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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13 12: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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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12 10: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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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12 1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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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08 09: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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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01 14: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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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10-01 14: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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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9-28 09: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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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너에게 띄우는 진심
- 사랑스런 털복숭이들에게 안녕, 나의 사랑스런 털복숭이들. 나의 일상을 바꿔버린 따뜻한 존재들. 항상 뒤돌아서면 늘 그 자리에 있어주는 나의 고양이 모카, 두부. 드릉드릉 너희의 코 고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끝을 세워 걷고, 너희에게 폭신한 방석을 기꺼이 내어주며 나는 딱딱한 바닥에 앉곤 하지. 하지만 나는 너희에게는 언제까지나, 그게 어떤 것이든 양보해 줄 거야. 너희를 만나기 전에 예전 살던 집 건물에서 작은 불이 나서 모두 급히 대피한 적이 있었어. 겨울이라 무지 추웠던 날이었는데, 집에 혼자 있었던 나는 소중한 물건들만 대충 챙겨 허둥지둥 밖으로 나왔지. 배낭 속에는 노트북이나 카메라 같은 장비들-그래, 그 당시 내게 소중한 건 그런 것들이었으니까-만 가득했어. 그런데 말야, 글쎄 꽤 많은 사람들이 수면 바지 차림으로 헐레벌떡 자신의 강아지와 고양이만 급히 데리고 나왔더라구. 난 순간 마음이 울컥할 수 밖에 없었어. 서로 의지하듯 강아지, 고양이를 꼬옥 껴안고 건물을 바라보는 모습은 불안해 보였지만 함께라 든든해 보였거든. 만약 그때 내가 너희와 함께 있었다면, 나도 고민없이 너희 둘을 안고 나왔을 거야. 아침에 일어나면 너희의 사료를 먼저 챙겨준 뒤 깨끗한 물로 갈아주고, 곧바로 화장실을 치우며 하루를 시작하지. 혹시 너희에게 무엇인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체크하고 또 체크하면서 말이야. 나는, 어느 순간 그렇게 되어 버린 거야. 평화로운 오후, 너희가 낮잠 자는 모습을 구경하고 드릉드릉 코고는 소리에 안심하면서, 가만히 등을 토닥여 더 편히 잘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행복이 되어버렸어. 또 종일 울적했던 기분도 너희의 작은 숨소리와 그르릉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나아지기도 해. 침대의 가장 좋은 자리를 양보하고 정작 나는 좁게 잠들더라도 아무렴 상관 없어. 언제까지고 우리가 지금처럼 함께하기를 늘 바라고 또 바라. 우리 셋, 오롯이 함께 한 달 여의 시간을 보냈던 걸 기억하니? 출장이 길어지는 남편을 대신해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줬던 너희 둘. 혼자였다면 정말 외로웠을 거야. 이따금씩 울적해 하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치 내 맘을 안다는 듯 위로해줘서 고마워. 너희를 내가 키운다고 생각했지만, 언젠가부터 오히려 너희가 나를 돌보고 보살펴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응석받이인 울보 캔따개 집사이지만 앞으로도 잘 돌봐 줄 거지? 언제까지고 너희의 든든한 캔따개로 있을게. 든든한 언니에게 안녕, 나 모카야. 두부 대신 내가 이야기를 전할게.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집사 네가 참 좋았어. 사실 고양이 나이로는 내가 한참 많은데도 자꾸 스스로를 언니라고 하는 너. 나보다 어린 네가 든든한 체를 할 때면 가끔 가소로울 때도 있어. 아, 가끔은 네가 그런 날 눈치 챌 때도 있는 것 같아. 그치만 나도 못 이긴 척 동생이 돼주고 싶어. 내가 더 나이가 들어도 언제까지고 너의 동생으로 남고 싶어. 너와 나의 속도가 너무 달라서, 내 시간이 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빨리 흘러서, 너랑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아쉬워. 매일 실컷 놀고 싶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싶어. 매일 들여다보는 네모난 창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 얼른 끝내고 나랑 놀면 좋은데, 너는 매일 크고 작은 네모 모양만 쳐다보고 있지. 그래도 난 기다릴게. 어디라도 다녀와. 나는 나의 세상에서 너를 기다릴게. 언제든, 네가 뒤돌아보면 그 자리에 늘 있을 테니까.글 이수현사진 최상원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13 12: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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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4 SEASONS, FOR US
- 생각지도 못한 첫 재택근무. 그리고 그 즈음, 우리는 작은 조단이를 만났다. 봄 평소 동물을 워낙 좋아했던 우리 부부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었다. 사료는 어떤 걸 줘야 하지? 간식은? 아플 땐? 하나부터 열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서점에 가서 책도 사서 보고 각종 영상, 인터넷 사이트도 찾아보면서 ‘집사로서 준비되었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시간이 지나 마침내 조단이와 만나게 됐다. 잔뜩 긴장됐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조단이는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녀석이 고양이가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정말 아무 데서나 먹고, 자고, 놀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녀서 검은색 러그 위에 엎드린 조단이를 보지 못하고 그만 밟을 뻔했던 아찔한 상황도 몇 번 있었다. 몸무게 500g.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았던 우리 아가. 그리고 지금, 처음 만났을 때 성격 그대로 잘 먹고 잘 자고 응가도 잘해서 결국 6kg에 이르는 건강한 성묘가 된 우리 아가, 조단.여름 한 번은 강원도 홍천에서 1박을 해야했던 적이 있다. 고민이 됐지만 지난번 차 안에서도, 병원에서도 편안히 잘 있던 것을 생각하니 함께 데리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약간의 걱정을 안고 우리는 조단이 짐을 한 아름 챙겨 첫여행길에 나섰다. 모래, 화장실 박스, 이동장, 밥그릇, 물그릇 등등…. 오 마이 갓! 아이들과 나가려면 짐이 트렁크에 한가득 꽉 찬다는 말이 그때서야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자동차 뒷좌석 트렁크 쪽은 조단이 전용석. 창문을 살짝 열어주니 조단이는 코를 킁킁거리며 바람 냄새를 맡고 경치를 구경했다. 그러다 잠이 오면 세상 편하게 쿨쿨 낮잠도 자고, 출출하면 츄르도 냠냠. 잠시 들른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조단이는 ‘나 신경 쓰지 말아요’ 하듯 이동장 안에서 우리를 잠잠히 기다려줬다. 마지막으로 숙소! 탁 트인 방 안에 발을 사뿐히 디딘 조단이는 이곳저곳 냄새를 맡으며 활동 구역을 파악했다. 그러더니 이내 밥도 먹고 쉬야도 멋지게 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다. 사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낯선 곳에서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는 말이 있어 걱정을 했다. 하지만 역시 조단이는 조단이였달까? 낯선 공간임에도 마치 처음 만났던 날처럼 단숨에 완벽 적응을 마친 녀석. 2020년 여름, 우리들의 첫 여행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가을 두 번째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동시에 우리 부부에게 고민이 생겼다. 조단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그해 광복절, 진한 호박색 눈동자를 지닌 조니는 우리에게 왔다. 이동장 안에 있던 울보 조니는 빽빽거리며 울어댔고, 난생처음 동생을 마주한 조단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단이는 천천히 조니를 동생으로 받아들여 주기 시작했고, 형제가 많은 곳에서 막둥이로 태어난 조니 역시 조단이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한 덕분일까? 그토록 어렵다는 합사는 너무나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동생에게 다 양보하는 멋진 형, 조단! 하지만 다른 건 다 양보해도 밥만큼은 양보가 안 되나 보다. 반면 조니는 사료보다 장난감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취향이 달라서 정말 다행이다. 허허. 겨울, 그리고 또 누군가를 제대로 알려면 사계절을 함께 지내봐야 한다고 하던가? 2020년 시작된 우리의 동거. 조단, 조니 덕분의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풍성해졌다. 매일이 행복하고 기쁘다. 조단이와 조니에게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 먼저 조단이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준다. 조단이를 안고 있으면 그 누구라도 금세 마음이 따뜻해진다. 저도 그걸 아는지, 조단이는 그 누구에게도 이빨도 발톱도 세우지 않는다. 그저 순둥순둥 복슬복슬한 곰인형처럼 사람들에게 몸을 맡긴다. 다만 아주 약간의 무거움은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것. 또 조니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엉뚱하고 놀아줄 맛이 나는 고양이라고나 할까. 어디선가 방울 소리만 들리면 우다다다 달려와 낮은 포복 자세로 딱 준비를 한다. 낚싯대를 흔드는 순간 조니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하고, 우리는 긴장을 해야 한다. 조니 고양이님을 기쁘게 해드려야하기 때문이다. 손목 스냅도 중요하다. 어떻게 흔드냐에 따라 조니의 몸짓이 달라진다. 빠르지만 천천히 긴장감을 주어야만 조니는 즐거워한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조니는 내 팔 사이에 자리를 잡고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부담스럽게….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눈동자도 휙휙 재빨리 움직인다. 재미있나 보다. 오늘도, 내일도, 함께 보낼 새로운 사계절도 조단 조니가 있어 늘 따스한 행복이 가득하길.글·사진 조원석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12 10: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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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이제 나는 노련한 고양이야
- 너와 나의 경험치 이따금씩 틸다에게서 연륜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해맑던 천둥벌거숭이 시절, 틸다는 아무거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던 착한 고양이였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지난 지금, 틸다는 걸핏하면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닥에 드러누워 나를 빤히 바라보곤 한다. 그동안 내가 집사로서의 경험치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던 것처럼, 틸다도 세상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노련해진 것 같달까. 어제까진 분명 숨을 헐떡거릴 정도로 좋아하던 장난감인데, 다음날이면 거들떠보지도 않아 찬밥 신세가 된다던가, 간식 통 흔드는 소리만 들려도 우다다다 달려오던 틸다가 간식을 눈앞에 두고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던가. 심약한 나는 틸다가 그럴 때마다 어디 아픈 건 아닐까 괜히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비슷한 일들이 몇 번 반복되자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틸다는 아픈 게 아니라, 그저 웬만한 일에는 쉽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 시큰둥한 고양이가 되었을 뿐이라는걸…. 시큰둥한 변덕쟁이 먹어본 것도, 가지고 놀아본 것도 많은 냥생 7년 차. 그런 틸다의 변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만 같다. 내가 장난감을 열심히 흔들어도 틸다는 선심 쓴다는 듯이 발만 까딱까딱 흔들 뿐, 절대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매일매일, 눈 높은 틸다의 흥을 돋을 수 있을까?’이다. 하지만 신상 장난감을 사줘도 하루만 지나면 눈길도 주지 않는 덕분에 나까지 의욕을 잃어버리는 현실이다. 혹시나 하며 예전에 좋아했던 천 소재로 장난감을 만들어줘도 틸다가 가지고 노는 건 정말 잠시뿐이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고양이는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레 신체 활동에 대한 흥미 또한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고양이 중에도 호기심 많고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런 경우를 보면 아이의 활발한 성격에는 집사의 역량도 한몫하는 것 같아서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육묘에 정답은 없지만, 사랑스러운 틸다가 즐거운 묘생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에 책임감을 더욱더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새로운 자극이 필요해 2020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와 틸다는 그 이전해 보다 훨씬 많은 순간을 함께했다. ‘이번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있던데 과연 틸다도 그렇게 느꼈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잘 모르겠다. 괜히 잘 자는 애를 보면서 예쁘다며 만지작거리고, ‘이거 해볼까? 아님 저거 해볼까?’ 하며 놀아준다는 이유로 되레 귀찮게 한 적이 더 많은 것 같다. 그전에는 잠깐이지만 틸다 혼자만의 시간도 있었고, 우리가 밖에 나갔다 올 때마다 현관에 마중 나오는 재미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틸다도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특별한 흥미 거리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 삶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새해에는 나도 바깥 활동을 하고 틸다가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만들어주면서, 우리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우리의 소원은 만수무강 매년 새해 자정마다 나는 똑같은 소원을 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주변에서도 틸다가 이제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모르게 새로운 고양이 영양제를 장바구니에 골라 담고 있더라. 그나마 다행인 건 틸다가 맛없는 영양제를 참고 먹으면 보상으로 최애 간식도 먹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틸다는 영양제 통의 뚜껑 여는 소리만 나도 곧바로 어디선가 달려온다. 그리고는 한껏 기대에 찬 눈으로 내 앞에 다소곳이 앉아 빨리 달라며 보채기까지 한다. 이럴 때 보면 틸다는 참 단순하고 착하다.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노련한 고양이랄까? 100세 시대인 요즘, ‘인생은 중년부터’라는 말처럼 우리 틸다도 앞으로 더 밝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본다. 틸다야, 내가 앞으로 더 노력할게!글·사진 송지영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12 1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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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A WARM GAZE
- 레옹이와 함께한 뒤 가장 달라진 건 바로 우리의 ‘시선’이었다. 다른 길고양이들을 향한 시선. 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가도, 시동 꺼진 자동차 밑이나 골목에서 고양이들을 만나면 자동으로 걸음이 멈췄다. 잠깐만, 어디 가면 안 돼! 요즘 나는 가방에 간식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 그러다 하필 간식 챙기는 걸 까먹은 날,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은 다급해진다. “잠시만 기다려, 어디 가지 마!” 하고 말한 뒤 근처 편의점으로 후다닥 뛰어가 캔이나 간식을 사서 다시 돌아온다. 고양이가 캔을 먹기 시작하면 그게 얼마나 기쁘고 고맙던지. 반면 고양이가 사라지면 아쉬운 마음에 나는 그 자릴 뜨지 못하고 한참 동안 두리번거린다. 변한 건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야심한 시각, 동네 산책을 즐겨 하시는 아빠는 내게 종종 전화를 걸어 “집에 사료 좀 있나?” 하고 말씀하신다. 동네 고양이들을 만났으니 사료와 간식, 물을 챙겨서 내려와 달라는 신호이다. 나는 곧 사료와 간식, 물, 그리고 깨끗한 플라스틱 용기를 챙겨서 내려간 뒤 정자 밑으로 사료와 물을 가득 담아 넣어준다. 그리고 우리는 멀찍이 떨어져 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다. “흰둥이가 오려다가 다시 도망갔어. 흰둥이도 와서 밥 좀 먹어야 할 텐데.” 아빠는 이미 이미 동네 고양이들과 친구가 되신 듯했다.아주 조금만 너그럽게 집 근처에 내가 자주 가는 조그만 치킨 가게가 있는데, 사장님 두 분께서는 그 주변 고양이들을 돌봐주고 계신다. 스크래쳐도 준비해 주시고, 추운 날엔 작은 난로까지 틀어주신다. 나도 작은 도움이 되고자 출퇴근할 때마다 가끔씩 간식이랑 사료를 가져다드리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치킨집에 자주 오는 치즈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한 번은 포장하러 오신 손님이 문밖에 앉아있는 그 고양이를 발로 차려고 했다는 것이다. 깜짝 놀란 사장님은 일부러 고양이에게 말하는 척하면서 그 손님 들으라고 이렇게 소리치셨다고 한다. “네가 여기 있으니까 사람들이 자꾸 발로 차려고 하잖아!” 그러자 그 손님은 당황하면서 조용히 치킨을 받아 갔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얌전히 앉아 있는 아이에게 되레 내가 미안해졌다. 그 뒤로 사장님은 고양이 집 앞에 커 다랗게 ‘고양이 물고 할퀴어요’라고 써 놓으셨다. 요즘엔 그 말이 사람이 아닌 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써 놓으신 거란 생각이 든다. 모두가 길고양이를 좋아할 순 없다는 건 잘 안다. 각자가 처한 상황도, 경험도, 생각도 모두 다 다를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얌전히 앉아 있는 고양이를 발로 차거나 괴롭히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늘어나는 고양이 개체 수가 걱정된다면 시청에 TNR 신청을 할 수도 있고, 쓰레기봉투를 헤집는 것이 문제라면 고양이의 발톱이 뚫을 수 없는 튼튼한 쓰레기 수거통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렇게 아주 조금만, 정말 조금만 너그러운 시선으로 길 위의 고양이들을 바라봐준다면, 아마 많은 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시선을 바꾸는 일 올해로 레옹이와 함께한 지 꽉 채운 4년째다. 레옹이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공기도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밖에 있어도 레옹이가 식빵 굽는 모습을 상상하면 무엇보다 레옹이는 우리 가족의 ‘시선’을 바꾸었다.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길 위의 고양이들의 삶에 대해, 그 아이들이 겪을 배고픔과 추위에 대해 상상하게 했다. 앞으로도 레옹이가 내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를, 그래서 다가오는 새로운 해에는 올해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지닐 수 있기를 바란다.글·사진 이예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08 09: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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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COEXISTENCE
- 길고양이에게 겨울은 정말 가혹하다. 털옷을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매서운 바람은 털과 살을 파고들어 추위를 새기니, 그저 봄이 오길 기다리며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음식을 찾기 힘들어 배를 주려도, 마실 물이 얼어붙거나 잔병에 걸리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버텨야 한다. 어디 아픈거야, 호평아? 2020년 1월, 한동안 안 보이던 호평이가 오랜만에 내 앞에 나타났다. 평소 우리가 만나던 곳이 아닌 집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이름을 부르니, 호평이는 마치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크고 간절한 울음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거의 울지 않던 아이였기에 불안한 예감과 함께 걱정이 밀려왔다. 역시나 가까이 다가온 호평이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호평이는 이제 눈곱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길고양이를 챙겨왔지만 이렇게까지 아픈 모습은 또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평인 애교를 부리며 얼굴을 내 다리에 비벼왔다. 꼭 나를 믿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 나는 이 아이를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돌보아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편히 찾아와주렴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고양이의 눈병에 대해 찾아보던 중, 가장 의심스러운 병명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고양이 감기라고도 불리는 ‘허피스바이러스’였다. 바로 다음 날 동물병원에 찾아가 의사 선생님에게 호평이의 사진을 보여준 뒤 약을 처방해왔다. 신기하게도 호평이는 그날 이후로 열흘간 꾸준히 집 근처로 찾아왔고 나는 매일 호평이에게 약을 섞은 츄르를 주었다. 상태는 하루하루 눈에 띄게 호전되었고, 마침내 호평이의 눈은 완전히 나았다. 그 이후로 호평이는 다시 애교를 부리지도, 굳이 집 근처로 찾아오지도 않았다. 자신이 아프다는 걸 알고, 살기 위해 나를 찾아왔던 걸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호평이처럼 다른 고양이들도 나를 편히 찾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네 고양이들을 챙겨주고 있다. 온기를 나누며 고양이의 털을 보면 겨울이 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도 추우면 패딩을 꺼내 입듯이 길고양이는 길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두꺼운 털옷을 준비한다. 작은 변화지만 길고양이 역시 나름대로 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빈집이나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창고에서 지내거나 주차된 차 밑 엔진룸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추위를 피하려 노력하지만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겨울에 병을 얻는다. 코가 막혀있거나 눈에 피눈물이 흐르고 수시로 기침하는 모습은 겨울철 길고양이들에게 예삿일이다. 얼마 전부터 삼 남매 고양이들을 챙겨주고 있는데, 요즘 내가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하는 일은 눈물과 콧물을 일일이 닦아주는 것이다. 그럼 눈곱 때문에 눈꺼풀이 붙거나 콧물이 굳어 코를 막는 경우를 막을 수 있어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다. 삼 남매 중에서도 베베는 제일 덩치가 작고 말라서 유난히 감기에 잘 걸린다. 게다가 기침도 심하고, 콧물은 볼 때마다 줄줄 흘리고 있다. 다른 형제들보다 추위를 훨씬 많이 타는지 나만 보면 항상 무릎 위로 점프할 기회를 노린다. 그렇게 무릎 위에 올라오면 베베는 내 다리에 쥐가 나기 전까지는 먼저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추워서 무릎 위로 올라오는 베베와 페페를 보면 안쓰럽지만, 몸을 동그랗게 말고 골골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배척하기보단 공존을 길고양이를 돌보며 인상 깊었던 일이나 안타까웠던 부분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무거운 분위기의 글이 되어버렸는데, 몇 가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있다. 먼저, 길고양이라고 다 불행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길생활에 적응하여 나름대로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햇볕이 예쁘게 내려올 때 일광욕을 한다거나 친구 고양이와 뛰어노는 등의 즐거움 말이다. 모든 길고양이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길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한다. 그저 길에서 태어났기에 길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에겐 경멸의 눈초리보단 사료와 물을, 날카롭고 큰 울음소리를 내는 고양이에겐 TNR 신청을, 추운 겨울 골목 한구석에 놓인 밥그릇을 엎어버리기보다는 따뜻한 이해의 눈빛을 보내주신다면, 고양이와 사람 모두가 공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글·사진 왕보경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01 14: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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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하맹이의 언어
- 아침부터 거실에서 하맹이가 울고 있다. 평소 말수가 적은 하맹이었기에 그 수다스러움이 의아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하맹이에게 갔다. 이름을 몇 번 부르고, 배가 고픈지, 목이 마른지, 외로웠는지를 물었다. 물론 사람의 언어로. 뭐라고 하는 걸까? 하맹이는 벌러덩 누워 간헐적으로 울었다. 그 소리가 보편적으로 고양이 소리로 알고 있는 “야옹”은 아니었고 “뀨구룩”거리는 비둘기 소리에 가까웠다. 왜 이럴까 생각하며 하맹이 머리를 쓰다듬다 우연히 엉덩이 쪽을 봤다. 묽은 변을 봤는지 털들에 대변이 묻어있었다. 오후가 돼서도 나아지지 않아 다음날 하맹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고 약을 먹였다. 며칠간 하맹이 엉덩이만 바라보다 마침내 화장실에서 정상적인 변을 발견했을 때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날 저녁, 같이 사는 친구인 덕우에게 하맹이의 설사가 멎었다는 말을 전했다. 덕우는 다행이라 말하며 문득 이 런 말을 꺼냈다. “하맹이는 고양이 말을 할 줄 알까?” 그 러고 보니 나도 의문이 들었다. 하맹이는 태어난 지 2개 월이 조금 지났을 때 내게로 왔다. 형제들, 그리고 어미 고양이와의 유대가 형성되고 나서 데려왔어야 하는 건 데. 너무 이른 시기에 데려온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말 하자면 나는 아직 엄마의 ‘ㅇ’도 발음하기 전에 생이별을 시킨 과오를 범한 것이다. 제2외국어: 하맹어를 배워보자 덕우 말처럼 하맹이는 고양이 말을 할 줄 모르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실제로 얼마 전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이 새침한 하맹이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유튜브로 고양이 소리를 튼 적이 있었다. 아이 울음소리 같은 그 소리에 나를 비롯한 다른 손님들은 눈살을 찌푸린 것에 반해, 하맹이는 그쪽으론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정황들로 미루어 봤을 때 하맹이는 고양이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대신 하맹이는 자신만의 경험으로 터득한 언어를 만든 것 같았다. 평범한 고양이처럼 “야옹”이라고 울지 않고 비둘기처럼 “꾸르륵”, 포켓몬처럼 “미뇨옹” 하고 운다. 고양이의 언어를 배우지 못하게 한 것이 내 잘못이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맹이를 유심히 관찰해 ‘하맹어’를 배워보기로 했다. 하맹어는 어려워 평소보다 관심을 쏟은 결과 조금이지만 하맹이의 언어를 이해하게 됐다. 우선 하맹이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 “하맹”하고 내가 이 름을 부르면, 하맹이는 귀를 쫑긋거리거나, 꼬리를 흔들거나, 입을 벌려 소리를 낸다. 또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땐 평범한 고양잇과 범주에 들어가는 울음소리인 “야앙, 꺄앙” 소리를 낼 때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문 앞에서 이런 소리를 내면 “문 열어!”, 밥그릇 앞에 서 소리를 내면 “밥 줘!”이다. 반면에 “꾸륵, 미뇨옹, 갸갸각” 같은 미스터리 한 소리는 감정을 나타낸다. 반나절 이상 혼자 집에 있다 내가 현관문을 열면 쏜살같이 달려와 허벅지에 몸을 비빌 때, 간식 서랍을 열었을 때, 자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오랜 시간 쓰다듬거나 품속에 억지로 안으면 심기가 불편해 이런 소리를 낸다. 마지막으로 눈을 깜박여 의사를 전달한다. 주로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눈을 마주쳤을 때 깜박이는데 ‘안녕?’이라던가 ‘뭘 봐?’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눈을 깜빡이며 어젯밤에는 하맹이가 베란다 문 앞에서 “야앙”소리를 내서 문을 열어줬다. 그러자 하맹이는 쏜살같이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구경했다. 아마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 같다.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맞으며 코를 벌렁거리는 모습을 보며 하맹이와 하맹이의 언어로 대화하는 상상을 했다. 우선 너무 어릴 때 데려와 고양이들 간의 유대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 매트리스에 오줌을 쌌을 때 꼬리를 세게 잡았던 것, 설사해서 배가 아플 때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이다. 그러면 하맹이는 아마 나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을 할 테지만 그 소리를 들으면 어쩐지 안도의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날을 반성하며 베란다에 있는 하맹이에게 아직은 서툰 하맹어로 말한다. 눈을 깜박이며 “야앙! 꾸르륵!” 안녕, 나는 너를 좋아한다, 그래서 행복하다.글·사진 양세호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10-01 14: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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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삶, 고양이, 스며들다
- 나와 남편은 패브릭과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양이와 전혀 상관없어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전부 다 고양이와 무척이나 깊게 맞닿아 있는 제품들이다. 작은 식탁에서 시작된 큰 꿈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 나는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곤 잠시 숨을 돌리며 그간 하고 싶었던 일들을 조금씩 시작해보기로 했다. 목공을 배워서 나무 그릇 만들기, 고양이들에게 밥그릇 받침대, 이른바 ‘맞춤 식탁’ 만들어주기 등등. 당시에는 다묘 가정을 위한 식탁이 흔치 않았고, 그마저도 100% 원목이 아닌 가벼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툭하면 엎어지고 ‘우다다’에 휘청거리는 가벼운 식탁뿐. 그래서 나는 ‘언젠가는 꼭 아이들을 위한 식탁을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묵직하고 밀리지 않으며 밥그릇 사이 간격이 넓은 식탁. 그래서 여러 마리가 함께 밥을 먹어도 서로 다닥다닥 붙지 않아도 되는 식탁 말이다. 그 취미생활이 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나는 정말로 즐겁게 그 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개인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고양이 식탁에 이어서 평소 만들고 싶었던 사람용 원목 식기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소하게 나무를 다듬으며 지내다가 가구를 디자인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것. 그리고 지금 우리는 결혼 후 각자의 브랜드를 합쳐 함께 운영 중이다.사람이 쓰고, 고양이가 쓰고브랜드에는 스툴, 테이블, 월 유닛, 여름 침구, 겨울 침구 등 사람 제품이 월등히 많다. 고양이 제품은 식탁 하나뿐이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중 고양이와 개를 반려하는 분들의 비중이 제법 높다. 아마도 ‘고양이가 써도 말짱해요. 강아지가 좋아해요’와 같은 후기가 많아서 그런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분들이 자주 찾아주시는 것 같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들은 모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의 테스트 기간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는 늘 고양이가 개입한다. 제품에 털을 묻히고 정전기를 일으키고 스크래치를 내는 여섯 마리의 직원들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야만 비로소 판매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이로운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말로,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닌데 말이다. 사실 고양이 여섯 마리와 함께 살다 보니 작은 부분이라도 동물들에게 해롭지는 않을지, 제품을 만들 때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나와 남편과 내 고양이들이 함께 부대끼며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제품이 탄생하는 셈. 어쩔 수 없는 고양이 팔불출 제품 사진을 찍을 때도 늘 고양이 직원들이 여기저기 끼어든다. 그래서 우리의 제품 컷에는 늘 고양이들이 묻어있다. 가끔은 제품을 찍는 건지 고양이를 찍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 ‘일할 때는 공과 사를 구별하자!’가 요즘 우리 부부의 모토.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마치 팔불출 부모가 자식 자랑을 하듯이, 제품이 잘 나온 사진보다도 고양이들이 또렷하게 나온 사진을 고르고 있는 나와 남편.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고양이 예쁜 사진이 최고인 것을. 재작년에는 수유 임시 보호를 맡았던 검은색 새끼 고양이(지금은 시가의 둘째 고양이가 되었다) 밤이를 캐릭터화시켜서 패브릭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으로 차용했다. 손님들에게 나눠줄 스티커로도 만들고 말이다. 그리고 올해는 우리 집 막내 삼색이, 박하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패키지로 만들었다. 딱히 고양이 제품은 아니지만. 고양이 팔불출들이 만드는 제품이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런 일련의 작업이 우리 부부에게 소소하지만 큰 즐거움을 전해주기에, 우리 부부는 앞으로도 제품의 여러 부분에 우리의 고양이들을 슬며시 끼워 넣을 계획이다. 요즘에는 쇼룸 창가에 고양이 캐릭터 간판을 세우고 싶다며 나를 설득하는 남편을 말리고는 있는데… 아마 조만간 쇼룸 앞에서 삼색 고양이 간판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여섯 마리 고양이들, 우리 부부의 곁에서 오래오래 지금처럼 성실한 직원으로 남아주기를. 직원 복지만큼은 최고로 제공할 테니 말이다. 글·사진 장경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9-28 09:5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