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STORY | 2017-06-13 09:46:23
-
[STORY]
STORY | 2017-06-12 11:55:33
-
[STORY]
STORY | 2017-06-08 12:39:34
-
[STORY]
STORY | 2017-06-05 10:23:18
-
[STORY]
STORY | 2017-06-05 10:16:34
-
[STORY]
STORY | 2017-06-05 10:11:05
-
[STORY]
STORY | 2017-05-30 09:47:42
-
- 시바견 모두 & 일러스트레이터 RD
- 개와 늑대의 시간시바견 모두 & 일러스트레이터 RD 일러스트레이터, 타투이스트, 디자이너, 즉흥적 여행가… RD를 지칭하는 단어들은 다양하다. 닉네임의 유래를 묻자 특별한 뜻은 없다며 웃는 얼굴에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이 비쳐 보였다. 아메바컬쳐 크리에이트브팀에 속해 있어요. IT, 패션, 컨텐츠, 제품 디자인 등 개인적인 일러스트 작업과 타투도 병행 하고 있습니다. 지금 회사에 있기 전에는 의류회사에서 일했어요. 너무 좋은 회사였지만 어째서인지 옷을 만들면서 제 자신이 행복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해외의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 뉴욕행 준비를 하던 중에 타투이스트 104라는 형이 ‘네 그림으로 타투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해준 걸 계기로 타투의 세계에 들어서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관심이 있던 분야였기도 해서 처음부터 재미있게 배웠죠. 타투는 멋진 포트폴리오만 있다면 어느 나라에서도 먹고 살 수 있거든요. 그렇게 전시회를 열며 준비를 하던 중에 아메바컬쳐에서 너무 좋아하던 작가인 GFX형이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줘서 과감히 뉴욕행을 접었어요.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니 꿈만 같았죠. 퇴근 후에는 ‘모두’의 매니저 노릇을 하고 있어요. 모두는 시바견이에요. 일본에 방문했다가 그 매력에 푹 빠져 귀국한 후 수소문해서 부산까지 직접 내려가 데려왔어요. 보그 코리아로 광고 데뷔도 했답니다. 그 외에도 헤지스, GQ 화보에도 등장했어요. 나름 인지도가 있는 아이예요.(웃음) 낯을 가리지도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도 않는 단순한 타입이어서 간식 하나 있으면 촬영이 금방 끝나요. 다음 주에도 광고 촬영이 예정되어 있어요. 무려 샤시 광고예요. 저는 잘 몰랐는데, 시바견을 잘 아시는 분들이 모두를 보시고 이렇게 잘생긴 시바견은 처음 본다고 어디서 분양받았냐고 여쭤보기도 해요. 제가 주인이어서 이런 말 하는 거 아닙니다. 원래는 동물을 키울 생각이 없었어요. 한 생명을 데려와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제대로 돌봐줄 수 있을지 걱정됐거든요. 그랬던 게 자주 가던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귀가 들리지 않아 입양이 미뤄지고 있던 고양이 ‘무우’를 홀린 듯 데려온 걸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혼자 살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죠. 아침에 일어나면 여기 침대 밑에 무우와 모두가 같이 자고 있어요. 모두를 기른 지는 3년 정도 됐어요.모두를 입양할 때만 해도 국내에 시바견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모두를 데리고 다니면 진돗개냐고 물어 보는 일이 많았어요. 똥개냐고 하셨던 아저씨도 있었는데, 그 아저씨와는 다소의 말다툼을 해야 했습니다. (웃음) 그도 그럴 게, 모두의 엄마는 일본 시바견 챔피언이란 말이에요. 암컷인데도 사이즈가 엄청 나요. 모두도 16kg 정도 나가요. 엄청 크죠? 보통 ‘마메시바’라고 작게 개량된 품종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인데, 모두는 마메시바가 아닌 그냥 시바견이에요. 모두는 어렸을 때 정말 사고를 많이 쳤어요.여기 벽지랑 문짝 다 뜯어져 있죠? 이거 다 모두가 그런 거예요.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흥미진진했죠. 원래 부엌 바닥도 장판이었는데 모두가 뜯기 시작하기에 아예 다 떼놨어요. 누가 시바견 어떻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면서 손사래를 칠 정도였어요. 데려오고 싶다고 하면 뜯어말리고요. 지금은 좀 컸다고 말썽을 피우는 일은 줄었지만 운동량이 굉장히 많아서 매일 열심히 산책을 시켜줘야 해요. 평소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딘가로 나설 때마다 모두를 데리고 나가요. 혹시 모두가 서핑하는 동영상 보셨어요? (RD는 자신의 SNS에서 앞발로 헤엄치며 서핑보드에 올라서 있는 모 두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얘랑은 정말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밤바람을 기분 좋게 만끽하는 영상을 추가로 재생했다.) 제 그림은 보시다시피 굉장히 러프하고 키치해요.스트리트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그래요. 일본에 자주 가는 편인데, 갈 때마다 제 그림으로 스티커를 천 장 정도 제작해가곤 해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공공기물을 제외한 길거리 여기저기에 붙이기도 하려고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예요. 하라주쿠 같은 곳에 가 보면 그렇게 붙어있는 스티커들이 하나의 문화예술로 자리 잡아 있거든요. 참, 일본에서 유명한 시바견 얼굴이 스티커로 만들어져 있는 걸 봤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저는 모두의 얼굴을 이용해서 동그랗게 쿠션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앞으로 모두를 이 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해 보려고요. 모두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친구같은 존재예요.성격과 취미가 잘 맞는 절친이랄까. 일단 모두 때문에 변한 것들이 많아요. 모두를 위해 베란다가 넓은 이 집으로 이사를 했고, 혼자 훌쩍 떠나던 여행길 대신 이제는 모두를 데리고 나가게 됐어요. 신기하게 말도 참 잘 알아들어서 이리와, 올라와, 들어와 등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제 의도를 읽고 따라줘서 데리고 다니기 편하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모두랑 해외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강아지들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절차가 무척 복잡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요. RD의 작품 세계가 궁금하다면 (Instagram / rdrdrdrd)? CREDIT인터뷰 장수연 사진 엄기태 자료협조 RD ?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6-13 09:46:23
-
- 토리와 디자이너 부부의 포근한 하루
- LIVING WITH DOGS토리와 디자이너 부부의 포근한 하루 세신·선희 씨의 집에 들어서면 근사한 동화 속에 빠져든 듯한 착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릴 적 읽었던 예쁜 물건들이 진열된 공주님 방 같기도 하고, 어딘가의 만화영화에 등장했던 보물창고 같기도 하고. 요목조목 구경하는 재미에 폭 빠져들어 구역별로 탐색을 하다가 저 멀찍이서 까만 눈동자를 끔벅이며 쳐다보는 토리와 눈이 마주쳤다. ? 여기 저기 구경거리 가득한 귀여워라! 그 한 마디가 신호탄이었는지 토리는 헐레벌떡 빠르게 선희 씨 품에 안겨 들었다. 엄마, 이 사람들 누구야? 전력을 다해 선희 씨에게 찰싹 붙여 있으면서도 낯선 사람을 당당하게 쳐다보는 표정에서 온 가족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티가 났다. ‘밤토리’라는 숨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토리는 부부가 결혼 후 데려온 자랑스러운 ‘첫째 딸’이다. 집 구경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건 뭐예요?”, “어디서 구할 수 있어요?” 감탄사에 가까운 질문들이 줄줄이 터져 나온다. 아동복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선희 씨는 아이들의 옷을 상상할 때의 그 아기자기하고 보드라운 감성을 집에도 고스란히 녹여냈다. 화이트톤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 곳곳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크고 작은 소품들이 조잘조잘 떠들고 있다. 크고 작은 캐릭터 인형들, 선인장 화분, 클래식한 캔들 워머, 부부의 사진이 담긴 액자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소품들이지만 색감, 소재, 디자인을 꼼꼼히 고르고 추려낸 것들이라 당연히 그 존재 의미가 다르다. 인터폰을 가리기 위해 붙여놓은 작은 엽서 한 장에도 집을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건 필시 그냥 생긴 것이 아닐 터. 조금 더 아름다운 집이란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포근한 집, 밝은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소품들로만 가득한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랐지요.” 맨 처음 부부가 이 장소를 발견했을 당시, 작고 오래된 빌라는 많이 어둡고 낡아 있었다. 당연히 부부가 원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는 다소의 시간과 수고를 필요로 했다. 전체적인 구조를 변경하고 새로 실내 디자인을 짜는 과정이 이어졌다. 불편했던 동선과 부족한 수납공간, 빛 바랜 벽지들이 가장 먼저 변화했다. 현관에는 중문을 달아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동시에 인테리어 효과를 얻었으며, 조리하기에 불편한 일자 싱크대에 가벽을 달아 기역자로 리모델링하니 훨씬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미묘한 크기였던 두 개의 화장실 역시 한 곳만 남기고 공간을 터서 활용도를 높였다. 집 안에서 선희 씨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단연 부엌의 냉장고다. 집의 구조를 바꾼 덕분에 제 있을 곳을 찾아 자리한 냉장고는 바로 옆에 놓여있는 커피머신과 세트처럼 똑같은 민트색이다. 실내에 형광등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도 주목해 보자. 염원하던 포근하고 편안한 집을 위해 부부는 따뜻한 노란빛을 띠는 LED 전구를 매립 시공하는 중요한 미션을 수행했다. 덕분에 이제 곧 찾아올 아기를 위해 안방에 갖춰 놓은 아기침대는 따가운 형광등 불빛 대신 고운 입자들에 둘러싸일 수 있었다. 소파를 재활용해 만든 토리의 공간 “토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자기 침대예요. 신혼 집에서 쓰던 좌식 소파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서 만든 건데요. 푹신푹신하고 보드라워서 토리가 자주 이용하죠. 토리가 조용한 곳을 좋아해서 드레스룸 안 쪽에 마련해줬고요.” 오롯이 토리의 개인 공간인 침대 위엔 곰돌이 담요와 평소 좋아하는 장난감들이 놓여 있었다. 부부가 외출하거나 다른 일로 바쁠 때면 토리는 투정부리는 일 없이 기특하게도 침대 담요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잠이 든다고. 언젠가는 작업실 겸 카페를 열고 싶다는 선희 씨는 그래서인지 작은 소품들로 집을 단장하면서 늘 그 너머의 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혹시라도 앞으로 집 외에 포근한 공간을 하나 더 가질 수 있게 된다면, 하고 조금 더 예쁜 물건들에 욕심을 내보는 것이다. 그렇게 부부의 보금자리에는 아직도 포근함이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 CREDIT에디터 장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6-12 11:55:33
-
- 나에게만 짖는 반려견, 왜 그러는 걸까…
- CASE BY CASE 나에게만 짖는 반려견, 왜 그러는 걸까요? Q. 어느 날부터 저희 집 강아지가 유독 저한테만 짖어요.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반가워하기는커녕 되레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제가 만지려고만 하면 으르렁거립니다. 다른 사람들이나 가족들한테는 그렇지 않은데 왜 저한테만 그럴까요? A. 같이 사는 한 가족인데, 반려견은 왜 가족 구성원을 차별할까요? 이에 대한 해답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합니다. 인간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요? 반려견도 마찬가지죠. 그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솔루션은 보다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 CASE_1반려견의 몸짓 언어를 관찰하고 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는가? 동물은 대처하지 못할 당황스런 상황이나, 반대로 편안함과 즐거움을 나타낼 때 자연스럽게 신체 모든 부위의 이완과 수축을 통해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한다. 이러한 언어를 감정 언어(Canine Emotional Lang uage) 혹은 몸짓 언어(Canine Body Language)라고 한다. 이런 반려견의 언어를 잘 이해해 주는 보호자는 반려견 입장에서 소통이 잘 되는 대상이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를 들어, 반려견이 근육을 수축하고 몸에 뻣뻣한 긴장감을 실어 불편함을 나타내고 있는데, 막무가내로 내가 원하고자 하는 것을 시도한다면? 나는 반려견 입장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 충분히 싫다고 표현하는 데도 이를 무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감정을 무시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겠는가? 말도 붙이기 싫을 것이다. 반려견도 다를 바 없다. 관찰을 통해 기본적인 개의 몸짓 언어를 숙지하고 이에 대해 능숙하게 대처한다면, 반려견의 애정은 곧 이어 따라올 것이다. # CASE_2강압적이거나 물리적인 방법의 핸들링을 하진 않았는가? 강압적인 훈련과 처벌은 공격성을 조장하기도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처벌과 공격성의 상관관계’ 라는 보고서를 보면, 개에게 물리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외압을 가하면 최소 25%의 개가 공격적인 성향을 갖는다고 조사되었다. 개들의 공격성은 자기 보호의 행동으로 행하는 것이기에 서열이나 복종의 문제로 파악하면 안 된다. 반려견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 그것을 처벌하기보다는, 어떤 행동을 만들어 주면 문제가 해결될지 초점을 잡는 자세가 필요하다. # CASE_3반려견이 가지고 있는 안 좋은 기억을 자극하는 행위 대부분의 공격성은 과거의 경험으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지려고 할 때마다 공격성을 보인다면, 누군가 자신을 만지는 현상이 좋지 않은 결과로 연결된 과거의 이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반려견이 두려움을 느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반려견이 스스로의 페이스대로 움직이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지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반려견이 좋아하는 트릿(교육용 먹이)을 후하게 사용하며, 점진적으로 접근 거리를 좁혀 나간다. 반복적으로 이러한 절차를 통한다면, 어느 순간 나는 반려견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신해 있을 것이다. # CASE_4최근 반려견이 병치레, 사고 등을 겪은 경우 안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던 개가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거나 공격적으로 변하면 의료적인 문제를 의삼해 볼 필요가 있다. 개는 자신이 아플 때 사람이나 다른 개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경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귀에 염증이 생긴 개를 평소대로 귀 쪽을 쓰다듬으면 으르렁거리거나 물 수 있다. 이러한 경고가 보이면, 의료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CASE_5그 외 이럴 수도 있어요 개는 무언가를 하지 못하거나 누군가의 관심을 끌지 못 한다면 좌절하고 불만이 쌓여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 다. 예를 들어 울타리 뒤에 갇힌 개, 줄에 묶여 있는 개가 다른 개가 옆으로 지나가는데 다가갈 수 없을 때 불만에 따른 공격성을 표현할 수 있다. 집 안에 반려견과 관련된 불만 요소가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사회화 훈련을 해가며 제대로 키웠지만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피하거나 공격적으로 변한다면 유전력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은 사회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질 수 있다. 부모 개의 성격과 성향에 대해 가능한 많이 알아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CREDIT글 이기우 (Alex lee)그림 우서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6-08 12:39:34
-
- 캬키와 바다 | 3화 사랑하는 만큼 고…
- 캬키와 바다3화 사랑하는 만큼 고민이 찾아온다 뜻밖의 인연을 맺게 된 캬키와의 삶. 행복과 비례하는 만큼의 고민과 과제가 주어졌다. 부모가 되었다는 책임감을 바다가 태어나기 전부터 느끼게 된 것이다. 사랑으로는 부족한 무언가 나와 남편은 10년을 넘게 연애하는 동안 대중교통과 자전거만으로도 이동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캬키와 함께 이동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요했기에 결혼 후에나 사려고 했던 자동차 구입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은 많은 제약이 따랐고, 여행을 갈 때는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동반 출입이 가능한 장소를 알아보게 되었고, 외출 시엔 이른 귀가가 필수였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캬키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약속이 있는 날만 제외하고는 24시간 늘 함께한다. 하지만 그의 독립적인 성격 때문일까? 캬키는 나의 옆자리에 앉아 있기보다는 늘 거리를 둔다. 외출 후 몇 분 동안만 얼굴과 몸을 비비며 반기거나 바다와 함께 놀이를 하며 간식을 먹을 때 빼고는 말이다. 캬키가 처음 왔을 때에는 이태원에서 작은 숍을 운영 했는데 그 곳에 출퇴근하며 매일같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캬키였다. 그러나 지금은 바다가 태어나고 이사도 몇 차례 하며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바다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면 거리를 두고 있는 캬키가 왠지 마음에 걸렸다. 사실 캬키의 행동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행동이 달라졌으니 캬키에게 마음의 변화가 생기진 않았을까. 혹시 우울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도 그렇게 누워있는 캬키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고민은 참 끝이 없다. 끝이 없는 털과의 전쟁 캬키는 16kg의 중형견이자 단모에 이중모인 시바견이다. 시바견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털 빠짐 키워드가 따라다닐 정도로 털이 잘 빠지는 품종이다. 날이 따뜻해지니 어김없이 털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캬키의 털 빠짐은 365일 변함없지만, 털갈이 시기에는 더 심해진다. 집 몇 군데에 털을 청소하기 위한 도구를 구비해 수시로 바닥을 밀고 털을 떼어낸다. 그 덕분에 바다가 좋아하는 물건 중의 하나가 돌돌이(먼지 클리너)와 밀대가 됐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털을 제거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브러싱을 해주고 있지만, 털 빠짐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열심히 청소하는 것뿐이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엔 털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부부, 특히 남편은 평소에도 청소를 즐기고 먼지나 바닥의 청결에 예민한 편이었기 때문에 캬키의 털은 큰 과제가 되었다. 캬키와 함께한 날부터 주말에 바닥에 누워서 편하게 쉬거나 영화를 시청하는 바닥 생활이 없어졌고, 집에서 양말을 신고 다니는 일이 거의 없어졌으며, 옷이나 침구를 고를 때에는 캬키의 털을 고려하게 되었다. 옷을 세탁하기 전에는 옷에 붙은 털부터 제거하는 습관도 생겼다. 캬키와 바다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뒹굴며 노는데 그 후에 옷에 붙은 털을 몇 번이고 제거해줘야 한다. 살림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같이 키워도 괜찮아요 4월은 캬키와 바다를 데리고 2주간 부모님 댁에서 함께 지냈다. 그 곳에 가려면 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자동차 안은 캬키의 털로 초토화다. 미세먼지가 심해진 요즘은 창문을 열기 힘 들어서 조만간 자동차에도 공기청정기를 들여야 할 것 같다. 반려견 복실이(시츄)와 16년 동안 함께해 온 부모님도 캬키를 좋아하고 예뻐하긴 하지만, 그의 털 때문에 아직도 우리가 캬키와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해서 늘 반대한다. 바다가 태어난 후엔 혹여 캬키의 털이 바다에게 해가 될까 노심초사해 한다. 어르신들이 이렇게 걱정하니 바다가 신생아일 때에는 나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관련 서적도 읽고 동물병원 의사선생님께 조언도 들었지만, 강아지의 털이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부모님을 설득해 보았지만, 이를 받아들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런 일에 부딪히게 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죽는 날까지 가족은 하나다 바다가 태어나기 전에는 캬키와 하루에 한두 시간 산책은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캬키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 탓일까. 캬키의 체중이 조금 늘었고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과 안타까운 마음이 이어진다. 고민하던 남편은 만약 더 좋은 환경의 주인이 생긴다면 캬키를 그 곳에 보내는 건 어떨까, 라는 말을 가끔 하곤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고 속상하지만, 그게 더 나은 일은 아닐까 나 또한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차 결심한다. 캬키가 죽는 날까지 가족은 단 하나라는 것! 자의보다 타의로 캬키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가끔 곤란한 일을 겪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면 되지 않겠는가. 힘들 때엔 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조금 더 유연하게 행동하면 되지 않나. 캬키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난 후 좋은 추억도 쌓였고 지금은 바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지금처럼 캬키와 바다가 함께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CREDIT글·사진 김현주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6-05 10:23:18
-
- 남겨진 사람들 | 벤과의 5600일
- PET LOSS : 남겨진 사람들벤과의 5600일 15년 7개월을 함께 2016년 3월, 주문진 수산시장. 때가 잔뜩 낀 잿빛 말티즈가 갓길을 활보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유기견. 몇 주 이상 거리를 쏘다닌 듯했다. 녀석은 성치 않은 눈으로 느릿느릿 차도를 건넜다. 그때 승합차 한 대가 달려왔다. 강아지가 건너고 있다는 내 손짓을 본 걸까. 차는 급히 섰고 녀석은 무사히 인도에 올랐다. 2015년 8월, 경기 광주에 있는 집에서 막내 벤이 사라졌다. 15년을 함께했지만 집을 나간 건 처음이었다. 벤은 계단을 타고 1층 자동문을 지나 유유히 탈출했다. 녀석을 찾기 위해 뙤약볕 아래 장장 3시간을 헤멨다. 벤은 그날 온 가족의 혼을 쏙 빼놓고는 해가 지기 전 돌아왔다. 그리곤 3개월 후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다. 주문진에서 만난 유기견도, 벤도 말티즈였다. 주문진에서 유기견을 본 후, 장례를 치르고 넉 달이 지난 벤이 다시 떠올랐다. 돌아온 직후 일기장을 다시 폈다. 한 해 전, 벤의 허리가 굽을 무렵 쓰기 시작한 일기였다. 제목은 ‘벤과의 5600일’. 녀석이 엄마 외투 주머니에 담겨 온 2000년 4월부터 말년의 2015년 11월까지 시간을 헤아려 보니 5600여 일이었다. 벤과 함께 한 5600여 일 동안 나는 고등학교,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쳤다. 첫 회사에 들어갔고 이직도 했다. 강릉에서 용인으로, 그리고 광주로 이사도 네 차례나 했다. 어느 집에서든 녀석은 쉬할 곳부터 찾곤 했다. 귀에 아른거리는 짖음 소리으렁 으렁, 와릉 와릉, 멍멍, 컹컹, 캥, 호오오올…. 내게 익숙한, 내가 알아들은 벤의 소리들. 택배 아저씨가 오면 벤은 그렇게나 짖었다. 커다랗고 둥근 풀페이스 헬멧이 나타났다 하면 질겁했다. 그때 내던 소리는 달랐다. 짧고 묵직하게, 그리고 꾸준히 짖는다. 워- 워- 워-. 이마엔 주름이 잡히고 잇몸을 보인다. 우물거리듯 중음으로 소리도 기억한다. 머리를 낮추고 양 발꿈치를 바닥에 댄 채 허리를 높이 올리고 꼬리는 쑤욱 올린다. 그리곤 기세 좋게 오른쪽 왼쪽으로 뛰고, 다시 유인한다. 애견인이라면 금세 알아챘겠지만, 같이 놀자는 표시다. 녀석이 털을 곤두세울 때, 배를 뒤집을 때, 먹이를 달라고 조를 때 내던 소리는 다 달랐다. 까닭 없이 짖는 개는 없다. 어쩌면 이 뻔한 사실을 알기 위해 지난 십수 년의 추억을 헤집었다. 녀석은 난 대로 제 어미에게 배운 대로 짖었을 뿐인데, 그걸 몰라 네 식구가 달려들기도 여러 번. 빈 물그릇을 덜그럭대던, 닭고기 삶는 냄새에 컹컹거리던, 아빠를 기다리며 끙끙대던, 이젠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떠오른다. 5600일이 내게 남긴 것1. 매해 함박눈이 나리면 벤과 어지러운 발자국을 남기고 녀석을 뜨신 물에 씻겼다. 강릉 단오장이 열리면 남대천변을 함께 걸었다. 집 나간 녀석을 찾으러 반나절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지난 15년 7개월을 달리 채운다 한들 녀석과 보낸 시간만큼 밀도가 있었을까. 벤이 없었다면, 그 시골에서의 내 유년은 그저 성긴 시간이었겠지. 녀석이 즐겨먹던 소시지 하나, 닭고기 통조림 하나가 내겐 희미한 그 해의 곳곳을 채운다. 2. (다른) 개를 키울까 망설이는 내게 벤이 알려준 것.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사료를 채우고 털을 깎이고 욕조에 더운 물을 받는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규칙적인 산책과 식생활 조절(개에게 줘선 안 되는 음식, 가령 양념이 잔뜩 묻은 치킨을 달라고 조르는 녀석을 달래는 어려움이란..)은 필수다. 나는 지난 11월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라는 책을 읽고서 너른 거실에 개가 누워 있는, 그런 장면은 더 이상 떠올리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개를 15년 이상 키우고 든 생각이 고작 ‘개를 키우지 말아야 겠다’라니. 벤과 함께하며 개를 온전히 알고 오롯이 애정을 쏟는 게 버거운 일이라는 걸 알아서,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녹원마을에 잠든 녀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너와 함께여서 나의 십대, 이십대와 삼십대의 몇 해가 덜 외로웠다고. 안녕. CREDIT?글 신성헌 그림 지오니 에디터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6-05 10:16:34
-
- 코리빙 스페이스, 로컬스티치
- 지금은 근무 중같이 살고 같이 키운다코리빙 스페이스, 로컬스티치 공유의 가치를 집대성한 복합 문화 공간 '로컬스티치'. 이 곳의 사람들은 공간을 함께 쓰며, 일하고, 산다. 그리고 그들 틈엔 어엿한 공동체의 일원인 강아지 스티치가 있다. ‘같이’의 가치 나눔카, 에어비앤비, 위키피디아… 몇 년 전부터 모락모락 달궈지던 ‘공유’ 문화는 이제 말 그대로 대세가 됐다. 도깨비처럼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공유를 아껴 쓰기 위한 아이디어라 여기는 건 낡은 생각이다. 함께 쓰고 같이 함에 나타나는 시너지가 공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까사갈라, 청년일자리허브, 카우앤독, 디캠프는 근래 생겨난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 중 하나다. ‘로컬스티치’는 여기에 코리빙(Co-living)을 더했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형식이다. 개념이 와닿지 않는다면 김수민 대표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입주한 사람들이 공간을 공유하며 일하는 중단기 주거 형태예요. 거주하면서 일할 수도 있고, 출퇴근하면서 공간을 쓸 수도 있어요.” ? 아침에 방문한 ‘로컬스티치? 옥상의 공동 부엌에는 막 잠에서 깬 입주자들이 브런치를 만들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10시가 지나자 출근하는 사람들도 속속 부엌에 도착해 자연스런 대화를 이어갔다. 허울없이 지내는 모습에 한 팀이 아닌가 싶었지만, 활력을 얻은 후 각자 배정된 공간으로 들어가 개인 업무를 시작하는 개별 입주자들이었다. '로컬스티치'엔 주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프리랜서, 단기 프로젝트 작업자들이 짧게는 3개월에서 1년까지 지내다 간다. 이 독특한 업무 공간의 수요는 얼마나 될까? 입주 페이지를 오픈하자마자 만실이 됐고, 현재도 그렇다. 변화된 사회 속에 새롭게 생겨난 니즈를 간파한 것이다. 커뮤니티 매니저, 스티치 한가로운 야외 부엌을 요리조리 비집고 다니는 강아지가 보였다. 이름은 스티치. 여기 사는 모두가 그의 반려인이다. 공동 주거에 공동 육아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여기 살던 셰프 분이 망원 시장의 코카 녀석이 애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고 왔어요. 상의 후에 새끼 중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된 거죠. 장소 특성상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라다 보니 위아래가 없이 컸어요.” 김 대표의 너스레처럼 스티치는 처음 본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반가움을 전했다. 아직 한 살이 안 된 믹스견 인데 덩치가 상당하고, 갈색 빛을 띠는 드문 눈동자는 뒤따라가 눈을 마주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오픈형 코워킹 스페이스엔 ‘커뮤니티 매니저’란 직책이 있다. 구성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의 가교 역을 하면서 어색함을 없애고 파티 등 이벤트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규모가 큰 곳에선 정식으로 페이를 받고 일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다. “저희는 규모가 작아 따로 커뮤니티 매니저를 두기 어려운데요. 스티치가 그 대신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죠.” 스티치는 ‘로컬스티치? 의 마스코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 내 관계망을 탄탄히 유지시키는 ‘매니저? 역을 맡고 있었다. 엄연한 일원이자 근로자인 셈이다. 일단 포지션은 확실한데, 생활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공동 육아는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김수민 대표에게 스티치와의 생활에 대해 조금 더 캐물어봤다. 인터뷰 / 김수민 로컬디자인무브먼트 대표 강아지가 있다고 했을 때 난처해하는 입주자가 있었을 법한데요.없었어요. 강아지가 살고 있다고 입주 전에 확실히 말씀 드리거든요. 입주자들의 근무 조건이자 거주 조건으로 포함되어 있는 거죠.(웃음) 공동 육아는 잘 이뤄지고 있나요?좋은 점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죠. 내부 직원들이 기본 적인 케어는 도맡아 하는데요. 거주하는 분들도 자율적으로 목욕이나 미용을 도와주세요. 개인 비용이 들어가는데도요. 그래서 반려 규칙을 엄격히 세워놓지는 않았어요. 다만 입주할 분들에게 반려 경험까지 묻지는 않기 때문에 거의 다 초보 반려인이거든요. 그래서 대소변 문제부터 하나하나, 인터넷 동영상까지 찾아보면서 배워가고 있어요. 저희는 이곳에서 거주하다 나간 분들까지 네트워크로 엮여 있고 싶은데, 그런 분들도 종종 와서 스티치를 돌보다 가요.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체계인데 강아지와 함께 사는 데 어려운 점은 없어요?저희보다 스티치가 힘들 거예요. 이 곳이 공간 설계부터 강아지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게 아니라, 인테리어까지 마무리된 후 식구로 들어왔으니까 불편한 점이 있겠죠. 2호점을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선 처음부터 강아지를 위한 환경과 인테리어를 고려할 계획이에요. 언뜻 보기엔 강아지가 살 환경으로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스티치가 들어오고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좀 받았어요. 기본적으로 건물은 사람 편의를 목적으로 설계되기 마련이니까, 잘 보이지 않아도 강아지에게 부족한 점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일단 집에서 키우는 것보다 입으 로 장난할 거리가 너무 없다고 하더라고요. 보시다시피 디자인을 심플하게 처리해서 사람이 없을 땐 재미를 별로 못 느낄 거예요. 또 카펫이 깔린 곳이 많아서 배변할 곳을 헷갈려 해요. 애먼 데 배변 실수를 하면 뒤처리도 쉽지 않고요. 사람들은 어때요? 모두 스티치와의 생활에 만족하나요? 강아지가 있다는 걸 알고 들어오니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모두 강아지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 공간에 들어오는 건 싫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긴 하죠. 그럴 땐 자기 방의 문을 닫아 놓기로 암묵적인 약속 이 되어 있어요. 건물 내 사적 공간 중에 스티치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절반 정도예요. 최소한의 룰이 있어야 서로가 쾌적하게 지낼 수 있더라고요. 다른 강아지 반려인들도 입주 가능한가요?물론이죠. 최근까지 ‘베이컨’이라고 강아지 용품을 큐레이션해주는 스타트업 직원들이 거주했어요. 한 삼 개 월 정도 준비하다 나갔는데, 강아지 세 마리를 데리고 와서 스티치랑 같이 살았죠. 그땐 갑자기 강아지가 네 마리로 늘어나니까 공간이 좀 좁긴 했어요. 다행히 스티치와는 금세 친해져서 잘 지냈는데, 사람들만큼이나 강아지도 새 친구를 만날 때 적응의 문제가 있다고 해요. 더구나 여기는 같이 살아야 하는 공간이니까요. 앞으로 이 곳에 거주하는 강아지들이 늘어나서 강아지들의 커뮤니티가 생기면 그때는 사람들이 커뮤니티 매니저가 되어줘야겠죠.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위해 스티치가 해주는 것처럼요. CREDIT에디터 김기웅 사진 엄기태 자료협조 로컬스티치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6-05 10:11:05
-
- 뉴욕의 의무 : 반드시 산책하라
- MORI IN NEWYORK뉴욕의 의무 : 반드시 산책하라 반려동물과 인간과의 바람직한 관계란 무엇일까? 반려동물 포토그래퍼로서 지내온 몇 년 간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해왔고, 뉴욕에 거주하며 이 곳의 펫 피플들을 통해 사람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되었다. 뉴욕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좋은 반려 문화들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는 도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의무 산책’이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제도가 있는데, 뉴욕에 사는 반려인들이라면 모두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제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간상 직접 산책을 시키기 못하는 반려인들은 ‘도그 워커’라는 산책 전문인을 고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적게는 한 마리에서 많게는 네다섯 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산책을 다닌다. 특히 내가 사는 맨하탄에서는 주말이면 도그 워커를 안 보고 길을 걸어 다니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 로 그 수가 많다. 종종 길거리에서 그들을 마주칠 때면 한국에 두고 온 몽이, 몽실이, 짱구 가 생각난다. 한국에서 대형견 세 마리를 데리고 길거리를 활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유난히 이곳의 전문적인 도그 워커들을 눈여겨보게 되는 것 같다. 아마 여기까지 읽으면서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 할수도 있을 것 같다. “산책을 굳이 의무화하는 건 좀 심한 것 같은데, 꼭 필요한 제도일까요?” 안타깝게도 나는 한낱 사진가에 불과해 주기적인 산책이 반려동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제도라 생각 한다.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으로 매일 받아 보는 뉴스레터들이 있는데 몇 달 전부터는 일부러 조금씩 멀리 하기 시작했다. 참혹한 학대 사건들에 대한 정보 공유가 너무 자주 이루어져, 마음이 아파 도저히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런 사건들이 왜 이토록 자주 일어나는지. 제대로 된 정신으로는 도저히 매일 읽어나갈 자신이 없어 도망치듯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고 나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학대자들을 찾아내고 처벌하는 문제 이전에, 반려견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한국을 떠나기 직전, 도그 워커처럼 한참 붐이 일었던 것이 있다. 다름 아닌 ‘고양이 키우기’인데, 보아하니 이는 이제 유행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좋은 현상만은 아니다. 갑자기 늘어난 집사들 중에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고양이를 데려온 사람도 있지만, 귀엽다는 단순한 이유로 아무 준비도 없이 그들을 집으로 들인 사람들도 수없이 많았다. 후자의 인간들에게 무참히 버려진 고양이들은 길거리에서 위태로운 생존을 시작해야만 했고, 나는 이 ‘사건’이 반려동물을 대하는 가장 이기적인 내면을 단번에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뉴욕 펫 피플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나는 또다른 어떤 것을 느꼈다. 반려동물을 하나의 객체로 바라보고 이성적인 자세로 대하기. 우리에겐 없는 그것을 그들은 아주 잘하고 있었다. 그들은 반려동물을 집에 가면 반겨주고 외로울 때 옆에 있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자 신과 건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또 다른 생명체로 여기는 것 같다. 이 둘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결과적으론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반려동물을 단지 귀여운 존재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의무 산책 제도는 필요도, 쓸모도 없는 제도다. 나는 그냥 귀여워만 해주면 되며, 그들은 산책을 시켜주든 말든 항상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들어주는 아주 귀여운 존재니까. 반면 반려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하는 자세라면 의무 산책 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가 된다. 사람이 밖에 나가 길을 걷고 마음껏 땅과 하늘을 올려볼 수 있는 것처럼, 동물도 하나의 객체로서 그럴 권리가 분명히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뉴욕 사람들의 이러한 마인드가 반려동물 의무 산책이라는 제도를 가능하게 했고, 도그 워커라는 직업을 만들었고,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 제도를 따르게 했다. 나는 이 제도가 부럽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의 마인드는 우리가 본받을 만한 면이 있다고 분명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마인드를 본받는 것이 앞서 언급한, 반려동물에 행해지는 학대를 줄이는 데엔 분명히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이 믿음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있다. 언젠간 그 힘을 직접 느낄 수 있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CREDIT글ㆍ사진 박모리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5-30 09:4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