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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15 09: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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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12 13: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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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10 09: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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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09 10: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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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05 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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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03 09: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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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02 1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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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곁을 내어주는 삶
SNS를 하던 중, 어떤 글 하나가 문득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고양이는 영적으로 순수한 동물이라 함께 사는 인간의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분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그 글을 본 이후로 한동안 긍정적인 생각, 건강한 생각을 하려 노력했다. 혹여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틸다에게 스며들까 봐.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나 그 말대로 틸다는 나의 숨소리, 목소리, 눈빛 등을 관찰하며 그때 그때 다른 행동을 보여주었다. 내게서 평온한 분위기가 느껴질 때는 스르르 다가와 박치기를 하거나, 꾹! 하는 소리를 내며 발라당 뒤집어 누웠고, 반대로 내가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을 때는 조용히 집에 들어가 잠을 자는 시간이 많아졌다. 직업 특성상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처리할 업무가 많을 때는 틸다와 온종일 같이 있어도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다. 그때마다 틸다는 엄청난 방해꾼이 되어 시선을 돌리려 애를 쓰거나 떼쓰다 지쳐 잠이 들곤 한다. 지금도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틸다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늘 실천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고양이들은 이 네모난 기계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뭔지 몰라도 이미 많은 고양이의 미움을 사고 있을 것 같다.틸다가 좋아하는 것 산책하다 마주치는 강아지들의 표정은 언제나 한결같다. 모두다 ‘나 지금 행복해! 엄청나게 신나!’ 하는 얼굴들이다. 그러다 이런 물음표가 생겼다. 우리 고양이는 뭘 할 때 행복하고 신이 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간식을 줄 때,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틸다가 날 바라보던 일이 떠올랐다. 또 틸다는볼일을 다 보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면 시원하다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통통 뛰어다니곤 한다. 그 외에도 이마를 긁어줄 때, 콧잔등을 쓰다듬어줄 때, 발라당 누운 자세로 배를 조물조물 만져줄 때,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바깥공기를 킁킁 맡을 때, 장난감 사냥에 성공했을 때, 뜨끈하게 달궈진 노트북 위를 덮을 때 등등… 나열해보니 틸다는 꽤 많은 것을 좋아하고 있었구나. 넌 어떻게 생각하니? 틸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묻고 싶다. 인간과 함께 살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함으로 다가오진 않는지. 익숙해져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지, 아니면 또 다른 생각이 있는지 말이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는 정확한 일과를 지켜주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하는데,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날마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면 그렇게 썩 반갑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사실 사람 사는 것도 고양이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보다 넓은 세상을 살아간다고 해서 행복한 일이나 유쾌한 일이 그에 비례하지는 않으니까. 각자의 세계 속에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우울하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 간극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보다 더 단순하고 명료한 삶을 사는 고양이들은 우리들보다는 훨씬 건강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너와 나, 그리고 나와 너 우리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참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이 공간, 공간에 흐르는 기류, 슬쩍 나누는 눈빛, 그리고 기분까지도. 말은 통하지 않지만, 언제나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다(가끔 나는 틸다의 말을 진짜 알아들었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약간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가 없으면 안되는 사이인 점 역시 썩 마음에 든다. 나는 틸다를 언제나 나의 위로이자 나의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집안의 막내로 자란 나는 사랑을 받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주는 것에는 서투른 편이었다. 하지만 틸다를 만난 덕분에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부모님이 들으면 조금 서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틸다를 통해 ‘사랑’이라는 뭉뚱그레했던 이미지가 조금은 확실해진 느낌이랄까. 그래선지 틸다는 틸다, 나는 나, 가 아닌 ‘너와 나’, ‘나와 너’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작지만 큰 나의 위로, 그리고 나의 사랑 틸다에게 어제보다 한 가지라도 더 즐거운 오늘을 선물해야지.글.사진 송지영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3-15 09: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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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마음을 여는 과정
- 집사의 덕목, 기다림 길냥이인 자두와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 내 마음의 문은 활짝 열렸다. 그리고 매 순간 마음을 다해 자두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자두가 오지 않은 날에는 섭섭하기도 했지만, 언젠간 자두 역시 마음의 문을 열리라 믿으며 기다렸다. 우리 가족은 임신한 자두가 혹시나 우리 하우스에 새끼를 낳을까 싶어 하우스 곳곳에 산실을 마련했다. 그 정성을 자두도 느꼈는지, 이곳저곳을 살피며 출산장소를 찾는 듯했다. 그런데 자두가 출산할 시기가 지났는데도 그 어디에서도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두의 배가 이미 홀쭉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하우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출산을 한 모양이었다. 새끼들이 어디 있는지 몹시 궁금했지만, 자두와 인연을 맺은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아직 우리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우스 그늘막 속에서 자두의 새끼들을 발견했다. 하우스 바로 바깥쪽이었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기는 힘든 곳이었다. 우리에게 의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직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하우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낳기엔 우리가 주는 편리함을 포기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하우스 안에낳기엔 우리가 조금은 불안한,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기가 막힌 장소를 찾았는지 자두의 똑똑함에 가족들 모두 감탄했었다.
고양이가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순간,나는 슈퍼맨이 되어 모든 걸 해주고 싶었다.
“집사야, 도움!” 4달 뒤, 자두밭에 계시던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자두가 오늘따라 조금 이상하다고 하셨다. 전화를 받자마자 자두밭으로 달려간 나는 자두의 행동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평소엔 한없이 느긋하고 여유롭던 자두가, 그날따라 하우스 천장 쪽을 계속 쳐다보며 불안해하는 것이었다. 마치 도움이 필요하다는 듯 ‘와앙’ 울며 내 뒤를 따라다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 같긴 한데,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해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때 자두가 답답하다는 듯이 하우스 지붕으로 올라가 하우스를 덮고 있던 그늘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새끼들 울음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새끼들이 거기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나는 입을 틀어막으며 다급하게 다른 밭에 가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자두의 신호 전화를 받자마자 달려오신 아버지는 사다리를 이용해 그늘막에 매달려있는 5마리의 새끼들을 구출해 주셨다. 이제 막 꼬물거리면서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가들이 하우스 지붕 쪽으로 타고 올라간 듯했다. 새끼들이 모두 돌아온 것을 확인한 자두는 고맙다는 듯 아버지의 다리에 연신 얼굴을 비비고는 새끼들 옆에 철퍼덕 누워 휴식을 취했다. 새끼들이 모두 지붕에 매달려 있을 때 어미 자두의 마음은 어땠을까. 우리가 자두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자두는 얼마나 불안에 떨어야 했을까. 그 다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를 믿고 의지한다는 뜻인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래 자두야,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얘기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똑똑한 자두는 이미 깨달았으리라. 글.사진 권미소에디터 조문주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3-12 13: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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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컬러풀
- 레옹이의 우선순위 날마다 드는 생각인데, 레옹이는 정말이지 ‘사람’ 같다. 손님이 집에 올 때면 멀찍이 떨어져서 쳐다보기만 하면서, 우리 가족 발소리는 어떻게 아는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만 들려도 와다다다 달려 나오는 레옹이. 꼭 “왜 이제 왔어?”, “뭐 하다 왔어?” 하듯 코를 들이밀며 킁킁 부비적 거리는 것이 영락없는 우리 집 막냇동생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작 레옹이를 데려온 동생에게만은 영 반응이 뜨뜻미지근한데, 어째서일까? 레옹이에게도 가족마다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는 걸까? 예를 들어 저 멀리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미세하게 아빠 발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뛰쳐나가는 정도라면, 나랑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 왔어?” 이런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귀하신 고양이님이 친히 마중까지 나와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 어디 불만이 있겠는가. 때때로 귀가시간이 늦어질 때면 어찌나 흘겨보는지 눈치가 보여 죽겠다. (웃음)오늘도 미션 완료! 집에서 나는 레옹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법한 몇 가지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양치질, 발톱 깎기 그리고 배변처리 같은 것들이다. 레옹이는 내가 발톱깎이를 집어 들기만 해도 귀신같이 알아차리곤 식빵을 굽다가 배 아래로 발을 쏙 집어넣는데 그게 또 참 귀엽다. 그래서 발톱은 레옹이가 곤히 잠들어 있을 때 몰래몰래 하나씩 깎아야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도중에 레옹이가 깨면 무용지물. 재빨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발톱깎이를 저 멀리 치우곤 나도 자는 척을 해야 한다. 치열한 눈치 게임은 해가 진 뒤에도 이어진다. 하루에 한 번씩은 레옹이 양치질을 시켜주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레옹이가 꽁꽁 숨어버리기 때문에 민첩한 몸놀림은 필수다. 먼저 치약과 칫솔을 챙기고 레옹이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뒤, 바람처럼 빠르게 레옹이를 낚아챈다. 그다음 방으로 데려와 후다닥 양치질을 한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하고 매번 다독이지만 레옹이는 언제나 약간의 원망이 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레옹이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양치질까지 끝내고 나면 하루 미션을 성공한 것처럼 맘이 편하다.좋아해서 더 서운해 평화로운 주말,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레옹이와 늦게까지 뒹굴거리는 순간은 너무도 달콤하다. 아침부터 레옹이는 방마다 순회를 돌며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스크래처에 박박 발톱도 긁는다. 여기까지는 보통 때와 다를 것 없는 보통의 주말.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레옹이가 꼭 너구리처럼 털을 한껏 부풀리며 내 얼굴을 보며 하악질을 해댔다. 나중에 찾아보니, 고양이는 두려움을 느끼거나 깜짝 놀랐을 때면 꼬리를 아래로 둥글게 말면서 털을 부풀리는 행동을 한단다. 그런데 대체 왜 그런 행동을 내 생얼(?)을 보고 했던 건지 정말 의문이다. 하도 어이가 없던 나머지 나는 ‘레옹아 나야 나, 너랑 같이 산 지 5년 된 사람이라구’라고 말해버렸다.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몇 초 뒤에야 비로소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레옹이. 이래나 저래나 우리 가족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작년 이맘때 우리 가족은 방마다 이불을 사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레옹이의 쉬야 테러 때문. 정말이지 이불 빨래를 한 달에 10번은 했던 것 같다. 또 레옹이 취향의 모래를 찾기 위해 온갖 종류의 모래들을 사들이고 매일매일 깨끗하게 청소도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쉬야 실수도 자연히 줄어들어 잊고 지냈는데, 올해 초 다시 사건이 발생했다. 방에서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레옹이가 조용히 뒤에서 이불을 파바박 긁어모으는 게 아닌가. 곧이어 풍기는 콤콤한 오줌 냄새. 또 오줌 테러가 시작되는 것인가! 우리 셋은 뒷목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레옹인 그 뒤론 또 제대로 화장실에 볼일을 보는 거였다. 참나, 레옹이의 마음은 정말 알 것 같다가도 하나도 모르겠다. 아마 우리가 너무 이야기에 집중해 레옹이가 섭섭했던 것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아빠보다 나를 덜 반겨줘도 언니는 괜찮아. 또 내 생얼을 보고 털을 부풀려도 괜찮아, 이불에 쉬야 해도 용서해 줄게. 물론 너무 자주는 말고 가끔씩 만이야. 대신 앞으로도 주말이면 같이 늦잠도 자고, 이렇게 재미난 추억들을 차곡차곡 쌓으며 앞으로도 꼭 붙어 있자, 레옹아.글.사진 이예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3-10 09: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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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달라서 더 끌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와 가족이 돼 함께 부대끼며 살고 있는 보리와 굴비.같은 고양이 카테고리에 속해 있지만 둘은 정말 극과 극으로 다르다.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품에 폭 안겨 꾹꾹이를 시전하는 등 최강 적응력을 보여 준 보리와는 달리, 첫 만남 때 굴비는 이동장에 얼굴을 박고 헐떡거리다 집에 와서도 구석에 자리를 잡곤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다른 두 녀석의 성격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다. 보리는 낯선 사람이 집에 와도 종종종 달려나가 ‘빨리 내 엉덩이를 두드려!’ 하며 퐁실한 엉덩이를 잘도 들이밀지만, 굴비는 초인종만 울렸다 하면 몸을 낮추고 어딘가로 은둔해서 눈만 반짝 내놓고 인간들의 추이를 살필 뿐이다.굴비가 오동통한 이유 츄르(짜먹는 간식)를 먹을 때조차 둘은 너무도 다르다. 보리는 입안으로 제때 간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물어뜯어서 결국 간식 용기에 구멍을 내 버리는 반면, 굴비는 내가 천천히 츄르를 다 짜줄 때까지 끈기 있게 얌전히 기다린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보리는 날렵한 공중회전을 선보이며 백발백중의 사냥 성공률을 자랑한다. 허나 굴비는 어딘가에 조용히 숨어있다 장난감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싶으면 잽싸게 달려 나와 낚아채려 하는, 하지만 그마저도 자주 실패로 돌아가곤 하는 어설픈 사냥꾼이다. 또 굴비는 웬만하면 점프를 하지 않고, 바닥에서 손과 입으로만 장난감을 잡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리보다 굴비 몸매가 더 오동통한 걸지도 모른다. 같은 부분이 1도 없어 또 보리와 굴비는 선호하는 캣타워의 위치조차 극명히 다르다. 보리가 거의 천장에 이를 정도로 높이 설치해 놓은 캣폴 최상층에서 인간 집사들을 내려다보며 유유히 휴식을 취한다면, 굴비는 보리 아래층 푹신한 쿠션이 깔린 곳에 자리 잡고 몸을 둥글게 만 채 잠을 청한다. 밥그릇이 비었을 때면 보리는 직접 다가와 앞발로 집사를 토톡 두드리며 정중히 “이봐, 밥그릇이 비었다네!” 하고 의사를 표현하지만, 굴비는 빈 그릇에 얼굴과 코를 부비며 소리를 꽥 지른다. 그것도 ‘야옹’이 아니라 ‘끼양!!’ 하는 격한 소리로 말이다. 한 번은 밥이 없자 물그릇에 얼굴을 부비다가 물을 잔뜩 쏟아버리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굴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정말 사료뿐인 건 아닐까 싶다. (웃음) 시도 때도 없이 눈만 마주치면 꼬리를 세우고 달려와 인간에게 안겨있는 보리.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눈만 껌벅이고 절대 오지 않는 굴비. 분명 같은 고양이인데도 어쩜 이렇게도 다른지. 날마다 보는 얼굴들인데도 너무 신기하다. 이렇게 다른 두 고양이와의 행복한 생활.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우리를 기다릴까?글.사진 차아람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3-09 10: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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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THE REASON
맥주 4캔을 만 원 주고 샀다. 검정 비닐봉지를 나풀거리며 집으로 향했다.얼마 만에 집 가는 길이 이리도 기분 좋았던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유를 찾아서 오랫동안 묵었던 침구류를 버렸다. 이불, 침대 커버, 베개 커버를 새로 장만했다. 거기에 추가로 스마트 TV도 구입했다. 맥주를 홀짝이며 넷플릭스를 보다 벌러덩 누워 새로 산 이불과 침대 커버의 코튼 향을 맡으며 잠들 생각을 하니 행복했다. 문 앞에 서니 하맹이가 우는소리를 내며 반겨줬다. 문을 열고 들어가 하맹이를 안아준 뒤, 단숨에 침대로 달려가 누웠다. 등이 축축했다. 이불을 걷어보니 침대 커버에 동그란 물 자국이 보였다. 오줌이었다. 이유가 뭘까? 화가 났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생각해봤다. 오늘 아침까지도 하맹이는 모래 깔린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봤었다. 오줌을 피해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핸드폰으로 ‘고양이 침대 오줌’이라 검색했다. 이내 몇 가지 이유 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화장실 모래가 바뀌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질병에 걸려서 등등. 그러고 보니 마침 얼마 전 모래를 바꿔주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유를 찾은 것 같았다. 내일 아침 일찍 받을 수 있도록 로켓 배송으로 입자가 고운 모래를 구입했다. 조금 전에는 화가 났지만 이유를 알게 되니 괜히 하맹이에게 미안해졌다. 하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맥주를 냉장고에 넣었다. 이제는 새것이 아니게 된 이불과 커버를 들고 코인 빨래방에 갔다. 허탈한 주말 밤이었다.고 난이도 페이크 커버가 벗겨진 까슬한 매트리스 위에서 눈을 떴다. 문을 열어보니 지난밤에 주문한 모래가 도착해있었다. 하맹이 화장실 뚜껑을 열고 모래를 갈아줬다. 하맹이가 옆에 와 코를 킁킁거리는 걸 보니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다음 날 아침, 하맹이 화장실 앞에 섰다. 호텔 룸서비스로 도착한 음식 뚜껑을 여는 것도 아닌데 기대감이 충만한 상태였다. 뚜껑을 열었을 때 크게 덩어리진 모래가 있길 바랐다. 놀랍게도 오줌으로 뭉쳐진 감자 두덩이 아니 모래가 있었다. 삽으로 오줌 덩이를 치우며 하맹이에게 잘했다며 엉덩이를 두드려줬다. 드디어 안심하고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이불과 침대 커버를 침대에 펼쳤다. 일주일 뒤 하맹인 다시 침대에 오줌을 쌌다. 그래놓곤 냉장고 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빤히 쳐다보길래 나도 모르게 손가락 욕을 날려버렸다. 이유가 뭘까? 스트레스 때문인가? 하맹이는 나와 함께 카페에 출근하고 퇴근도 같이한다. 생활 공간이 두 곳이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러기엔 하맹인 카페와 집에서 너무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잔다. 그렇다면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끝나지 않은 참사 하맹이가 다니는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의사 선생님에게 침대에 소변을 봤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 해왔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선생님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어린 암컷 고양이가 방광염에 걸릴 가능성은 낮아요. 하맹이는 물도 잘 먹으니 더 가능성이 낮고요. 일시적인 걸 수도 있으니 일주일 동안 경과를 더 지켜보고 내원해 주세요.”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주일간 나는 고양이가 싫어한다는 시트러스 향을 분사기에 넣어 침대에 뿌리고, 고양이 배변 패드를 집에 깔아 두고, 혹 스트레스라도 받을까 쓰다듬을 때도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하맹이는 사흘 뒤 시트러스 향이 나는 침대 위에 오줌을 쌌다. 병원에 내원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맹인 평소처럼 냉장고 위에서 날 빤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마주한 결론 까슬한 매트리스에서 눈뜨는 것도 이제 익숙해졌다. 언젠가 다쳤던 무릎이 쿡쿡 쑤셨다. 습도가 높은지 몸이 끈적거렸다. 요 며칠 비가 쏟아부었는데 간밤에 또 비가 내린 모양이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샤워를 한 뒤, 하맹이를 안고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문을 열자 밖이 환했다. 아스팔트 바닥엔 물기 한 방울 없었고, 하늘은 쑤셨던 무릎이 머쓱하게 새파랬다. 작은 탄성이 나왔고 기분이 풀렸다. 조만간 동물병원에 하맹일 데려갈 테지만 의사 선생님은 분명 아무런 이상 없는 진단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럼 난 속으로 선생님에게 말할 것이다. 그냥 ‘평소엔 매트리스를 세워 두는 것은 어떨까요’ 하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몇 주 동안 나는 수도 없이 ‘이유가 뭘까?’ 하고 되물었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스스로에게 답을 들려줄 수 있게 됐다. ‘이유는 없다’.글.사진 양세호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3-05 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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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고양이와 나, 서로를 지탱하며
-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에서 귀여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딱 한 줌 정도. 반면 책임감, 금전적 부담, 그 밖에 반려인이 짊어져야 할 짐은 한 아름.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므로 그런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우리 반려인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생각보다 더, 우리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커다란 신세를 지고 살고 있다.
고양이들의 위로란사소하면서도 특별하다.
여섯 마리 털북숭이들 최근 나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결혼 3년 차에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지 내내 고민했고, 임신 소식을 접한 그날부터 나는 출산 후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에 대해 궁금해하며 고양이들에게 절대 소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행복한 육아 육묘를 꿈꾸던 것도 잠시, 불현듯 찾아온 극심한 복통에 정신을 잃어 응급실을 찾았다. 그리고 그날 새벽 나는 유산 판정과 함께 난소에 커다란 기형종이 있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기를 잃고, 생각지도 못했던 수술까지. 몸조리하는 동안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가족들이 돌아가며 나를 위로해 주고 돌봐주었지만 결국 나의 마음속 빈 공간을 꽉 채워준 존재는 바로 따뜻한 여섯 마리 털북숭이들이었다.고양이들의 온기 고양이들과 떨어져 있던 입원 기간. 나는 큰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 면회까지 금지되면서 오롯이 나 혼자 그 시간을 버텨내야만 했다.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 새벽 내내 진통제를 맞으며 병실 천장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와 숨죽여 울기도 했다. 나의 고양이들이 너무나도 그립고 또 보고 싶었다. 손끝에 누구의 체온도 닿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설상가상 작년에 수유 임시보호를 하다 떠나보낸 젖먹이 고양이들까지 떠올라 회복은커녕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우울한 상태로 입원 기간을 보냈다. 수많은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짊어진 채로 잠들고 일어나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퇴원 후 고양이들의 온기로 가득 찬 집에 도착했다. 그래 나에겐 너희가 있었지. 내 고양이들이 있었어. 돌아온 나를 종종걸음으로 나와 반겨준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니 ‘아, 내가 집에 왔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그동안 우울했던 기분도 날아가 버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는 듯이 웅냥거리는 녀석, 원래 같이 있었다는 듯 익숙하게 눈인사를 하는 녀석까지. 고양이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막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런 힘. 고양이들의 위로란 사소하면서도 특별하다. 평범한 집, 평범한 침대에 누워있는 순간조차 고양이와 함께 라면 절대 평범하지 않다. 낮게 골골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빗거리는 작은 머리를 쓰다듬고 있노라면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도 나는 벅찬 행복을 느낄 수 있다.사랑하며 보듬는 존재 서른 중반의 나이에도 나는 매 순간 다시 태어나고 태어난다. 처음 겪는 상황 그리고 감정.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일련의 사건들 앞에서 무너져 내릴 때면 나를 붙잡아주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나의 고양이들이었다. 감정적으로 충만하게 위로를 해주는 생명체가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일인지 반려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사료를 챙겨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 주는 정도로 우리는 반려동물들에게 감히 ‘주인’이라는 말을 쉽게 쓰고는 한다. 나는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내 고양이들의 ‘반려인’이자 서로의 돌봄을 받는 가족일 뿐, 고양이와 나는 수평적인 관계로써 서로를 사랑하며 보듬고 있다. 때로는 의문이 들곤 한다. 어떻게 이런 관계가 가능할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서로 감정이 상하고 상처 주고 소홀해지는 일이 허다한데,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도 서로에게 질리지 않고 잔잔한 사랑을 오래도록 퍼부을 수 있는 것일까. 나의 작고 사소한 사랑이 쌓여 내 고양이들에게 단단하고 변함없는 버팀목이 되기를 나는 간절히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지탱하며 사랑하는 날들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나는 바라고 또 바란다.글.사진 장경아에디터 조문주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3-03 09: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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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우리는, 우리에게, 우리가
- 더없이 소중한 작년 9월, 조니와 함께한 지 어느덧 2개월째에 접어든 때였다. 이제 슬슬 조니의 동생을 들이는 것은 어떨까 고민하고 있던 차, 우연히 인터넷에 올라온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어느 공장에서 밥을 주고 있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모두 거둘 수가 없어 입양을 보낸다는 글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꼬물거리는 회색 고등어 아가들. 그중 단연 우리 데비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비가 꽤 많이 내리던 저녁, 데비를 데리러 갔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수건에 겹겹이 쌓인 데비를 내 품에 넘겨받았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아주 조그맣고 조그맣던, 소중한 우리 데비. 데비는 조금 무서웠는지, 아니면 잠이 덜 깨서 그랬는지 잔뜩 발톱을 세우곤 칭얼거리다 내 옷에 구멍을 얼마나 많이 냈는지 모른다. 처음 만난 데비. 그 사랑스러움을 이기지 못해 온 마음이 간질간질했던 날. 조니와 데비를 만난 후로 내 삶이 이렇게까지 변하게 될 줄은, 이렇게 넉넉하고 커다란 마음을 지닌 내가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으리라.모든 초점을 너에게로 우리 집에 온 지 고작 한 달쯤 되었을까? 데비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밥도 잘 먹지 않고, 뒷다리를 덜덜덜 미세하게 떨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어떠한 단어도 문장도 떠오르지 않고눈물부터 났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도 잠시, 나는 내 모든 초점을 이 작은 아이에게로 집중했다. 식욕이 없는 데비를 위해 설탕물을 타서 몇 방울 먹이기도 하고, 그래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는 피 검사를 한다고 다리를 잔뜩 찔러놓고는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두 번째 병원에서도 마찬가지. 울며불며 하루 동안 무려 병원 네 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마지막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지알디아’라는 기생충 감염이었던 것. 의사 선생님은 내 간절한 마음과 아픔에 깊이 공감해 주셨고, 2시간에 걸친 긴 검사 중에도 나를 달래주시며 최선을 다하셨다. 마침내 모든 검사가 끝나고 선생님의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길고양이 엄마 아빠를 쫓아 길에서 고인 물을 마신 것이 원인인 것 같아요.’ 다행히 며칠 입원하고 치료받으면 금세 나아질 것이라고 하셨다. 긴장이 풀린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안도의 울음을 터트렸다. 그때의 기억은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마음을 다 주어도 괜찮아 조니와 데비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웬만한 사건이 아니고서는 크게 감정을 쏟는 법이 없던 나였다. 온 마음을 주었던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수없이 받았던 터라, 마음을 허락하는 일에 더욱 인색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문득 아프고 슬픈 소식을 접할 때면 하루 종일 우울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꾸만 얽매이고 얽매이다 보니 나 역시 어느 순간 ‘그냥 모른 척 하자. 그냥 알지도 말고, 보지도 말자’ 하고 되뇌게 됐다.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가족들에 대해서는 그 어떤 힘들고 지치는 일도 ‘가족이니까 그럴 수 있지, 괜찮아’ 하는 말로 관대히 넘길 수 있었는데,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는 유독 그랬었다. 하지만 데비를 살리기 위해 네 군데의 병원을 돌고,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입원실 유리창 너머의 데비를 바라보던 그 순간만큼은 달랐다. 마음을 쪼개는 듯 날카로운 아픔에서 눈을 돌리지도 않았고, 내 감정을 속이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단 한 가지 사실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데비는 이미 내 아이고 가족이구나’. 이렇듯 나는 조니, 데비로 인해 조금씩 타인들에게까지도 따뜻한 시선을 보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서로의 보금자리 데비가 이틀간의 입원을 마치고 돌아온 날, 조니는 뛸 듯이 기뻐하며 데비 주위를 맴돌았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나와 남편은 우리 역시 조니처럼 기분이 잔뜩 들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 깨달음이 또 좋아서 자꾸만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조니는 데비에게 그루밍을 해주고 안아주는 등 데비 곁을 단단히 지켰다. 그런 조니가 어찌나 대견했는지, 간질간질 따뜻한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가족은 다시금 사랑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이처럼 조니, 데비, 나, 그리고 남편은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단단히 묶여 언제나 서로의 힘이 되어주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아름답게 무르익게 하는 이곳. 바로 세상 단 하나뿐인 우리의 ‘도담도담 하우스’다.글.사진 김보미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3-02 10: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