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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5-15 10: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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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5-04 12: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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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4-18 10: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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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4-11 10: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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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4-10 10: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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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3-30 10: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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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3-29 10: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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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할 수 있는 기회
- Essay선택할 수 있는 기회 얼마 전 아는 이들 몇몇이 만나 그런 이야기를 했다. 어린 시절이 그립지 않다고. 30대, 40대에 이른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10대는 아무 것도 몰랐고, 20대에는 내가 다 아는 줄로만 알았던, 그렇게 바보 같던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여태껏 밟아온 걸음들, 하나씩 이뤄놓은 것들을 되돌리는 건 막막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의 기회를 얻게 된다면 어떨까. 어릴 때는 선택의 길이 너무나 많아서 몇 가지는 아예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쳐버리기도 했다. 눈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의 갈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얼마나 해볼 것인지를 나에게 물었다. 그냥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선택할 것인지, 혹은 청춘을 걸어볼 것인지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뭐 어떤가, 아직도 안 가본 길이 이렇게 많은데. 온몸에 모래를 묻히고 놀면서도 뒷일은 걱정하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다. 도전에 대한, 노력에 대한 기회가 아니라 단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시간도 아마 그때였다. 몸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고 고개를 들면 금방 또 다른 재미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눈앞에는 아직도 길이 놓여 있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주변에 풀이 자라고 나무가 우거져서 일부러 보려고 해야만 보인다. 어른이 된 우리는 이제 내가 가려는 길을 들여다보는 일, 그리고 찾아내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또 한 번쯤, 어린 시절처럼 모래밭을 걱정 없이 뒹구는 날도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CREDIT글·?사진 지유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05-15 10: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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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겨진 사람들 | 우리 집 영원한 막내…
- PET LOSS : 남겨진 사람들우리 집의 영원한 막내 딸, 몽실이에게 몽실아, 안녕. 무지개다리 잘 건너서 친구들 있는 곳에 잘 도착했니? 네가 처음 우리 집에 왔던 그 날이 생각난다. 큰 언니가 고등학생 때 강아지가 너무 키우고 싶어서 펫숍에 들어갔다가 널 만났지. 천 원, 이천 원 모아서 3개월 된 아가인 널 데려왔어. 숍에선 네 남매들 중 네가 제일 못생겼다며 4만원에 데려가라고 했는데, 언니들 눈에는 네가 어쩜 그리 예쁘던지 서로 널 안고 있을 거라며 싸우기도 많이 했었지. 넌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쁜 아이였단다. 나이를 먹으면서 여러 번의 수술도 했지만 그때마다 잘 견뎌주고 버텨준 것에 늘 감사했어. 작년부터 자주 아프기 시작하더니 심장비대증 때문에 심장약을 평생 먹어야 했고, 어릴 때 수술한 눈에 다시 궤양이 생겨 한 쪽 눈을 적출하는 수술도 받았지. 수술 후 중심을 못 잡고 걷지 못하는 너에게 한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주사기로 억지로 먹여 보고 중심 잡는 운동도 시켰는데, 언니가 널 더 아프게 한건 아닌지 그게 제일 미안하고 가슴 아파. 네가 떠나기 이틀 전, 상태가 너무 안좋다는 말에 언니는 널 끌어안고 울기만 했어. 집에 와서 언니가 했던 말 기억하니? 아직은 못 보낸다고, 조금만 더 옆에 있어 주라고… 우는 나를 쌕쌕거리면서 한참을 빤히 바라보던 너의 눈빛을 언니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날 밤, 네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네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직감했어. 다음날 동물병원에 다녀와서 “우리들 걱정하지 말고 편히 가~ 힘들면 언니들 생각하지 말고 가도 돼, 몽실아” 했더니 알아들은 듯 눈을 깜빡거리던 너… 힘들어하는 널 안아주니 기다렸다는 듯이 언니 품 안에서 눈을 감은 너를, 다시 붙잡아 보려고 코에 바람도 불어보고 몽실이 간다고 소리지르며 막 울었지. 서서히 멈춰가는 몽실이 심장의 마지막 두근거림을 난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몽실아. 마지막 가는 길에 네가 떠난 것이 안 믿긴다고 내가 너무 많이 울어서 편하게 못 간 건 아니겠지? 장례식장 가는 내내 눈물이 나고, 낯선 너의 영정사진 앞에서도 한없이 울게 되더라. 언니 손으로 직접 관에 눕혀주고 수의도 묶어서 보냈어! 그렇게 화장하러 들어가는 순간 우리의 지난 14년의 시간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가더라. 못난 주인 만나서 고생만 시킨 건 아닌지, 아픈 거 알면서도 가지 말라고 떼쓴 건 아닌지, 못 보낸다고 우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준 건 아닌지, 그래서 네가 걱정하면서 떠났을까봐 그게 마음에 제일 걸린다. 거기선 아프지 않고 행복하지? 언니는 너 보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한 마음에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 너는 아직도 언니한텐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고 코끝이 찡한 존재다. 네가 이 세상에 있든 없든 넌 언제나 언니의 첫사랑이고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니까. 사랑하는 몽실아, 네가 떠나고 없는데도 우리 집은 아직 다 그대로야.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네가 티비 옆에 작은 스톤과, 액자가 되었다는 거야. 언니들 마음에, 그리고 할머니, 아빠, 엄마 마음에 너는 영원히 막내딸로 남아있을 거야. 우리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웠고, 너 때문에 너무 행복했어. 말로는 표현 못할 만큼. 네 아픔까지 대신 아파주고 싶었던 언니 마음을 잊지 말고 부디 하늘에서 편하고 행복하고 아프지 말자.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잘 지내야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너를 사랑하는 막내 언니가- CREDIT글 조현경편집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5-04 12: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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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빡빡이도 복실이도 이젠 괜찮아?
- LITTLE AND OLD DOG초보 반려인의 일기?빡빡이도 복실이도 이젠 괜찮아? “강아지 미용 다 됐어요. 데리러 오세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우리 집 강아지의 첫 미용 날이었다. 새끼 강아지들에게 온몸을 미는 배냇미용이 충격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덥수룩한 털이 두 눈을 덮어 미니 바야바 같던 녀석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근처 카페에 초조하게 앉아있다 전화를 받고 서둘러 짐을 챙기는 나의 모습은 마치 아내의 순산 소식을 들은 초보 남편 같았달까. 그렇게 불안 또 설렘을 안고 들어선 미용실. 그 안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개 한 마리가 서 있었다.? ? “얘가 정말 우리 집 강아지에요? 다른 애 아니고?” 미용실에서 멀쩡한 강아지를 바꿔치기 할 이유는 물론 없었다. 게다가 나를 반기는 것 보니 맞기는 한 것 같은데 어째 쉽게 확신이 가질 않았다. 분명 내가 데려온 강아지는 앞이 보일까 염려될 정도의 복실이였는데, 이 녀석은 짧고 까만 털이 오골계를 연상케 하는 빡빡이가 아닌가. 눈앞에 펼쳐진 비주얼 쇼크에 당황한 나는 강아지를 안아들면서도 표정관리를 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했다. 미용사 분께 강아지가 느낄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털을 길게 남겨달라고 우겼는데, 이건 뭐 내 정신적 충격이 더 크게 온 것 같다.? 어쨌든 피부에 상처도 없고 기분도 좋아 보이니 다행인 거겠지. 나는 이발을 마친 강아지를 포대기에 넣고 미용실을 나섰다. 집으로 향하는 육교를 건너며 우리는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녀석은 자신을 무서운 곳에 데려간 내게 삐진 듯 풍경만 바라보았다. 나는 나대로 처음 본 강아지의 모습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며, 고생한 강아지를 위해 준비해 온 간식을 주섬주섬 꺼내 먹였더니 녀석은 마음이 풀렸는지 까만 눈동자를 대록 굴려 나를 본다. 미지근한 봄바람이 강아지의 짧은 뒷머리를 부드럽게 쓸고 지나갔다.? ? 집에 도착한 강아지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화장실이었다. 마치 제 집인 듯(?) 능숙하게 배변패드를 찾아 볼일을 보는 순간, 나는 그제야 이 녀석이 내 강아지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몇 시간 동안의 미용에 지친 녀석은 물을 벌컥 벌컥 마시더니 곧 잠이 들었다. 나는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이대론 이 녀석을 잃어버려도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나와 강아지는 함께한 지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또 아직 어린 나이라 큰 성격적 특징이랄 것도 발견되지 않은 게 맞다. 하지만 아마도 나는 그 때부터,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내 강아지의 모습을 눈에 담자고 결심했던 것 같다.? 빡빡이가 된 강아지는 가족들에게 멘붕을 안겨줬지만, 덕분에 녀석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뜯어볼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었다. 털에 가려져있던 우리 집 강아지의 눈은 귀여운 아몬드 모양이었다. 까만 눈동자는 바둑알을 닮았지만 햇살 아래에선 예쁜 다갈색으로 물들었다. 털은 새까만 것보단 먹색에 가까웠다. 코와 입가엔 눈과 마찬가지로 다갈빛 털이 부숭부숭 나 있었는데, 깎아도 다시 자라는 걸 보니 원래 그런 것 같았다. 네 다리는 길쭉길쭉하니 모델견이 따로 없었다. 먹는 게 전부 다리로 가는 듯했다.? 외양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습관도 생겼다. 뽀뽀를 좋아하는 이 녀석은 종종 가족들의 입술에 찐한 그루밍을 선사하는데, 도망가지 못하도록 양쪽 발로 얼굴을 꽉 누른 채다. 또, 이불 속에 들어가 자는 것을 즐기는지라 누워있는 내 어깨 옆에 서서 이불을 들춰주길 기다리곤 한다. 그런데 꼭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 쪽으로 나를 꾹꾹 밟고 지나간다. 그럴 거면 그냥 애초에 오른쪽 어깨 옆에서 기다리면 안 돼? 비록 4kg의 아담한 몸무게지만 작은 발로 누르면 솔직히 아프다. 저런 못된 행동은 도대체 누구한테 배운 걸까? 산책 나갈 때, 엘리베이터가 채 열리기도 전에 주둥이부터 밀어 넣는 걸 보면 성격이 꽤 급한 것 같다. 공원에선 힘차게 줄을 잡아당기고, 새로운 강아지를 만나면 엉덩이 냄새 맡기에 바쁘다. 하지만 씩씩하고 호기심은 많은 주제에? 소심해서 자기 엉덩이 냄새는 절대 허락하지 않는 얄미운 면모를 보인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안방부터 뛰어 들어간다. 곧 비명이 울려 퍼지면 강아지가 누워있는 부모님의 입술을 급습했다고 보면 된다!? 이제 겨우 두 살 다 되어가는 강아지에게서 발견한 습관이 벌써 이 정도다. 앞으로 남은 십여 년의 세월 동안 우린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모습을 발견하게 될까? 내 강아지의 새로운 습관을 알아갈수록 이 작은 존재와의 유대감이 끈끈해지는 걸 느낀다. 복실이건 빡빡이건 이젠 상관없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우리 사이에 켜켜이 쌓인 세월이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게 해줄 테니까 말이다. 아, 물론 앞으로도 미용 직후엔 조금 놀라긴 하겠지만.? CREDIT글 이수빈그림 우서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4-18 10: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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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던함 가득한 부부의 파티룸에서
- LIVING WITH DOGS 모던함 가득한 부부의 파티룸에서내 방이 생긴다면… 내 집을 갖게 된다면… 작은 바람들은 꿈과 로망으로 커져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유성, 윤미 씨 부부의 집은 오래 전부터 그들이 하나 둘씩 그려온 미래들을 아낌없이 실현한 장소다. 끝없는 특별함으로 무장한 파티룸. 때로 부부는 자신들의 집을 그렇게 부른다. ? 로망이 실현된 꿈같은 공간 현관문을 열자마자 하얀 말티즈 두 마리가 우렁차게 짖으며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알록달록 물방울 무늬 옷으로 멋을 낸 ‘미호’와 ‘미르’. 낯선 방문객에게 뛰어오르며 절대적인 사교성을 선보이는 아이들에게 맞춤처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환대를 받으며 들어선 거실은 마치 호텔을 연상시키는 모던함으로 가득했다. 절제된 색감과 동선을 따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배치된 가구들. 거실 한 켠에 놓인 강아지집도 거실 분위기에 꼭 맞아떨어지는 세련된 디자인이어서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드넓게 트인 베란다 밖으로 국회의사당, 63빌딩, KBS홀 등 여의도의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유성·윤미 씨 부부는 한강 야경을 바라보며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장소에 신혼집을 장만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벅차올랐을지.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발견한 아름다운 가죽소파를 중심으로 부부는 전반적인 집 분위기를 소파의 이미지에 맞췄다. “그런데 저희가 하고 싶은 대로 견적을 내보니 정말 터무니없이 가격이 올라가더라고요. 차라리 내가 직접 해보자! 하고 결심했죠.” 그 후 유성 씨는 인테리어 관련 사이트에 가입하여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전문 지식은 부족했지만 예전에 직접 스노보드 디자인을 해 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셀프 인테리어는 계획적으로본격적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하고 나니 해야 할 일이 한가득이었다. 유성 씨는 우선 꾸미고자 하는 집의 콘셉트를 잡고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 기획서를 만들었다. 일 년이 넘게 걸린 이 작업에서는 콘셉트 수정만 해도 무려 열두 번이나 이루어졌다. 그 다음으로는 세밀한 일정 파악이 중요했다. 어디까지 스스로 해결하고, 어디서부터를 전문가에게 맡길지도 고민해야 했다. 디자인이나 소재 등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방향을 잃고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었다. 업체를 통하지 않고 전문가를 찾는 것 또한 발품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었다. 홈 바, 영화방, 드레스룸. 부부가 꿈꿔왔던 로망들이 조금씩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성 씨가 좋아하는 소품들로 가득 찬 서재와 윤미 씨가 가지고 싶어 했던 조명 달린 화장대도 빠짐없이 실현되었다. 그 중에서도 베란다에 설치된 야외욕조에서는 야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스파를 즐기거나 기분 좋은 햇살을 받으며 미호, 미르의 목욕을 시키는 즐거움이 크다. 근래에 인기인 따뜻한 감성의 북유럽 스타일을 떠나 부부가 집을 꾸미는 데 사용한 것은 그레이, 화이트, 메탈 이 세가지뿐이다.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에는 간접 조명을 사용하거나 심플한 소품들을 배치해 주는 것으로 안정감을 줬다. 바닥과 식탁은 같은 소재를 사용하여 통일감을 유도했지만 자칫 미호와 미르에게 미끄러울 수 있기에 군데군데 러그를 깔아서 다리를 보호해 주고 있다. 타일 바닥은 대소변 실수가 잦은 아이들이 애꿎은 장소에 실례를 했을 때에 청소하기에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집을 꾸민다는 것은“누구나 셀프 인테리어를 할 수 있어요. 실행에 옮기실 때는 주저하지 마시고 하고 싶은 걸 최대한 이뤄 보세요. 저희 집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파티룸입니다.(웃음)” 부부는 셀프 인테리어란 단순히 예쁜 집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족들이 더욱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여긴다. 옷장 손잡이 하나를 내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이 더 풍족해지는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유성 씨와 그런 유성 씨의 인테리어를 곁에서 세심하게 조언하며 도왔던 윤미 씨. 미호, 미르까지 합세해서 늘 한 침대에서 다 같이 껴안고 잠든다는 부부에게 이제 집은 추위와 더위에서 몸을 피할 수 있는 공간임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현실에서 로망과 꿈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서 그렇게. CREDIT글 장수연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04-11 10: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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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러운 미식가, 네 이름은 뽀빠이!
- HOT DOG사랑스러운 미식가 네 이름은 뽀빠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식탁 위의 푸짐한 음식. 거기다 사랑스러운 강아지까지 있다면! LA 맛집 곳곳을 누비는 아이비와 닉슨, 그리고 뽀빠이의 테이블로 당신을 초대한다. 미식가 뽀빠이를 소개해주세요.?뽀빠이는 3년 전 길거리에서 버려진 채로 발견되었어요. 주인도 찾을 수 없었고 입양하겠다는 사람도 없었죠. 뽀빠이한테 정이 들어서 결국 저희가 입양했어요. 뽀빠이는 외출을 참 좋아해요. 드라이브도 좋아하고요. 언제나 저희와 함께 있고 싶은 것 같아요. 하루는 친구가 제게 뽀빠이 인스타그램을 해보라고 추천해줬어요. 뽀빠이가 사진발이 아주 잘 받는다면서요. 저는 조금 색다르게 해보고 싶었어요. 저희가 뽀빠이를 데리고 자주 외식하다 보니 식당에서 사진을 많이 찍거든요. 그래서 ‘뽀빠이 앤 푸디(foodie)’라는 콘셉트의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죠. 여기 LA는 날씨도 아주 포근하고, 무엇보다 반려동물의 출입이 허용되는 식당들이 아주 많거든요. 순서가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의 소개도 부탁할게요.?제 이름은 아이비(Ivy), 제 남편은 닉슨(Nickson)이에요. 저희는 뽀빠이 말고도 강아지 세 마리를 더 키우고 있어요. 남편이나 친구들과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고, 음식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뽀빠이와 음식 사진을 함께 찍게 되었어요. 뽀빠이와의 첫 만남이 궁금해요.3년 전, 길거리에 버려진 채 떠돌아다니던 강아지를 출근길에 우연히 발견했어요. 불렀더니 다가오더라고요. 순순히요. 씻지 못해서 지저분한 상태에 체중도 얼마 안 나가 보였어요. 동생한테 퇴근할 때까지만 잠깐 봐달라고 부탁했더니 동생이 바로 강아지를 데려가서 깔끔하게 목욕시켜주고 털도 다듬어줬어요. 제가 이미 강아지를 세 마리 키우고 있던 터라 한 마리 더 키울 생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수소문해 봐도 반려인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뽀빠이한테 정이 많이 들어서 결국 저희가 키우기로 결정했죠.?? 실제로 뽀빠이의 음식 취향이 궁금하네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요? 정말 ’미식가’인지?입맛은 단순해요! 특히 치킨을 좋아해서 사진 찍을 때 치킨을 잘 이용해서 사진을 얻어요. 특히 맥도날드의 치킨 너겟에 유독 집착해요. 다른 아이 몰래 뺏어 먹은 치킨 너겟이라 그런가 봐요.(웃음) 한국은 아직 강아지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많지는 않아요. 반려동물의 출입을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아서 자칫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살 수 있죠. LA는 어떤 분위기인가요?여기 LA는 기후가 아주 좋고,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테라스가 마련된 식당이 많아요. 물론 모든 식당이 반려동물의 출입을 허용하지는 않아요. 보건법에서도 아직 반려동물의 실내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도 반려동물 전용 야외 테라스가 마련된 식당만 이용할 수 있어요.강아지와 함께 식당을 가거나 공공장소를 갈 때 가장 유의해야할 점은 무엇일까요?제발 자기 강아지의 용변은 꼭 치워 주세요! 모두가 나만큼 내 강아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해요. 다른 사람들이 강아지와 함께 의자에 앉고 싶지 않은 것 같으면 저희는 강아지를 이동 가방 안에 넣어두어요. 강아지에게 음식을 가려서 주는 것도 중요해요.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여야 해요. 또 강아지가 너무 시끄럽게 짖거나 방해할 때는 잠시 강아지를 데려가서 산책을 시켜주면서 진정을 되찾게끔 해요. ?? 뽀빠이는 두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가요?뽀빠이가 우리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굳게 믿는 만큼, 저희도 뽀빠이를 만난 게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거든요.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댓글을 달아요. 뽀빠이를 보는 재미에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그런 댓글이요. 뽀빠이가 치료견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는 치유의 존재가 되고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 저희도 뿌듯해요. 뽀빠이의 이야기처럼 갈 곳 없는 많은 동물들이 좋은 분들을 만나 사랑과 우정을 전해주길 바라요. 뽀빠이가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듣고 두 분에게 어떤 말을 할 것 같나요?“우리 다음엔 어디 가서 뭐 먹어요?” 뽀빠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Instagram / popeyethefoodie CREDIT글 우서진 번역 한란 편집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 ?
- STORY | 2017-04-10 10: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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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차선 도로 위를 달리는 강아지
- ESSAY8차선 도로 위를 달리는 강아지 강아지를 키운다면 한 번쯤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품종이 뭐냐는 물음.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할 말이 궁해졌다. 구피가 잡종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잡종이라도 어떻게든 설명해 줄 수는 있었다. 그저 그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뿐이다. 친구나 가족의 프로필을 물을 때 누구도 국적이나 인종을 묻지 않는다. 그 강아지는 내가 처음 사귄 ‘털친구’였기에 친구로서 필요한 정보 이외엔 별 관심이 없었다. 이제부터 짧게 적고 갈 이야기는 유년기에 만나 깊게 사랑하다 헤어진, 한 강아지의 죽음에 얽힌 얘기다. 무식한 반려인, 영리한 강아지 구피는 어머니 친구네서 키우던 강아지였다. 그 가족엔 장난 많고 거친, 나와 또래인 두 형제가 있었는데 강아지가 그들에게 구박을 하도 많이 받자 이사를 계기로 우리 집에 넘기고 간 것이었다. 구피는 참 순해서 물지도 짖지도 않았다. 다리는 짧고 허리는 길었는데 얼굴은 어울리지 않게 늠름했고 귀는 들개처럼 뾰족했다. 꼬리는 몸통만큼이나 길어서 대충 손을 뻗어도 턱, 하고 잡혀 들었다. 참 재미있게 생긴 친구구나 생각하고는, 우리 형제들도 그쪽 형제들 못지않게 거칠게 뛰놀았던 기억이다. 지금은 강아지용 사료나 용품들이 잘 구비되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강아지는 인간이 남는 밥을 먹는 잔반 처리반이었다. 이렇다 할 반려 정보도 찾기 힘든 때였다. 이제 생각해 보면 나와 우리 가족 역시 구피에게 그리 좋은 주인은 못됐다. 바르고 배려 있게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귀여우면 소리를 지르며 놀라게 했고, 목줄 없이 동네에 풀어놓은 채 방치하기도 했다. 파닥대는 꼬리는 인간을 위한 손잡이인 줄 알았고, 먹던 음식을 옜다 하며 던져 주기도 했다. 구피는 그런 무식한 대접에도 잔병 치레 없이 건강해 줬고, 목줄 없이 외출한 후에는 알아서 집에 돌아오는 영리한 강아지였다. 이별한 날에 헤어지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 시간이 구피에게 정말 즐거운 기억이었을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시간에 마침표를 찍은 건 다시, 구피를 건네 줬던 어머니 친구 분이었다. 살던 곳으로 돌아 온 그의 가족은 다시 강아지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유를 듣자 하니 천덕꾸러기 형제들이 구피가 사라진 후 연일 서럽게 울며 심지어 삐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다시 이사온 것이 구피를 돌려받기 위함이라는 말에, 우리 가족은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린 예상치 못한 이별을 맞이했고 집이 가까우니 자주 놀러오라는 위안에 눈물을 삼켰다. 구피를 다시 만난 형제들은 이산가족을 만난 듯 마당을 뛰며 기뻐했다. 그때 구피는 형제들 틈으로 반쯤 열려 있는 대문을 봤고 그 틈으로 달려 나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형제들이 황급히 뒤쫓았지만 구피는 속력을 더 높였다. 그 집과는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건만 언제 길을 외운 것인지 구피는 우리 집 방향으로 힘차게 달렸다. 그러다 8차선 대로 위에 올라 탄 구피. 머잖아 승용차에 치여 하늘 위를 오래, 아주 오래 날았다고 그날 저녁 만난 형제들이 말해줬다. 형제는 피로 칠갑한 구피를 들어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렸지만, 마구 달리던 그들의 품 안에서 구피의 장기는 손쓸 도리 없이 망가졌다. 구피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뒀다. 반려의 자격은 무얼까 구피의 황망한 죽음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엄마를, 엄마의 친구를, 그녀의 아들들을 번갈아 원망했지만 이제야 생각이 드는 것은 각자가 한 줌씩 책임을 보탠 비극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구피가 거하던 가정 중 한 곳에서라도 목줄 없이 대문 밖에 나가지 않도록 훈련을 해줬더라면, 차에 치였을 때 무리하게 들고 뛰어선 안 된다는 걸 알았더라면, 아니 그 전에 강아지를 책임지지 못하고 주고받는 촌극이 없었더라면, 구피는 아직 숨을 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작은 강아지가 대로 위를 달리다 죽은 것은 한 운전자 의 과실이 아니라 도심 속의 무지한 반려인들의 혐의라는 생각이 커져 간다. 그 후 오랫동안 우리 가족은 속죄라도 하듯, 암묵적으로 동물을 반려하지 않는 데 동의해 왔다. 누군가는 길 위에서 단명하거나 개고기로 팔려 나갈 존재를 집에 들인 것 자체로 그들에게 축복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준비되지 않고 배우지 않는 반려인들은 결코 구원자가 아니라 단언한다. 구피가 죽고 10년이 지나서야 우리 집은 고양이 두 마리를 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고양이가 다리에 매달릴 때마다 사료를 퍼 주며 비만과 합병증에 기여하고 있고, 어머 니는 고양이가 찡얼대면 자식 대하듯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는다. 그럴 때면 이 친구들에게 우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한지 재차 의문이 들곤 한다. 몰래 사료를 덜어 내고 안방에서 고양이를 억지로 끌어내며, 고양이에게 미움을 사고 있는 처지가 서러워 든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CREDIT ?글 김기웅 그림 지오니?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3-30 10: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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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대형견으로 산다는 건
- TRAVEL여행하며 만나다 :대한민국에서 대형견으로 산다는 건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도래예요. 2월호에도 나왔는데 기억하시려나요? 사람들은 제 덩치가 커서 무섭나 봐요. 악, 개다! 하면서 피해요. 훨씬 나이 많은 뽀메 언니한테는 와~ 강아지다~ 하며 다가가면서. 저 하나도 무섭지 않은데… 매력을 알면 푹 빠질 텐데 속상해요. 아침부터 언니가 부산스럽네요. 내 몸에 이상한 하얀 천을 씌우질 않나, 요 며칠 째 들떠있어요.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매일, 오늘은 또 어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도래와 수민, 알콩달콩 추억 만들기 지난 2월 호 촬영으로 수민 씨와 도래를 처음 만났다. 두 살배기 도래는 낯가림이 없고 순한 성격의 말 그대로 ‘아가아가한’ 강아지였다. 제천 의림지에서의 촬영은 여유롭고 순탄하게 진행됐는데 갑자기 한 아저씨가 오더니 다짜고짜 화를 냈다. “사람들 놀라게 이런 데 개를 데리고 오면 어떡해?” 정말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의림지 어디에도 반려견 금지표시는 없으며 주위에 작은 개들도 많았다. 어이가 없어 반문하기 시작하자 수민 씨가 말렸다. 들어보니 이런 황당한 시비가 한 두 번이 아닌 듯 했다. 내가 만난 도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놀라게 하지도 짖지도 않았다. 오히려 짧은 리드 줄이 익숙한 듯 통제가 쉬웠고 촬영 내내 짖은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리고 순한 인상의 수민 씨는 화풀이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차가 없어 동네를 벗어나는 일은 언감생심이라며 최고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연거푸 감사의 인사를 하는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한 번 더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번 장소는 이천 경사리 벽화마을. 산수유 마을로 유명한 백사 마을과 이어져 있다. 아직 산수유는 피지 않았지만 사랑스러운 벽화가 맞아주었다. 이 글을 받아 볼 때면 마을은 금빛으로 물들었을 것이다. 4월 7일부터 9일까지 산수유 축제가 열릴 예정이니 참고.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수민 씨는 지난번에 이어 또 도시락을 준비해왔다. 반려견과의 여행은 애를 데리고 가는 것만큼이나 준비거리가 많은데 참으로 대단하다. 도래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식당이 없어 매번 싸가지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덕분에 요리가 늘었다며 웃는다. 서울에서야 한 두 시간씩 출퇴근하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지방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 가까이 살고 30분이면 엄청나게 멀다고 생각한다. 수민 씨는 직장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외곽에 살고 있다. 전부 도래를 위해서다. 작년 독립을 하면서 본가에 도래를 남기고 나왔다. 다른 가족들도 있었고 원래 살던 집이 좋을 거라 생각했지만 도래는 하루 종일 하울링을 하며 언니를 찾았다. 할 수 없이 원룸으로 도래를 데리고 왔다. “1년 사이 이사만 세 번 했어요. 원룸이 너무 좁아서 좀 더 넓은 외곽으로 이사했다가 회사가 너무 멀어 다시 근처로요. 그런데 이사 첫날 대형견은 안 된다면서 집주인이 뭐라고 하는 거예요. 그 빌라에 다른 개들도 살았는데. 서러움을 참고 다음 날 바로 다시 예전 집으로 이사했어요. 낡고 멀긴 하지만 도래를 생각하면 눈칫밥 안 먹고 잘 됐다고 생각해요.” 집에 캠을 설치해 두고 회사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말을 걸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도래는 얌전히 언니를 기다린다. 매일 매일 산책을 시켜주고 싶지만 주위 눈치 덕에 쉽지 않은 현실이다. 주말이면 도래를 데리고 근처 산책을 나선다. 이번 한 주도 잘 기다려주어 고맙다고, 함께 해주어 고맙다고 서로에게 말한다. 오래오래 도래와 함께 춤을 개를 세 마리나 키우면서,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제법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5kg 말티즈도 크다고 기피되는 한국에서 대형견과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게 어렵고 서러운 일투성이였다. “한 번은 도래가 걷지도 못할 만큼 아픈데 택시가 계속 승차 거부를 하는 거예요. 콜택시를 불러도 안 된다고 하고. 차가운 바닥에 힘없이 쓰러진 애를 보며 그냥 지나쳐가던 택시들이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이러다 잘못될까봐 울면서 도래를 들쳐 업고 한 시간 동안 걸어 병원으로 갔어요. 중간에 팔에 힘이 풀린 데다 서러워서 눈물이 났는데 도래가 자기 아픈데도 계속 눈물을 핥아주는 거예요. 정말 펑펑 울었어요.” 첫 번째 촬영은 멋모르고 그냥 나왔지만 두 번째는 만발의 준비를 하고 왔다. 하얀 면사포와 부케, 화관까지. 제대로 웨딩 콘셉트다. 그런데 면사포가 두 장이다. 앗, 도래! 너 여자였니? 도래와 평생을 약속할 기념으로 남기고 싶다는 웨딩사진. 평생 서로만 바라보고, 사랑할 것입니까? 맹세는 같은 말을 해야지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 속 수민 씨와 도래의 눈빛 속에 신뢰와 사랑이 가득하다. CREDIT글·사진 박애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03-29 10:5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