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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6-02 09: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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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5-31 10: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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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5-28 10: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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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5-26 11: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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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5-24 10: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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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5-21 10: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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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5-20 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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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육아 육묘의 시작은 그리움이다
자몽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글을 쓴다.남들은 웃을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자몽이가 분명한 첫째 자식이다.그런 자몽이에게 동생이 생겼다. 자몽이 동생의 태명은 ‘자두’였다.
그리움을 삼키며 생후 675일 자몽이와 생후 1일 자두. 그리고 나는 자몽이와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아기를 낳은 뒤 약 한 달 동안 조리원에서 지내며 몸조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내겐 신랑의 도움이 절실했기에 상의 끝에 2주간 자몽이를 친정에 맡기기로 했다. 자몽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넘치는 사랑으로 자몽이를 보살펴 주시며, 2주간 무려 약 700g이나 자몽이를 살찌워주셨다. 역시 사람이나 고양이나 조부모의 사랑을 받으면 ‘살크업’이 되는 건가 보다. 엄마 아빠 없이도 자몽이는 고맙게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기다려 주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자두 사진을 보내달라할 때, 나는 반대로 자몽이 사진을 요구하며 보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2주가 지나고 드디어 자몽이는 신랑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자두와 함께 조리원에, 자몽이는 아빠와 함께 집에서 지내며 우리 네 가족은 여전히 떨어져 사는 중이다. 자몽이의 온기가 이토록 그리웠던 적은 처음이다. 자몽이는 우리 부부의 침대에서 함께 잠들곤 했다. 그런 자몽이가 얼마 전 신랑 품에서 잠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신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자몽이를 부둥켜안고 얼굴을 비비고 싶다.자몽이에게 쓰는 편지 그리운 자몽아, 엄마는 아직도 너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조그맣던 너는 담요에 싸인 채 내 품에 안겨 나를 똘망똘망 올려다 봤었지. 그 눈빛은 엄마의 가슴 깊은 곳에 그대로 남아있다. 혼자 있는 것을 유난히도 무서워했던 엄마는 널 만난 뒤 달라졌다. 네가 항상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상 어느 것도 두렵지 않았으니까. 동생 자두를 품은 엄마 배 위로 너는 신나게 뛰어다녔지만, 변함없는 네 모습에 엄마는 배 위의 쿠션을 껴안으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엄마는 네 동생 자두 태교를 따로 하지 않았다. 대신 자몽이 너와 이야기를 하고, 너를 안고, 너와 함께 지냈다. 덕분에 엄마는 그 어떤 태교를 했을 때보다도 편안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니 엄마는 네게 더 바랄 것이 없다. 자몽이 네 존재만으로도 엄마에게 사랑 그 이상을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항상 건강하게만 지내자고 부탁하고 싶다. 건강하게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이랑 백 년이고 만 년이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지금까지 함께 한 675일의 시간보다 더 즐겁고 긴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으니, 엄마는 그 시간을 너에게 집중하며 네가 행복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자몽이 네게 작은 집사이자 동생이 생겼단다. 네게 친하게 지내 달라고 부탁하기에 앞서, 동생이 네게 줄 스트레스에 미리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엄마는 네가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거다. 그리고 너를 절대로 이렇게나 혼자 오랫동안 두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 아빠와 단둘이 집에 있는 네가 잘 놀다가도 현관문 앞으로 가서 앉아있다는 말에 엄마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가기 전, 친정에 잠시 들려 너를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우리가 헤어질 때, 너는 현관 너머로 사라지는 엄마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지. 그런 널 보며, 엄마는 너를 주머니에 몰래 넣어서 데리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언제나 서로의 곁에 있었기에 네 존재의 소중함을 잘 몰랐다. 너와 떨어져 지내며 네가 얼마나 내게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네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는 너와 더 많이 놀아주고 너의 부름에도 잘 대답해주며, 네가 어떤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리고 네가 엄마와 떨어져 지낸 27일의 시간을 잊을 수 있도록 많이 안아줄 거다. 육아 육묘의 시작이 너와 떨어져 지내며 생기는 그리움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단다. 이렇게 편지를 쓰며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글자에 묻어본다.글.사진 김성은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6-02 09: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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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바이오리듬
-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고양이에게도 시간 개념이 있고, 루틴이 정해져 있는 것을 좋아하며, 부지런히 하루를 보내면 뿌듯해한다는 이야기를.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하니에게서 특히나 그런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고양이의 바이오리듬 식탐이 강한 하니는 아침, 저녁 하루에 꼭 두 번은 나를 재촉한다. 습식 간식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간식을 맛있게 먹고 한참 그루밍으로 단장까지 마치고 나면 놀아달라고 냥냥 울고 부벼대며 앙탈을 부린다. 일단 한번 시작하면 적어도 30분 동안 카샤카샤로 사냥놀이를 해드려야 끝이 나는데, 이걸 하루에 두 번 이상은 해야 비로소 흡족해하며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반면 폴리는 간식 조르기는 물론, 놀아달라는 응석을 부리는 법이 없다. 내가 간식이나 장난감을 준비하고 있으면 조용히 내 앞에 와서 기다리고, 애써 놀아주지 않더라도 저 혼자 펄쩍펄쩍 뛰며 열심히 축구를 한다. 또 까끄작 까끄작 꼭꼭 씹어가며 밥 잘 먹고 다시 열심히 놀다가 쉬거나 낮잠을 잔다. 보채지 않고 혼자 알아서 다 하는 폴리가 대견한 동시에 안쓰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게 참, 비교 대상이 없으면 이런 마음이 안 생길 텐데 어쩐지 폴리는 늘 동생 하니에게 엄마를 뺏기는 첫째구나 싶은 것이다. 어쨌든 폴리 역시 나름의 생체시계가 잘 작동하고 있는 듯 비교적 일정한 시간에 밥을 먹고 놀다가 화장실을 가고 낮잠도 자며 하루를 보낸다.아침형 고양이, 저녁형 집사 폴리와 하니는 10시 반, 아주 늦어도 11시 반 정도 되면 알아서 각자 잠자리에 들고 새벽 4~5시 정도에 기상한다. 각자 편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반면 전형적인 올빼미형인 나는 오후가 되어야만 슬슬 기운이 솟아나고, 8~9시부터는 컨디션이 절정에 다다른다. 그래서 밤을 새우며 작업을 해도 전혀 힘들지 않을뿐더러 몰입도 잘 되는 편이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의 생활패턴은 내가 아닌 이전 집사로부터 생겨난 습관이다. 하지만 가급적 밤을 새우거나 너무 늦게까지 불을 켜는 것은 지양한다. 밤새도록 불을 켜 놓으면 아이들이 깊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아, 오랫동안 책상 앞을 지켜야 할 땐 스탠드 하나만 두고 불을 다 꺼서 최대한 조도를 낮춘다.좋은 것만 주고 싶어 우리 가족은 모두가 아침형 인간인 터라, 본 투 비 늦잠꾸러기인 나는 어릴 때부터 한심하다는 꾸중을 참 많이 들었다. 게으른 기질이 문제인지, 아니면 내 저혈압이 진짜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형 인간이 되자’는 내 이번 생의 큰 숙제이자 콤플렉스다. 그렇기에 우리 고양이들의 건강한(?) 습관을 그대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더 굳건한 것일지도! 어쨌든 나는 내 냥딸들이 나를 닮지 않아서 너무 좋다. 혼자 잘하는 폴리는 폴리대로, 요구와 표현이 확실한 하니는 또 하니대로 각자 충실하게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 곧잘 무기력하게 풀어지고 게을러지는 나와 어찌나 비교가 되는지. 좋게 말하면 이 타고난 느긋함, 솔직히 말하면 나태함과 무기력함이 나의 소중한 폴리와 하니에게도 스며들까 봐 얼마나 전전긍긍하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 모름지기 엄마라면 자식한테 나쁜 건 물려주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내일, 또 하루 사실 요즘 크고 작게 골치 아픈 일들이 자꾸만 생겨서 심신이 좀 지쳤다. 그런데 사실 그런 일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며 나를 귀찮게 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인생이리라! 내일의 내가 또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폴리와 하니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12시가 다 되어가는 캄캄한 밤이라 감성이 슬슬 올라오면서 컨디션도 기분도 딱! 좋지만 설레는 맘으로 아침을 맞는 사람이 되려면 나도 작은 노오오력을 해야지. 왜냐하면 부지런한 우리 아이들이 나와 함께 하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으니까.글.사진 장보영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5-31 10: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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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두 눈에 비친 우주
- “무더운 여름이었어요. 학교 주차장 공사판 한가운데에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는데, 그냥 못 지나가겠더라구요. 너무 위험하고 더운 여름이었으니까, 잠깐 우리 집에서 쉬게 해줘야겠다 하고 다가갔죠. 눈처럼 흰 모색, 보석 같은 오드아이를 보고, 잠깐 길을 잃은 고양이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에 글도 여러 번 올렸고, 주변에 소문도 낸 만큼 금방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마루는 저와 함께할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스며들다 그렇게 임시 보호를 시작했다. 정을 주지 않기 위해 처음엔 녀석을 그냥 ‘아가’라고 불렀다. 하지만 임시 집사는 결국 아가의 엄청난 애교와 수다에 정이 들어버렸다. 작은 자취방에서 혼자 생활을 하던 집사. 아무도 듣는 이 없던 집사의 혼잣말에 야옹, 냥냥거리며 일일이 대꾸를 하는 아가. 하얗고 작은 아가의 존재감은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게다가 임시 집사의 성향과 동일하게 아가 역시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개냥이였다. 집사의 친구들이 놀러 오면 배 위에 올라가서 고로롱고로롱 노래를 부르고, 대화를 경청하고, 온몸을 부비며 반가워했던 아가는 결국 ‘마루’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그렇게 임시 집사 또한 정식 집사로 승격하게 됐다. 개냥이 of 개냥이 집사의 가족들은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고양이는 요물이다’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한동안 집사는 마루의 존재를 비밀로 해야만 했다. 그러다 연휴에 무턱대고 마루와 함께 본가에 찾아갔다. 처음 마루를 본 아버지께서는 꼭 다른 주인을 찾아서 보내라고 하셨지만, 본가에 있는 동안 마루가 매일 아버지의 출퇴근 시간에 마중을 나가고, 폭풍 애교를 선보인 덕에, 아버지의 마음 역시 금세 활짝 열렸다. 딸만 둘이었던 집이었던 집사의 부모님에게 마루는 소중한 아들이 되었다. 지금도 집사의 아버지는 마루를 부를 때면 세상 그 누구보다 다정한 목소리로 “아들~” 하고 부르신다. 큰 키만큼 항상 든든하고 굳은 소나무처럼 느껴졌던 아버지지만, 마루에게만큼은 한없이 부드럽고 따스한 사람이 되신다고. 또 본가에 있는 비숑, 자몽이에게도 마루는 둘도 없는 절친이 되었다. 잠도 함께 자고 간식도 나눠 먹는 친구. 자몽이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체구의 마루지만, 함께하는 데 겉모습은 아무런 장벽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모두가 아는 비밀을 말하자면, 자몽이가 일방적으로 짝사랑을 품고 있다는 거? (웃음)그래도 고양이 넘치는 친화력으로 때로는 ‘고양이가 아닌가?’ 싶은 마루가 ‘그래도 고양이가 맞긴 하네’ 싶을 때는 바로 새로운 박스를 만났을 때다. 비싼 숨숨집을 사줘도, 숨숨집이 담겨온 박스 안에 들어가 나오질 않는 마루를 볼 때면 허탈하기까지 하다는 집사. 이사를 할 때도 마루가 자꾸만 이사 박스에 몰래 들어가는 바람에 눈에 불을 켜고 마루를 감시했다. 또 마루는 보통의 고양이답게 시끄러운 것도 싫어한다. 청소기랑 헤어드라이어가 등장하면 어디에 숨었는지 그 빛나는 눈동자도, 조금은 짧아서 더 귀여운 꼬리도, 달콤한 향기가 폴폴 날 것 같은 핑크 젤리도 보이지 않는다. 감쪽같이 꼭꼭 숨은 마루는 청소가 끝나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래서 목욕보다 목욕 후에 드라이기로 털 말리는 일이 더 힘들다고 집사는 말했다.집사에게 마루란 사실 임시보호를 하던 중, 마루가 갑자기 토하고 기운을 잃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범백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접종하지 않은 어린 고양이가 범백에 걸리면 치사율이 매우 높은 만큼, 병원에 있는 동안 마루도 울음소리도 내기 버거워할 만큼 많이 아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집사는 ‘네가 다 나아서 건강해지면, 평생을 함께할게’라는 약속을 마루에게 했고, 입원 5일째부터 마루는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아픈 적이 없고, 책상 위 물건들을 죄다 떨어뜨리고 다니면서도 저는 절대 다치지 않는 ‘냥아치 마루’가 되었다고. 그래도 요즘은 집사가 ‘안돼!’라고 하면 알아듣고 자제도 할 줄 아는 어른 고양이가 되었다.여름 햇살 아래 둘 집사는 마루 덕에 뜨거운 여름 햇살까지도 좋아하게 됐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보석 같은 두 눈동자도, 솔솔 바람에 흩날리는 뽀얀 털도, 포근하고 따스한 마루의 향기까지도 더운 여름을 사랑하게 해준다고. 마루의 두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곧 마루의 온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다는 집사. 마루가 없던 시간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집사. 마루와 집사가 언제나 서로에게 따뜻한 여름 햇살이 되어주리라 믿는다.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5-28 10: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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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커피고양이, 모카
- 너의 이름은 나는 소중히 여기는 것엔 늘 이름을 붙이는 습관이 있다. 정성을 들여 이름을 붙이면,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모카는 예쁜 브라운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너는 모카로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외모였다. 모카라는 이름은 그렇게 지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모카가 이름처럼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 고양이가 된 것이다.모카의 커피 사랑 정확히 언제부터 모카가 커피를 즐기게 된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게 현장을 들킨 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이었다. 나는 일을 하면서 커피를 자주 마시는 터라, 늘 책상 위에 커피가 담긴 머그잔이 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나는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었고, 모카는 그 옆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더니, 모카가 머그잔에 슬며시 앞발을 넣고 있는 것이었다. ‘뭐 하는 거지?’ 하는 호기심에, 처음엔 앞발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는 모카를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모카는 결국 솜방망이 같은 앞발을 조심스레 머그잔 안에 담근 뒤, ‘커피 찍먹’을 하고 말았다. 제법 마실 만했는지 다시 홀린 듯이 커피 찍먹을 하려는 찰나, 나는 결국 안 되겠다 싶어 와다다 달려가 머그잔을 치워버렸다. 묘생 처음 맛본 쓰디쓴 아메리카노의 맛이 입에 맞았던 걸까? 모카는 뭔가 아쉬운 듯이 계속 입맛을 찹찹 다셨다. 그 후로도 내가 커피만 마시면 대놓고 머그잔에 얼굴을 대고, 코를 벌름거리는 모카.언젠가 너와 마주 앉아 알고 있다. 고양이에게 카페인은 위험하다는 거. 그래서 나도 그 후로는 머그잔에 커피가 남아 있으면 실리콘 커버로 닫아 놓는 나름의 방어를 하고 있다. 커피향을 맡고 온 모카가 덮개 씐 머그잔 앞에서 ‘떼잉~’ 하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는 모습은 귀여웠지만, 사실 미안하기도 했다. 우리처럼 뭐든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모카는 유난히 식탐이 많으므로 더 마음이 쓰이는 게 있다. 모카에게 맛보여 주고 싶은 음식이 참 많은데, 우리만 먹을 때마다 늘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다.모카로 가득한 아침 모카의 커피 사랑은 찐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모카는 원두 향을 기가 막히게 잘 맡고, 또 매우 좋아한다. 나는 핸드 드립을 즐기기에 홀빈 원두를 사서 수동 그라인더로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신다. 그럼 모카는 꼭 내 옆에 붙어서 킁킁 원두 향을 맡는다. 우연의 일치처럼 내가 즐겨 마시는 원두의 이름 앞에도 ‘모카’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그래서 우리 집 거실은 늘 아침마다 온갖 ‘모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커피를 즐기는 나와, 나의 고양이 모카. 언젠가 모카와 함께 마주 앉아 갓 내린 커피를 함께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렇게 묘한 부분까지 서로 닮아가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지금도 내 옆에 앉아 머그잔 속 커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귀여운 커피 포식자 모카의 시선이 때로 따갑다.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 모카야, 우리의 건강을 위해 커피는 좀 줄이자.글 이수현사진 최상원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5-26 11: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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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묘연한 가족
- 고양이를 반려하기 전에는 묘연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반려동물을 평생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마음이 가는 아이와 함께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와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고양이 사진에 저는 제 두 눈과 마음을 뺏기고 말았습니다.봄 그리고 여름 그 아이를 본 순간, 영화처럼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당장 만나고 싶었지만,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기에 조금 더 고민 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에 대한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고, 불안감인지 무엇인지 모를 묘한 감정까지 들었습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따스한 봄날을 닮은 버프, 싱그러운 여름날을 닮은 두부와 가족이 되었지요. 맑은 하늘을 노을이 선홍빛으로 물들이던 날, 저희의 묘연은 시작되었습니다.기다림의 이유 일터에 간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 버프와 두부는 좋아하는 창가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주로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 그리고 날아다니는 새를 구경하지요. 하지만 현관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중문 앞으로 달려 나와 왜 이제 왔느냐며 저를 다그칩니다. 그리고는 반갑다는 듯이 기지개를 한 번 쭉 펴고, 열심히 고양이 세수로 꽃단장하며 꼬리를 한껏 치켜올립니다. 온종일 일하느라 집을 비운 집사가 밉기도 할 텐데, 매번 고생했다는 듯이 마중 나와주는 고양이들에게 미안한 동시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종일 집에 있는 날, 두부와 버프는 확실히 평소와는 다릅니다. 아닌 척하지만, 제 눈에는 사실 어느 때보다도 들떠 있는 모습이 보이지요. 그런 날에는 창가 자리도 마다하고, 꼭 제 주위나 옆에 딱 붙어 낮잠을 청합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잠에서 깰까, 저는 화장실까지 참아가며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이런 제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프는 깨자마자 놀아 달라거나 쓰다듬어 달라며 아기처럼 저를 보채지요. 그렇게 아이들과 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야속하게도 훌쩍 흘러가 있습니다. 그 좋아하는 낚시 놀이보다도 저와 함께하는 시간을 훨씬 더 좋아하는 고양이들을 볼 때면, 왜 이리 주책없게 눈물이 날 것 같은지 모르겠습니다.‘묘연’한 나날들 남집사와 매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버프, 두부가 우리 집에 있는 게 너무 신기해.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너무 소중하고 감사해. 고양이들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으~ 생각도 하기 싫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큰 행복인데.” 쌔근쌔근 나지막한 숨소리를 내며 낮잠을 청하는 모습도,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깜박이며 눈인사를 해주는 것도, 쓰다듬으면 그르릉 소리를 내고 배가 고프면 밥 달라고 야옹거리는 일상적인 모습조차 매번 신기하기만 합니다. 좁디좁은 나의 세상에 찾아온 선물과도 같은 버프와 두부에게 매일 특별하진 못해도 지루하지 않은 오늘을,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하는 매일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버프야, 두부야! 집사가 내일은 빨리 일 마치고 좀 더 일찍 올게! 부족한 우리와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 비록 너희의 시간이 우리보다 조금 더 빠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그 시간속에서도 우린 더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있을 거야.남집사의 기록 나는 한 분의 ‘여보’님과 두 마리의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남집사다. 다시 말해, 한 여자의 배우자이자 세 생명의 집사이기도 하다. 다들 아시겠지만 세 생명을 동시에 모시는 건 쉽지가 않다. (심지어한 분은 종족이 다르다) 일의 특성상, 나는 주말에만 집에 돌아갈 수 있다. 이 척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츄르 값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양이들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찹찹’거리며 밥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일하다 보면, 어느새 주말이 되어 있다. 금요일 저녁마다 나를 처음 보는 것처럼 경계하며 냄새를 맡는 버프나, 날 보자마자 내 다리에 자기 몸부터 비비며 영역 표시하는 두부나, 120일은 떨어져 있었던 것처럼 날 기다리다 반겨주는 여보님을 보면 주말 집사라는 거 정말 할 짓 못 된다 싶을 때가 많다. 이런 주말 집사를 미워할 법도 한데, 매번 반겨주니 한편으론 큰 힘을 얻는다.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가족 덕분이었다. 그래서 늘 나는 일을 하면서도 가족이 반겨줄 주말을 기다리고, 생각하며 또 그리워한다. 어쩌면 우리 집의 집사는 내가 아니라, 여보님과 두 냥이가 아닐까. 주말마다 집으로 오는 남집사를 보살펴주고, 오구 오구 해주는 나의 집사님들은 항상 내 편에서 내 마음을 지켜주는 존재들이다. 고마워요, 덕분에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어요.글.사진 최인애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5-24 10: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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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고양이로 사는 것도 힘들 때가 있답니다
- 틸다가 비만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점점 불어나는 몸무게에도 ‘그래, 틸다는 원래 몸집이 큰 고양이니까 그럴 수 있어. 8kg인 고양이도 봤는걸’이라고 말하며 되려 위안으로 삼았다. 하지만 훗날, 틸다는 진짜 8kg의 뚱냥이가 되고 말았다.사랑스러운 것도 죄! 틸다는 어릴 때부터 식탐이 많은 아이였다.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 틸다는 묘생 5개월 차였는데 당시 몸무게는 이미 3.5kg였다. 5개월 치고는 제법 몸무게가 나가는 편이었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나는 틸다에게 거의 매일 간식을 줬다. 덕분에 나는 틸다와 친해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틸다는 하루라도 간식을 거르면 큰 소리로 ‘야아옹!’ 하며 호통을 치기 일쑤였다. 물론 간식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해봤다. 그러나 온갖 애교와 재롱을 부리는 틸다의 모습에 나는 매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간식은 어느새 틸다의 일상 루틴이 되어버렸다.다이어트를 결심하다 틸다가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선생님들께 빠지지 않고 듣던 말이 있다. “이제는 체중 감량을 해야 합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다소 당황스러웠다. 이제 겨우 한 살쯤 된 아이한테 체중 감량이 웬 말이지. 당시 나의 상식으로는 아기 때는 달라는 대로 주고, 먹겠다는 대로 먹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쓰러우니까, 예쁘니까, 자꾸 보채니까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비워진 밥그릇과 간식 그릇은 무한리필 되었고, 결국 나는 틸다를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뚱냥이로 만들어버렸다. 체중이 7kg을 넘고 나서는 정말 틸다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틸다는 사냥 놀이를 할 때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숨이 차서 헉헉댔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마다 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안절부절못하며 틸다의 관절을 걱정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건강을 위해 더 늦기 전에 다이어트, 그거 하자!쓰디쓴 첫 실패 인터넷에 고양이 다이어트를 검색해봤다. 대부분이 자율 급식을 멈추고 제한 급식을 시작하라는 말이었고, 개중에는 사료 칼로리를 계산하는 공식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틸다의 목표 체중을 정한 뒤, 칼로리 계산 공식에 따라 하루 적정 칼로리만큼의 사료만 급여하기로 했다. 다이어트 첫날, 무한리필 되던 밥그릇을 치우고 하루 두 번 시간을 정해 밥을 주기로 했다. 역시 쉽지 않았다. 틸다는 평소 조금씩 자주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식습관에도 변화를 주어야만 했다. 나는 전처럼 밥그릇이 비워지면 새로 채워주지 않았고, 아예 틸다의 눈앞에서 밥그릇을 치워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틸다는 그런 내 단호한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눈만 마주쳤다 하면 밥 달라고 큰 소리로 칭얼거리며 자신의 배고픔을 호소했다. 사실 틸다의 다이어트는 얼마 안 가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에는 단지 틸다가 배고픔을 참지 못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와 언니의 과한 걱정도 한몫을 했다. 틸다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만 더 줄게’ 하며 수시로 사료를 급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틸다는 마음 약한 집사들 덕분에 자율 급식 같은 제한 급식을 하게 되었고, 묘생 첫 번째 다이어트는 요요의 쓴맛과 함께 끝나버리고 말았다.두 번째 시작 첫 실패를 겪은 뒤, 틸다는 먹는 것에 대한 집착만 더 강해졌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라가는 몸무게에 몇 번 더 다이어트를 시도해봤지만, 체중은 줄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틸다가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사뭇 심각해진 우리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조언을 해주셨다. 틸다의 질환 특성상, 체중을 감량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 달 동안 틸다의 현재 몸무게의 10% 감량을 목표로 잡고 다시 철저하게 플랜을 짰다. 조금씩 자주 먹는 틸다를 위해 하루 식사량을 8시간 간격으로 3번에 나눠서 주기로 했고, 간식은 사료로 대체했다. 다행히 틸다가 식탐이 많은 덕분에 간식을 사료 몇 알로 대체할 수 있었다. 그러자 드디어 틸다의 몸무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다이어트를 하는구나! 다이어트 되는구나! 할 수 있는 거였구나!’ 싶었다.무병장수를 꿈꾸며 뒤로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틸다는 8.2kg에서 7.3kg으로 약 900g 감량에 성공했다. 체중을 감량하면서 틸다의 몸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젠 높은 곳도 가뿐하게 훌쩍 뛰어 올라가고 내려올 때도 사뿐히 착지할 수 있다. 게다가 전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한 번에 갈비뼈를 찾을 수 있고, SDMA 신장 수치도 3개월 전보다 더 좋아졌다. 물론 틸다가 너무 배고파하면 아예 굶길 수는 없기에, 간식을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지금은 적당히 영양 균형을 유지하며 식단을 조절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최종 목표는 6.5kg 이내에 접어드는 것이다. 끝까지 꼭 성공해서 건강 지킴이가 되자!글.사진 송지영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5-21 10: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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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마음을 여는 과정 (2)
- 이미지 확대보기(1편에 이어)MAGAZINE C. 마음을 여는 과정[BY 펫찌] 집사의 덕목, 기다림 길냥이인 자두와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 내 마음의 문은 활짝 열렸다. ...post.naver.com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자두가 우리 가족에게 지나치게 의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계심이 너무 심해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런 날이 오다니.자두의 두 번째 출산 어느 날, 하우스에서 새끼들이 발견되었다. 자두의 두 번째 출산이었다. 태어난 지 만 하루도 안 된 아가들이 엄마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여기저기 다 흩어져 있었다. 급한 대로 한 마리씩 찾아서 모아 보니 총 6마리였다.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자두가 우리에게 육아를 떠넘길(?) 심산이라는 것을. 첫 번째 출산 때에는 무더운 여름이었음에도 하우스에서 밥만 먹고 새끼들 곁을 지켰던 자두다. 또 자두는 하우스 안으로 새끼들을 옮긴 후에도, 경계심을 풀지 않고 우리 가족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새끼들을 옮겼었다. 새끼들이 자라 꼬물거리며 돌아다니자 불안해진 자두는 다시 이사를 했다. 그렇게 자두는 혼자서도 야무지게 새끼들을 보살폈기에, 끼니때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 말곤 딱히 우리가 도와줄 일이 없었다.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두 번째라고 여유가 넘친 것일까, 아니면 집사들을 너무 믿은 탓일까? 자두는 도통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아가들이 배고프다고 우는데도 자두는 산실 밖에서 심드렁하게 누워있을 뿐이었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몇 아이들에게서 허피스 기가 살짝 보였는데, 어미가 그루밍을 해주지 않아 눈이 다 붙어버렸었다. 너무 놀란 나는 급하게 물티슈로 살살 눈가를 닦아주었다. 그러자 눈곱이 떨어졌고 아이들이 눈을 떴다. 놀란 새끼들이 우앵우앵 우니까 그때서야 자두가 한번 슬쩍 우리 쪽을 들여다보러 다가왔다. 그러더니 ‘아무 일없네’ 하는 듯 다시 멀찍이 떨어져 누워버리는 거였다. 그 모습이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졌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공동육아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혹시 지금 자두는 우리와 공동육아를 하길 원하는 건가?믿는 구석이 있는 고양이 젖 먹일 때를 제외하고 두 번째 육아는 집사와 자두의 첫 번째 새끼들, 그러니까 형·누나 고양이들이 도맡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사는 아이들의 허피스 치료와 관리를 맡았고, 형·누나들은 어미처럼 아이들을 핥아주고 지켜주며 든든하게 어른 고양이 역할을 해주었다. 자두가 아이들을 너무 안 돌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빈자리를 형·누나들이 부족함 없이 채워주었다. 혹시라도 동생들을 못 알아보거나 괴롭히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첫째들은 이제 막 태어난 동생들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귀찮게 굴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사실 형·누나들 역시 덩치만 컸지 아직 6~7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인데, 누가 가르쳐 준 것 마냥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감동적이기도 하고 신기했다.꽉 믿고 있기에 덕분에 자두는 아주 편한 육아를 하게 됐다. 아가들이 제 엄마보다 형·누나들을 더 따르게 됐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어찌 됐든 아가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니 다행이다 싶다. 덕분에 집사도 계산에 없던 고양이 육아에 뛰어들어야 했지만, 자두가 그만큼 우리를 의지하고 믿는다는 뜻이기에 내심 기분이 좋기도 하다. 우리와 반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자두는 우리 가족을 꽤 미더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공동육아를 제안하는 것, 고양이가 집사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신뢰 표현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자두와 아이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밥을 챙겨주고, 진심을 다해 사랑을 말해 주려 한다.글.사진 권미소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5-20 10:01:25