다. 이뿌니 역시 사람을 무척 좋아해서 집에 놀러 오는 누나들 사이에 펑퍼짐한 궁둥이를 들이민다. 물론 이쁨 받고 싶은 마음의 뒷면에는 뭐라도 한입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반반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 그렇지 네놈의 속셈이 뭔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인형을 누구에게 빼앗길세라 코를 씰룩거리며 무서운 얼굴을 할 때와는 다르게, 세상 그 어떤 개보다 순진할 수 없는 눈망울을 반짝이며 그윽한 시선을 보낸다. 이렇게 예쁜 눈 뜨고 있는데도 나 한입 안 줄 거예요? 아무렴, 마음과 몸의 양식을 지양분 삼아 큰 우리 이뿌니에겐 마음을 나누는 강아지 친구는 없어도 친하다 할 수 있는 사람 누나들은 제법 된다. 가족은 아니지만 이뿌니의 십여년을 곁에서 함께 지켜봐 준 고마운 누나들이 있어 조금 아프다는 소리에 응원 방문까지 받는 호사도 누린다. 사람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더니 개 한 마리 키우는 데는 마을까진 아니어도 주변 지인들의 따뜻한 관심이 커다란 동력이 되었다고 단언한다. 훈훈한 우정을 먹고 자란 이뿌니가 드디어 올해 방년 17세, 개의 나이라 말하기엔 쉽게 어울리지 않는 숫자다. 그럼에도 여전히 똥꼬 발랄한 이뿌니, 2018년 황금 개띠의 해엔 어떤 명랑한 사건들이 펼쳐질지 두근거린다.? CREDIT글·사진 한진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3 10: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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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하고 유쾌하게, 푸딩이가 알려준 …
- 수의사 S씨의 일일당당하고 유쾌하게,푸딩이가 알려준 카르페디엠? 다른 아이들보다 곱절의 사건을 겪고도 슬픔이라고는 한 구석도 없는 녀석이 있다. 바로 ‘푸딩’이라는 우리 집 말썽꾸러기이자 귀염둥이다. 빙글빙글 돌아 나에게 온 달콤한 푸딩 우리 집은 다견 가정이다. 모두 유기견 출신으로 마음에 상처 한두 군데씩은 있는 가슴 아픈 아이들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곱절의 사건을 겪고도 슬픔이라고는 한 구석도 없는 녀석이 있다. 바로 ‘푸딩’이라는 우리 집 말썽꾸러기이자 귀염둥이다. 푸딩이는 푸들이라고는 하지만 머리가 크고 털도 직모인 것으로 보아 ‘말푸’라고 불리는 말티즈와 푸들 사이의 혼종견이다. 이런 외모 덕분에 하는 짓이 전부 말썽이어도 우스꽝스럽게 비춰져서 혼나는 상황을 모면하기도 한다. 푸딩이의 사연도 우리 집의 다른 개들과 마찬가지로 구구절절하다. 학생 시절, 엄마 친구의 지인이 개를 한 마리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보호소 중 시설이 가장 열악한 곳을 찾아가 푸딩이를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아이가 파양당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입양되었지만 다시 파양당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집을 두 번이나 옮긴 아이는 결국 본가로 오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도 감당할 수 없다며 푸딩이를 내 자취방으로 데리고 왔다. 그러니까 푸딩이는 도합 세 번을 파양당한 셈이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푸딩이를 맞이했지만 푸딩이는 전혀 구김이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나에게 냉큼 안기는 것이 아닌가. 그때 이 녀석의 진짜 성격을 짐작했어야 했다. 푸딩이는 집에 오자마자 강아지 숑이를 가뿐히 무시하고 온갖 애교를 떨며 내 무릎을 차지했다. 그 모습이 워낙 위풍당당하여 오히려 숑이가 더부살이로 온 아이처럼 느껴졌다. 나의 사랑을 혼자서 독차지하던 숑이가 받을 충격이 염려되어 푸딩이를 잠시 떼어내려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렇게 나는 껌딱지 둘을 양쪽에 달고 다니게 되었다. 내 일과를 모조리 흔들어버린 너 푸딩이를 키우며 이 녀석이 왜 파양을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푸딩이는 많이 짖는 개에 속했다. 귀여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상남자 못지않아 푸딩이가 짖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고양이처럼 못 올라가는 곳이 없어서 식탁이나 싱크대에 나둔 음식을 감쪽같이 먹어 치운다. 거기에 시치미까지. 한 번은 친구가 온다기에 미리 고기를 굽고 키친타월을 덮어 식탁 위에 준비해 두었다. 친구가 도착하여 같이 밥을 먹으려고 키친타월을 걷었는데 고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고기를 먹고 키친타월은 또 어떻게 덮어둔 것인지… 그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친구랑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배변훈련이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 푸딩이를 쫓아다니면서 질러놓은 흔적을 치우는 일은 하루 중 주요 일과가 되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녀석이 발견된 곳 푸딩이를 감당하기에는 서울보다는 시골생활이 더 적합했다. 시골로 이사 온 뒤 푸딩이는 열심히 짖었고, 바위나 테이블 위에서 휴식을 취했다. 마당 이곳저곳에 마음껏 쉬도 하고… 그렇게 푸딩이와 해피엔딩을 맞이할 즈음, 이 녀석이 또 다른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골로 내려와서 푸딩이는 걸핏하면 집 앞에 있는 휴양림으로 놀러 나갔다. 작은 개들은 나와 동행하지 않는 이상 집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풀어놓는데 유독 푸딩이만 이런 암묵적인 약속을 깼다. 어느 날 푸딩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찾으러 나간 나는 관광객들 틈에 끼어서 같이 관광을 하고 있는 푸딩이를 발견했다. 또 어떤 날은 관광객들과 같이 벤치에 앉아 있다가 차에서 내린 나를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차에 올라타는 일도 있었다. 세상 태연한 얼굴로.(물론 푸딩이는 인식표와 외장형 칩을 하고 있다.) 현재를 영위하라, 언제나 당당하고 유쾌하게 한바탕 신나게 흉을 봤지만 푸딩이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아이다. 특유의 유쾌한 성격 탓에 기분이 좋을 때면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가락에 맞춰 침대에 누워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다. 유난히 이불 속을 좋아하는 것도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다른 개들은 이불을 덮어줘야 하지만 푸딩이는 스스로 이불 속으로 들어갈 줄 아는 유일한 개다. 이불 속을 비집고 들어가 자기만의 굴을 만들고 얼굴을 삐죽이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푸딩이는 유난히 쾌활한 성격을 지녔다. 혼이 나도 그때 뿐 금방 내게 안긴다. 푸딩이를 보고 있으면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연상된다. 이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현재를 잡아라)!”을 역설한다. 푸딩이는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를 영위하라고 말한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아 3번이나 파양을 당했음에도 언제나 당당하고 유쾌한 푸딩이.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아서 혼이 날 것이 뻔한 일인데도 일단은 저지르고 보는 것이리라. 코믹하게 생긴 얼굴도, 산책할 때 흔들어대는 통통한 엉덩이도 푸딩이의 매력 중 하나다. 사람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곳에 가야 인정받는 것처럼 결국 푸딩이도 많은 집을 돌고 돌아 자신의 매력을 알아봐주는 집을 찾게 된 것이다. 우리 집 말썽꾸러기 푸딩이는 지금도 슈퍼맨 로고가 그려진 티를 입고 이불 속에 들어가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다.? CREDIT?글·사진 손서영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2 16: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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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의 서막, 세상 어색한 삼인방
- BABY & DOG만남의 서막,세상 어색한 삼인방 임신 초기에는 까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었다. 평상시에 내 배 위로 올라와서 엎드리고는 했던 까노는 배가 점점 불러오자 올라오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사건의 연속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내 생일에 남편은 강아지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강아지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좋아하기보다 오히려 반대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무엇에 홀렸던 것인지 내 옆에는 강아지가 있었다. 그 강아지는 지금 우리 가족의 일원인 회색 푸들 까노다. 6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이직을 준비하던 중 우리 부부에게 아기가 찾아왔다. 까노처럼 계획이 없던 터라 기쁘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예민한 까노가 아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임신 초기에는 까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었다. 평상시에 내 배 위로 올라와서 엎드리고는 했던 까노는 배가 점점 불러오자 올라오지 않았다. 임신 기간 동안 주말이면 우리는 공원으로 갔다. 산책할 때마다 뛰어노는 걸 좋아하던 까노는 느린 내 걸음 속도에 발맞추어 걸었다. 우리 부부는 까노에게 더 많이 집중하기로 했다. 아기가 태어나도 너를 사랑하는 건 변함없다고,우리의 진심을 꼭 알아주길 바라며 자주 말해주었다. 출산 후 까노에게 잠시 소홀해지는 시간동안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봐 미리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도 받았다. 열 달 동안 남편과 나는 까노와 아이, 무엇보다 우리 모두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다. 예상한대로 까노는 아기가 울면 놀라서 짖었다. 밤낮없이 아기와 까노는 각자 다른 이유에서 울고 짖었다. 새벽에 자다가 아기가 울면 나는 아기를 안고, 남편은 까노에게 간식을 주었다. 아기가 울면 까노가 간식을 먹는 시간이라고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 것이다. 똑똑한 까노는 이틀만에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도 짖지 않았다. 아기도 뱃속에서부터 강아지 짖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생각보다 까노의 짖음에 놀라지 않았다. 세상 어색한 삼인방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껌딱지였던 까노가 나에게 오지 않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아기를 안고 있으면 아무리 불러도 까노는 오지 않았다. 안방에서 아기에게 수유를 하고 있으면 문가에 앉아 나를 한없이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구석에 들어가 있다가 아기를 내려놓고 방을 나오면 까노는 그제야 나에게왔다. 항상 내 몸에 딱 달라 붙어있었던 까노는 자꾸 나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현관 앞에서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까노는 방구석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냈고, 새벽에 아기가 울면 그 자리를 피해 이불속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쑤였다. 가끔 친정 부모님이 오시면 딱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까노가 보이는 행동에 대해 남편과 나는 강아지 우울증에 관한 지식을 섭렵하면서 공부도 했다.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퇴근 후 남편은 꼭 산책을 시켰지만 까노의 행동은 바뀔 줄을 몰랐다. 까노는 나와 아기, 이렇게 셋이 있는 시간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예민한 까노가 다시 변하다 까노를 보면 마음이 아려왔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열 달 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던 나도 변한 까노를 보면 적응 안 되고 이렇게 우울한데, 까노는 오죽할까. 이미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지 카노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까노는 종종 아기를 질투했다. 내가 아기를 토닥토닥하면 앞발로 내 손을 마구 긁으며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자신도 같이 쓰다듬어 달라는 거였다. 까노의 행동은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한 팔에는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까노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철인이 되어갔다. 까노는 관심받기 위해 배변 패드에 쉬한 척하고, 나에게 와서 보상간식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끔 까노가 먼저 아기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아기가 팔이라도 한번 허우적거리면 놀라면서 다시 멀리 떨어졌다. 바라는 건 단 하나 아기와 강아지를 함께 키우면 아기의 정서발달에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은 아기 위주의 생각이지 강아지에게도 좋은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특히 우리처럼 강아지를 먼저 키우다가 아기가 태어난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나는 출산으로 까노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고 문가에서 멀뚱하게 나를 바라보던 그 얼굴이 가슴에 박혀있다. 불교에는 ‘동족선근설’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인즉, 부모와자식 간의 인연으로 만나려면 영겁의 세월의 인연으로 태어난다는 설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부모와 자식 간으로만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까노는 개의 삶을 선택해서 우리 곁으로 온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노의 우울한 표정과 기가 죽은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속상하고 미안했는데, 왜인지 저 이야기를 듣고 나서 힘이 났다. 까노가 우리를 빨리 만나기 위해 선택한 삶이니 내가 더 잘해주겠다고 또 다시 다짐했다. 아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 얼마나 더 험로를 걸어야 할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절망은 이르다. 이 시간들을 지혜롭게 해쳐나가면 까노도 티 없이 맑은 얼굴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하나다. 까노가 일말의 후회 없이 우리와 꼭 행복했으면! CREDIT글·사진 주은희(Instagram / happyccano)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2 15:5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