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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7-24 1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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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7-21 15: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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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7-20 14: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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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7-18 12: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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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6-19 12: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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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6-19 11: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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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6-13 09: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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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신의 추억
- ESSAY보신의 추억? 소년이여 고기를 먹어라 작전명 개고기 먹이기. 주모자는 할머니였고 가족과 친척들은 별 거 아니란 듯 무심히 고개를 돌리거나 짐짓 웃으며 의심을 없애는 역으로 합세했다. 대상은 나를 포함해 유년기에 접어든 세대들. 그중 나는 RPG 게임의 슬라임에 준하는 손쉬운 타깃이었다. 그저 소고기라 슬쩍 속이고 밥숟가락 위에 얹어주면 야무지게 먹었으니까. 한 그릇 뚝딱 거나하게 먹고난 뒤에야 실실대는 고모부의 얼굴을 봤지만 그 또한 나처럼 포만감에 젖어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감각이 예민하고 입이 짧은 사촌 동생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처음 보는 고기를 강아지처럼 냄새 맡더니 신중히 고개를 저음으로써 모두의 실망을 샀다. 작전은 물 흐르듯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근래 셰프들이 등장하는 TV프로그램에서 고기 잡내를 없애는 쏠쏠한 비기를 알려주는데, 이미 그 분야에서 우리 가족들은 마스터 셰프 코리아였다. 식탁 위 마늘과 파, 쌈채소를 수북이 올려 고기를 완전히 가렸음에도 동생이 입을 대지 않자, 주방으로 가 커피가루며 후추를 뿌려 새 쟁반을 내어왔다. 동생은 질감만 남은 고기를 고든 램지의 표정으로 씹어 삼켰다. 그런 이상한 의례를 거쳐 우리는 소년이 됐다. 한 여름 밤의 보양 파티 때는 흘러 대학 시절. 어느 여름 교회의 하계 수련회에 참석했다. 산 넘고 물 건너 한나절을 꼬박 이동해 도착한 남해의 어느 섬. 신도들은 속세를 벗어난 수련회장에서 모든 구멍으로 물기를 쏟아내며 참회의 시간을 보냈다. 나 또한 무슨 죄를 그리 저질렀는지 질세라 소리 지르며 회개했던 기억이다. 3박 4일 간 몇 번의 예배와 기도, 귀신들림과 기적의 현장을 목도한 후 지칠 대로 지친 성도들은 마지막 날 밤 개고기 파티를 벌였다. 개고기 파티를, 말이다. 이 파티는 수련회의 전통이자 대망의 하이라이트였다.사실 파티 전 날, 그날따라 칠순이 넘은 선교사님이 수련회장에서 보이질 않자 나는 수색대를 조직해 섬 곳곳을 뒤졌다. 평소 교내 도덕과 신앙의 중추였던 선교사님은 낡은 오두막 옆 흙길 위에서 웃통을 깐 채로 발견됐다. 그는 거대한 샌드백 같은 걸 몽둥이로 개 패듯 패고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사실은 개를 샌드백 패듯 패는 거였다. 우리는 <곡성>에서 악마로 변하고 만 주인공을 본 신부처럼 소스라치게 놀라 줄행랑을 쳤지만 다음날 그의 옆에서 맛있게 개고기를 뜯었다. 어쨌거나 우리도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보신의 추억을 넘어정말 개고기를 먹고 원기가 회복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어떤 ‘전통’에 따라 ‘물 흐르듯’ 먹었던 것이라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개고기를 일절 먹지 않으며 믿거나 말거나 완전한 개 식용 반대론자로 돌아섰는데, 야무지게 개를 씹던 그때와 지금 사이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해보면 할 말이 궁하다. 분명 그때는 프랑스 배우 브리짓 바르도를 발라 버리던 손석희에게 양 엄지를 들어 줬는데 말이다.다시 말하자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엔 별 드라마가 없다. 다만 조금 더 알았을 뿐이다. 물 흐르듯 내려오는 풍습을 지탱하기 위해 이 동물이 얼마나 무참한 수모를 당하는지를 말이다. 그 학살은 야만에 가깝고, 과정 중 하등의 존중이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실로 엄청난 규모이기에, 당신이 그 사실을 정확히 알기만 함으로도 개를 먹는 것에 대해 멈칫할 것이라는 확신이 내겐 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성찰을 신념으로 확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것은 거의 모든 우리가 지니고 있을 보신의 추억이다. 인생의 언젠가에서 개고기를 먹었어도, 부러 그것을 숨기지 않아도, 개고기를 거부하는 당신의 의지는 귀하며 투명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CREDIT에디터 김기웅 그림 권예원?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24 1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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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건너 온 편지, 농장 구조견 루나…
- 견생 2막바다 건너 온 편지농장 구조견 루나를 소개합니다 강아지 이름 : 루나(Luna)견종 : 진도 믹스주거지 : 버지니아 소중한 나의 가족, 루나는요 안녕하세요. 저는 2015년 1월 HSI에서 폐쇄시킨 첫 번째 농장에서 구조된 23마리의 개 중 한 마리인 루나를 입양한 사람입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아마 80년대겠죠?) 한국에 간 적이 있었어요. 당시 전 거리를 걷다 케이지에 있던 개들을 봤죠. 그 때만 해도 그 개들이 펫숍에서 판매하는 개인 줄 알았어요. 저는 케이지 사이로 손을 넣고 그 개들을 쓰다듬었고, 개들도 제 손가락을 핥아 주었었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와서야 그 개들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를 알았어요. 그때의 전 너무 어려서 그 아이들을 도울 수가 없었어요. 그 때의 기억 때문에 꼭 루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구조된 아이를 입양하고 싶었어요. 지금 전 ‘개식용’이라는 이슈에 대해 그 때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루나를 입양하기로 결심했어요. 루나는 처음엔 이렇게 활달하지 않았어요.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 루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아무런 삶이 없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이 아이는 정말 모든 걸 빠르게 습득하더군요. 저와 함께 하는 법을 터득했고, 제가 하는 말들과 단어를 빠르게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수영하는 법, 놀고 뛰는 법도 배웠죠. 루나와 저의 또 다른 반려견(시리우스), 이렇게 우리 셋은 하이킹, 카약 타기, 카누 타기부터 함께 뒤뜰에서 놀기까지 정말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고 있어요. 이제 루나는 저에게 큰 기쁨을 주는 제 삶의 소중한 일부이자 저의 소중한 가족이에요. 그만큼 루나도 저를 반려자로 여겨주는 것 같아요. 왜냐면 요즘은 집을 지키려는 듯 순찰도 하고, 낯선 사람이 오면 저에게 알려주기도 하거든요. 루나가 저에게 주는 행복은 그 어떤 것으로도 환산이 안 되죠. 루나는 자동차나 비디오게임 혹은 옷가지들처럼 물건이 아닌 감정을 가진 하나의 생명이에요. 제가 집에 오면 행복해 하는, 살아 있고 수많은 감정을 가진 그런 존재요. 안 좋은 하루를 보낸 날 루나가 저를 반겨주면 금방 안 좋은 기억이 없어져요. 루나에게 생겼을지 모를 그 참혹한 죽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아이가 새 삶에 적응하고 점점 사는 법을 배우는 걸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해요. 루나를 살려주신 모든 분들께 사람들에게 개를 식용으로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저는 항상 몇 가지를 덧붙여 이야기해요. 그 첫째는 모든 한국인이 개식용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리고 만약 제가 저의 음식이 될 동물을 산다면 전 절대 이 구조된 개들이 살던 그런 농장에서는 사지 않을 것 같다는 거예요. 오물과 배설물에 뒤덮힌 채로 여러 질병에 노출되어 있으며, 영양실조의 상태로 살아가는 그런 동물을 말이죠. 네, 이건 정말 잔인해요. 그 뿐만 아니라 비위생적이고 더 퍼져나가서는 안 되는 산업이죠. 저는 HSI와 CFAF의 구조대 여러분에게 감사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농장주에게도 감사해요. 한 때 수 천 마리의 개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람이겠지만, 그 분이 농장을 폐쇄하겠다는 결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또 다른 수많은 개들이 그 농장에서 죽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듯 내 발 밑에서 쌔근쌔근 잠이 든 저의 소중한 루나도 없었겠죠. 그래서 전 구조팀에서 다시 농장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농장주 분에게 제 말을 전달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 분에게 당신은 용감하고 훌륭한 사람이고, 지구 건너편에 있는 한 사람이 당신이 수년간 생업으로 의지하던 영업을 포기한 것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말이죠. 만약 그 분이 지금의 루나를 본다면, 그 분도 아마 본인이 좋은 선택을 했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개라는 동물은 인간에게 한 끼 식사보다 훨씬 더 값진 존재랍니다. 저의 보물 루나가 매일 그 증거가 되고 있듯이 말이에요.? CREDIT글 데이비드사진 HSI 제공에디터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21 15: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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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개농장인데요 강아지 구조 좀 해 …
- FOLLOW여기 개농장인데요강아지 구조 좀 해 주세요? 부부가 연락을 취한 곳은 개농장 폐쇄와 전업을 지원하는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이었다. 그들은 HSI에게 농장 폐쇄와 강아지 구조를 요청했다. 부부는 농장의 주인이었다. 지옥도, 악마도 아닌 부부는 처음에는 개가 좋아 개를 키웠다고 했다. 유기되어 떠돌아다니는 소형견 아이들도 한두 마리씩 데려온 게 세어보니 스무 마리쯤 됐다.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새끼를 손으로 받기도 했다. 그러다 몇 만원이라도 받으면 좋으니 팔았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오십 마리쯤 되는 개들이 있었다. 태어나고 팔려나가는 개들을 보며 부부는 그렇게 늙어갔다. 어느 날에서야 평생 먹어왔던 개고기를 더 이상 입에 댈 수 없게 됐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서야 ‘이제는 못 보내겠다’고 생각했다. 부부가 연락을 취한 곳은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 HSI)이었다. 부부의 딸이 ‘개농장 폐쇄와 전업을 지원한다더라’며 연락처를 구해온 것이다. 그렇게 부부와 연락이 닿은 것이 한창 여섯 번째 개농장 폐쇄를 진행하고 있던 김나라 매니저였다. 그렇게 나라 씨는 부부와, 그리고 부부의 개농장과 만나게 되었다.? 보통 개농장이 실외의 뜬장에 개를 가둬놓고 키우는 반면 부부의 개들은 동굴을 닮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지내고 있었다. 다만 바닥에 톱밥이 깔려 있었고 톱밥은 개들의 오물을 모두 흡수해 눈이 시릴 정도로 끔찍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으며, 환기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사료 대신 짬밥을 먹고 마실 물 없이 지내는 처지는 여느 개농장의 개들과 비슷하긴 했다. 다만 부부는 연탄난로로 난방을 해 주고 있었다. 나라 씨는 부부에게 HSI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기관이나 회사가 아니라 시민단체고, 농장은 폐쇄 이후 동물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며, 강아지들은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된다. 부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와 그 분들이 강아지를 생각하는 개념의 접근도가 달랐던 거예요. 정말 참혹하고 지옥 같은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난방을 해 주시고, 아픈 애를 집에 데려와서 보살피셨던 건 그래도 개들에 대해 연민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본인들도 무척 힘들게 사세요. 그러면서 무척 평범하고 순박하고, 한편으로는 순수하기도 하고요.” 나라 씨는 그들을 두고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농장 폐쇄에 돌입하다 농장 폐쇄 작업은 곧 시작되었다. 우선 구조팀이 와서 아이들에게 광견병 접종 주사를 맞히며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목록을 작성했다. 주사를 맞히고도 한 달 후에나 비행기를 탈 수 있었기에, 그 동안엔 농장에 더 머물러 있어야 했다. 국내에는 개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뿐더러 방역상의 문제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폐쇄된 환경에서 지낸 아이들에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었다. 주사를 맞추며 세어 본 개들은 총 56마리였다. 온갖 개들이 다 있었다. 그 중에는 털이 엄청 엉켜서 식빵 같은 몰골을 한 조그만 강아지도 있었다.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걸레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캐멜론이라 이름 붙인 그 개는 HSI 구조대원들을 따라다니며 엄청나게 짖어댔다. 사나운걸까 싶었지만 막상 품에 안긴 강아지는 얌전했다. 캐맬론의 목에는 녹아내린 짖음 방지기가 채워져 있었고, 털과 잔뜩 엉겨 붙어 있었다. 구조대원들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짖음 방지기를 풀어주고 나서야 캐맬론은 목적을 달성했다는 얼굴을 했다.? 모두를 해방시키며 아픈 마음으로 농장에 두고 온 개들은 한 달 뒤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개들을 켄넬에 싣고 나와 트럭에 태우고, 공항으로 가고, 비행기에 타고, 미국에 도착해 약속된 보호소로 보내지는 일련의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개들을 보낸 부부는 전업 지원을 받지 않고 소일거리를 하며 살겠다고 선언했다. 고물을 모아서 고치는 일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나라 씨와 연락하는 부부는 한층 얼굴색이 좋아졌다. 얼굴이 왜 이렇게 좋아졌냐는 나라 씨의 말에 부부는 “개를 안 키워서 괜찮나봐”라고 대답했다. 개들은 대부분 입양을 갔다. 물을 마시는 법을 몰라 물을 마시는 방법을 반려인과 함께 찾는 개도 있고, 새 가족에게 마음을 못 열어 내내 켄넬에만 있다가 다른 동물 친구들과 친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천천히 거실로 나오게 된 개도 있다. 임신한 채로 미국으로 왔다가 출산을 한 후 천천히 입양수속을 밟고 있는 개도, 선글라스를 끼고 잔디밭에 누워 애교를 부리게 된 개도 있다. 어둡고 좁은 곳이 세상의 전부였던 개들은 새 땅에서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고 있다.? 나라 씨는 개들이 행복한 삶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게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포화 상태인 한국의 보호소 사정이 나아지고, 일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대형견에 대한 인식이 좀 더 자리를 잡게 된다면 그 때는 방향성을 좀 달리 할 수 있지 않을까, 농장의 아이들이 한국으로 입양 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더불어 식용견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던 아이들도, 반려견이 될 수 있는 아이들도 농장에서 식탁으로 가게 된다는 걸 사람들이 이해한다면 기회는 좀 더 많아질 것이다.? CREDIT에디터 김나연 사진 HSI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20 14: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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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풀숲 사이 개장수의 뜬장
- ON SITE버려진 풀숲 사이개장수의 뜬장? 귀를 기울여야 알 수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풀숲, 자세히 봐도 폐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희미한 울음소리를 쫓아 들어가 보니 도무지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에 아이들이 갇혀 있었다. | 인적을 찾기 어려운 산 속의 폐허. 사람의 편의에만 맞게 대충 지어놓은 뜬장이었습니다. | 뜬장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길목엔 도망치는 강아지를 잡기 위해 설치된 덫이 있었습니다. 크기도 쓰임새도 무시무시한 녹슨 덫이요. | 나무판자 몇 개로 눌러 놓은 뜬장의 윗부분은 가벼운 빗방울조차 막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아직 성견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좁은 뜬장 안에 여럿 뭉쳐 있었습니다. | 쇠창살 사이로 심하게 부패한 음식찌꺼기가 보입니다. 당장 입을 들이대는 아이들은 없지만, 극한의 굶주림에 치달을 땐 입을 댈 수밖에 없습니다. | 아이들의 눈빛은 더없이 슬프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쇠사슬에 묶인 채 1미터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 | 한 쪽엔 아이들의 식량이 담겨 있는 짬통이 보입니다. 어딘가에서 버려지던 걸 싼값에, 혹은 공짜로 가져왔을 음식물 쓰레기는 비위생적으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 성견부터 아기 강아지까지, 모든 아이들의 눈엔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한 발 다가서면 구석으로 모두 몸을 피했습니다. “두려워”, “무서워” 무성의 외침이 들렸습니다. | 개장수와 만나 오랜 시간 설득했고, 이곳의 여섯 마리의 천사가 '나주 천사의 집'으로 구조되었습니다. | 따뜻한 손길이 처음인 천사들에게 마음이 치유될 시간과 많은 관심이 절실합니다.입양 및 후원 문의 나주 천사의 집 (네이버카페/angelshousa) CREDIT글 사진 김경모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18 12: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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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여름의 초입 강아지와 산책을 준…
- CULTURE따뜻한 여름의 초입 강아지와 산책을 준비하는 당신께ⓒ 박애진 산책길에는 리드줄을 하나 잡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질감이 달라진다. 산책길의 풍경, 만나는 생명들, 그리고 행복에 겨운 발걸음을 걷는 내 강아지까지. 그리고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마음을 하게 되는 반려인 스스로도. 강아지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산책길을 상상하며 곱씹어주기를 희망하는 네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철학VS철학 강신주, 2010 우리는 모두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책을 철학사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게, 강신주는 각 주제를 두고서 동양의 현대 철학자와 서양의 옛 철학자를 대립시키며 주제에 대한 상반 된 의견을 내보이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가로지르는 철학자들을 둘씩 짝 지어 인류가 절대 정답을 내리지 못할 난제에 ‘대답’을 하는 식으로 저술 한 책. 어쩌면 좀 고약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한 이 책은 그래도 독자가 철학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이드가 되어 주고는 한다. 언젠가 고향집의 덩치 큰 강아지와 산책을 나섰을 때 길을 잃었던 생각이 난다. 하필이면 모르는 동네에서, 처음 보는 노인에게 “왜 이 큰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냐,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는 타박을 받았다. 화가 나지만 노인을 공경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고개를 숙였어야 했을지- 인간 대 인간으로, 당신은 비합리적인 태도로 나와 내 반려견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노라고 말했어야 했을지. 우물쭈물 생각하는 사이 나와 내 옆으 로 노인은 혀를 쯧쯧 차며 지나갔다. 후자를 선택해야 했다는 건 집으로 돌아오면서야 간신히 알았다. 어쩌면. 내가 ‘정답이 없으니, 중립적인 마음으로 읽자’고 대했던 이 책 을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의 대답을 했었더라면. 인간 근본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예시를 생각하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미리 정해놓았더라면. 그렇다면 나는 무례한 언행으로부터 내 강아지를 위해 항변이라도 할 수 있는, 산책길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글 김나연? 이사(移徙) Move 윤상 4집 <이사>, 2002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없을 때… 산책을 나서는 이유 한 곳에 오래 못 있겠다. 이따금 거처를 옮기며 새로운 공기를 마셔야 한다. 푼돈을 모아 잠시나마 해외로 나가거나, 하다못해 고시원에라도 기어 들어가 칩거했다. 그렇게 새로이 시작해야 한 발짝이나마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리셋 증후군이다. 윤상의 ‘이사’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전부 가져가기엔 너무 무거운 너의 기억들을 조금 남겨두더라도 나를 용서해.’ 내겐 이 말이 조금 치사하게 들린다. 외려 남겨두고 갈 수 있기 에 터를 자리를 옮기는 거니까. 버린 자리가 나야 비로소 새로운 것을 채워 넣을 수 있으니까. 몇 년 전, 강아지를 반려했을 때만 해도 내 삶에 역마살 같은 건 끼어들지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이 차오를 때마다 딱 그만큼 버려내는 노하우가 그때의 나에겐 있었다. 방법은 잠시간의 외출, 강아지에겐 산책이었다. 강아지에게 목줄을 채우고 현관을 나서며 맡는 공기는 나날이 달랐고 나는 수분과 온도의 차이, 바람의 세기 따위를 충분히 분간하며 즐길 줄 알았다. 마음 곳곳에 닫혔던 창문은 활짝 열어 환기했다. 무책임한 자유 속 에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그 시절엔 없었다. 그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치지 않았던 건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할 일말의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디론가 떠나고픈 사람이 있다면, 지난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잠시라도 좋으니 강아지와 이기적인 산책에 나서자. 강아지와 걷긴 해도 가끔은 당신을 위한 시간으로 쓰면 좀 어떠나. 그럼에도 리드줄 을 꽉 잡아야 하는 건 강아지의 안위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속할 최소한의 의지이기에 그렇다. 강아지를 위해서든 당신을 위해서든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글 김기웅? 허니와 클로버 ハチミとクロ?バ? 우미노 치카, 200 “다 같이 도시락 싸가지고. 카메라도 가지고. 사진도 많이 찍고. 틀림없이 엄청, 재미있을 거야.”?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초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꿀과 클로버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구절에 착안하여 진행되는 영화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어있는 초원을 ‘청춘’에 비유하며 청춘을 구성하는 꿀과 클로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물론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 초원이란 푸르른 청춘 그 자체다. 작품 속에서 다루는 미대생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울며 웃으며 고뇌한다. 그림의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라이벌에게 이길 수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닿을 수 없어서. 나는 청춘을 논하기엔 조금(?) 늦었으므로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대입하며 이야기를 감상했다. 그리고는 이윽고 내 인생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두 가지 요소들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더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집 개린이들이 아니고 무엇이랴. 주말마다 강아지들과 산책을 나설 때면 생각한다. 한없는 순수함을 품고 있었던 청춘시절과 강아지들을 앞에 마주한 지금의 내 모습이 비슷하다고. 또한 감동한다. 꿀보다 농밀하고 클로버 잎보다 가슴 뛰는 것들과 내가 함께 하고 있음에. 추운 날씨가 걷히고 따사로운 햇살이 온 땅 위에 만연하게 되면 나는 아마도 조금 더 전율하게 될 것이라 예감한다. 이미 지나쳤다고 생각했던 초원 위를 사실은 여전히 강아지들과 함께 뛰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글 장수연 나의 아저씨 Mon Oncle 자크 타티 감독, 1958 고급스러운 쿠션, 좋은 장난감보다는 그대와 함께하는 시간? 세련된 디자인 가구와 갖가지 자동시스템으로 꾸며진 만능주택에 살고 있는 한 부부가 있다. 그들은 호화로운 저택에서 사회적 입지에 걸맞은 문화적 삶을 향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집의 외동아들은 남모르게 자신의 환경에 불만을 품고 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이 공 간은 그저 갑갑하고 지겨울 뿐이다. 그에겐 독특한 삼촌이 하나 있는데 그가 바로 영화의 주인공 ‘윌로’ 씨이다. 그는 어수룩하고 엉뚱한 사람이 며 덩굴과 이끼가 감싸 안은 건물과 시끌벅적한 시장, 동네 꼬마 친구들 과 떠돌이 강아지들 속에서 함께 살고 있다. 소년은 자신의 환경과 판이 하게 다른 삼촌의 세계에 매료된다. 우리는 그래도 아직 스스로가 순수한 편이라고 믿고 싶지만,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윌로 씨 보다는 소년의 부모님의 가치관으로 생각하고 행 동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양육하는 대상에게 좀 더 좋은 걸 먹이고 고급스러운 쿠션에서 재우지 못해서 미안하고, 좋은 장난감을 사주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한다. 정작 그들이 원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닌데 말이다. 대부분의 반려견은 윌로 씨와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게 무엇보다 행복한 소년과 닮아 있을 것이다. 강아지들은 잔뜩 갖춰진 공간보다도 그저 함께 누리는 ‘자유’를 원한다. 네 발로 마음껏 흙을 밟고 넓은 곳을 달리며 풀 냄새를 맡는 즐거움과 그걸 나눌 수 있는 반려인만 곁에 있다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려견이 행복하길 원한다면 큰 욕심 부릴 필요 없다. 흥행 영화나 멋진 전시회는 잠시 미뤄두자. 이번 주말, 배변봉 투와 물통, 간식을 챙겨서 반려견과 함께 교외 나들이를 나가보는 건 어 떨까? 글 우서진 CREDIT에디터 김나연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6-19 12: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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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목줄, 그 부드럽고 강인한 세계
- EDITOR’S PICK강아지 목줄, 그 부드럽고 강인한 세계 강아지와의 산책에서 필수품을 꼽으라면 단연 목줄이다. 그 중에서도 면 소재로 만든 목줄은 부드러운 촉감으로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가죽이나 스텐 등과는 달리 다양한 무늬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 중 하나. 즐겁고 유쾌한 산책을 위한 면 목줄을 소개한다. 01 코브라 버클 목걸이 25kg 미만의 소·중형견을 위해 마련된 튼튼한 목줄. 반 려견의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드러운 면 재질 의 웨빙을 소재로 해 모든 절단면을 특수처리 마감 처리 했다. 원터치 방식의 코브라 버클을 이용해 손쉽게 체결 이 가능하다. 특히 이 버클은 군수(Military)와 재난 구조 를 목적으로 필요한 안전장비를 생산하는 유럽 오스트리아의 오스트리알핀사에서 만들어졌는데, 최소 360kg 에서 최대 2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어 지구 상 가장 강하고 안전하다고 인정되고 있다. 면 재질이지만 쉽게 늘어나거나 때가 타지 않는 점이 돋 보인다. 스포티한 느낌의 웨빙과 더불어 강렬하고 직관 적인 색감의 코브라 버클 목걸이는 등산이나 수영 등 활 동적인 취미를 지향하는 반려견에게 더없이 어울릴 것 같다. 목걸이와 세트로 사용할 수 있는 리드줄은 별도로 판매 중인데, 꼭 같은 색깔로 맞추지 않고 다른 색깔을 선 택해 믹스매치 해도 좋다. 덧붙여 리드줄 손잡이 부분의 고리에 배변 봉투 등 취향에 맞는 악세사리 등을 매달 수 있다는 것도 편리한 점 중 하나다. 02 플로럴 목줄?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과 아름다운 무늬가 돋보이는 목줄 이다. 이 우아한 플로럴 컬렉션 목줄은 소형견은 물론 대 형견도 착용할 수 있다. 타피 강아지 플로럴 목줄은 아트 패브릭(Art fabric)으로 불리는 영국 리버티 원단을 사용 하고 있다. 체결하는 부품으로는 미국에서 수입한 신주 (solid brass)로 만들어지는 금속을 사용하는데, 매우 견고할 뿐더러 아름다운 본연의 색을 자랑한다. 특허 기술로 오랜 시간 녹슬지 않아 강아지들에게 더욱 안전하다. 전체적인 디자인과 색감의 디테일이 우수하다. 같은 디자인에 다른 색깔만 입힌 목줄이 아니어서 제품 하나하나에 대한 고민과 정성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플로럴 무늬라 단색 털을 가진 견공들에게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했는데, 의뢰로 투 컬러 이상의 털을 가진 견공들에게도 우아하게 매치 할 수 있다. 귀여운 나비넥타이도 목줄의 아름다움에 한 몫 하고 있다. 그리고 단언컨대, 실물이 훨 씬 예쁘다. 03 코비 골드 칼라 100% 면 소재의 웨빙을 기본 소재로 삼은, 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아우르는 사이즈로 준비된 목줄이다. 단순한 모양일수록 더욱 돋보이고 세련될 수 있다는 철학을 담 아 V자 패턴이 반복적으로 교차되는 디자인으로 단정하면서도 동적인 인상을 준다. 같은 디자인인데도 목줄에 들어가는 색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이 목줄에 서 눈여겨 볼 매력이다. 더불어 두께감 있는 웨빙과 볼륨 감 있는 금속 버클은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 섬세 한 디테일과 더불어 높은 품질을 대변하고 있다. 깔끔한 디자인에 튼튼한 버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은 반려인의 홀쭉한 지갑도 거뜬히 열게 만드는 마성을 갖고 있다. 특히 블랙 컬러의 목줄은 골드 체인과 어우러져 도도하고 시크한 느낌을 주는데, 털이 까만 강아지와 매치시키면 그 매력이 더욱 시너지 효과를 얻어 돋보일 요량이다. 적당한 두께감과 폭을 보이는 웨빙도 안정적이고 튼튼한 인상이라 듬직한 대형견에게 선물해주면 사뭇 행복할 것 같다.? CREDIT에디터 김나연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6-19 11: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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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살 노령견 흰둥이의 방울 소리
- ESSAY13살 노령견 흰둥이의 방울 소리 흰둥이는 13살, 그러니까 나이가 조금 많은 강아지다. 10살이 넘어도 혈기왕성하게 잘 놀았고 에너지가 흘러넘치던 흰둥이는 지난해 봄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단계는 아니었지만, 한동안 절뚝거리며 걷는 흰둥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개들은 주인의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금세 알아채고 그 슬픔을 똑같이 느낀다기에 애써 눈물을 감춰야만 했다. 병원에서는 하루 한 번 15~30분 정도의 평지 걷기를 권 했다. 그 후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내리는 때가 아니면 매일 하루 흰둥이와의 산책을 나선다. 왕방울이 달린 목걸이와 하네스를 차고 진드기 방지 미스트를 흰둥이 털에 뿌린 후 배변봉투가 담긴 작은 가방을 메면 우리의 산책 준비가 완료된다. 흰둥이 방울소리가 울려 퍼지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오는 것이 우리의 산책의 전부지만, 흰둥이의 발걸음에 맞춰 딸랑이는 방울 소리는 마치 마법처럼 특별할 것 없는 산책로를 즐겁고 유쾌하게 만든다. 채 한 살이 되기 전의 흰둥이는 외출 자체를 어려워했다. 산책은 물론 차타는 것도 벌벌 떨었다. 세 살 무렵에는 산책의 재미를 알고 나를 무지막지한 힘으로 이끌었다. 그러던 흰둥이와의 산책이 조금 수월해진 건 5살 무렵부터였다. 그 당시 흰둥이를 위해 가끔 산을 찾을 때면 흰둥이는 산길을 쉼없이 뛰어갔다. 산이며 들이며 달랑달랑 방울 소리를 울리며 내달렸다. 그렇게 앞서 가다가도 느려진 내 발걸음에 멀어지거나 “흰둥아~” 하고 부르면 한달음에 나에게로 달려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재촉했다. 문득 그때가 생각나 “흰둥아, 조금만 더 가 볼까?”라고 물으면 흰둥이는 그만 집으로 가자는 듯 뒤돌아선다. 그 모습에 가끔은 서글퍼 질 때가 있다. 아쉬운 산책을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기며 돌아서던 흰둥이였는데 얼마 전부터는 그 길에 아쉬움을 두고 돌아오는 건 내가 더 많아졌다. 작년 관절염 진단을 받고부터 강아지 유모차를 마련하기 위해 검색을 하고 있다. 그럭저럭 1년 동안은 없이도 잘 지냈는데 갑자기 흰둥이가 지금보다 걷는 걸 싫어하거나 힘들어져 우왕좌왕하지 않기 위해 더 늦기 전에 미리 준비하려 한다. 요즘 들어 흰둥이의 노후를 맞이하는 내가 조금만 더 그때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슬픔과 두려움에 생각하기 싫어 애써 외면한다고 시간이 더디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그리 쉽게 담담해지지는 않는다. 다행히 치료에 효과를 보이며 절뚝거리던 다리도 서서히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한 계절이 지나자 절뚝거림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흰둥이는 조금 오래 걷거나 신이나 무리해서 뛰면 다시 절뚝거린다. 그럴 때면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걱정스러운 마음 에 바라보면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듯 풀 죽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흰둥이의 모습에 “괜찮아 괜찮아, 그렇지?” 라며 나 스스로를 달래듯 흰둥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산책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찍 돌아가는 길을 서글퍼하기엔 아름다운 날들이 아직 많다. 파란 하늘에 훨훨 새가 날아오르고, 이름 모를 풀에 피어난 소담한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춤을 추는 나뭇잎들과 멀리 산등성이를 따라 넘어가는 하얀 구름을 잠시 바라본다. 우리는 말이 없지만 걸어왔던 꽃길을 따라 천천히 또 나란히 발걸음을 맞추며 되돌아간다. 그렇게 나와 흰둥이는 지금의 순간을 묵묵히 쌓아가고 있다. 그래도 흰둥이가 유모차에 타고 산책 가는 날이 천천히 오기를 바란다. 그때가 되면 흰둥이의 경쾌한 발걸음에 맞춰 온 동네를 울려 퍼지던 지금의 이 방울소리가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CREDIT글 모레 그림 우서진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6-13 09:5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