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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23 08: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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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20 0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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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16 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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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7-16 08: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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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07 1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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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04 10: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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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03 10: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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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가치투자
- 자고 일어나니 어제 다이소에서 산 벽걸이 후크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중량이 과했던 탓일까. 머지않은 곳에는 액자 하나가 뒤집어진 채 내팽개쳐져 있다. 접착제 부분을 라이터로 지져서 벽에 붙인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스노우 볼을 굴려보자 하맹이는 눈치도 없이 떨어진 후크를 앞발로 툭툭 치며 드리블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괜히 후크를 집어 거실 저편으로 힘껏 던진다. 털을 흩날리며 뛰어가는 하맹이의 뒷모습을 보는데 언제쯤 내 집 벽에 못질을 하는 날이 올까, 하는 막연함이 앞선다. 하맹이가 후크를 잃어버렸는지 날 올려다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동시에 나는 서울에서 집을 장만하는 건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잠시 동안 하맹이와 나는 허망함이 가득한 시선을 교환하며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주말부터 우울하긴 싫다. 기분전환을 위해 TV를 켰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방영 중이었다. 메리츠 자산운용의 대표이사인 존 리가 나오는 편이었다. 그는 짧게 소개를 마친 후, 주식투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나는 그의 설득력 있는 말에 쉽게 매료되었다. 문득 영화 「아가씨(2016)」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상심한 나를 위해 나타난 나의 구원자, 나의 스승님, 나의 존 리.” 그의 말대로 ‘주식 가치투자’를 하면 언젠가 서울에 내 집을 장만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부풀어오른다.스노우볼은 다음 달부터 가치투자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미래 유망종목으로 방향을 잡고 동업자의 마음가짐으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 며칠간 유튜브를 탐방하며 시사경제 콘텐츠를 탐닉하고 미래의 세상을 상상했다. 그러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자동차 분야, 그중에서도 ‘자율주행’에 관심이 생겼다. 이젠 투자를 할 기업을 선별해야 할 차례. 잡플래닛에 올라온 기업평가까지 읽어보는 집요함으로 마침내 모든 절차를 끝냈다. 뿌듯한 마음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제야 하맹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휑한 거실 한가운데 엎드려 날 노려보고 있다. 심심한 모양이다. 떨어진 벽걸이 후크라도 보인다면 이리저리 던져줬을 텐데 안타까웠다. 어쨌든 가치투자만이 해답이다. 핸드폰 금융 어플을 켜니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계좌에 이십만 원 정도의 쌈짓돈이 있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월급통장 계좌였다. 이십만 원, 이 작은 스노우볼을 굴려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해 옆집이나 윗집에서 조용히 해 달라고 소리칠 때까지 행복한 못질을 할 것이며, 추억이 담긴 액자를 벽에 걸며 환하게 웃을 것이다. 드디어 주식 계좌에 송금을 하려는 찰나, 알림이 뜬다.‘매진되었던 캣 타워가 입고되었습니다.’하맹이를 위해 스노우볼은 다음 달부터 굴리기로 한다.글·사진 양세호에디터 신동혁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3 08: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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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고양이와 함께 태교하기
- 아기 그리고 여섯 마리 고양이 2021년 2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의 여섯 마리 고양이들에게 조카가 생긴다. 유산으로 힘들었던 기억도 잠시 또다시 기적처럼 찾아온 아기 천사 덕분에 귀엽고도 따뜻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고양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나의 태교를 도와준다. 고양이 여섯 마리가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양이 말고 애를 낳아서 키워야지’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나와 남편은 양가 부모님께 우리 부부의 생각을 말씀드렸고, 다행히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아기를 갖는 일에 대해 머뭇거렸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아기가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또 내가 아기 를 행복하고 풍족하게 키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고양이였다. 아기를 돌보느라 나의 고양이들에게 소홀해지면 어쩌나 하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분명 아기에게 시간을 더 쏟게 될 텐데 결코 나이가 적지 않은 나의 고양이들은 이제 더욱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할 터였다. 작은 존재들의 소중함 그러는 동안 나와 남편은 젖먹이 고양이 수유 임시 보호를 하게 되었다. 눈도 못 뜬 고양이들을 품에 안고 분유를 먹이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엄마 고양이가 해줘야 할 일을 밤낮으로 부지런히 대신했다. 젖먹이 고양이들은 좋은 가정을 찾아 입양을 갔고, 입양 보내기 어려운 아이들은 우리가 품기로 하면서 차츰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사랑하는 존재가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서 나누어 받을 사랑의 몫이 줄어드는 것은 아님을, 오히려 사랑의 크기는 그만큼 더 커진다는 것을. 고양이들을 돌보며 집안일 까지 기꺼이 함께하고, 나와 고양이들을 끔찍하게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다정한 남 편과의 하루하루가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 우리가 다시 아기 생각을 하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부터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아기가 생긴다면 고양이들의 영역을 아기가 침범하게 될 텐데, 고양이들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공간 분리가 필요했다. 평소에 고양이들 출입이 금지 되었던, 주로 창고와 소품을 보관하던 작지만 따뜻한 방을 아기방으로 정했다. 원래 고양이들의 영역이 아니었으니 당분간 아기가 지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고양이의 털은 사람의 기관지에 들어가지 않고 배변 활동으로 배출된다지만 그래도 걱정이 많으신 부모님들을 위해 청소를 두 세배 열심히 하기로 했다. 로봇 청소기도 들이고 식기세척기도 들이고. 하지만 뭐랄까, 아기를 걱정하기보다는 할 일이 늘어난 우리 부부를 걱정해 주시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조리원을 예약할 때나 임신 소식을 주변에 나눌 때 ‘고양이를 보내야지’라거나 ‘아기가 생겼으니 고양이는 그만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내 임신과 출산, 육아의 전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오백 번은 더 듣게 되리라 생각하며 흘려듣는 연습을 하는 중인데도 꽤 속상하고 괴롭다. 내가 유산으로 힘들어할 때 보송보송한 털과 작은 발로 나를 위로하며 곁을 지켜주었던 이 작은 존재들의 소중함을 그들은 모르기에 하는 말이리라. 그들에게는 내 고양이들이 반려동물도 아닌 애완동물로 보일 뿐이겠지. 여섯 마리와 함께하는 내가 그들 눈엔 유별나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위로하고 있다. 아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힘들어하진 않을까. 요즘 내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역시 그런 것들이다. 소리에 예민한 고양이들이 아기 울음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매일 열 번은 안아줄 것을 다섯 번밖에 안아주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보통 그런 것에 대한 걱정들. 우리가 다 같이 따뜻하고 행복한 꿈을 꾸듯 배 속의 아기도 작은 생명을 아끼고 동물과 함께 공존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삼색이 태몽을 가진 나의 작은 아가야. 너는 고양이 이모 삼촌들이 많단다. 엄마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따뜻하고 다정한 존재들이야. 너에게도 이 사랑을 가르쳐줄게. 엄마 아빠, 그리고 고양이 이모 삼촌들과 함께 널 맞이할 준비를 해둘 거야. 따뜻한 봄날, 우리 건강히 만나자.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조문주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0 0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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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LOVELY TRAPS
- 하늘이 높고 짙다. 신선한 아침 공기에 알싸함이 더해졌다. 가을이 온 것이다. 부비적 트랩 얇지만 강하게 스며드는 까슬까슬한 햇살. 거실 한가운데로 내려앉은 동그란 햇살 돗자리에 한자리 차지하고 누워 지그시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그림자가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조니와 데비가 보였다. 다소곳하게 앉아 나를 구경하는 두 실루엣. ‘어여쁜 햇살보다 너희가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구나.’ 나는 오늘 하루도 또 이 작은 아이들의 귀여운 함정에 빠진 것이다. 조니와 데비는 나와 함께 놀고 싶거나 맛있는 간식을 먹고 싶을 때면 곧바로 ‘부비적 트랩’을 발동한다. 부비적 트랩이 한번 발동하기 시작하면 거실에서 부엌까지 물을 뜨러 가는 그 짧은 거리조차 두세 번은 빙빙 돌아가게 된다. 부비적 트랩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바로 내 얼굴과 다리, 팔, 집안 가구 등 가릴 것 없이 모두 부비적 부비적 몸을 비비는 것이다. 부비적 트랩은 아주 위험한데, 노트북으로 중요한 작업을 하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꼭 무슨 낯선 바이러스라도 생긴 것처럼 알 수 없는 꼬불꼬불한 글자들이 화면 가득 적혀 있을 때가 많다. 잘 걸어가던 내 걸음걸이도 멈칫멈칫 이상해 지고, 얼굴을 향해 계속 부비적 부비적 하는 바람에 눈조차 제 대로 뜰 수가 없다. 더욱이 무서운 점은 한 번 걸려들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행복하고 귀여운 고문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무시무시한 부비트랩이 아닌, 이 작은 아이들의 부비적 트랩만 가득하다 면 어떨까. 눈빛 모스 시그널 아이들이 지닌 강력한 무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탑재된 두 번째 무기는 바로 ‘눈빛 깜빡깜빡 신호’다. 나는 이것을 ‘눈빛 모스 시그널’이라고 부르는데, 꼭 아이들이 나에게 눈 깜빡임으로 모스 부호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붙인 이름이다. 한 번은 재미 삼아 정말로 해석을 해보았지만, 대부분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기에 피식 웃으며 넘어갔었다. 하지만 그렇게 조니와 데비가 눈빛으로 깜빡깜빡 사랑을 말할 때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당장 아이들에게 슝 달려가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이 꼬맹이들의 노림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조니와 데비의 눈빛 모스 시그널은 강력하고 또 사랑스럽다. 데비는 눈을 깜빡거리기보다는 게슴츠레 뜨곤 사랑을 고백하는 경우가 많다. 밥 주기 전 “모두들 배고파요?” 하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들리면 멀리서도 달려와 나에게 게슴츠레 눈빛 시그널을 마구마구 보낸다. 반면 조니는 제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눈빛 모스 시그널을 마구마구 쏘아댄다. 어제도, 오늘도, 살얼음 같은 추위가 가득한 계절이 다가올 때도, 그렇게 언제나 나를 기분 좋은 함정에 빠뜨리고 간지러운 공격을 해오는 조니와 데비가 있어 도담도담 하우스엔 오늘도 사소한 행복이 가득하다. 글·사진 김보미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16 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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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사랑과 전쟁
- 드라마에서 빠지면 섭섭한 필수 요소, ‘삼각관계’. 학창시절 나는 달콤한 로맨틱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꿈꾸곤 했다.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갈팡질팡 행복한 고민을 하고, 친구들과 모여 누굴 선택할지 심각하게 토론도 하며 지금 돌아보면 참 쓸데없지만 귀여운 10대를 보냈다. 사실 20대까지도…. 엄마는 내 거야 10대 시절 소망이 뒤늦게 이뤄진 것일까? 나는 지금 삼각관계 를 뛰어넘어 무려 육각관계(?)의 주인공이 되었다. 고양이 네 마리와 사람 아들 하나, 이렇게 다섯이 나를 두고 매일 사랑 싸움을 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 치열한 사랑과 전쟁 속 에서 남편은 일개 시청자로 빠져주어 나의 선택지를 줄여 줬다는 것. 드라마 시즌 1. 당시 남자 주인공은 우리 집 장남 고양이 용복이 하나뿐이어서 아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허나 그 뒤로 식구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나를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사람 아들 ‘때때’는 고양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상대다. 이제 꽤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된 때때는 자주 “엄만 때때 꺼!” 하며 선을 긋는다. 철이 든 어른 고양이들은 때때가 잠들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달려오지만, 때때와 정신연령이 비슷한 꼬마 아가씨 금복이는 ‘야옹! 아니, 엄만 내 꺼라옹!’ 하고 때때의 손을 툭툭 쳐낸다. 금복이와 때때는 서로 가장 친하면서도 앙숙이다.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만약 때때 동생이 태어나면 어떻게 될지 눈앞에 훤히 그려진다. 심술쟁이 때때 오빠의 모습은 금복이만 보는 거로. 미워할 수 없는 질투쟁이들 대부분 귀여운 장난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나의 사랑이 누구 하나에 쏠리면 꼭 심술을 부리는 친구가 생긴다. 특히 질투가 많은 용복이는 내가 다른 녀석을 예뻐하고 있으면 그 아이를 솜방망이로 툭툭 치고 지나간다. 매우 잘생긴 얼굴을 가졌지만, 속이 좁쌀만큼 좁아서인지 용복이 오빠는 여동생들에게 인기가 참 없다. 얼마 전 질투가 빚어낸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안방 문을 여니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양이들이 우르르 안방으로 들어왔다. 금복이는 반갑다고 애교를 부리는데, 나는 잠이 덜 깨 울고 있는 때때를 달래느라 금복이의 애교를 받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금복이는 침대로 폴짝 올라가더니 내 눈을 똑바로 바 라보며 침대 매트리스에 쉬를 해 버리는 게 아닌가! 오 마이 갓, 공주님의 사랑을 무시 한 벌이라고 하기엔 충격이 참 세다. 휴. 넘치는 사랑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릴 때면 남편 은 얄밉게 꼭 한마디씩 거든다. “꿈이 이뤄졌네~ 다 너만 바라보고 있어~” 내가 이렇게 넘치는 사랑 속에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하하하. 사랑이 넘치는 나날 자려고 누우면 한쪽 팔엔 때때가, 다른 한쪽 팔엔 금복이가 와서 품속을 파고든다. 그렇게 잠깐 눈을 붙이나 싶으면 행복이가 문을 긁으며 냐앙 냐앙 나를 부른다. 행복이가 좋아하는 공놀이를 같이 해주고 소파에 앉으면 용복이가 내 몸 위에 쿵 하고 올라와(참고로 용복이는 뚱냥이다) 꾹꾹이를 하다 내 품에서 쿨쿨 잠이 든다. 거대한 고양이에게 깔려 불편한 쪽잠을 자다 보면 안방에서 ‘엄마아아앙-’ 하며 때때가 울기 시작한다. 이렇게 거실과 안방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사랑에 취한 채 밤이 끝나고 햇님이 방긋 떠오른다. 그럼 또 끝난 적 없던 엄마의 하루가 허락도 없이 시작된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이 건넨 휴지로 청순하게 눈물을 닦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며 휴지로 대소변을 치우는, 드라마와는 아주아주 괴리감이 있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드라마 속 어느 여주인공이 와도 나보다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웃음) 글·사진 강은영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16 08: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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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THE BIGGEST PRESENT
- 평화로운 오후. 내 무릎 위에 앉아 골골송을 부르는 폼폼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던 중, 새삼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우리는 이렇게 가까워져, 서로를 완전히 믿을 수 있게 된 걸까?서두르지 않아 우리의 사이가 처음부터 가까웠던 것은 아니다. 첫 만남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이 상황은 감개무량할 정도로 커다란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노아와 폼폼을 스위스에서 만났다. 노아는 처음부터 우리를 좋아했고 호기심도 참 많았다. 새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동장에서 나와 집안 여기저기를 탐색했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내게 다가와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애교를 부리는 새끼 고양이 노아는 정말 작고 귀여웠다. 반면 한 배에서 태어난 폼폼은 예민하고 겁이 많았다. 낯선 집에 도착했다는 두려움에 밥도 먹지 않고 구석에 웅크려 있어서 우리의 애를 태웠다. 다행히 차차 새집에 적응해갔지만, 남편과 나를 오랫동안 경계하며 마음을 내어 주지 않았고, 툭하면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기 일쑤였다. 조금 친해진 것 같아 턱 근처를 살살 쓰다듬어 주려고 하면, 얌전히 손길을 즐기다가도 예고 없이 있는 힘껏 ‘냥냥펀치’를 날리며 도망가곤 했다. 처음에는 노아와 달리 왜 폼폼은 우리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폼폼의 성격이 본래 그런 것을 어찌하랴. 그저 받아들이고, 폼폼이 원하는 대로 한 발자국 물러서서 기다려주는 수밖에. 천천히, 살며시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온 지 대략 1년쯤 되었을 때였다. 어느 날 폼폼이 갑자기 소파 위에 누워 있는 내 곁으로 올라와 골골송을 부르며 배에 꾹꾹이를 해 주었다. 그때의 충격과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도도하고 까칠한 폼폼이 스스로 다가와 꾹꾹이를 해 주다니?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턱 근처를 쓰다듬어 주니 아예 내 배 위에 찰싹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 그날을 시작으로 폼폼과 급격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냥냥펀치를 날리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폼폼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간 숨겨왔던 우리를 향한 강력한 신뢰의 감정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폼폼, 하고 부르며 손을 내밀면 그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달려와 머리 박치기를 하는, 정말이지 집사의 심장을 마구 폭행하는 귀여운 애교까지 서슴없이 보여준다. 심지어 이제는 무릎에 앉아 골골거리며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기까지 한다. 폼폼은 사실 애교가 아주 많은 성격인 것 같다. 다만, 폼폼은 천천히 신뢰를 쌓아 나갈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무르익어가는 관계 처음 스위스에 왔을 때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시골에 고립된 것만 같았다. 그것이 너무 외로워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려 부단히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빠르게 친해진 지인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 우리의 관계는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 역시 부자연스러운 속도는 내달리면 결국 탈이 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반면 폼폼과 나의 관계는 달랐다. 어서 친해지고 싶었지만 굳이 애쓰지 않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마음을 열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폼폼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아갔다. 그 결과 현재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에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지만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도 참 많다. 특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인간관계 문제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럴 때면 아이들과 나 사이의 신뢰 관계가 무척 큰 위로가 되어준다. 마음을 모두 내보여 준 고양이는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는지는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느리지만 신중하게 쌓아간 우리의 유대감은 내가 스위스에 와서 얻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짙어지고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글.사진 이지혜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07 1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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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사랑 표현법 이해하기
- 이미지 확대보기 고양이가 7마리와 함께 산다는 소리를 들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질문을 한다.
그럼, 남편도 고양이를 좋아해?
남편만의 사랑법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남편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꽤 심각한 고양이 털 알레르기까지 있다. 그저 아내인 내게 맞춰주기 위해,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반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는 털 알레르기도 없기에 털쟁이들과의 삶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오랫동안 많은 아이를 돌봐왔다. 그래서일까? 나와 결혼 후 고양이를 처음 대면하는 남편의 마음은 결코 나와 같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나와 같은 크기의 사랑을 고양이에게 주길 바라왔었다. 내 눈에는 언제나 한없이 부족한 남편의 행동을 보며, ‘왜 이건 안 챙겨줄까? 왜 이 부분까지 생각을 못 할까?’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남편은 지금도 시시때때로 붉게 올라오는 반점과 간지러움을 약을 먹고 버텨가며 어떻게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나보다 더 깊은 남편만의 사랑 표현법이 아닐까. 물론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고양이들은 매일 함께 살을 부비며 놀아주는 나를 더, 아니, 나만 졸졸졸 따라다니지만 말이다(웃음).방법은 달라도 통하니까 사랑 표현법이 다른 건 사람뿐만이 아니다. 우리 집 막내 단비는, 언제나 아주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보기 드문 고양이다. 심지어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사랑 표현을 하며 보낼 정도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고, 휴식을 취하려고 소파에 앉기만 하면 잽싸게 달려와 품속을 파고든다. 오죽하면 요즘 단비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단비야~”, “단비야!”, “단비야 쫌!”일까. 하지만 단비만이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내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모모. 이름을 부르면 벌떡 일어나서 달려오는 모카. 쓰다듬어주면 갑자기 애교쟁이로 변하는 고등어. 배를 만져도 발바닥을 만져도 엉덩이를 만져도 참아주는 너그러운 찡가. 등 돌리고 앉아있지만 실은 나를 매우 좋아하는 모리. 물음표 꼬리를 만들며 ‘냐옹~’을 외쳐주는 찡콩. 모두 단비만큼 눈에 띄는 방법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온 마음으로 내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음을 날마다 다시금 확인한다.서로를 향해 흐르다 육아를 하면서 집안에는 아기 장난감들이 하나둘 생겼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있다. 바로 고양이들이 아기 장난감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왜 고양이 용품을 따로 샀는지 싶을 정도로, 녀석들은 고양이 전용 장난감보다 아기 장난감에 더 열광했다. 새로운 물건이 도착할 때마다 아이들은 이미 한껏 들떠서 옹기종기 모여든다. 시기가 지나 아기가 흥미를 잃은 장난감들은 고양이 차지가 되고, 아직 시기가 되지 않았지만 미리 구비해 놓았던 용품들도 고양이 차지가 된다. 덕분에 우리 집 대장님 (아기의 애칭)은 졸지에 7마리의 고양이 언니 오빠들로부터 장난감을 물려받고 있다. 동물과 사람의 경계는 무너졌고, 사람 것, 고양이 것이라는 기준 역시 사라졌다. 우리는 그저 한 가족일 뿐. 서로에게 물려 쓰고 물려받으며, 보통의 형제들처럼 함께 지내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란 결코 종(種)에 한정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고양이로부터 배웠다. 날마다 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곁을 지키는 가족. 인연을 돌고 돌아 한데 모여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글.사진 황류리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6-04 10: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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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안녕, 나의 20대 그리고 고양이 왕국
What have I become, my sweetest friend?내 가장 소중한 친구여, 난 대체 무엇이 되어버린 걸까?Everyone I know내가 아는 모든 이들은Goes away in the end결국에는 떠나 버리곤 해And you could have it all그리고 네가 모든 걸 취할 수 있단다My empire of dirt흙이 된 나의 제국까지도- Johnny Cash, 「Hurt」
빠르게 흘러간 2020년. 다시 가을은 돌아왔고, 저의 20대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20대를 함께한 소중한 고양이 왕국도 황혼을 향해 기울고 있습니다. 20대의 청춘을 함께했으며 내 추억의 밑거름이 된 소중한 친구들, 항상 건강하게 아픈 곳 없이, 별 탈 없이 평생을 함께할 것만 같았던 고양이들의 제국. 사람인 저와 친구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당연한 사실이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아프게 느껴질까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집보다 학교가 좋았던 스무 살의 나. 그때 제 곁에는 엄마 젖을 먹던 새끼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20대 중반이 되어 취업 걱정을 하던 때, 젖 먹던 새끼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의 어미가 되었고, 좀 더 큰 미래를 걱정하는 지금, 20대의 끝자락에서 이제 그 고양이는 차가운 땅속에 묻혔습니다. 저도 그렇게 20대를 함께한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을 마음 한쪽에 묻었습니다.해가 지기 전에 가려 했지너와 내가 있던 그 언덕 풍경 속에아주 키 작은 그 마음으로세상을 꿈꾸고 그리며 말했던 곳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는소중한 내 친구여- 신성우, 「서시」
휴일 이른 아침, 밥을 달라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언제나 마냥 반가웠던 건 아닙니다. 한 번쯤은 늦잠을 자고 싶기도 했고,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싶기도 했습니다. 친구와 다투거나 이별의 아픔을 느꼈을 때 고양이들에게 위로를 받기도 했지만 항상 그랬던 건 아닙니다. 가끔은 혼자 조용히 슬픔을 곱씹고 싶을 때도 있었고, 그 누구의 위로도 받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맘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저리 가’라며 짜증도 내고 일부러 피하기도 했으며 집에 없는 척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이기적인 제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언제나 한결같았습니다. 제가 슬플 때도 힘들 때도 그리고 즐거울 때도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 주던 아이들을 어쩌면 저는 당연하게 생각했나 봅니다.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되고 난 지금, 비로소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만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그래 난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가을방학, 「언젠가 너로 인해」
수컷 고양이 꼬리곰탕, 줄여서 곰탕이라는 이름은 몽땅한 꼬리가 인상적이어서 붙여준 이름입니다. 곰탕이와 애들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도가니 역시 아빠를 닮아 짧은 꼬리가 특징입니다. 기분이 좋을 때면 짧은 꼬리를 부르르 떨던 아이, 에메랄드색의 눈동자가 참 매력적이던 아이, 수년간 몸이 아파 폭풍우 속 등불처럼 위태로웠지만, 꺼질 듯 말 듯 하면서 더 타오르던 아이. 내 20대를 함께한 도가니는, 마른 몸을 이끌며 도로를 건너다 자동차에 치인 도가니는 2020년 7월, 10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있는 노란 고양이를 보았을 때 저는 그 아이가 도가니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병마와 싸워 견디던 강한 아이였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언젠가 도가니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를 마치진 못했던가 봅니다. 우리에게 놓인 시간은 어째서 이렇게 짧고 또 소중한 걸까요. 좀 더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부디 도가니가 다음 생에는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글.사진 안진환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6-03 10:2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