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STORY | 2021-08-10 08:50:39
-
[STORY]
STORY | 2021-08-03 09:35:10
-
[STORY]
STORY | 2021-07-30 09:04:29
-
[STORY]
STORY | 2021-07-30 08:35:56
-
[STORY]
STORY | 2021-07-28 16:00:01
-
[STORY]
STORY | 2021-07-27 08:35:51
-
[STORY]
STORY | 2021-07-23 10:19:50
-
- MAGAZINE C. 우리 집 고양이, '강아지'
- “아지를 만난 지 벌써 4년이 지났어요.” 아지의 집사가 운을 뗐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근데 꼭 엊그제 같다고, 너무 생생하다고. 우리 아지 앞으로 오래오래 예쁘게 기억할 수 있게 인터뷰 잘 부탁한다고. 서로를 선택한 사이 2016년 9월 26일. 집사는 그날따라 날씨가 좋아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서 집에 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홀린 듯 다가갔다고. 단지 입구에 다다르니 애처롭게 울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집사의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두 달 전쯤 나타난 녀석인데, 사람 손을 잘 타고 샴푸 향이 나는 게 어쩐지 주인이 있는 고양이 같아서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없다고 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데 걱정이 된다는 말에 집사의 마음속 한구석에서 용기가 샘솟았다. 그렇게 집사는 곧장 동물병원으로 달려가 건강검진을 받고, 집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집사는 아지와 만났다. 내가 아지를 선택한 게 아니라 아지가 나를 선택한 거라며, 집사는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강아지인데요? “아지라는 이름이 참 예쁜 것 같아요. 따뜻한 느낌이랄까? 근데 혹시 성이 강은 아니죠?”라는 질문에 호탕하게 웃는 집사. “맞아요! 제가 강 씨거든요. 아지는 제 가족이니까, 제 성을 따라야죠! (웃음)” 아지는 털 빗는 것도 뱃살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아한다며, 이 정도면 강아지보다 순한 거 아니냐고 자랑스러워하는 집사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고양이는 고양이인지라, 집사의 말을 귀찮아하며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정말 예의 있는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입맛이 꽤나 까다로워졌어요. 예전에는 사 오는 건 모두 다 잘 먹어서 기특하고 행복했는데, 요즘은…. 고르고 골라서 사 온 간식들도 매몰차게 무시하곤 한다니까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사실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만난 가족이었기에 처음부터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아지는 치주염이 있었고, 귀지가 심했으며, 눈병까지 앓고 있었다. 다행히도 귓병과 눈병은 치료를 받고 나았지만 치주염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워져 결국 발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집사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처럼 느껴져 괴로웠단다. 학생 시절에 더 좋은 치료를 충분히 해주지 못했던 탓이라고 말이다. 수소문 끝에 아지에게 꼭 알맞은 병원을 찾았고, 수술도 무사히 잘 끝나 지금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참 다행이라고 집사는 덧붙였다. 집사는 힘들었던 시간을 겪으며 새삼 ‘가장의 책임감’을 배웠다고 한다. 아무리 아프고 힘든 순간이 닥쳐오더라도, 마지막까지 꼭 곁을 지키겠다는 책임감 말이다.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꽉 찬 4년이 정말 하루아침에 지나간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의 시간도 그렇지 않을까요. 아지와의 만남을 예상하지 못했듯이, 아지와의 이별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올 수 있겠죠. 그때 아지가 ‘너랑 있어서 꽤나 재미있었다, 집사!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라고 웃으며 말해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듣기 위해서라도 날마다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사랑해 주고, 놀아주려고 해요. 그러면 아지도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요. 우리는 눈빛만으로도 통하니까요.” 창가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쬐며 등 하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여유를 아는 고양이 ‘강아지’. 아지의 창문 너머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그리고 그 일들을 집사에게 종알종알 이야기하며 따스하고 포근한 겨울을 맞이하기를 바라본다.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10 08:50:39
-
- MAGAZINE C. 좁은 이부자리에서 꾸는 꿈
- 한 달 살이에서 평생 살이로 모카와 두부와 함께 산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탁묘로 시작해서 한 가족이 되기까지,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함께 하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원래 오빠네(당시 남자친구이자 현재 남편)가 키웠던 아이들이라, 처음 왔을 때부터 이름을 짓고 자라오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울 상황이 되지 않았던 그때, 작고 앙증맞은 고양이 모카와 두부를 보러 가는 건 내 삶의 큰 기쁨 중 하나였다. 오빠네 가족이 며칠씩 집을 비우게 되면 기꺼이 아이들을 돌보러 오빠 집으로 향하곤 했다. 고백하건대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오빠 집으로 향한 적도 꽤 많았을 정도.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이따금씩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행복했다. 고양이들은 가끔 한 달씩 우리 집에 ‘한 달 살이’를 하러 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그렇게 고양이가 예쁘면 한 마리 키우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결코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될 문제였다. 일의 특성상 자주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고, 예쁘다는 이유만으 로 생명을 들이는 건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집사가 처음이라 처음엔 한 달, 그다음엔 두 달, 그리고 이젠 아예 우리 집에 살게 된 모카와 두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린 서로에게 점차 익숙해졌다. 고양이들이 온 뒤부터는 일 때문에 외부에 따로 얻었던 내 작업실도 정리하고, 집 안에 작업실 공간을 만들어 두기로 했다. 거실 한 켠에는 캣타워나 스크래쳐 같은 고양이 용품들이 하나둘씩 늘어났고, 부엌 찬장에는 고양이 간식과 사료, 모래 등을 넉넉히 쟁여 놓았다. 아이들이 찾으면 언제라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또 베란다엔 고양이들이 일광욕을 하며 밖을 내다볼 수 있게 커다랗고 안락한 의자도 준비해두었다. 원래는 내가 책을 볼 때 썼던 의자였지만, 고양이들을 위해 기꺼이 양보한 것. 아니, 양보라기보다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어주었다고 해야 할까. 외출할 때면 집에 있는 모카와 두부 생각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하룻밤이라도 자고 올라치면 다음 날 아침에 당연한 듯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연스레 집순이, 집돌이가 되어버리곤 하는 것. 심지어 잘 때조차 모카와 두부를 위해 침대 한 켠을 그냥 내어주면서, 정작 우리 부부는 끄트머리에서 잘 때도 있었다. 그치만 발 한쪽이라도 우리 곁에 두려고 옹기종기 모여드는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바라보면 내 한 몸 좁게 자면 어떠리- 한없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익숙해진다는 것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도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야 하고, 고양이도 우리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조금씩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가듯 우린 가족이 되었다. 아침이면 원두를 직접 갈아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곤 한다. 그런데 드르르륵 전동 핸드밀의 소리가 고양이들에겐 무섭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처음엔 소스라치게 놀라던 아이들도 이젠 익숙한 듯 원두 향을 맡으러 옆으로 온다. 알람보다도 빨리 깨워주는 고양이 덕분에 아침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하고, 내 식사보다 고양이들의 사료를 먼저 챙기는 일과. 조용하던 일상이 고양이 두 마리로 인해 조금은 소란하고 분주해졌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은 더 깊고 너그러워졌다. 오래오래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기를.글 이수현사진 최상원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8-03 09:35:10
-
- MAGAZINE C. 가족의 의미
- 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계획했던 일들을 잠시 미루어야만 했다. 그게 계기였을까? 올해 초, 우리는 뽀글뽀글 파마 코트를 입은 조단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 뾰족한 귀 끝에서부터 허리에 이르는 까만 털 부분이 꼭 다크 히어로 ‘배트맨’을 떠오르게 해 ‘배트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꼬불꼬불 배트냥 조단이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적응 기간조차 없이 온 집안을 누비며 개냥이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 후, 조단이는 스튜디오에 방문하는 분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인기 스타가 됐다. 하지만 창문 밖을 바라보는 조단이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졌다. 혹시 조단이에게 친구가 필요한 건 아닐까? 우리 부부만의 생각일 수도 있기에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 달 뒤, 조단이 동생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 드디어 둘째를 입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집에 도착한 조니는 우렁찬 목소리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같은 고양이지만 성격도, 취향도 이렇게나 다르구나 싶었다. 조단이는 첫째답게 의젓하고 듬직한 성격으로 장난감도 동생에게 양보하는 편이고, 둘째 조니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는 응석받이다. 또 애교도 많고 대범하다. 하지만 조단이에겐 약간의 식탐이 있는지라, 조니가 남긴 사료까지도 싹 해치우는 대식가의 면모를 보이며 날이 갈수록 점점 거묘(!)가 되어가고 있다. 바라만 봐도 좋은 날마다 꼭 붙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된 조단이와 조니. 설거지할 때면 꼭 옆에 와서 훈수 두는 듯 우두커니 지켜보고, 화장실을 갈 때면 문 앞에서 항상 기다려 주는 너희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너희들의 그릉그릉 소리를 듣고 있으면 수면제도 필요 없이 잠이 솔솔 온다. 너희에게는 우리가 필요하고, 우리에게는 너희가 필요한 그런 묘한 관계. 새벽에 머리를 콩 들이밀며 내 팔 밑을 파고들고 간식을 흔들면 고양이로서의 자존심도 버린 채 손도 잘 내어준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잠든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곁으로 와 꾹꾹이를 해주고 골골송을 불러주고 내 얼굴을 정성껏 핥아줄 때면 조단이와 조니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지금은 그런 편견이 많이 사라졌지만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선 동물인 듯하다. 우리 부부 역시 처음에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란 어떨지 쉽사리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조단과 조니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첫 합사, 친해져 가는 둘, 밥을 먹고 장난을 치는 소소한 모습까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하다. 지금도 우리는 조단이와 조니의 몸짓, 그리고 울음소리에 담긴 의미에 대해 날마다 공부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도 조금씩 ‘민감한’ 집사가 되어가는 중이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두 냥이들 덕분에 날마다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누가 처음 말했는지 모를 유명한 문장 하나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고양이는 사랑이에요!”글·사진 조원석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30 09:04:29
-
- MAGAZINE C. 천고묘비의 계절
- 가을 연례행사 틸다는 365일 중 한여름과 한겨울 약 두어 달을 제외하곤 언제나 털갈이를 한다. 특히 한여름과 한겨울의 털 색은 유독 차이가 크게 난다. 보통 한여름에 새까만 옷을 입고, 한겨울엔 연한 카페라테색 옷을 입는다. 차가운 공기의 냄새가 창문을 타고 들어올 때 쯤, 틸다는 겨울옷을 입기 위해 또다시 무시무시한 털갈이를 시작한다. 언니의 알러지가 유독 심해지고 내가 아침저녁으로 청소기를 돌리는 계절. 바로 가을이다. 틸다의 털갈이는 평생 반복될 것만 같은 우리만의 연례행사다. 파란 우주 눈동자 햇빛이 강하게 느껴지고 하늘이 전보다 높고 푸르러지면 틸다의 눈빛 또한 한층 깊어진다. 어릴 때는 지금보다 훨씬 연한 하늘빛을 띠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색이 좀 더 짙어진 것이다. 고양이의 눈동자는 나이테 같은 걸까. 아무튼 나는 종종 그걸 ‘파란 우주 눈동자’라고 표현하는데, 어떻게 보면 우주 같기도 하고 잔잔하고 넓은 호수 같기도 해서 붙인 이름이다. 틸다의 눈동자는 동공이 커졌다 작아졌다 할 때마다 형태를 달리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혈관과 신경들의 꾸물꾸물 미세한 움직임이 보이는데 마치 우주의 움직임처럼 보인다. 틸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고양이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만큼,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늘은 높고 고양이는 살찐다 어째서일까? 가을이 오면 틸다의 식욕도 함께 늘어난다. 그래, 말도 살이 찌는 계절이라는데 고양이라고 살 안 찌란 법 있나. 다이어터 고양이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하하. 사실, 틸다는 최근 재발한 면역 질환 때문에 일시적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몸 무게와의 힘겨운 사투를 이어가던 중, 드디어 식욕이 잦아드나 했는데 이번엔 또 가을이 온 것 이다. 덕분에 운동량을 이전보다 많이 늘리기로 한 틸다. 그래도 확실히 놀이 시간이 늘어나니, 잠도 푹 잘 자는 것 같고 기분도 좋아 보인다. 우다다 한바탕 달리고 나면 개운해 하는 것 같달까? 나의 올해 목표는 틸다에게 사냥 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아니 중독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사냥이 끝난 후엔 꼭 간식으로 보상을 해주며 먹는 즐거움과 놀이의 즐거움을 함께 가르쳐 주고 있다. 다행히 틸다의 몸매가 점점 날렵해지고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요즘이다. 신상 감별사 틸다는 변화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경계한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려나?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장난감. 희한하게 장난감은 똑같은 것도 포장지에 싸여있는 걸 더 좋아한다. 한 번은 헌 장난 감을 새것처럼 포장해서 까준 적도 있었는데, 어찌나 뛸 듯 이 기뻐하던지 미안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고양이란 보면 볼수록 참 단순하고도 귀여운 생명체다. 최근 나는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통해 틸다의 취향을 알아가는 중인데, 그래서 요즘 내 별명은 틸. 잘. 알.이 되었다. 일명 ‘틸다 잘 알아’. 빈곤 속의 풍요 어느덧 팬데믹 시대에 접어든 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당연했던 것들이 점점 당연하지 않은 것들로 변할 때, 처음에는 나 역시 많이 두렵고 억울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스트레스마저도 익숙해졌다. 앞으로 나아 가는 것만이 정답인 줄 알았던 시대에 살다가 버티고 버티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자니 우울감이 밀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게 있다. 바로 내 곁에 언제나 틸다가 있다는 것. 따뜻하고 포근한 고양이. 눈을 마주치면 골골골 노래를 불러주는 고양이. 별것 아닌 장난감에도 폴짝폴짝 뛰면서 재미있어 하는 고양이. ‘이 시국에 너마저 없었으면 어쩔 뻔했니!’라는 말을 자주 꺼내게 된다. 그렇게 ‘풍요 속의 빈곤’에서 벗어나 ‘빈곤 속의 풍요’를 찾으려 노력하는 요즘이다. 견디기보단 즐기는 것. 아마도 모든 것이 달라질 내년을 기대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글·사진 송지영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30 08:35:56
-
- MAGAZINE C. 집에 가야 돼!
- ‘집’이라는 공간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함께 지내는 반려동물, 오랜 시간 고민하며 들여놓은 가구, 그곳에 남긴 작은 흠집들까지도 모두 집을 편안하고 아늑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소중하고 편안한 ‘집’. 우리 부부는 우리의 브랜드가 공간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브랜드가 되기를 원한다. 매일 봐도 그리운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긴 말버릇이 하나 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출근길, 집을 나와서부터 적어도 하루에 수십 번은 읊조리는 말이다. 이건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하몽이와 하양이가 있는 ‘우리 집’에 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매일 똑같다. 하양이가 그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우다다를 하고 꾹꾹이를 하며 다른 식구들을 깨운다. 그럼 나는 밥을 챙겨주고 잠깐 낚 싯대로 놀아준다. 정신없이 출근하여 디자인실 내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한숨 쉬듯 뱉어내는 그 말. ‘집에 가고 싶다’. 일을 하다가도, 커피를 마시다 가도, 퇴근길에서도 멈출 수 없는 그 대사.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보다 심각한 ‘귀가병’에 걸린 여 집사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부산 여행 중 내가 프러포즈를 했을 당시, 그녀는 울면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하몽 이, 하양이와 함께 그 벅찬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였던 게 아닐까.집에 가야 돼 프로젝트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5배나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해주지 못하는 시간이 더더욱 아깝게 느껴졌다. 결국 몽양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에 ‘집에 가야 돼’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몽양이의 예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사진과 영상, 우리만을 위한 신문, 몽양이의 재미있는 모습이 담긴 스티커도 만들었다. 부끄럽지만 그게 ‘집에 가야 돼’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아이들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고양이에게도 저마다 좋아 하는 장소와 놀이가 있는 법. 하양이는 이상하게 내 ‘CONICHIWA BONJOUR’ 브랜드의 가방을 참 좋아했다. 이 가방을 방문에 걸어두면 굳이 그 안에 들어가서 하몽이랑 숨숨놀이를 했다. 이 발견을 아이디어로 지금의 타이벡 방석과 터널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모든 게 하양이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고양이를 위해, 우리들을 위해 그렇게 시작된 다음 프로젝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 넓은데, 고양이들에게는 집이 세상 전부라는 게 안타까웠던 우리는 이상한 장난감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보통 마따따비 나뭇가지가 아니라, 진짜 산에서 캐온 흙 묻은 개다래 나뭇가지를 주는 식으로 말이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 이었다. 보릿대로 엮은 여치 집에 캣닢 가루를 넣어 준 적도 있다. 물론 1초 만에 뜯겨 나갔지만. 이쯤 되자 ‘집에 가야 돼’ 프로젝트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와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고양이 덕질’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몽이와 하양이 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어 새롭게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바람은 하나였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제품들을 다른 집 고양이들, 집사님들이 함께 체험하며 사진을 찍고, 서로 자랑하고 소통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되면 좋겠다고. 집이 온 세상인 고양이를 위해, 그리고 “우리 집 고양이를 보러 집에 가야 돼!”라고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사는 집사님을 위해. 여 집사에게 집이란 원래부터도 집순이었지만,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더욱 커졌다. 회사에 있는 시간에 두 녀석은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결국엔 홈 캠까지 설치했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고양이는 정말 대단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둘 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집에 가서 고양이 밥 주고 응아도 치워야 하는데, 오늘은 뭘 하고 놀아주지?’ 끊임없이 집과 고양이 걱정에 시달린다. 마침내 현관에 도착한 순간, 사랑하는 내 고양이들이 문 앞까지 달려 나와 반겨주는 그 감 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녀석들의 부드러운 털과 나른한 눈 빛, 따뜻한 발바닥 젤리, 아늑한 우리 집,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그리고 그 안에서 듣는 ‘갸르릉 테라피’. 처음에는 고양이의 갸르릉 소리가 그저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안 들리면 섭섭할 정도다. 코 고는 소리도 아닌 것이 심장까지 전해 져 오는 듯한 그 울림에 이상하게도 매번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이라는 단어는 떠올리기만 해도 좋다. 우리의 지난날, 소중한 보물이 가득한 공간, 우리 집. 사랑하는 남 집사와 고양이 들,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 추억이 담긴 앨범과 숨겨놓은 비상금,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우리의 시간이 가득한 공간. 나는 앞으로도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이렇게 평범하고 따뜻 한 날들을 이어가고 싶다. 글·사진 원승연에디터 신동혁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8 16:00:01
-
- MAGAZINE C. Goodbye, My Darling
- 지난 9월 15일, 자두가 고양이별로 긴긴 여행을 떠났다. 7월 말부터 자두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늘 머물던 비닐하우스도 자주 비우기 시작했고 새끼들에게 하악질을 하는 빈도도 잦아졌다. 심지어 내가 쓰다듬으려 할 때면 으르렁거리기까지 했다. 하우스에 가끔 나타나 밥만 먹고 사라지는 자두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우리 가족은 너무 궁금했지만, 따라가 볼 수도 없는 터라 답답하기만 했다. 자두의 마지막 혹시 자두가 나타지는 않을까, 자두밭에 갈 때마다 자두를 불러보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이 넘은 어느 날, 자두밭 옆 학교의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자두처럼 생긴 고양이가 학교에 나타났는데 조금 아파 보인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학교를 구석구석 둘러보며 자두를 불러봤지만 어디서도 자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밝으면 다시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어제 연락 왔던 학생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머리가 하얘졌다. 자두처럼 보이는 아이가 학교에서 죽은 채 발견 됐다는 것이었다. 애써 자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고양이의 꼬리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두는 꼬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생으로부터 사진이 도착했다. 아주 짧고 뭉툭한 꼬리. 분명 자두의 꼬리였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고이 누워있는 자두를 부모님과 함께 자두밭으로 데리고 왔다. 외상은 없었다. 푸석해진 자두의 털을 쓰다듬으며 잘 가라고 인사했다. 외롭게 가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픈 거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말 하고 싶었지만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핏기 없이 굳어가고 있는 자두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언니한테 와서 아프다고 징징대기라도 하지. 자기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하우스를 떠난 건지, 마지막 순간에 아이들 없이 자유로이 주변을 여행하다가 떠나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자두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자두밭에 묻어줄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먼저 떠난 자두의 아들 홍시 옆에 자두를 묻어주었다. 처음 온기를 느꼈던 곳 자두가 마지막을 맞이한 학교는 자두가 처음으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느낀 곳이다. 자두는 우리를 만나기 전 이 학교 학생들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길고양이인 자두가 초면임에도 우리에게 살갑게 굴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차가운 길 위에서 지내던 고양이가 처음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느끼고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곳, 자두가 생을 마감하며 떠올린 곳. 나는 자두의 나이가 많아도 2~3살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자두를 데리러 갔을 때 학교 직원분께 들은 바로는 자두가 학교에서도 벌써 몇 번이나 출산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자두밭에서의 두 번의 출산이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수많은 새끼를 낳고 기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작년 말, 자두가 이제 남은 삶을 편히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성화 수술을 해 주었다. 하지만 이미 몸이 많이 망가진 뒤였던 걸까. 자두는 홀몸으로서의 자유를 1년도 채 느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자두밭에 잠시 천사가 다녀간 것이라고. 자두밭을 다녀간 천사 자두와 함께한 기간은 1년 반 남짓이었지만 함께 나눈 추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가족에게 처음으로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을 알려주었고, 11마리의 귀여운 천사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집안 곳곳에는 자두의 사진이 붙어 있고 핸드폰 배경화면은 온통 자두 사진으로 가득하다. 자두를 만난 이후로 우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 자두는 잠시 외출한 것이고, 아직도 어딘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자두의 몸은 이미 땅에 묻혔다는 것이, 얼마 전 우리가 묻어준 그 고양이가 자두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항상 집사를 마중 나오고 배웅해 주던, 집사의 발걸음에 맞춰 걸어주던, 집사가 어딜 가든지 따라와 곁을 지켜주던, 무릎에 올려놓으면 따뜻한 눈망울로 날 올려다보던 그 고양이가 참 많이 보고 싶다. 잠시만 안녕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상,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별 앞에 초연해져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고 되도록이면 영영 피하고 싶다. 특히 우리 가족의 첫 고양이, 자두와의 이별은 더욱더 그렇다. 자두야, 우리 가족 앞에 나타나 주어서 정말 고맙고 행복했어. 한없이 착하고 사랑스러웠던 너를 영원히 기억할게. 이젠 그곳에서 편히 쉬고 행복하게 뛰어 놀기를 바라. 나중에 하늘에서 다시 만나면, 늘 그랬듯 언니를 마중 나와주길. 사랑해, 그때까지 잠시만 안녕.글·사진 권미소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7 08:35:51
-
- MAGAZINE C. 기꺼이 감당하는 마음
- 일상이 무료했던 집사는 이제 더는 심심하지 않습니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길,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변화의 기쁨 ‘띠띠띠띠-’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현관으로 마중 나와 반겨주는 무무를 보면, 하루의 피로가 깨끗이 씻기는 것 같습니다. 무무가 온 뒤로, 제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전에는 집에 오자마자 씻고 드러누워 SNS 구경에 바빴다면 지금은 무무의 화장실 청소와 사료 그릇을 채우고 놀아주기에 여념이 없지요. 그러나 분주하게 바뀐 일상 또한 꽤나 마음에 듭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 약속 잡고 나가기 바빴던 주말은 옛 일이 된 지 오래. 요즘은 하루 종일 무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하루 가 짧게만 느껴집니다. 맛집 투어가 뭐죠? 카페 투어가 대체 뭔가요? 독립적인 무무 ‘랙돌’은 사람에게 안길 때의 모습이 몸의 힘을 빼고 축 늘어진 인형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하지만 무무는 인터넷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 손이나 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무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츤데레’. 만져주는 건 좋지만 싫은, 안아주면 축 늘어져 기대기는 하지만 금세 벗어나고 싶어 하는 성격 때문이죠. 사실 어렸을 때 무무는 종종 제 무릎 위에 올라와 앉아 있다가 잠들기도 했는데요. 이젠 몸집이 너무 커져서 불편한지, 아쉽게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답니다. 너로 인한 희로애락 무무가 어렸을 때 슬리퍼로 노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러다 그만 소중한 수염을 다 끊어 먹기도 했죠. 처음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고민만 했는데, 얼마 안 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무무가 글쎄 슬리퍼에 뚫린 빈 공간에 얼굴을 구겨 넣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 뒤로 최대한 슬리퍼를 숨겨봤지만 무무는 어떻게든 찾아내고 말았어요. 어느 순간, 무무의 수염은 다 똑똑 끊어져 있었고, 결국 저는 집에 있는 슬리퍼란 슬리퍼는 다 버리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금 저희 집에 남은 슬리퍼는 화장실 슬리퍼밖에 없답니다. 얼굴은 너무 예쁜데 수염만 못난이인 무무를 보며, 웃기고 속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끊어진 수 염이 다시 자라는 데만 두 달이 넘게 걸리더라고요. (웃음) 무무 때문에 일주일 내내 마음 졸이며 힘들어했던 적도 있었어요. 무무가 낯가림도 없고 남자친구네 집에서도 너무 예뻐하셨던 터라, 저는 종종 무무를 하루씩 맡기고는 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일을 끝내고 무무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죠. 평소와 달리 전화를 계속 안 받길래 집으로 찾아갔더니 무무가 한 시간 전쯤에 면봉을 부러뜨려 놓은 걸 삼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거의 패닉에 빠졌어요. 곧바로 집 주변 24시 병원이란 병원에 전부 전화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에 비슷한 사고들을 검색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죠. 다행히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저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자마자 저는 무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어요. 무기력한 무무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던 기 억이나네요. 엑스레이 결과 선생님은 면봉이 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변으로 나올 수 있으니 5일 정도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소화제를 받아 왔습니다. 저는 그동안 살찔까 봐 제한했던 캔과 간식을 있는 대로 먹였고, 매일 무무의 응가를 비닐봉지에 넣고 손으로 헤집었습니다. 그리고 병원 가기 바로 전날 마침내 변으로 나온 면봉을 보며 얼마나 기뻤는지! 말 그대로 똥 들고 온 집안을 뛰어다녔어요. 이때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한 덕분에 지금은 위험한 것들은 다 치우고 항상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답니다.지금처럼만 매일매일 보면서도 아직 무무가 제 곁에 와준 것이 실감이 안 나고, 또 매일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이젠 모두 추억이 된 지 오래. 그 모든 희로애락을 기꺼이 감당하는 것이 집사의 책임이고 또 사랑의 한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무무는 제 삶에 스며들어, 길을 걷고 장을 보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손에 쥐어져 있는 간식과 장난감들을 보며 ‘가족이 생긴다는 건 이런 느낌인가 보다’ 하며 혼자 웃기도 하지요. 아직 서투르지만, 무무가 제 곁에 오래오래 있어 주는 것만이 지금 제 바람이랍니다. 글·사진 황지원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7-23 10: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