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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31 10: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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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29 1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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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26 1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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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24 09: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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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22 09: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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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19 09: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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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3-17 10: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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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최소한의 노력
- 직장인이던 시절, 나는 온종일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을 항상 부러워했다. 간절히 바라면 결국엔 이뤄진다고 하듯이, 시간이 지나 나는 출산을 했고 그렇게 바라던 삶을 살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너무나 달랐다.우리의 최선 아기를 낳고 나면 당연히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늘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안아줘 병’에 걸린 껌딱지 아기 덕분에, 고양이와의 시간은 전보다 더 줄어들고 말았다. 결국 나는 아기와 고양이들을 번갈아 가며 보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집에서 두 집 살림살이를 차렸지만 정작 나아지는 건 없었다. 아기가 깨어 있기라도 하면 고양이들에게는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사실상 직장을 다닐 때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생활을 보내는 중이다. 그나마 내가 직장을 다닐 때는 고양이들과 마음껏 놀아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종일 같이 있어도 어떤 날은 장난감 한 번 흔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하여 나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하루에 한 번 골골송 듣기’. 바로 하루에 한 번이라도 고양이들이 골골송을 부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쓰담쓰담이나 빗질 혹은 작은 놀이라도 함께하는 것. 비록 갑자기 바빠진 생활로 소홀해지더라도, 그게 내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니까. 쉼터가 되어주는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아기 집사는 요즘 유난히 내게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온종일 아기 집사를 달래다 보면 몸은 물론이고 마음마저 탈탈 털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럴 때 내가 곧바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소파 위에 널브러진 고양이들을 감상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이나 사랑스러운 애교를 보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금세 충전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고양이들이 언제나 얌전히 소파에만 있는 건 아니다. 가끔 내가 아기 집사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미처 고양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때는 정말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집안을 기웃거리며 숨겨둔 간식을 꺼내 먹거나(심지어 뚜껑까지 연다)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배가 고파지면 알아서 밥을 챙겨 먹는 것.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고양이가 맞는지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 처음으로 새 영상을 본 단비는 그 이후로 텔레비전에 빠진 건지 그 주변에서 아예 살고 있다. 요즘에는 새 영상으로도 모자라, 나와 함께한 얼마 전까지 유행했던 드라마인 ‘부부의 세계’까지 볼 정도이다.
사람들은 종종 걱정 어린 말투로 내게 묻는다.‘육아 육묘 힘들지 않아요?’
공동 육아의 위력 집안일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아기 집사를 고양이들에게 부탁하고 있다. 아주 잠깐이지만 자기들끼리 금세 잘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날 때가 많다. 가끔 SNS에서 7마리 고양이와 아기와 함께 사는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육아 육묘 힘들지 않아요?’라던가, ‘저라면 못 했을 텐데, 정말 대단하세요’ 같은 말들. 하지만 내게는 사람보다도 든든한 7마리의 지원군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큰 힘이 되어준다. 그러므로 내 대답은 항상 정해져 있다.아니요, 혼자가 아니라서 괜찮아요.글.사진 황류리아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3-31 10: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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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당신이 지나간 자리
- 모두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저와 가족, 그리고 우리 고양이들은 예기치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에도 다행히 아픈 곳 없이 이 시기를 잘 넘기고 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경제적인 타격은 피하지 못했습니다.캣타워를 만들다 손님도 없는 식당에 앉아 그저 넋만 놓고 있을 순 없기에, 뭐라도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고양이를 위한 정원과 집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밥을 주고 있는 아이들은 수년간 상자에서 생활해왔습니다. 상자는 바람도 막아주고 보온 효과도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가 내리면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버린다는 것이 큰 흠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아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좋은 집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해왔는데, 드디어 시간이 생겨 ‘DIY 캣타워’를 만들어 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처음 만들어본 캣타워라 그런지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못생기고 엉성한 완성본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께서 ‘드디어 고양이들이 출세해서 호텔도 생겼네~’ 하고 칭찬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정작 고양이 녀석들은 캣타워가 맘에 안 드는지 계속 상자에만 쏙 박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름쯤 뒤, 드디어 호기심이 생겼는지 농심이가 먼저 캣타워 2층에 자리 잡더니 다음 날은 촌닭이가 3층, 그리고 그다음 날은 도가니가 농심이와 2층에서 같이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사슴이는 아직도 캣타워에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하여 다음번에는 사슴이 전용 단층집이라도 만들어줘야겠다 싶었습니다.정원이 좋은 꿍디 2월부터 4월 간 참 많은 게 변했습니다. 캣타워도 만들고 예쁜 정원도 가꾸고, 산에 산책길도 만들고 가정집 방도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그중 가장 맘에 드는 건 바로 정원을 꾸민 일입니다. 왜냐하면 꿍디가 새로 꾸민 정원에 상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 쓰는 창고나 산속에 들어가 잠을 자던 녀석이 집 테라스와 정원에서만 머물고 있는데, 이젠 완전히 집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가 되었달까요. 특히 엄마가 만든 딸기, 오이밭 위치는 어떻게 알았는지 거기에만 변을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밭에 거름을 주면서 착실히 밥값을 하겠다는, 꿍디의 보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애들엄마와 도가니 오랫동안 우리 가족 곁을 지켜주며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도 선사해 준 ‘애들엄마’(고양이 이름)와 ‘도가니’는 지나간 세월 앞에 선 촛불과도 같았습니다. 특히 평소 경계심이 심하던 애들엄마는 낯선 이가 다가오더라도 도망가지 않을 정도로 치매 증상이 심해졌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15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고양이의 삶을 끝내고 얼마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비록 밥을 줄 때만 조심스레 곁으로 다가왔던 애들엄마지만 그런 모습조차 사랑스러웠는데, 마음 한 편이 공허했습니다. 애들엄마가 처음으로 출산한 아이인 도가니도 이젠 열 살이 넘어 매년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제 무지개다리를 건너겠구나’ 싶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참 다행이었습니다. 다만 나날이 지병이 늘어나는 건 막을 수 없어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처럼 세상이 어지러운 때에도, 부디 길 위의 모든 고양이가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글.사진 안진환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3-29 1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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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마음을 읽어주세요
집에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들어왔다. “으악! 여보!” 나의 비명에 종종걸음으로 뛰어오는 건 남편이 아닌 바로 자몽이었다.
초여름의 벌레 소동 분명 봄이 오기 전 창틀마다 방충망을 꼼꼼하게 설치하기로 약속했던 것 같은데, 계절은 어느덧 여름 초입. 문제의 그 작고 검은 점 하나는 여전히 거실 한가운데서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한편 자몽이는 자신이 고양이란 것도 잊은 듯 우다다다 하고 뛰어와 힘차게 앞발을 휘둘렀다. 마치 새 장난감이라도 생긴 듯 한껏 신이 난 표정이었다. 나는 어쩔 줄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자몽이는 그런 엄마와 노는 것이 즐겁다는 듯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벌레로 드리블을 해댔다. 소파 밑으로 들어가 버릴까 창틈에 끼어버릴까, 아니면 저 작은 벌레가 우리 집 어딘가에 숨어버릴까, 나는 여전히 두 손을 꼭 맞잡고 자몽이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오빠! 빨리 와서 저것 좀 치워줘! 자몽이 저러다 먹겠어. 난 이제 자몽이랑 뽀뽀도 못 할 거야(흑흑).” 하며 징징거리고 있으니 어느새 남편은 휴지를 팔랑팔랑 흔들며 다가왔다. 오빠는 익숙한 듯 휴지로 벌레를 잡곤 내게 내미는 시늉을 했다. 오빠는 항상 이런 식으로 벌레를 싫어하는 나를 놀린다. 그리곤 자몽이에게 “엄마 때문에 자몽이 장난감이 없어져 버렸네~ 자몽이는 아빠랑 놀자!”하고 괜히 내 탓을 한다.자몽이의 시선으로 자몽이가 장난감 상자를 뒤적거렸다. 자몽이가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상자 안은 언제나 온갖 종류의 장난감들로 가득하다. 그러다 자몽이는 어느새 창문 아래 자리를 잡더니 햇볕을 쬐며 물끄러미 창문 너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엇을 그렇게도 열심히 보고 있을까? 하지만 의문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창밖으로 새가 날아다니거나 작은 벌레가 들어온 날, 아니면 내가 머리끈을 잠시 떨어뜨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자몽이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장난감을 선물받은 듯 기뻐했다. 지난주에 잔뜩 사 온 캣닢쿠션, 카샤카샤, 커다란 캣타워까지…. 하지만 자몽이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와 같은 다양하고 새로운 장난감이 아니었다. 대신 우리의 체취가 스며있는 머리끈이나 바닥에 놓인 옷가지들, 창문 너머 세상 모든 것들이 자몽이에게는 더 큰 즐거움이자 포근한 쉼터였다. 분명 울음소리 하나만으로도 배가 고픈지, 피곤한지, 화장실이 더러운지 다 맞출 수 있다고 자신감이 붙어가는 집사였는데, 자몽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커다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외로움이 묻어있는 것만 같아 어렴풋이 서글퍼지는 오후였다.앞으로도 우리는 자몽이와 함께한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생애 첫 반려묘 자몽이. 그만큼 걱정도 준비도 많이 했고, 행복한 삶을 선물해 주고자 무던히도 애썼다. 옛날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나는 이 속담을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다. 열 길 사람 속은 알아도 한 고양이 속은 모른다고. 집사 타이틀을 단 지 2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자몽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자몽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우리 부부가 앞으로도 쭉 노력을 기울여야 할 숙제일 것이다. 내 사랑과 관심에 충분함은 없다고, 그리고 언제나 자몽이에게 부족함 없는 친구가 되어 주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단다. 동생 자두가 태어나도 우리의 첫째는 항상 자몽이 너야. 지금처럼만 곁을 지켜주렴, 자몽아.글.사진 김성은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3-26 1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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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거울 비추기
반려동물이 주인을 닮아간다는 속설은 바로 우리 자매와 폴리 하니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놀랍게도 폴리는 큰 집사와, 하니는 작은 집사와 아주 판. 박. 이. 다!
누가 봐도, 가족 이번 7월 호에는 원래 글을 싣던 오이스터 스튜디오의 디자이너인 큰 집사를 대신해, 친동생인 작은 집사가 썼다. 간단한 소개부터 하자면 큰 집사는 삼 남매 중 장녀, 작은 집사는 차녀를 맡고 있다. 같은 배에서 나온 자매지만 큰 집사와 작은 집사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완전히 정반대이다. 뭔가 항상 느긋하고 뱃속 편해 보이는 자유로운 영혼의 통통이 큰 집사, 매사에 ‘빨리빨리’를 외치는 예민하고 꼼꼼한 말라깽이 작은 집사.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뭐든 혼자 힘으로 뚝딱뚝딱 해치워버리는 큰 집사,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욱 활력 넘치는 작은 집사. 우리 자매는 이렇게나 많이 다르다.‘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우리 폴리 하니는 이런 집사들을 쏙 빼닮았다. 심지어 ‘느낌적인 느낌’으로 외모까지 닮았다. 소오름거울 닮은 구석이 거의 없는 폴리와 하니는 그만큼 각자의 개성이 강하다. 예를 들자면, 폴리는 느긋하다. 걸을 때도, 캣타워에서 내려올 때도, 맘마를 먹을 때도 느릿느릿. 웬만한 움직임은 흔들림 없이 온전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이다. 또 폴리는 과묵하다. 놀아 달라거나 간식을 달라며 보채지 않는다. 원하는 게 있으면 큰 집사처럼 알아서 척척 해내고 만다. 굳이 집사들이 신경 쓸 일이 없다. 이렇게 보면 마냥 든든해 보이지만 폴리는 사실 집사 말을 안 듣는고집쟁이다. (웃음) 반면 하니는 영민하다. 걸을 때도 요조숙녀처럼 ‘총총’ 걷고, 뛸 때는 보는 사람 심장이 떨어질 것처럼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한다. 밥 먹을 때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 작은 입으로 거의 씹지도 않고 삼키듯이 먹는다. 또 하니는 폴리와 달리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나 집사들에게 요구한다. 그것도 눈을 빤히 쳐다보며 아주 세세하게! ‘집사야, 손에 든 그거 뭐야. 우유야? 하니 줘’라던가, ‘하니 심심해. 놀아줘. 카샤카샤 격하게 흔들어줘’라던가, ‘하니 턱밑 쓸어줘. 시원하게~’라고 말이다. 가끔은 의사소통이 너무 잘 돼서 하니 몸속에 사람이 들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확연하게 다른 폴리 하니를 보고 있자면 마치 우리 자매를 거울로 비춰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 우리 자매를 볼 때도 이렇게 재미있을까?’ 싶은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난다.아무렴 어떤가,서로가 달라 오히려 합이 맞고 즐거운 것을!
마성의 늪 게다가 하니는 품행이 방정하다. 그루밍도 구석구석 깨끗하게 하는 데다가, 식빵을 굽거나 잘 때는 꼭 앞발에 꼬리를 사악~ 감고 단정한 자태를 유지한다. 그런 하니의 모습은 흠잡을 데 없이 우아하다. 간식을 주면 그릇이 빛날 정도로 남김없이 먹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다 본 후에는 모래가 화장실 밖으로 사방팔방 튈 때까지 맛동산을 덮고, 곧바로 중요 부위를 그루밍하는 에티켓까지! 정말이지 완벽하다. 놀든, 먹든, 자든 뭐 하나 대충하는 법 없이 하니는 매사를 열심히 한다. 큰 집사는 하니를 보면 왠지 반성하게 된다고 한다. ‘고양이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인간인 나는 과연 하니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하고 말이다. 이런 요조숙녀 하니가 바른 생활의 표본을 보여주는 고양이라면, 폴리는 의외로 오두방정의 표본이다. 아까까지 분명히 그루밍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에 다시 보면 어디서 난 건지 모를 비닐봉지를 몸에 감고 있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식빵을 구울 때마다 신체 부위 한 곳은 꼭 빼놓는 허술함과 화장실을 다녀온 후 에도 절대 모래를 덮지 않는 대범함, 게다가 중요 부위 그루밍을 하지 않는 막무가내까지! 하지만 이런 무심한 폴리를 보고 있자면 흐뭇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 집사는 룰 브레이커 폴리 덕분에 왠지 모를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아마 누구나 폴리와 하니가 가진 매력의 늪에 빠진다면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나날이 닮아가는 이유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복세편살’ 폴리와 사람도 반성하게 하는 군자 하니. 같은 뱃속에서 나왔지만 다른 우리 자매처럼, 뱅갈 자매인 폴리와 하니도 이렇게나 다르다. 폴리와 하니를 보다 보면, 새삼스레 우리가 너무 다른 동시에 너무 닮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스며들듯이 닮아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대방에게서 내게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서로 정반대인 네 여인으로 북적이는 오이스터 스튜디오는, 좌충우돌 정신없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글.사진 장보영 장지영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3-24 09: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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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CAPTAIN JACK
- 오늘 소개할 남집사의 집에는 선장님이 있다. 온 가족의 서열을 파악하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간식을 위해서는 적절한 순간에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집사를 도도하게 지나칠 줄도 아는 선장님. 오늘도 잭은 사자 갈기 같은 털을 휘날리며 초롱초롱한 아몬드 모양 눈으로 부하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부하가 되는 법 잭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했던 ‘잭 스패로우’와 닮았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잭 선장님은 의기양양하고 쿨한 성격을 가졌다. 남집사가 캔을 따려는 기미가 보이면 잭 선장은 그 귀여운 얼굴로 곁에서 얌전히 기다린다. 그렇게 원하는 걸 다 얻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그루밍을 한다. 부하들이 아무리 불러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도도한 자태를 유지한다는 잭 선장님. 부하들은 그 시크함에 또 한 번 반한다고. 남집사는 끝없이 잭 선장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마치 잭을 너무 사랑한나머지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보는 사람까지 그냥 웃게 만드는 모습이었달까(웃음). 두 가지 얼굴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잭 선장은 가끔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예를 들면 잭 선장이 사냥하는 모습이 그렇다. 잭 선장은 가구 뒤에 몸을 숨긴 채로 때를 기다리다가, 이때다 싶을 때 날아올라 장난감의 숨통을 끊어 놓는다. 그렇게 성공적인 사냥을 마친 뒤에는 ‘이게 바로 선장의 집중력이고 기품이다’라는 듯이 유유히 제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시크한 잭 선장은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실 잭 선장은 엄마 앞에서 영락없는 아기가 된다. 엄마가 침대에 누우면, 잭 선장도 곧바로 침대 위로 따라 올라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엄마의 말이라면 아무리 간식이 코앞에 있어도 무조건 기다리는 데다가, ‘우유 먹을까?’라는 질문에는 ‘아앙~!’ 하고 대답도 한단다. 우리의 잭 선장님은 이렇게 애교도, 어리광도, 재주도 모두 원하는 집사에게만 신중하게 보여주는 고양이다. 위엄 있는 선장의 약점 잭 선장이 어린 시절부터 유독 좋아하는 물건이 있다. 바로 비닐! 어린 시절 지칠 때까지 비닐과 놀던 잭 선장은 급기야 자신의 몸통보다 큰 비닐을 메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잭 선장은 지금도 비닐 잠자리 장난감만 보면, 잡기 위해 일단 뛰어오르고 본다. 그럴 때는 평소의 신중함과 기품은 온데간데없이 마냥 천방지축 고양이처럼 보인다. 그런 잭 선장의 약점이 또 있는데, 바로 목욕이다. 여느 주인님들과 마찬가지로 목욕이라면 질색을 한다는 선장님. 남자 집사 두 명이 선장님의 털과 비눗물로 만신창이가 되어야 끝낼 수 있다는 목욕 시간이 다가오면, 잭 선장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단다. 남집사는 이럴 때 보면 정말 영리한 고양이임이 틀림없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선장님의 큰 계획 잭 선장은 아들 둘만 있는 집 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가족 모두가 잭 선장의 별거 아닌 몸짓에도 크게 반응하며 웃는 일이 많아졌다고. 그뿐만 아니라, 잭 선장 덕분에 남집사의 가족 모두가 동물 문제들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그 덕에 유기묘를 구조해서 임시 보호한 끝에 무사히 새로운 입양자를 찾아주기도 했다. 잭을 만난 뒤 남집사는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 잭 선장님은 이 모든 걸 처음부터 다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선장님 없이는 항해 불가! 한 번은 실수로 대문이 살짝 열려 있었는데 잭이 그 틈 사이로 밖에 나갔던 일이 있었단다. 결국엔 찾았지만 그 뒤로 남집사에게는 잭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고 대문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잭이 없어졌던 그 짧은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던 온 가족은 ‘선장님 없이는 항해 불가!’라는 중요한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영리한 잭 선장님의 지휘 아래, 온 가족이 오래오래 함께 행복한 항해를 즐기길 바라본다.글.사진 성예빈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3-22 09: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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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MY DEAR CATS
쫑긋한 귀,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오묘한 갈색 털옷을 입고 있던 너. 언뜻 보면 사막여우 같기도 했던 너와의 첫 만남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해.
이름 너의 얼굴을 보자마자, ‘모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 마치 정해져 있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야. 커피 원두처럼 까맣고 촉촉한 코, 우아한 갈색 털옷을 입은 너에게 ‘모카’라는 이름은 잘 어울렸고, 부르기 쉬운 이름 덕분에 우린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어. 너는 영리하게도 ‘모카’라는 이름을 들으면 커다란 귀를 쫑긋거리며 작고 동그란 고개를 돌려 ‘야옹~’ 하고 대답하곤 했지. 그렇게 내 부름에 답해줄 때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 느낌을, 너는 알까? 그저 이름을 붙여주었을 뿐인데, 너와 단단한 연결고리로 맺어진 것 같았어. 나의 첫 고양이, 모카. 부서질 듯 작고 앙증맞던 생후 몇 개월 남짓의 아깽이었던 네가 건강하게 자라 어느새 늠름한 성묘가 되다니. 이유 없이 집안을 마구 뛰어다니고 손가락을 깨물다가도 갑자기 기절하듯 잠들어 버리기 일쑤였던 아가 시절, 에너지 넘치던 청소년기도 무사히 지나줘서 고마워.바람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걸까. 가끔 너를 바라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아마도 이게 부모 마음 비슷한 거겠지? 나의 시간보다 너무 빠른 네 시간이 조금 더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어. 만약 된다면 네 시간을 조금만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마저 들기도 해. 내가 그러는 것처럼 너도 가끔 나를 빤히 바라볼 때가 있잖니. 혹시 그때 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걸까? 비록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너의 머리를 쓰다듬고, 살포시 너의 등에 기대는 것처럼 작은 것들뿐이지만 그럴 때마다 행복한 골골송을 불러주어서 고마워. 나의 고양이, 모카야. 너의 일상이 늘 평화롭고 무탈하기를 바라, 너와 함께 하는 나의 일상이 그러하듯.고백 둘째라서 늘 모카에게 밀리는 두부야. 동갑인데도 조금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영원한 서열 2위가 되었지.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가끔 외출을 다녀오면 한바탕 싸움이라도 벌인 건지 묘하게 너희 둘 사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걸 우리도 알 수 있거든. 사실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네 이름도 모카에 맞춰 ‘라떼’가 될 뻔했었어. 네가 어렸을 때 유난히 뽀얀 털이 우유와 참 잘 어울려서 라떼로 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결국 두부가 되었지만, 넌 참 어릴 때부터 생김새도 성격도 유난히 뽀얗고 몽글몽글한 느낌이 강했지. 단단한 두부보다도 순하고 부드러운 연두부 그 자체인 우리 두부. 슬쩍 들어 안으면 촤르르 쏟아질 듯 사랑스러운 너는 걸음걸이도 사뿐사뿐하고 털도 포실포실해서 이젠 두부 말고 다른 이름은 떠올릴 수가 없단다.잔잔한 사랑 사실 고백하자면, 애교도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모카와 달리, 도도함 그 자체인 너에게 가끔 모진 소리도 했었어. 너는 왜 모카처럼 애교가 없느냐고. 생각해보면 넌 줄곧 너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 왔는데 내가 잘 몰랐던 것 같아. 모카가 잘 때 몰래 다가와서 몰래 말을 걸거나 조금 어색해 보이는 애교를 부리는 네 모습이 뒤늦게 눈에 들어오면서, ‘그동안 내가 널 몰라줬구나’ 싶더라고. 살짝 쓰다듬기만 해도 너무 쉽게 골골대는 사랑둥이인 널 왜 몰라줬을까? 맨날 첫째에게 밀리는 둘째의 설움을 나도 같은 둘째로서 잘 아는데 말이야. 하하. 너에겐 격한 표현보다도, 잔잔한 사랑을 주고 싶어. 늘 곁에 있다는 안도감과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편안함을 말이야. 나의 두 번째 고양이 두부야, 오래오래 너의 행복한 골골거림을 듣게 해줘.네 이름을 부른 그 순간부터자그마한 인연의 꽃망울이 피어났다.
글 이수현사진 최상원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3-19 09: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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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STAND BY YOU
- 나는 흔히들 말하는 ‘다묘 집사’. 생김새도, 성격도, 취향도 모두 다른 네 마리의 고양이님들과 동거 중이다. 집사라면 누구나 제 새끼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법이겠지만, 우리 아이들 역시 품고 있는 사연이 어찌나 다양한지 얇은 책 한 권은 충분히 나올 것 같다. 하여 오늘은 우리 요미, 두부, 꼬미, 까미를 만나게 된 사연을 소개하려고 한다.FIRST 먼저 우리 집 서열 1위이자 첫째 요미. 내가 고양이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2018년에 가족이 됐다. 몸이 약해 어미가 버리고 간 새끼 고양이였는데, 너무 작아서 잘못 만지면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아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 후 살이 무섭게 찌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9kg에 달하는 거묘(!)가 되어버렸다. 평소 요미의 성격은 둥글둥글 곰 같은데, 다른 녀석들에게 요리 치이고 조리 치이는 모습을 볼 때면 웃기면서도 슬프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면 초대형 망고스틴 같은 앞발로 사정없이 냥냥 펀치를 날리는 요미. SECOND 둘째이자 서열 2위인 두부도 역시 길 위에서 구조됐다. 두부를 생각하면 먼저 링웜으로 고생했던 일이 기억난다. 링웜은 병변부위에 털이 뭉텅이로 빠지고 딱지가 앉는 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 아니었는데, 당시엔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다. 목욕을 주에 두 번은 시켜야 했고, 딱지가 앉으면 소독약으로 문질러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해줘야 했으며, 넥카라를 씌워 상처 부위를 핥지 못하게 해야 했다. 두부도 모든 게 싫고 아플 텐데 꾹 참는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다.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라서 꽤 애를 먹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행히 다 나았고, 상처 부위엔 희고 부드러운 털이 풍성히 자랐다. 두부는 높은 곳을 좋아하고 간식에 미치는, 참 고양이다운 아이다. 가끔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에게 발차기를 하는 등 못된 짓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요미가 육중한 몸무게로 누르기 기술을 선보이는 덕에 우리 가족은 언제나 웃음을 터뜨린다.THIRD 셋째는 우리 집의 유일한 여아인 꼬미다. 몸집이 너무 작아 ‘쪼꼬미’라고 부르던 것이 ‘꼬미’가 됐다.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꼬미는 고작 3kg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데, 내가 이름을 꼬미라고 지어 그렇게 된 건가 싶어 괜히 미안하다. 꼬미는 엄마 젖도 제대로 못 먹고 혼자 남겨져 꾹꾹이 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은 두부와 부부처럼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니 참 다행이다 싶다. 특이하게도 꼬미는 ‘궁디팡팡’ 대신 ‘궁디 긁어주기’를 참 좋아하는데, 내가 눕기만 하면 ‘어이, 집사, 자지 말고 어디 한 번 시원하게 긁어봐!’ 하는 듯 슬쩍 다가와 엉덩이를 들이미는 게 얼마나 웃기고 귀여운지 모른다.FOURTH 마지막 넷째는 우리 까미. 청계천에서 구조되자마자 우리 집으로 왔는데, 사실 여기엔 웃지 못할 사연이 있다. 바로 구조자분이 주변에 어미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혼자 남겨진 까미를 덜컥 데려왔다는 거다. 그리고는 하루 만에 ‘남편이 갖다 버리라고 한다’며 입양 글을 올렸는데, 솔직히 말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코숏인 까미를 데려가고 싶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다시 길바닥에 버려지지 않을까 싶어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함께 산 지 1년 반, 까미는 여전히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 그런 까미에게 섭섭하다가도 하루아침에 엄마와 떨어져 버렸으니 까미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정답은 내가 까미에게 더 큰 사랑을 주는 것밖에는 없겠지.I’LL ALWAYS 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아이를 품은 것일 수도 있다는 걸. 합사 과정에서 아이들이 느꼈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모두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잠 못 이루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냉혹한 길 위에서 제대로 된 밥을 먹지도 못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비록 100% 완벽한 환경은 아닐지라도 나와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두 가지 다짐을 했다. 첫 번째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이제 정말 더 이상의 입양은 없다는 것, 두 번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금 내 곁의 아이들을 책임지겠다는 다짐이다. 해가 뜨기 직전, 어슴푸레한 새벽이면 우리 집의 네 발 달린 친구들은 옹기종기 내 주위로 모여든다. 경계심 많은 까미는 내 머리맡에, 탐스런 꼬미 엉덩이는 내 오른팔 아래, 요미는 발치에, 두부만은 조금 떨어져 있지만 두 눈만은 나를 지그시 향해 있다. 따뜻하고 폭신폭신한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맞는 아침이라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아이들이 내게 주는 행복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나 역시 아이들에게 하루하루 작은 행복이나마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글.사진 김서연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3-17 10: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